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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에 비친 빛

2020년 8월 24일 — 0

이름처럼 투명한 감성이 돋보이는 브랜드 ‘클리어 무드’는 전수빈 작가가 오롯이 담아낸 유리의 세계다.


여름만큼 유리가 어울리는 계절도 없다. 빛을 받으면 반짝거리는 영롱함과 비추어지는 모든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투명함, 그리고 어떤 소재를 옆에 두어도 잃지 않는 청량함까지. 전수빈작가는 이렇게 아름다운 유리로 예쁘고 쓰임새도 좋은 테이블웨어를 만든다. 화려한 기교는 없다. 단순한 동그란 형태지만 어떤 요리를 담아도 잘 어울리는 특유의 분위기가있다. 투명하게 빛을 투과시키는 모습이 영락없는 유리임에도 전수빈 작가의 작품에선 유리가 아닌 듯한 텍스처도 느껴진다. 빛을 받아 생기는 그림자는 작품의 색에 따라 초록색이 되기도하고, 주황색이 되기도 한다. 넓고 납작한 샬레 플레이트부터 작고 오목한 볼과 머들러까지 모두 곁에 두고 자주 사용하기 좋다. “유리라는 물성이 갖고 있는 가능성은 무궁무진해요. 다루는 사람의 조형성과 기술이 그대로 드러나는 솔직한 소재죠. 그래서 유리 공예에 더 매력을 느끼는 것 같아요. ” 전수빈 작가가 만드는 테이블웨어는 수많은 색과 크기의 판유리인 소다라임 글라스를 재단한 후 가마에서 여러 번 소성하는  과정을 반복해 탄생한다. 번거롭고 손이 많이 가지만 최적의 형태와 색감을 찾기 위해서다. “소비자의 만족도가 가장 중요해요. 작품은 곧 ‘상품’이기도 하니까요. 핸드메이드 제품이지만 공산품과 같은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주고 싶어요. ”전수빈 작가는 원하는 작품이 완성되어도 바로 출시하진 않는다. 오랫동안 직접 사용해보며 작은 디테일까지 꼼꼼하게 확인해야만 비로소 ‘상품’의 자격을 부여한다. 전수빈 작가는 처음부터 유리 공예의 길을 걸은 건 아니었다. 대학교에서 금속 공예를 전공하고, 졸업 후에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했다. 금속 공예도, 인테리어도 재미있었지만 마음한 편에는 유리라는 소재가 늘 자리했다. 결국 4년간의 직장 생활을 끝으로 유리 공예를 배우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아파트에 거주하잖아요. 아파트라는 공간은 어떤 가구와 소품으로 연출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많이 다르거든요. 공간의 완성은 취향이에요. 그래서 구조나 설계보다는 공간 분위기를 아름답게 완성할 아이템을 만들기로 결심했 죠.” 여러 디자인 분야를 섭렵했으니 유리라는 물성을 더 잘 이해할 자신도 생겼다. 유리의 세계에 입문하기까지 돌고 돌아온 만큼 작품 활동에 박차를 가했다. 그 결과, 전수빈 작가는 길지 않은 활동 기간에도 많은 성과를 이루었다. 2018년에는 뉴욕 코닝유리박물관의‘뉴글라스 나우New Glass Now’ 공모전에 제출한 작품을 전시했다. 전 세계 작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순간이었다. 이 공모전에서 얻은 성취감과 자신감은 ‘ 내것’ 을 시작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유리 공예로 다양한 오브제와 테이블웨어를 선보이는 브랜드 ‘클리어 무드Clear mood’를 론칭하고 다양한 아티스트와 함께 협동 플랫폼 ‘제로룸’을 운영하며 전수빈 작가의 작품 세계는 더 넓어졌다. 자연스레 협업도 늘었다. 특히 작년 노소담 대표의 주얼리 브랜드 ‘1064스튜디오’와 협업한 귀고리는 대중에게 큰 반응을 얻었다. “새로운 것을 마주하는 순간은 늘 즐거워요. 같은 주제로 작업해도 작가와 브랜드마다 다른 해석을 갖고 있거든요. 서로 다른 아이디어를 모으니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 같아요.” 공예가와 예술가, 그리고 브랜드 대표라는 타이틀을 두고 매일같이 고민했지만 정답은 없다. 스스로도 본인을 ‘대중이 공예품을 더 쉽게 만날 수 있도록 소개하고 싶은 사람’이라 칭한다. 테이블웨어, 문진, 액세서리 등 다양한 카테고리를 지나고 지금도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는 전수빈 작가. 유리처럼 맑게 모든 것을 투영하는 그의 앞으로가 더 궁금하다.

광진구에 위치한 작업실. 스케치부터 가마 작업까지 모두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유리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잘 보여주는 작품들

전수빈 작가는 일상에서 보여지는 구상적인 형태에서 영감을 얻는다.

edit 김지현 ——— photograph 박다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