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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ing

진진

2015년 6월 3일 — 0

같은 곳에서 같은 것을 먹고 느낀 전문가와 아마추어의 생생한 레스토랑 평가서. 이달은 요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중식 레스토랑 진진을 찾았다.

edit: 김옥현 / photograph: 안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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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

안세경 – 뉴욕 CIA 졸업 후 장조지, 다니엘 등에서 일했다. 쿠킹 스튜디오 ‘프레지어 구르몽’을 운영하며 푸드 컨설팅, 쿠킹 클래스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저서로 <최고의 간식> 등이 있다.

서비스 ★★★
전화 예약 시 다급하게 전화를 끊어버리는 직원의 태도는 조금 불쾌할 정도였다. 식사할 때 부족함을 미리 챙기는 세심한 배려는 없었지만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친절했다. 동네에서 알고 지내는 아저씨처럼 편한 차림으로 불쑥 다가와 직접 건넨 셰프의 깜짝 서비스 덕에 더욱 기분 좋게 즐길 수 있었다.

음식 ★★★
주문 1분 만에 나온 오향냉채. 오소리감투를 포함한 여러 부위의 돼지고기는 그 자체만 먹었을 때는 역시 돼지의 누린내를 피할 수 없었으나 막썰기해 소금에 살짝 절여 나온 아삭한 오이, 고수, 기타 재료와 함께 먹으니 새콤달콤하고 쫄깃한 복합체가 입안에 오케스트라가 퍼지는 듯했다. 대게살볶음은 육수의 은은함과 게살의 짭조름함이 조화를 잘 이루었다. 달걀흰자, 전분, 대게 살로 이루어진 게살 수프를 더 걸쭉하게 끓인 것으로 특별한 감흥은 없었다. 팔보채는 보통 잘 넣지 않는 굴이 들어가 기대했으나 신선하지 못한 비린 맛이 입안에 퍼져 되레 다른 깔끔한 해산물의 맛을 오염시켰다. 이것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느끼하지 않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이곳의 대표 메뉴인 멘보샤는 다진 새우를 빵 사이에 넣고 튀긴 음식인데, 빵 사이로 터져 나온 새우때문에 시각적인 면에서 조금 아쉬웠고 전체 맛 또한 즐겨 찾는 다른 곳(시추안하우스)의 멘보샤보다 더 뛰어나지는 않았다. 그러나 굉장히 느끼해서 1개 이상 먹기 힘든 이 음식을 담백하게 튀겨내 몇 개라도 먹을 수 있었다. 외형이 소박해 별 기대를 하지 않고 먹은 물만두는 특별했다. 안에서 육수가 톡 터지는 샤오롱바오 같은 이 물만두는 만두피는 두툼한데 믿을 수 없이 쫄깃하고 부드러웠다.

중식당에서는 거의 접시를 비워본 적이 없다. 과다한 조미료에 기름진 전분 탓인데 이곳에서는 신기하게도 물 흐르듯 접시를 비웠고 식당을 나올 때 느껴지는 뒷맛은 깔끔하기까지 했다. 가격대를 낮춰서인지 양은 적은 편이다. 2가지 메인 메뉴를 질리듯 배불리 먹는 것보다는 4~5가지의 메인메뉴를 조금씩 맛보는 편이 낫다. 특색있는 음식은 아니었으나 소박하고 솔직한 셰프의 마음과 정성이 녹아 있는 곳임은 분명하다. 전체적으로 강한 짠맛이 오히려 신선한 재료 본연의 맛과 향을 저해하는 요소라 아쉬웠다.

인테리어&분위기 ★★
인테리어는 동네 중국집과 다를 바 없이 평범했지만 확 트인 오픈 주방과 구슬땀을 흘리며 조리에 매진하는 직원들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초심을 잃지 않고, 프라이빗한 단골들이 이곳을 잊지 않고 찾는다면 진진은 오랜시간 명품 식당으로 자리할 것이다.

THE PUNTER

송지은 – 엘베플라워 대표 플로리스트. 손맛이 탁월한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요리와 베이킹에 관심이 많아 직접 만들어 먹는 것을 플라워링하는 것만큼 좋아한다.

서비스 ★★★★
명성 때문인지 공간이 넓지 않아서인지 예약을 해야 먹을 수 있는 곳이라 서비스에 대한 별 기대 없이 갔는데, 예약석에 기본 세팅이 잘 되어 있어 기분이 좋았다. 직원들도 질문에 곧장 응답해주고 손님이 북적거리는데도 최대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만족스러웠다.

음식★★★☆
그동안 중식당의 메뉴가 엄청 많은 메뉴판만 보아온 터라 너무나 심플한 메뉴 구성에 일단 놀랐다. 메뉴 수가 적으면 오히려 고르기 쉬울 줄 알았는데 두 페이지의 메뉴를 뒤적이며 결정장애를 일으킨 끝에 오향냉채, 대게살볶음, 팔보채, 멘보샤, 춘권을 먹어보기로 했다. 주문하기 무섭게 나온 오향냉채는 고기만 먹었을 때는 비린 맛이 살짝 났는데 고기와 함께 채소를 소스에 곁들여 먹으니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대게살볶음은 굵직굵직한 대게 살이 보여 먹음직스럽고 새우, 파, 게살이 어우러져 부드러웠다. 무엇보다 간이 내 입맛에 맞았다. 팔보채는 전체적으로 해산물이 부드럽고 재료들이 큼지막해 군더더기 없이 구성된 느낌이었다.

재료의 신선함을 생각하면 가격 대비 양을 말하면 안 되겠지만, 3가지 요리의 접시가 비워지는데도 배가 부르지 않을 걸 보니 양이 좀 적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테이블에서도 꼭 시켜 먹던 멘보샤는 식빵 사이에 새우를 넣어 튀긴 음식을 먹어보지 않은 나로서는 맛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따끈한 멘보샤를 한 입 베어무니 평소에 먹던 새우과자 느낌이 물씬 났다. 물론 향은 훨씬 진했다. 느끼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느끼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춘권을 먹었다. 속재료가 좀 많이 짜고 겉의 피는 달걀 향이 좀 나서 맛있게 즐기지 못했다. 먹어본 음식 중 대게살볶음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간이 강했다. 저염식을 하는 사람에겐 추천하진 않지만 애주가라면 방문을 권하고 싶다. 식당 입구에 빼곡하게 들어찬 맥주와 고량주 박스가 이곳 음식이 술과 무척 잘 어울린다는 것을 방증하는 듯 했다.

인테리어&분위기 ★★★★
조용한 골목에 위치한 동네 중식당 느낌이었고 실내 인테리어, 직원들 또한 친근한 분위기였다. 들어가는 입구에 주방이 오픈되어 조리 과정을 볼 수 있었다. 식사 중반 이후에는 셰프가 편안한 차림으로 직접 서빙도 해주고 질문에도 친절하게 잘 응대해주었다. 소박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적당하지만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권하기 힘들 듯하다.

오향냉채, 대게살볶음, 멘보샤
대게살볶음, 오향냉채, 멘보샤

진진 INFO
코리아나호텔 중식당 ‘대상해’ 출신인 왕육성 셰프가 올해 1월 오픈한 곳. 합리적인 가격과 맛으로 가성비가 높은 최고의 중식당이라는 입소문을 타고 있다. 짜장면, 짬뽕, 탕수육 등 국민 중식 메뉴는 찾아볼 수 없다. 3만원을 내면 평생회원 번호를 문자로 부여해주며, 모든 메뉴를 20% 할인된 가격으로 맛볼 수 있다. 전화 예약 시 미리 오더하면 어떤 메뉴도 가능하다.
› 멘보샤 1만8000원, 오향냉채·마파두부 각 1만5000원, 물만두·XO볶음밥 각 7000원
› 오후5시~자정
› 서울시 마포구 잔다리로 123
› 070-5035-88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