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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의 변화를 이끌어 온 오드투스윗 김재원 대표

2020년 8월 5일 — 0

오늘의 성수동은 동네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입에 오르는 곳이다. 원래는 1960년대 인쇄 공장, 봉제 공장, 물류 창고, 자동차 정비소 등 각종 제조 공장이 들어서며 기능한 준공업단지였다. 그런데 1990년대 침체기를 겪고 퇴락한 줄로 만 알았던 이곳에서 5년 사이, 여느 동네 부럽지 않은 활기가 넘친다. 성수동이 개성과 맛, 젊음과 트렌드가 뒤섞이면서 더 큰 가능성을 품을 수 있었던 데는 그 매력을 일찌감치 눈여겨본 한 사람의 출발이 있었다. 2014년 자그마치로 시작해 2016년 오르에르, 2020년 오드투 스윗까지 성수동의 변화를 이끌어온 김재원 대표를 만났다.

Q. 성수동 변화의 포문을 연 주인공으로, 성수동은 어떤 점이 가장 매력적인가요?
A. 2호선이 지나다니는 길이 서울에서도 가장 중심이 되는 지역이라고 생각하는데, 성수동에는 성수역이 있어요. 강남, 분당을 가기에도 지리적으로 위치가 정말 좋죠. 물론 가장 큰 매력은 공업 지역이라는 거예요. 청담동에서는 볼 수 없는 특징으로 색다른 풍경을 가지고 있어요. 다양한 공장이 혼재돼 있지만 단순히 삭막한 느낌만 있는 것도 아니고요. 특히 연무장길은 수제화 거리이다 보니 예쁘게 차려입은 디자이너들이 수시로 오가고, 또 수입차 정비소가 많아서 지게차와 고급 스포츠카가 같이 다녀요. 서울에서 가장 이색적인 모습이 아닐까 싶은데, 그런 다양성이 한 데 뒤섞여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느꼈어요.

Q. 자그마치를 성수동에 열겠다고 결심한 건 단순히 멋져서만은 아니겠죠?
A. 매력적인 동네지만, 성수동에는 디자인적인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곳이 없었어요. 친구들을 만나거나 전시를 보러 가거나 문화생활을 하려면 성수동 밖으로 나가야 했죠. 그래서 강연을 듣든 전시를 관람하든 그런걸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 자그마치를 기획하게 됐어요. 돈을 벌어보겠다는 게 아니고요. 다만 전시 공간으로 열었는데 전시가 없을 때는 어떻게 하지? 이런 생각은 들더라고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매개로 커피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카페의 기능을 넣은 거예요.

Q. 공간을 유지하려면 비즈니스적인 생각도 해야 하잖아요.
A. 돈을 벌겠다고 시작한 건 아니었지만 성수동은 공업 지역이다 보니 자그마치를 기획할 시기부터 지식산업센터라는 아파트형 공장들이 들어설 계획이 세워진 상태였어요. 지식산업센터가 문을 열고 입주가 완료되면 출퇴근으로 유동인구가 많이 생길 테고, 그럼 더 많은 분들이 고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판단은 했죠.

Q. 고려했던 부분 중 성수동이 가지는 F&B 의 특색은 없었을까요?
A. 음식에 있어 특정 동네가 가지는 특색은 따로 없는거 같아요. 특히 서울은 더 그렇죠. 한국적인 특색이라면 또 모를까요. 무교동이 낙지로 50년간 유명했어도, 그건 단지 낙지볶음이 안주
로 사랑받았기 때문인데 무교동 자체는 낙지와 아무 상관 없잖아요. 과거에서 현재로 시간이 흐르며 오늘날엔 어떤 동네가 음식과 관련해 하나의 특색을 갖기 더 어려워졌죠. 사람들 취향이 그만큼 다양하니까요. 새롭게 뜨는 동네는 대부분 구도심에 있어요. 성수동, 익선동, 망원동, 을지로처럼 요.

Q.뜨는 동네의 조건이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A. 편하다고 해서 매력인 게 아니 고, 깨끗하다고 해서 매력인 것도 아니잖아요. 누군가 그 동네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성 을 발견하고, 그 고유성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공간이 생기고, 그런 공간들이 유기적으 로 연결되기 시작할 때 매력적인 동네가 탄생하는 거 같아요. 강남, 서초 일대는 고유 성 자체가 부족해요. 단순히 새로운 공간, 예쁜 공간은 너무 많고 사람들도 긴 시간 경험해오면서 식상함을 느껴요. 동네의 특성, 곧 이야기와 역사가 담긴 공간 콘텐츠들이 구도심에서 많이 탄생할 수밖에 없죠. 어떤게 불편해도, 새 건물이 아니어도 콘텐츠가 좋으면 사람들은 알아봐요. 오르에르만 봐도 주차도 안 되고, 연무장길 자체가 인도랑 차도랑 구분이 없어서 위험해요. 그런데 사람들은 그런 것들을 매력이라고 생각하죠.

Q. 문래동은 성수동과 비교되면서 많이 언급됐어요. 그런데 성수동만 여전해요.
A. 잡지나 신문에서 성수동과 문래동을 많이 비교했지요. 그런데 성수동만 살아남았다? 그 이유를 들라면 이슈를 선도할 매력적인 플레이어들이 문래동에는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2014년 성수동에는 정말 갈 곳이 없었어요. 심지어 저희가 성수동에서 가볼 만한 곳을 지도로 만든 유인물을 배포할 정도였죠. 그러다 2016년 대림창고가 오르에르랑 이틀 차이로 오픈했고, 몇 개월 뒤에 어니언도 오픈하면서 성수동의 붐이 시작됐어요. 어니언도 대림창고도 성수동의 매력을 잘 살린 공간과 콘텐츠를 갖추고 있어 사람들을 끌어당길 매력이 충분했죠. 공간들이 서로 시너지를 내기 시작하면서 성수동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었고, 서울숲 쪽으로도 확장됐어요. 하지만 문래동에는 그런 이슈를 만들 공간이 부족했죠.

Q. 개성 있는 공간들이 성수동에 많이 생겼어요. 어떤 곳은 살아남아 손님을 받지만 어떤 곳은 벌써 문을 닫았죠.
A. 저희가 새로 생긴 어떤 공간을 보며 우스갯소리로“1년 못 갈 거 같은데?” 이런 얘기를 하곤 했는데 정말 1년 후에 없어진 경우가 많아요. 내부적인 문제로 없어진 경우도 있고요. 어딜 가든 그렇잖아요. 꼭 성수동이 아니어도요. 요즘 F&B 공간은 인테리어만 예쁘게 하고 음식을 제공하면 끝이 아닌 거 같아요. 최고의 맛이어서 이곳을 찾지 않으면 안 될 이유가 있으면 또 모를까. 그런데 그
런 곳이 있긴 할까요? 특히 카페는 어디든 너무 많아서 새로운 콘텐츠를 계속 불어넣지 않으면 생명력이 줄어들어요. 공간이 가진 특성이 곧 사람들이 그 공간을 찾는 이유인데, 커피 하나만으론 부족해요. 공간에서 사진도 찍으면서 주변 사람들과 경험을공유하고 싶은 시대니까요.

Q. 브랜드에서 신제품을 새로 출시하는 것처럼요?
A. F&B 매장만 놓고 봤을 때 새로운 메뉴도 중요하지만 메뉴 하나만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요즘에는 오픈한 지 6개월이 넘으면 가야 할 이유가 없다고까지 말하잖아요. 오르에르도 오픈한 지 햇수로 4년째인데, 그렇게 생각하면 와야 할 이유가 없어요.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찾아주시는 건 계속해서 새로운 콘텐츠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죠. 저희는 한 번 왔던 분들도 다시 찾을 수 있게 공간의 변화를 위한 콘텐츠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어요.

Q. 이제는 어떤 공간이든 새로운 콘텐츠를 꾸준히 접목시킬 감각과 노력이 필수적이겠네요.
A. 예를 들어 바리스타 출신이고 카페를 혼자 운영해요. 디자인적으로 매력적인 공간을 풀어낼 자신이 없어도 요즘은 얼마든지 협업할 수 있잖아요. 한쪽에 굿즈를 만들어서 판매할 수도 있고요. 과거와 비교해 상업 공간의 패러다임 자체가 달라졌어요. 요즘 사람들은 커피만 맛있다고 가지 않고, 공간만 예쁘다고 가지 않는 거같아요. 복합적으로 다양한 매력을 기대하다 보니 어떤 경험을 풍부하게 제공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졌죠.

Q. 아직 성수동에는 프랜차이즈 매장이 적은 것 같아요. 이제 진격이 시작될까요?
A. 프랜차이즈 매장이 슬슬 들어오고 있어요. 스타벅스 현수막이 자그마치 바로 옆에 붙었을 때 ‘어떡해?’, ‘괜찮아?’ 이런 문자를 진짜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프랜차이즈 매장과 개인이 만든 공간을 가는 소비층은 다른 거 같아요. 세계 최대의 커피 프랜차이즈인 스타벅스가 들어왔으면 자그마치가 망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거든요. 프랜차이즈가 많아도 안 가는 사람들이 있어요. 스타벅스를 가는 사람들은 스타벅스가 좋아서 가는 거고. 개인 공간이나 숍을 가는 사람은 그런 곳이 좋아서 가는 거예요. 서로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며 어느 쪽이 더 좋아서 가는 게 아닌 거죠. 성수동에까지 와서 굳이 스타벅스를 찾아가는 분은 많지 않을 거예요.

Q.한때 가장 뜨거웠던 가로수길에 활력이 없어요. 애플스토어가 들어서며 반전을 꿈꿨지만 미진하죠.
A. 도산공원과 달리 가로수길은 회생이 될까 싶어요. 좋은 공간의 역할이 중요한데 애플스토어에만 사람이 많죠. 규모가 있는 공간이 생기고, 애플스토어와 함께 시너지를 내면 가로수길에도 희망이 있을 거로 생각했어요. 그래서 가로골목이라는 공간이 생긴다고 했을 때 기대가 컸는데 크게 매력적이진 않더라고요. 가로골목이 좋은 콘텐츠를 제시했으면 또 다른 무언가가, 과거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새로운 무언가가 가로수길로 아이디어들을 끌어당길 수 있었을 텐데 조금 아쉬워요.

Q.성수동은 젠트리피케이션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A. 젠트리피케이션을 피할 수 있는 동네는 없을 거예요. 세계적인 문제니까요. 하지만 부정적으로만 생각할 것도 아닌 거 같아요. 어떤 동네든 새로운 사람들이 모이면 기존에 계시던 분들은 그들 때문에 문제라고 생각하세요. 변화 없이 현상을 유지하고 싶고, 사람 많은 것도 싫고 귀찮아하시죠. 하지만 새로운 장소가 탄생하고 유입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건 더 큰 기회가 찾아왔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어요. 트렌드에 맞춰서 갑자기 엄청 세련된 장소로 변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조금의 변화라도 가져가다 보면 기회를 같이 누릴 수 있지 않을까요? 오르에르 앞에 저녁 장사만 하는 한산한 가게가 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많이 오니까 리모델링을 했죠. 물론 여전히 촌스럽긴 하지만.(웃음) 도배도 새로 했고요. 사장님이 원래 계산도 장부에 적어서 하셨는데 포스기기도 들여놓으셨어요. 최소한의 노력을 지속하다 보면 젠트리피케이션이 찾아오는 속도를 늦출 순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Q. 사실 성수동은 아직도 가능성이 꿈틀대요. 여전히 사람들이 많이 찾죠.
A. 성수동이라는 동네가 가진 특성이 지속됐으면 좋겠어요. 과거 기반이 되었던 산업이 계속 존재했으면 좋겠다는 뜻은 아니지만, 준공업단지라는 특성을 기반으로 남아 있는 큰건물들이 다른 동네보다 많거든요. 한남동에서는 300평이 넘는 공간을 임대할 수 없지만 성수동에선 가능하죠. 그런 규모를 활용한 공간들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Q. 동네가 발전함에 있어 큰 공간이 가지는 이점이 큰가요?
A. 런던에서 낙후된 지역이었던 킹스크로스 지역이 활기를 띤 것도 디자인 대학인 센트럴 세인트 마틴이 이전해 오면서부터였는데, 옮긴 자리가 바로 공장이었어요. 공간이 크다는 건 더 많은 사
람뿐만 아니라 더 많은 아이디어를 품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해요.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대림창고나 어니언이 성수동에 생명력을 부여했던 것처럼, 그런 공간들이 더 많이 생기고 더 많은 콘텐츠를 제안했으면 하는 거죠. 공연장도 얼마든지 생길 수 있는데, 서울에 공연장이 생길 수 있을 만한 규모의 건물이 드물어요. 이제 곧 디뮤지엄이 생긴다는 얘기가 있으니까 그런 공간들이 앞선 사례처럼 다시 또 시너지를 낼 수 있죠.

Q. 디뮤지엄까지 들어오면 성수동은 더 바빠지겠어요.
A. 성수동이 꽤 넓어요. 서울숲 쪽, 연무장길 쪽, 성수역 쪽, 또 어니언 쪽이 각각 동네 안의 동네를 구성하고 있어요. 디뮤지엄은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인 아크로서울포레스트에 들어설 예정이라고 하는데, 당연히 상가는 나인원 한남처럼 잘 꾸며놓겠죠? 작년부터 젠틀몬스터 사옥도 올라가고 있는데 그 주변 상권도 커질 거예요. 이렇게 동네에는 트렌드를 선도할 수있는 플레이어들의 역할이 중요해요. 운이 좋게도 성수동에는 플레이어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어서 젠트리피케이션에서 당분간은 자유롭지 않을까 싶어요. 갤러리아 포레나 트리마제와 같은 최고급 아파트가 있어 소비가 활발하다는 점도 있고요.

edit 곽봉석 ——— photograph 류현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