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수 셰프는 손님에게 고기가 지닌 고유의 맛을 전달하기 위해 단순하게 조리한다.
스테이크가 가장 맛있는 곳, 도마다.
도마는 고기 본연의 맛에 집중하는 레스토랑이다. 도마 의김봉수헤드셰프의하루는그래서더바쁘게흘러 간다.출근전오늘할일을그려보며타임테이블을짜 고, 출근하면 식재료의 질을 검수하며 상태를 확인하 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도마는 CIC 회사 소속인 ‘감성고기’의 저지방 육우를 사용하는데, 손님에게 고 기자체의맛을더욱좋게전하기위해고기뿐만아니 라 조리도 원초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사람들에겐 왜 캠핑장에서 먹었던 고기에 대한 기억 이 강하게 남는 걸까요? 장작이나 숯을 이용해 최소한 으로 조리했기 때문입니다. 도마에서는 캠핑에서 먹었 던 고기 요리를 즐길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요리는 뇌에 기억과 추억을 심어준다. 도마는 고객에게 재료의 원래 맛을 알려주는 것은 물론 고객의 기억에 다가가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을 기울인다.


보기 드물게 도마로 가는 길은 꽤 어둡다. 어두컴컴한 지하로 내려가면서 느껴지는 분위기와 후각을 자극하 는고기냄새가음식에대한기대감을한껏불러일으 킨다.장작이활활타는모습에그소리와연기가더해 지면서 온몸의 감각을 일깨운다. 플레이팅도 독특하다. 도마는 나무를 이용해 원초적인 맛을 표현하는 우드파 이어Woodfire 그릴 방식으로,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내추럴한 플레이팅을 선보인다. 재료가 자라는 환경을 접시에 표현해 손님에게 제공한다. 단순히 음식만 제공 하는게아니라그자체로재료에대한설명을함께전 달하는 것이다.
김봉수 셰프에게는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비법 파 일이 있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재료들을 기 록해 만드는 미완성 제철 도감이다. “계절의 변화를 느 끼기위해시장에자주가는편입니다.아마 평생 미완성으로 끝날 제철 도감이지만 새로운 메뉴를 개발할 때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저만의 비법 파일이죠. 매달 나오는 재료 및 채소들과 예전에 먹었던 반찬, 해산물, 젓갈, 김치 등 기억에 남는 다양한 음식을 정리해두었 고, 왜 기억에 남았는지에 대한 설명도 공부하며 조금 씩 추가하고 있습니다.”


김봉수 셰프의 노력은 본인이 생각하는 좋은 요리의 정 의와도 맞아떨어진다. 그는 제철 식재료가 잘 표현된 요리를 좋은 요리로 생각하며 앞으로도 많은 요리사가 신경 써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한다. “농업의 발달과 인 간의 편의를 위해 제철 식재료의 개념이 점점 흐려지고 있습니다. 결국 사계절 내내 수확할 수 있는 식재료도 생겨났고, 외국 종자들이 한국에서도 자라고 있죠. 저 는손님이음식을먹으면서계절감도느낄수있는요 리가 좋은 요리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요리사들이 더 고민하고 연구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고요.”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고기는 도마의 자회사인 ‘감성고기’ 에서 직접 숙성을 거친다. 숙성된 고기는 도마의 스타 일을 반영해 셰프 스페셜 에디션으로 탄생한다. 셰프 스페셜 에디션은 새로운 형태의 맛을 가미한 에이징 고 기를 선보이는데, 한우 특유의 기름진 맛이 아닌 고기 가가진본래의맛그대로손님에게온전히전달하는 것이 김봉수 셰프의 미션이다.



테이블에 놓이는 반찬 중 하나는 물김치. 스테이크 전 문 레스토랑에서 반찬이 있다는 것도 의아한데 그 반찬 이물김치라는점은더놀랍다.이뿐아니라숯에고기 를구워먹는한국방식을좀더다이닝스럽게풀어낸 것도 대단하다. “도마의 요리는 언뜻 보면 서양식 같지 만맛을보면한국적인맛이느껴집니다.불을보며느 끼는 시각적인 따뜻함과 혀로 느끼는 익숙한 맛에서 오는 따뜻함까지 모두 전달하고 싶었죠. 물김치는 도마의 인기 반찬 중 하나입니다.” 스테이크에서빠질수없는것이있다면역시소금이 다. 도마에서는 계절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현재 세 가지 소금을 사용한다. 한국의 장을 이용한 된장 소금, 식용숯가루가들어간숯소금,지금계절에잘어울리 는 솔잎 소금이다. 된장과 숯에는 변동이 없고, 솔잎은 계절에 따라 바뀐다.


김봉수 셰프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김치찌개. 어릴 때부터 시작한 사회생활 덕분에 대구에서 서울로 혼자 상경했다. 부모님과 친구들이 보고 싶을 때면 대구로 향했다. “엄마, 나 내려갈게”라는 한마디에 어머니가 항 상 끓여주시던 김치찌개는 지금도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다.지역별로다른김치의맛,그김치에따라김 치찌개의 맛 역시 달라진다는 것도 김치찌개를 좋아하는이유 중 하나다. “저는 음식은 기록이자 기억, 그리고 추억이라고 생각해요. 늦게 도착하는 저를 기다리다 잠든 부모님이 깨실까봐 조심스럽게 밥솥의 따뜻한 밥 에 차가운 김치찌개를 혼자 말아 먹던 기억이 생생합니 다. 그때의 기분도요.”

코로나19로 외식 문화도 바뀌고, 셰프들 삶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김봉수 셰프는 음식이 곧 콘텐츠라 는생각을토대로앞으로나아가야할방향에대해고 민하고 있다. “레스토랑이나 주방에서 일을 하는 것뿐 아니라 즉석조리식품(RTC)이나 가정간편식(HMR)처 럼 레스토랑에서 셰프가 만든 음식의 맛을 집에서 재현 할수있도록돕는상품을만들기위해다양한테스트 를 진행하고 있어요. 그 과정을 통해 도마가 대한민국을 대표할 만한 우드파이어 그릴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진심을 다해 요리할 생각입니다.”
Chef’s Inspiration
1 와인
더 깊게 파고 들어 다양한 와인 종류에 맞춰 다양한 메뉴를 만들고 싶다.
2 캔버스와 붓
스트레스를 받을 때 찾는 도구. 그림을 그리면서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느낀다. 요즘 김봉수 셰프가 가장 의지하는 물건. 그림을 그릴 때면 생각이 정리되면서 많 은영감이떠오른다.
3 비밀의노트
매년 3권 정도 사용하는 노트.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잊지 않기 위해 그림을 그리고 메모한다. 다시 보면서 그때의 모습을 되돌아보기도 한다.
4 돌
물을 좋아하는 김봉수 셰프가 특히 좋아하는 현무암. 구멍이 숭숭 뚫린 제주의 돌은 물과 부딪히며 모양이 달라져서 특히 생동감이 넘친다.
5 요리책(<우리음식100가지>)
절판돼 구하기 힘든 책. 한식 메뉴의 아이디어를 얻을 때 항상 참고한다.
6 장작
자연이 주는 식재료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그 소중함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음식에 더욱 정성을 다한다.
7 동료
함께 할 때 더 시너지가 생기는 도마의 스태프들. 그들 덕에 오늘도 김봉수 셰프는 출근할 맛이 난다.
DOMA
1 비트의 쌉싸름하면서도 새콤한 맛과 치즈의 고소함이 어우러진 부라타 치즈와 구운 비트 퓌레. 빵과 함께 먹으면 더욱 맛있다.
2 독특한 우드 플레이트에 서브되는 도마의 시그너처 한입 요기 메뉴.
3 양배추를 훈제한 오일에 재운 다음 팬에 저온으로 구워 크림 폼, 산초, 블랙커런트, 야생 버섯, 트러플 오일 등을 더해 만든 소스를 곁들였다.
4 솔, 된장, 숯향 소금에 찍어 먹는 드라이에이징한 L-본 스테이크.
5 입맛을 돋우는 상큼한 토마토카르파초.
도마
드라이에이징 L-본 스테이크 8만5000원, 토마호크 3~4인분 19만5000원
서울시 강남구 논현로26길 41 지하 1층
매일 오전 11시~오후 9시(브레이크 타임 오후 2시30분~6시)
0507-1412-4894
edit 류창희(프리랜서)
photograph 류현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