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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셈보시의 밀리우

2020년 7월 27일 — 0

M I L I E U

폴 셈보시의 밀리우
제주의 가장 신선한 식재료로 연출하는 프렌치 파인다이닝의 무대. 밀리우가 아니면 쉽게 경험할 수 없다.

다들 말한다. 해외여행을 떠날 수 없는 코로나19 시대 에 그나마 제주도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비행기를 타고 떠날 수 있는 바다 건너 아름다운 섬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는 요즘이다. 그 아름다운 섬의 남쪽, 평화로운 표선 해변에 자리한 밀리우는 프렌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다. 서울에도 훌륭한 프렌치 레스토랑은 많지만, 이곳은 제주에서 나는 가장 신선한 식재료를 사용해 요리한다는 점에서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함이 있다. 밀리우의 폴 셈보시Paul Semboshi 총괄셰프는 원재료의 맛을 최대한 살려내는데 집중한다. 그만큼 고급 식재료를 사용한다는 자부심이 높다. “사실 제주산 해산물이 많이 비싸거든요. 제주에 있는 식당들도 알고 보면 제주산을 쓰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밀리우에선 전복, 옥돔, 고등어 등 100% 제주산 재료를 쓰고 있지요.” 특히 옥돔은 밀리우에서 약 7km 거리의 옥돔마을에 경매가 열릴 때 셰프가 직접 가서 구해오는 것이다. 보통은 전날 잡은 생선을 이튿날 새벽에 경매하지만, 옥돔 마을은 당일 새벽에 잡은 생선을 같은 날 낮 12시에 경매한다. 덕분에 당일 새벽에 잡은 옥돔을 그날 저녁에 요리할 수 있다. “아마도 밀리우가 한국에서 가장 신선한 옥돔 요리를 맛볼 수 있는 프렌치 레스토랑 아닐까요.(웃음)” 전복 요리에는 해녀가 잡은 자연산 전복만 사용한다. 제주에서 해녀의 전복으로 만든 프렌치 요리를 맛보기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지만, 밀리우에선 가능하다.

밀리우의 오픈 키친. 셰프들이 분주하게 요리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옥돔 요리를 플레이팅 중이다.

‘밀리우Milieu’는 프랑스어로 ‘한가운데’라는 뜻이다. 여느 레스토랑처럼 독립된 공간이 아닌, 사방이 탁 트인 공간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다. 키 큰 나무와 초록 식물들이 싱그러움을 뿜어내고 높은 천장에선 햇빛이 쏟아져 내려 실내지만 자연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대나무를 엮어 만든 5개 코쿤이 띄엄띄엄 자리해, 프라이빗한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점도 특별하다. 폴셈보시 셰프는 이러한 밀리우의 공간을 하나의 무대로 여긴다. 셰프와 손님들이 함께 이 무대 위의 주인공이 되어 아름다운 장면을 완성한다는 마음으로 밀리우를 운영 하고 있다.
밀리우의 메뉴는 5코스로 구성됐다. 앙트레인 ‘도미 카르파초’는 얇게 저민 도미살에 특유의 고소한 향이 나는 바스마티 쌀크림을 곁들이고 바질 오일을 가미한다. 여기에 식용 꽃과 허브, 채소를 올려 아삭한 식감과 화려한 색감을 더한다. 두 번째 코스로는 제주산 ‘아스파라거스 뇨끼’와 ‘고등어’가 있다. 3월부터 9월까지 제 철인 제주산 아스파라거스를 버터로 코팅하듯 굽고 감자 뇨끼를 곁들인 메뉴다. 고등어는 숯으로 겉만 살짝 구워불 향을 입히고, 제주산 파와 제주 말차 거품을 곁들여 풍미를 끌어올린다. 세 번째 코스인 ‘옥돔’은 뜨거운 기름을 껍질 위에 끼얹는 방식으로 익힌다. 제철 열무를 데쳐 가니시로 올리고 블랙 올리브와 말린 토마토 등을 다져 컨디먼트로 낸다. 네 번째 코스는 고기 요리다. 한우나 양고기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망고, 딸기, 바질 등 제철 과일과 허브로 만든 밀푀유를 끝으로 화려한 제주식 프렌치 코스가 마무리된다.

밀리우의 테이블 세팅.
오픈 키친의 조리도구.
조리 중인 폴 셈보시 셰프와 김중한 셰프.
아스파라거스 뇨끼를 플레이팅하고 있다.

파리의 셰프, 제주의 셰프가 되다
폴 셈보시 총괄셰프가 밀리우에 합류한 건 약 2년 전인 2018년이다. 그전까지는 프랑스 파리의 유명 호텔과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에서 10년 넘게 요리를 해왔다. 프랑스에서 요리하던 일본 태생의 셰프가 제주도까지 오게 된 계기는 뭘까.
그는 25세에 요리 공부를 시작한 늦깎이였다. 대학 시절 떠난 프랑스 어학 연수 때 처음 요리사의 꿈을 갖게 됐다. 늦은 만큼 남들보다 두 세배 노력하며 파리 르 코르동 블루를 수료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파리의 수많은 호텔에 이력서를 넣었지만 면접 기회조차 얻기 힘들었다. 모두 낙방한 후 마지막으로 본 ‘호텔 리츠 파리Ritz Paris’ 면접에서도 반응이 좋지 않았다. 요리사로 취업하지 못하면 일본으로 돌아가야 할 상황이었다. “호텔 리츠에 다시 전화를 걸어 무슨일이든 다 할테니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사정했어요. 세 번의 테스트를 거쳐 겨우 합격할 수 있었죠. 제 요리 인생에서 가장 큰 터닝 포인트였어요.” 리츠 파리는 프랑스에서 손꼽히는 럭셔리 호텔로, 폴 셈보시 셰프가 일하던 당시 ‘프랑스 최고의 요리 명장’ 을 칭하는 모프MOF(Meilleur Ouvrier de France)가 세명이나 있던 곳이다. 각국 대통령과 국왕, 셀럽들이 단골로 찾아왔고, 샤넬 본사가 호텔 바로 앞에 있어서 디자이너 칼라거펠트가 거의 매일 감바스와 시저 샐러드를 먹으러 왔었다고.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는 기회였지만 고생도 많았다.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과 언어가 유창하지 못해 겪는 차별까지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며 견뎌낸 시간이었다.

대나무로 만든 코쿤 안에 아늑하게 자리한 테이블. 밀리우에는 이런 테이블이 5개 있다.
도미 카르파초를 만드는 모습. 바스마티 쌀 크림으로 특유의 향을 더한다.
밀리우는 프랑스어로 ‘한가운데’라는 뜻이다.

2007년 리츠 파리를 시작으로 ‘르 브리스톨 파리 호텔 Le Bristol Paris Hotel’의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인 ‘에피큐어Epicure’와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114 포 부르Faubourg’, 그리고 파리 포시즌스 호텔의 ‘르상크 Le Cinq’와 ‘르 조르주Le Georges’ 등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미쉐린 레스토랑들을 거치며 2017년까지 화려한 요리 경력을 쌓았다. 그리고 2018년 제주 해비치 호텔의 밀리우 총괄셰프가 된 것이다. “제가 한국인과 결혼했기 때문에 언젠가는 한국에서 꼭 요리해보고 싶다는 꿈이 있었어요. 특히 제주도는 2013년 가족과 휴가로 처음 와보고 첫눈에 반 한 곳이었죠. 신선하고 맛있는 제주도의 식재료로 프렌치 요리를 한다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물 만난 고기. 동료들은 폴 셈보시 셰프를 그렇게 표현한다. 제주의 식재료를 적극적으로 탐닉하며 화려한 프렌치 요리를 펼치는 모습이 너무나 즐거워 보인다고 입을 모은다.

폴 셈보시 셰프는 제주의 식재료엔 제주의 바다, 흙, 돌, 햇볕, 바람 같은 자연 요소들이 그대로 담겨 있다고 말한다. 깨끗한 바다가 바로 옆에 있어 신선한 해산물을 바로 받아볼 수 있는데다, 비옥한 화산토 덕에 당근, 양파, 무, 감자 등 맛과 향이 짙은 채소를 얻을 수 있어 매일매일이 행복하다는 폴 셈보시 셰프. 그의 애정과 열정이 듬뿍 담긴 ‘제주식 프렌치 요리’를 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해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chef’s inspiration

폴 셈보시 셰프에게 영감을 주는 것 8가지

요리책
거장 셰프들의 요리책을 보면서 한국 로컬 재료를 어떻게 정통 프렌치 요리로 표현해낼 수 있을지 연구하곤 한다.

치즈와바게트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바게트, 향긋한 치즈를 아주 좋아한다. 치즈와 바게트처럼 심플하지만 먹는 순간 행복해지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다

신선한 식재료
제주에서 나는 제철 로컬 식재료를 좋아한다. 바다와 밭이 바로 옆에 있어 신선하고 맛있는 식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다.

지중해
따뜻한 햇볕과 푸른 바다가 있는지중해를 사랑한다. 지금 제주에 살고 있는 것도 그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다. 자연의 풍경 속에서 음식에 대한 영감을 많이 얻고있다.

식기
아름다운 식기를 보면 거기에 어울리는 음식을 만들고 싶어진다. 장 루이 코케Jean Louis Coquet, 베르나르도Bernardaud, 존 드 크롬Jaune de Chrome의 식기를 가장 좋아한다.

파리
파리는 폴 셈보시 셰프가 처음으로 요리를 시작한 도시이자, 젊은 시절을 보낸 곳이다. 새로운 요리를 만들 때면 항상 파리에서의 기억을 떠올린다.

성당
파리 시절부터 성당에 다니기 시작해 지금도 매주 일요일엔 성당을 찾는다. 생각과 행동을 돌아보고, 새롭게 시작할 힘을 얻는 곳이다.

재래시장
재래시장에서 채소, 생선, 고기 등의 재료를 구경하고 맛보고 사는 것을 좋아한다. 프랑스에 있을 땐 파리 15구 샤를 미셸 마르셰나 12구 알리그로  마르셰에 자주 다녔다. 제주에서는 오일장이나 올레시장을 자주 찾고 있다.

must check point

해비치호텔 밀리우에서 꼭 경험해야 하는 5가지

바다
표선은 제주에서도 외딴곳에 위치해 있어 찾아오기가 쉽지 않지만, 한번 와보면 고요하고 평화로운 풍경에 반할 수밖에 없다. 표선 해변 바로 앞에 자리한 밀리우에서는 외국의 시골 마을로 휴양 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오픈키친
주문을 받자마자 분주히 움직이며 요리하는 셰프들의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는 오픈키친. 마치 라이브 쿠킹쇼를 보는 듯한 재미가 있다.

코쿤
매일 3시간씩 공들여 가꾸는 보타닉 정원에 둘러싸인 5개의 코쿤. 프라이빗한 식사를 할 수 있다. 코쿤 안에 앉아 있으면 숲의 향기가 느껴진다.

수비니어 박스
식사를 마친 손님들에게 쿠키, 카눌레 등의 작은 디저트를 담은 박스를 선물한다. 밀리우에서 보낸 시간이 더 특별하게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매일 준비하고 있다.

따뜻한 서비스
밀리우에는 오픈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서비스를 담당하는 지배인이 있다. 손님이 최대한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따뜻하고 섬세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MENU

1 ——— 마늘, 버터 향을 풍부하게 입혀 수비드 방식으로 저온 조리한 랍스터와 시금치와 버섯을 넣은 라비올리. 코스 메뉴에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예약 시 요청하면 맛볼 수 있다.
2 ——— 도미 카르파초. 인도산 바스마티 쌀 크림을 사용해 특유의 고소한 향이 매력적이다.
3 ——— 옥돔구이. 당일 새벽에 잡은 신선한 옥돔을 껍질에 뜨거운 기름을 끼얹는 방식으로 익힌다.
4 ——— 아스파라거스 뇨끼. 제주산 아스파라거스를 버터로 코팅하듯 굽고 감자 뇨끼를 함께 올린다.

해비치호텔 밀리우
5코스 프렌치 파인다이닝 디너 16만원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면 민속해안로 537
매일 오후 6~10시(월요일 휴무)
064-780-8328

edit 고서령
photograph 양성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