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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우는 웃길 생각이 없다

2020년 7월 17일 — 0

‘개그맨이야?’ 최근 송진우가 방송에서 보여준 웃긴 모습에 자연스레 떠올리는 질문이다. 하지만 송진우는 개그맨이 아니다. 누군가를 웃기고 싶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방송과 라디오에 부쩍 웃긴 사람 하나가 등장했다. 배 우 장혁이 TJ라는 예명으로 2000년 활동 당시 불렀던 ‘Hey Girl’을 똑같이 재현하고, 배우 이병헌이 일본 팬 미팅 때 췄던 춤과 표정을 따라 하는 모습에 웃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KBS 성우 목소리 와 <순풍산부인과> 선우용여의 목소리를 흉내 내기도 하며 어떤 프로그램에서든 큰 웃음을 자아낸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기도 한. 개그맨은 아니지만 웃긴 사람. 배 우 송진우다. 다만 송진우는 웃긴 사람이지만 웃기려고 웃기는 건 아니다.

오로나민C처럼 뻥뻥
음료 광고가 얼마나 재밌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 자양강 장제 오로나민C의 올해 모델로 송진우가 선택됐다. 그 럴 만도 하다. 오로나민C 브랜드 매니저의 말처럼 송진 우는 언제, 어떤 프로그램에서 어떤 게스트와 함께 출 연해도 늘 발랄하고 상쾌한 모습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 다. 이미 공개된 두 편의 TV CF 영상은 폭소 그 자체. 제품 포스터를 보는 순간 곧바로 미소 짓게 된다. 장성 규가 진행하는 MBC FM4U <굿모닝FM>과 <두 시의 데이트 뮤지, 안영미입니다> 등 고정 게스트로 출연하 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도 청취자들에게 자양강장제 같은 활기찬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송진우는 어떤 사람일까? 얼마 전 SBS <런닝맨>에서 뜻밖의 사실이 밝혀졌다. 송진우와 배우 이광수가 같은 학교, 같은 학번의 연극영화과 출신이라는 사실. 삼촌 인 배우 이동준이 힘들었던 모습에 걱정이 많았던 어머 니의 반대로 예술고등학교를 진학하진 못했다. 그 대신 송진우는 가출까지 하며 대학만큼은 연극영화과에 입 학했다. 학창 시절 신승훈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하고 아 이스크림 ‘쌍쌍바’ CF에 출연했던 주변 친구들을 보며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기 때문이다. “나도 저 런 걸 해보면 어떨까? 성대모사 하는 거 좋아하고 춤추 는 거 좋아하고, 무언가를 표현하는 걸 좋아했어요.” 의아하다. 송진우는 지금껏 화면을 통해 보여주는 모 습과 다르게 다른 사람을 웃기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 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누구를 웃기고 싶다, 이런 욕심 은 없어요. 개인적으로 개그를 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뭘 하든 진지하게 했고, 춤을 춰도 최선 을 다했어요. 장혁 선배님이랑 이병헌 선배님의 경우에 도 마찬가지예요. 어릴 적부터 두 분을 워낙 좋아해서 닮고 싶었거든요. 표정이나 개인기를 수도 없이 따라 했 죠. 단지 그것뿐이지 사람들을 웃기기 위해 연습한 건 아닙니다.(하하)” 그런 탓에 처음에는 사람들이 ‘개그맨이에요? 배우예 요?’라고 물어오는 질문이 왠지 싫었다. 분명 방송에도 연기자라고 소개되고, 프로필에도 배우라고 쓰여 있는 데 단지 웃긴다는 사실 때문에 개그맨으로 착각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에는 그러려니 한다. “최근 예능을 많이 하게 됐잖아요. 이미지 자체도 재밌 는 사람이 됐고요. 그런데 나쁘지 않더라고요. 배우라 는 직업을 갖고 싶어서 연기를 시작했지만 연기만 하려 고 태어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인생을 살 려고 태어난 거잖아요. 웃긴 사람이든 연기를 하는 사 람이든 직업이 무슨 상관이겠어요. 나와 내 가족이 즐 거우면 된 거 아닌가요?”

난타와 야끼소바의 연결고리
졸업 후 뮤지컬 <오! 마이 캡틴!!>을 시작으로 연기 활 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후 송진우는 우연한 계기 로 독립영화를 찍었고 처음 서보는 카메라 앞에서 뭔지 모를 희열을 느꼈다. 무대와는 또 확연히 다른 영상 연 기의 매력. 표현도 달라야 했고 앵글도 바꿔서 여러 번 찍어야 해 낯설었지만 낯섦, 그 자체가 재밌었다. 앞으 로 드라마나 영화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물론 인생은 원하는 방향으로만 흘러가진 않는다. 독립영화를 하던 중 뮤지컬 <난타>에서 제안이 왔다. 고민됐다. 독립영화로만 먹고살기엔 녹록지 않다는 걸 알았기에 먼저 내민 손을 뿌리치기도 힘들었다.
배우 류승룡이 맡았던 ‘섹시가이’ 역할로 4년간 <난타> 무대에 섰다. <난타>는 송진우의 인생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가장 좋아하는 식당을 물었을 때 ‘야끼소바 니주마루’를 얘기한 것도 <난타>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송리단길에 위치한 야끼소바 니주마루는 송진우와 함께 <난타> 무대에 섰던 오태혁 배우가 운영하는 가게다. 오태혁 배우는 송진우와 마찬가지로 섹시가이 역할을 맡았는데, 6년간의 <난타> 활동을 접고 일본 식당에서 처음부터 다시 경력을 쌓았다. 정식으로 야끼소바를 배웠고, 한국으로 돌아와 차린 가게가 바로 야끼소바 니주마루다. 그래서 송진우는 이곳을 내 집 드나들듯 드나든다.
“아내가 처가에 가 있을 땐 집이 가까워서 매일 와요. 집에서 혼자 할 게 없거든요.(웃음) 수다도 떨고 밥도 먹고 일도 도와줘요. 형수가 가게에 매일 나와 있는데 사실 힘들잖아요. 형수더러 쉬라고 하고 제가 주방에서 일을 도울 때도 많아요.” 송진우는 야끼소바 니주마루를 누구보다 잘 알 수밖에 없었다. “일반적으로 야끼소바는 간장 베이스의 데리야키 소스를 사용하는데, 여기는 소금으로 맛을 낸 야끼소바도 있어요. 소금 베이스의 야끼소바는 일본에서도 드문 방식이라 지금껏 먹어보지 못한 맛을 경험하실 수 있을 거예요. 일본의 유명가게에서 배워온 비법을 한국에서 유일하게 접할 수 있는 곳이죠.(웃음)”
송진우는 한국에서는 소금으로 맛을 낸 야끼소바가 인기가 좋다며 알바생 말투로 더 맛있게 먹는 방법까지 알려줬다. “여기는 기본적으로 면이 두꺼워요. 여성분 들은 하나를 다 못 드시는 분도 계시는데 양이 많은 남성분이라면 면을 추가하면 좋아요. 그리고 오징어새우와 비엔나를 토핑으로 올려보세요. 취향에 맞춰서 올리면 되니까 원하시지 않으면 안 올리셔도 되고요. 기본으로 달걀 프라이와 대패 삼겹살이 들어가기 때문에 양이 부족하진 않을 거예요. 음식이 나오면 겨자 마요네즈와 초생강을 곁들여 드셔보세요. 극대화된 맛을 즐기실 수 있을 거예요.”
사실 <난타>로 시작된 인연은 야끼소바 니주마루만이 아니다. 송진우의 아내 미나미도 <난타>를 통해 처음 만났다. 일본에 <난타> 공연을 하러 갔다가 소개 아닌 소개로 처음 인연이 시작됐다. “공연을 보여주면서친해졌고 그러다 연애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만난 지 3개월 만에 아내가 한국으로 오더라고요. 적극적이었죠.(웃음) 결혼 얘기도 아내가 먼저 꺼냈고 제가 프러포즈했어요.” 그러나 송진우는 일본어를 할 줄 몰랐고 아내 미나미는 한국어를 할 줄 몰랐다. 보디랭귀지만으로 사랑을 키웠던 셈인데, 다행인 건 두 사람의 개그 코드가 누구보다 잘 맞았다는 점이다.

나 혼자, 아니 셋이 산다
송진우는 MBC <나 혼자 산다>에 배우 이시언의 친구로 출연하면서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시언과의 인연은 4년간의 <난타> 공연을 끝으로 시작됐다. 이홍기, 이하늬와 함께 이시언이 주연을 맡은 SBS 드라마 <모던파머> 대역 리딩 현장에서 만나 친분을 쌓기 시작했다. “드라마 대본 리딩에서 여러 캐릭터의 대역 리딩을 해주러 갔다가 시언이 형을 처음 알게 됐어요. 형도 제가 궁금했는지 먼저 연락처를 물어보시더라고요. 방송으로만 보면 무명 생활이 길었는데 지금의 송진우가 있을 수 있었던 건 다 인복 때문인 거 같아요. 세윤이 형도 그렇고요.”
인스타그램에서 개그맨 유세윤의 계정을 팔로우하던 사람이라면 송진우를 모를 수 없다. 딱 100만원으로 바이럴 광고를 만들어준다는 ‘광고백’ 회사를 차린 대표답게, 유세윤은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도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였다. 그중 많은 콘텐츠를 송진우와 함께 만들었다. 특히 호텔 수영장에서 점프하다 넘어진 송진우의 모습은 한동안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며 많은 웃음을 자아냈다. “세윤이 형이랑 콘텐츠 여행을 가서 수영장엘 갔어요. 우리끼리 뭐라도 해보자며 영상을 찍었는데, 물에서 나오다가 미끄러져서 넘어졌거든요.(웃음) 많은 분들이 그 순간을 캡처한 사진을 보고선 좋아해주시더라고요.”
광고백으로 시작된 유세윤과 송진우의 우정은 소속사 대표와 연기자로도 이어지고 있다. 유세윤은 광고백의 사명을 ‘쿠드비’로 변경했고, 쿠드비는 전문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아니지만 유일한 소속 연기자로 송진우와 함께하고 있다. “평상시 세윤이 형이 의외로 말수가 적어요. 대신 콘텐츠에 대해 얘기할 때는 달라지죠. 저와 아이디어에 있어 ‘티키타카’가 잘된다고 해야 할까요? 저희 가족도 바라는 것 없이 잘 챙겨주세요. 사실 쿠드비가 전문 소속사는 아니어서 고민도 했지만 세윤이 형과의 의리를 저버릴 수 없겠더라고요.”
빠르지 않은 나이에 본격적으로 방송 생활을 시작했다. 욕심이 더 많이 생겼을 것도 같았다. 재밌는 캐릭터는 어느 방송에서든 사랑받을 수 있으니까. 송진우는 최근 오로나민C 광고 모델로 방송계에서 주가도 꽤 높아졌다. 본격적으로 물이 들어왔다. 그런데 송진우는 노를 젓고 싶지는 않다고 말한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면 좋죠. 그런데 저는 그러고 싶지는 않아요. 일이 들어온 다고 닥치는 대로 하면 돈은 더 많이 벌겠지만, 맞지 않은 일을 할 때 발생하는 스트레스가 크더라고요. 성공이나 이런 데 욕심은 딱히 없고 저와 아내와 딸, 셋이서 즐길 수 있는 정도면 좋은 거 같아요.” 웃긴데 웃기려는 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 인기가 높아졌지만 더 높아질 필요는 없다고 말하는 사람. 배우지만 이제는 방송인이어도 상관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 송진우는 즐겁고 재밌으며 유쾌한 하루를 보낼 수만 있으면 족하다. 아내, 그리고 딸과 함께.

야끼소바 니주마루
오랜 시간 뮤지컬 <난타>에서 ‘섹시가이’ 역할을 맡아온 오태혁 배우가 송리단길에 문을 연 야끼소바 전문점이다. 일본 전통 방식 그대로 직접 면을 뽑고, 소금으로 맛을 낸 야끼소바와 간장 소스로 맛을 낸 야끼소바 2가지만을 전문으로 한다. 식사로든 술안주로든 만족스럽다. 바로 된 테이블만 있어 일본 현지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진다.

야끼소바 소스·야끼소바 시오(소금) 9000원씩, <토핑> 비엔나·오징어새우 1500원씩, 토핑 계란·치즈 1000원씩
서울시 송파구 백제고분로41길 21
화~일요일 오전 11시 30분~오후 9시 30분(브레이크 타임오후 3~5시), 매주 월요일과 셋째 주 화요일 휴무
070-7819-0012

edit 곽봉석 ——— photograph 류현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