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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오일장의 매력

2020년 7월 13일 — 0

Jeju Farmer’s Market toTable

제주로 일상의 터전을 옮긴 김유림 푸드스타일리스트와 함께 제주오일장의 매력을 탐구했다.

제주로 여행을 떠난 셰프들의 SNS 피드에 빠지지 않고 올라오는 것이 있다. 제주오일장을 향한 찬사다. 신선하고 특별한 식재료가 얼마나 많은지, 인심은 또 얼마나 좋은지, 어떤 맛있는 것들을 맛봤는지, 자랑들을 늘어놓는데 궁금해서 참을 수가 있어야지. 그 매력을 피부로 직접 경험해보고 싶었다. 1년 6개월 전부터 제주에 살고 있는 김유림 푸드스타일리스트에게 전화를 걸어 오일장에 같이 가달라고 청했다. 그와 함께라면 처음 가는 오일장도 고수처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하늘은 파랗고 햇볕은 뜨겁고 (언제나처럼) 바람이 많이 불던 날, 서귀포 향토오일장을 찾았다. 4와 9로 끝 나는 날마다(매월 4·9·14·19·24·29일) 서는 장이다. 이곳 말고도 제주에선 제주시 민속오일장(매 2·7일), 세화오일장(매 5·0일), 중문오일장(매 3·8일), 대정오일장(매 1·6일) 등 지역별로 날짜를 달리하며 장이 선다. 매일같이 제주 어딘가에선 이렇게 활기 넘치는 시장이 열리고 있다는 얘기다.

여름은 제주 햇마늘이 제철이다.
서귀포오일장에서 마늘을 구입 중인 김유림 푸드스타일리스트.
오일장 내 ‘영진상회’에선 자리젓, 명란젓 등 온갖 종류의 젓갈을 살 수 있다. 맛있게 먹는 법을 물어보면 친절하게 알려준다.
제주 톳은 육지 톳보다 길이가 2배 정도로 길고 크기도 크다.

브로콜리, 감자, 미나리, 아욱 등 직접 재배한 채소를 판매하는 ‘삼무농산’.
‘승태상회’는 장이 서는 날마다 직접 키운 토마토를 가져와 판다. 갓 딴 것들이라 무척 신선하다.

시장 안, 마늘을 파는 할머니 앞에서 만난 김유림 푸드스타일리스트는 ‘서울 사람’의 껍질을 한 꺼풀 벗은 듯 말간 얼굴을 하고 있었다. “삼춘! 이 마농 어떻게 팔아요?” 그가 마늘을 파는 할머니께 ‘삼춘’이라고 부르기에 잘못 들은 줄 알았는데 계속 “삼춘~삼춘~”한다. 물어 보니 제주에선 성별, 촌수 불문하고 마을 어른들을 삼춘(삼촌)이라고 부른단다. 참 정다운 방언이다. 마농은 제주에서 ‘마늘’을 부르는 말이다. 제주 방언도 자연스럽게 쓰는 모습을 보니 그새 제주 사람이 다 된 듯했다. “지금부터 여름까지 제주 햇마늘이 제철이거든요. 제가 이것저것 먹어보고 실험도 해보니 제주 마늘은 육지 마늘보다 더 단단하고 알싸한 향과 단맛이 좋더라고요. 소금과 굵은 후추를 살짝 뿌려서 오븐에 구워 먹으면 진짜 맛있어요.” 제주 마늘이 맛있는 이유는 제주의 화산 회토에 있다. 화산회토는 화산재와 부석, 화산분출물로 이뤄진 토양이다. 공기가 잘 통하고 물이 잘 빠지기 때문에 뿌리채소가 무르지 않고 단단하며 맛과 향이 깊다. 해풍에 말려 더 오래 보관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김유림 푸드스타일리스트는 구운 마늘과 명란을 섞어 스프레드로 만들어 먹기를 즐겨 한다. 온갖 종류의 젓갈을 파는 친절한 가게에서 저염 명란을 만원어치 샀더니 봉투가 묵직하다. 톳도 조금 사기로 했다. 연세가 70은 족히 넘어 보이는 할머니께서 “나 해녀! 어제 바다 들어가서 따왔어!”라고 하신다. 제주 톳은 육지 톳보다 길이가 2배 정도 길고 크기가 커서 식감이 더 오독오독 하고 쫄깃하다. 5000원 어치만 달라고 했는데 바구니에 한 가득, 이걸 언제 다 먹나 싶을 정도로 많다.“ 오일장 물가가 일반 상설 시장보다 훨씬 저렴해요. 해녀와 농부들이 채취하고 농사지은 것들을 직접 오일장에 가져와서 팔거든요. 신선한 건 말할 것도 없고요.” 말하자면 제주오일장은 가장 신선한 식재료를 가장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제주 파머스 마켓Farmer’s Market’인 셈이다. 오일장에서 산 식재료들을 바리바리 싣고 한경면 금등리에 있는 ‘달링하버 제주’에 도착했다. 달링하버 제주는 김유림 푸드스타일리스트가 제주살이를 위해 오랜 시간 공들여 마련한 장소다. 평소엔 카페로 운영하고, 소규모 쿠킹 클래스와 독서 모임·수공예 워크 숍 등 커뮤니티 이벤트도 진행한다.

명란젓을 손질 중인 김유림 푸드스타일리스트.
두부는 물기를 꼭 짜내는 것이 중요하다.
검은색 톳을 삶으면 색깔이 초록색으로 변한다.
오븐에 구운 마늘을 곱게 으깨는 중이다.
맛있는 참기름 한 스푼을 넣으면 풍미가 살아난다.

서울에서 각종 드라마와 매거진, 광고의 요리와 푸드 스타일링을 하며 정신없이 바쁘게 살았던 그가 제주에 내려온 건 그렇게 사람들과 정을 나누며 소통하는 시간과 여유를 갖고 싶어서였다. 육지 사람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깊숙하고 조용한 마을에 자리를 잡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저희 앞집에는 여섯 살부터 일흔이 넘도록 한 집에 살고 계시는 할아버지도 있어요. 제주 분들이 텃세가 심하다는 얘기가 있어서 걱정했는데 막상 오니 그렇지 않더라고요. 제가 요리하는 걸 알고 옥수수·감자·양파 등을 한 아름씩 갖다주시기도 해요.”

한경면 금등리의 조용한 마을에 자리한 ‘달링하버 제주’.

오일장에서 사온 마늘과 명란, 톳으로 그가 평소 즐겨 먹는 음식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구운 마늘 명란 스프레드와 톳두부무침이다. 구운 마늘 명란 스프레드는 한 번 만들어두면 열흘 동안은 냉장고에 보관하면서 먹을 수 있어 자주 만들어 먹는다고. 명란 스프레드와 톳두부무침을 함께 밥에 올린 다음 쓱싹쓱싹 잘 비벼서 한 입 크게 넣으니, 구운 마늘의 고소한 풍미가 입 안 가득 퍼지고 오독오독한 톳의 식감이 먹는 재미를 더해줬다. “매일 이렇게 먹어도 질리지 않아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에요!” 제주에서 하루하루 작은 행복을 발견하며 살아가고 있는 김유림 푸드스타일리스트. 그의 행복한 에너지가 듬뿍 담긴 제주의 식사를 경험한 고마운 시간이었다.

구운 마늘 명란 스프레드

재료
구운 마늘 130g, 명란 30g, 올리브 오일 1큰술, 파르메산 가루 1작은술, 참기름 1⁄2작은술, 청주 1⁄4작은술, 굵은 검은 후추 약간
만드는 법
1 ——— 마늘은 껍질을 벗기고 깨끗이 씻어 올리브 오일과 검은 후추를 뿌려 200°C의 오븐에 10분 굽는다(팬에 오일을 두르고 마늘이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구워도 된다).
2 ——— 명란은 껍질을 벗겨 속만 긁어내고 볼에 담아둔다.
3 ——— 구운 마늘을 식힌 뒤 칼의 옆면으로 눌러 살짝 으깬 다음 다져 2에 넣는다.
4 ——— 3에 나머지 재료를 모두 넣어 잘 버무린다.

톳두부무침

재료
으깬 두부 120g, 톳 80g, 참기름 1작은술, 소금 1⁄2작은술, 다진 쪽파 약간(토핑용)
만드는 법
1 ——— 톳은 깨끗이 씻어 끓는 물에 초록색이 될 때까지 삶은 후 건진다. 식혀서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2 ——— 두부는 흐르는 물에 씻어 면포에 싸서 물기를 꼭 짜준다.
3 ——— 톳과 두부에 소금과 참기름을 넣어 잘 버무린다.
* ——— 밥에 명란 스프레드 2큰술과 톳두부무침 적당량을 올리고 구운 마늘과 쪽파, 참기름을 약간 더해 잘 비벼 먹는다.

edit 고서령
photograph 양성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