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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TOGETHER

2020년 9월 8일 — 0

가족처럼 함께 웃고, 울고, 교감하는 반려동물. 우리 삶에 선물같이 찾아온 강아지 &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는 레스토랑 셰프와 오너들을 만나보았다.

interview 1
양출서울 김양출 셰프
반려묘 모모

일요일은 김양출 셰프가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하루다. 그녀가 운영하는 양출서울의 휴무일이기 때문. 느지막이 일어나 아침 겸 점심으로 브런치를 먹고 반려 고양이 모모, 타로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고양이들과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일요일에는 밥을 주고 사냥놀이를 하거나 똑같아 보이는 사진을 찍고 또 찍는게 하루 일과다. 별 일 없이 보내는 하루가 끝나갈 때, 고양이들과 함께 지내는 지금이 진짜 행복이라고 느낀다. 양출 셰프의 반려 고양이는 타로와 모모. 타로는 겁이 많아 누가 오기만 하면 꼭꼭 숨어 절대 나오지 않지만 모모는 호기심이 많아 사람 곁을 떠나지 않는다. 그래서 손님이 주는 간식은 언제나 모모의 몫. 식탐이 많은 모모는 무엇이든 날름날름 받아먹다 보니, 결국 방광염에 걸려 고생을 했다. 김양출 셰프는 모모의 건강이 걱정돼 생식도 도전해봤지만, 생식은 입에도 대지 않아 실패. 대신 방광염 약이 들어간 사료를 먹이고 있다. 좋아하는 간식도 마음껏 못 먹는 모모가 안쓰럽지만, 건강하게 오래오래 함께 사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간
식을 조르는 애교 넘치는 눈빛을 힘겹게 이겨낸다. 모모와 타로가 가족이 된 이후로 김양출 셰프의 삶은 크게 바뀌었다. 반려동물을 기르면서 동물복지와 생명 존중,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달라진 것은 그녀의 레스토랑 메뉴다. 양출 서울에서는 내추럴 와인과 채소 바를 운영하며 채소 본연의 맛을 살린 요리를 선보인다. 양출 셰프는 “고기를 전혀 안 먹을 수는 없지만 채소의 맛을 알리고, 과도한 고기 소비를 조금만 줄일 수 있으면 좋겠다”며 “이전에 동물 축사와 도살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는데, 생명을 함부로 다루는 모습이 너무 끔찍해 잊을 수가 없었다”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자 하는 자신의생각을 전했다. 양출 셰프의 공간에서는 록시땅같은 친환경 브랜드의 제품이 눈에 띄는데, 이는 화장품이나 생활용품을 고를 때도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 브랜드의 제품인지 따져보고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의 바탕에는 동물에 대한 애정, 함께하는 반려묘에 대한 사랑이 있었다. 요즘도 김양출 셰프는 항상 가방에 고양이 밥을 넣어 가지고 다니면서 동네 길고양이를 돌본다. 어디 배고픈 고양이가 없는지 아픈 아이는 없는지 살피는 것도 동물을 사랑하는 방법 중 하나. 그녀가 말하는 가장 행복한 순간은 고양이들과 몸을 바짝 붙이고 함께 자는 순간이라고 한다. 이렇게 양출 셰프와 고양이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반려동물과 함께 지속 가능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알 수 있었다.

interview 2
위키드와이프 이영지 대표
반려견 버터

내추럴 와인 바 위키드와이프의 마스코트 버터는 수많은 랜선 이모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이미 #펫스타그램의 슈퍼스타가 된 강아지다. 위키드와이프의 이영지대표는 원래 고양이를 키우던 집사였다. 강아지를 키울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어느새 버터와 가족이 된 지 5년이나 됐다. 아직도 버터를 처음 만난 날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작고 연약하고 따뜻했던 털북숭이 강아지가 처음 품에 안긴 순간 ‘이 강아지다!’ 하고 운명처럼 느꼈다. 시바견 버터는 이전에 기르던 고양이와 달리 사람을 너무 잘 따라 이 대표는 그만 이 쪼꼬미의 매력에 풍덩! 빠질 수밖에 없었다. 버터를 기르며 가장 어려운 점은 역시 먹는 것을 챙기는 것이다. 버터는 알레르기가 심해 먹지 못하는 음식이 많은데, 그중에는 버터가 가장 좋아하는 고기도 포함되어 있다. 의사 선생님이 고기는 절대 안 된다고 했으나, 버터가 워낙 좋아해 닭 가슴살 정도만 조금씩 준다고. 그렇다고 고기 말고 다른 것을 잘 먹는 것도 아니다. 누굴 닮아서인지는 몰라도 입이 짧아 시판 간식이나 과자도 입맛에 맞는 것만 먹는데 그마저도 많이 먹지 않는다. 밥을 잘 먹지 않는 아이를 걱정하는 건 부모라면 모두 같은 마음. 동물을 기르는 사람의 마음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영지 대표는 알레르기 때문에
잘 먹지도 못하는 버터를 위해 직접 간식을 만든다. 버터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은 고구마! 고구마는 글루텐이 함유돼 있지 않아 소화가 쉬워 강아지에게 안심하고 줄 수 있는 간식이다. 고구마를 건조기에 말려 고구마 말랭이를 만들거나 오븐에 구운 다음 멸치 가루를 솔솔 뿌려 주면 아주 잘 먹는다고. 또한 말린 열빙어, 요구르트, 아이스크림도 버터가 제일 좋아하는 간식이다. 이영지 대표는 “어느 전시에서 ‘동물을 쓰다듬을 때 그 행위 자체가 위로가 된다’는 문구를 읽고 크게 공감했다”며 오늘도 버터의 부드럽고 따뜻한 털을 쓰다듬으며 행복과 위로의 시간을 보낸다.

interview 3
라샌독 오스테리아 박광호 셰프·변혜현 대표
반려견 변페르난도

인적 드문 골목길을 헤매다 우연히 마주칠 법한 곳. 오래된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이곳은 붉은 벽돌과 우직한 나무 문이 클래식한 분위기를 한껏 뽐내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마스코트 ‘페르난도’가 꼬리를 흔들며 반겨준다. 이탤리언 레스토랑 라샌독 오스테리아를 운영하는 변혜현·박광호 부부는 반려견 페르난도와 매일 함께 출근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손님 맞을 준비에 아침부터 분주한 부부와 달리 난도는 한 켠에 자리를 차지하고 누워 부부의 모습을 그윽하게 바라본다. 문밖으로 들리는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다가 손님이 오면 먼저 반기기도 하고 앞집 강아지 ‘범이’가 지나가면 달려나가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부부는 난도를 배려해 항상 문을 열어둔다. 난도가 언제든 나가서 볼일을 보거나 바람을 쐴 수 있도록 배려한 것. 난도의 표정 역시 밝고 명랑하다. 부부는 난도와 모든 순간을 함께할 수 있는 요즘이 너무 행복하다고 말한다. “난도가 우울증으로 고생할 때 집에 늘 혼자 두는 게 미안해서 같이 출근하기 시작했어요. 낯선 사람이 많이 오니까 힘들어하진 않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적응을 잘하는 거예요. 출근해서 열심히 일하고 집에 가는 차 안에서 코 골면서 자요. 주말에는 집에서 잠만 자죠. 완전히 ‘직장견’이 다 됐어요. 병원에서 난도 상태
를 보더니, 과로라고 하길래 웃음이 났죠.” 난도는 라샌독에서 영업 담당 업무를 맡고 있다. 이곳을 찾는 낯선 사람들을 겁낼 법도 한데 늘 사람 틈에서 지낸 탓인지 처음 보는 사람을 봐도 성큼 다가가 식사하는 내내 옆 자리를 지킨다. 특히 단골에게는 자기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물어다 주면서 고마움을 표현한다고. 난도의 사랑스러운 모습에 기특함을 느끼는 손님들과 부부 모두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오늘도 어김없이 부부는 난도와 함께 라샌독으로 향한다. 부부와 난도 덕분에 이 공간은 모두에게 행복한 곳이다.

interview 4
아운 서민아 대표
반려견 범이

페르난도가 가장 좋아하는 옆집 누나 서민아 대표에게도 사랑스러운 반려견 ‘범이’가 있다. 시골에 부모님이 기르던 개가 낳은 새끼들 중 한 마리와 인연을 맺어 한가족이 됐다. 서민아 대표는 갈색빛의 털에 초롱초롱한 검은 눈동자를 가진 사랑스러운 범이를 데리고 종종 카페로 함께 출근한다. 범이는 카페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그녀의 곁을 지키며 하루를 보낸다. 다소 예민한 성격이라 카페로 자주 데리고 오진 않지만 범이와의 좋은 기억 때문에 범이를 찾는 이들을 위해서다. 서민아 대표는 반려견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해 늘 고민한다. 자신의 반려동물과 좋은 공간에서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 마음을 반영한 공간을 만들게 됐다는 것. “강아지나 고양이가 동반할 수 있는 공간은 반려동물도 반려인도 서로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서로에 대한 이해가 충분히 이루어지는 게 먼저겠죠. 강아지는 본능적으로 입질을 하고 짖을 수 있어요. 마킹도 그렇고요. 그런 것들을 이해하지 못해서 자유롭게 두지 못하고 케이지에 넣어두거나 안고만 있어야 한다면 과연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공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도사견처럼 위험할 수 있는 견종이 아니라면 자유롭게 둬도 괜찮다는 그녀는, 카페를 찾는 범이와 다양한 반려동물이 함께 편하게 쉬어갈 수 있도록 많은 배려를 기울인다. 그래서인지 펫 프렌들리 공간으로 불리며 반려견이 없지만 가까이에서 강아지를 보고 싶은 이들도 종종 찾는다. 모두가 불편한 상황 없이 사람과 반려견 모두가 행복한 공간을 실현하고 있어서 행복하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사랑하는 강아지와 함께하기에 더없이 즐거운 그녀의 공간은 오늘도 시끌벅적하다. 아주 특별하지 않아도 평범한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소소한 행복을 그녀는 알고 있다.

edit 이유나, 박솔비 ——— photograph 류현준, 황성재, 김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