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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합이 빚어낸 조화

2020년 9월 10일 — 0

소재의 한계를 벗어나 아름다운 색을 담아내는 브랜드 ‘워크샵 와이’의 김윤진 작가를 만났다.

시간을 담는 묵직한 구리의 매력

구리는 비싼 재료다. 일상생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재료지만 금속을 다루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기본 적이고 친숙한 소재다. 다양한 가공 기법과 쓰임새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김윤진 작가는 학부 시절부 터 구리의 질감과 색감에 매료됐다. “시간이 흘러 산화하며 색깔이 변한다는 건 구리가 지닌 가장 큰 매력이에요.” 이토록 매력적인 재료에 법랑 유약을 더하니 그의 작품에선 구리의 아름다움이 배가 된 다. 김윤진 작가는 구리 판재를 사용해 작품을 만든다. 무엇을 만드느냐에 따라 기계를 사용할 때도 있고, 손으로 망치질을 해서 모양을 만들 때도 있다. 작품의 형태가 갖춰지면 안료를 넣은 법랑유약을 바르고 800°C 이상의 가마에서 소성한다. 가마에서 한 번 굽는 것으론 법랑 코팅이 끝나지 않는다.

형태가 완성된 김윤진 작가의 시그니처 ‘플랫 디시’ 라인 작품. 법랑 코팅을 입히는 가마 작업을 기다리고 있다.

금속을 다듬는 작업 중인 김윤진 작가.

김윤진 작가는 원하는 색이 나올 때까지 몇 번을 다시 굽는다. “금속으로 만든 식기는 관리하기 어려워서 매일 사용하기가 힘들어요. 하지만 법랑 코팅을 거치면 쉽게 색이 변하고 망가질 수 있는 금속의 단점이 보완돼 관리하기도 쉬워집니다. 제가 사용하는 유약은 까다로운 검사를 통해 인체에 아무 해가 없도록 제작하고 있어요.” 번거로운 과정이지만 법랑 코팅을 입힌 식기는 부식이 잘되지 않고 강도는 금속만 사용한 것보다 확연히 좋다.

화병 위에 여러 가지 색의 결정들이 모였다가 흩어지는 듯한 모습을 표현했다.
대리석 패턴이 돋보이는 플랫 플레이트.

두 가지 소재가 섞이고 색까지 더해졌지만 그의 작품은 의외로 담백한 멋을 뽐낸다. 과하지 않은 간결한 형태의 디자인이 어떤 공간에 두어도 원래의 자기 자리인듯 잘 어울린다. 거기에 조형적인 아름다움이 돋보여 오브제 같은 성격도 띤다. “테이블웨어는 다른 가구와 기 물, 음식과의 조화가 중요해요. ‘무언가를 담는다’는 기본적인 틀은 유지하면서 강한 포인트를 넣는 편 이에요.” 김윤진 작가가 테이블웨어만 만드는 건 아니다. 촛대와 화병, 화병을 위한 베이스 리드, 조명 까지 다양한 작품을 만든다. 폭넓은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소재에 대한 이해가 높기 때문이다. 금속은 공정과 기법이 중요한 재료이다 보니 특별히 영감을 받지 않아도 만드는 과정에서 영감이 샘솟는다. 그래서일까? 깊고 풍부한 색의 대비로 유난히 반짝이는 김윤진 작가의 작품은 여러 플레이트 사이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워크샵 와이’의 작업실에서 김윤진 작가는 디자인부터 제작, 포장, 배송까지 모두 혼자 진행한다.

“구조적·물리적으로 안정감 있는 디자인을 좋아해요. 보기엔 아름다워도 위태로워 보이면 손이 잘 안 가거든요. 목적에 충실한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많은 사람이 디자인 하면 미적 감각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데 사실 디자인은 실용성과 편리함을 위한 것이기도 하니까요.” 쓰임새와 아름다움을 고루 갖춘 작품을 위해 김윤진 작가는 오늘도 뜨거운 가마 앞을 지킨다.

edit 김지현
photograph 박다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