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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운 도예

2020년 6월 4일 — 0

일상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작품을 만드는 권은영 도예작가를 만났다.

우리 집에 두고 싶다. 이 화병엔 새하얀 수국을 꽂고, 이 잔엔 연한 드립 커피를 내려 마시고, 저 접시엔 잘 익은 금귤을 담아 먹고 싶다. 권은영 도예작가의 작품을 보면 이런 생각들이 떠오른다. 장식처럼 두고 보아도 예쁘지만 사용할 때 더 예쁜 작품.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작품. 권작가는 그런 도예 작품들을 만들고 있다. “공예는 실생활에 잘 어우러질 때 그 가치가 더 살아난다고 생각해요. 실용성에 무게를 두고 작업하고 있지만 너무 식기 쪽으로 치우치지도 않고 조형쪽으로 치우치지도 않게 균형을 맞추려고 해요.”

밝은 미소가 아름다운 권은영 도예작가.

지금 권 작가는 서울 청담동의 조은숙갤러리에서 화병, 접시, 컵, 그릇, 합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뉴욕의 한식 파인다이닝 ‘아토믹스Atomix’와 <미쉐린 가이드 서울> 1스타를 받은 ‘묘미’, 한우 오마카세로 유명한 ‘모퉁이우 라이프’ 등 레스토랑의 식기를 제작하는 컬래버 작업을 하기도 했다. 셰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음식에 가장 잘 어울리는 그릇을 만드는 일이 무척 재미있었다고. 권 작가는 자신의 작품들이 누군가의 식탁에서, 거실에서, 사무실에서 사용되는 것을 볼 때 가장 뿌듯하다고 말한다.

화병 작품들.

이태원동에 위치한 작업실. 그의 모든 작품이 탄생하는 공간이다.
작가의 시그니처 장식이 돋보인다.

권은영 작가 작품의 시그니처인 뾰족뾰족한 장식은 식물의 가시에서 처음 영감을 받았다. 2013년 대학 졸업 작품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우연히 본 식물을 보고 시작한 작업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가시처럼 작은 것들을 하나하나 만들고 결합해서 하나의 군을 이루는 작업에 재미를 느꼈다고. 처음엔 지금보다 훨씬 뾰족하고 강한 형태였지만 작업을 반복하면서 둥글고 부드러운 형태로 자리를 잡았다. 식물의 가시라고 하니까 그렇게 보이는데 시선에 따라 하늘의 별 같기도, 바닷 속의 멍게 같기도 하다. 금색, 은색을 띠는 건 실제 수금과 백금을 발라 구웠기 때문이다. 900°C에서 초벌, 1250°C에서 재벌해 작업을 마무리하는데, 금을 바르면 약 800°C에서 삼벌까지 한다.

잔, 화병, 접시, 볼, 합 등 다양한 종류의 작품을 작업한다.

요즘 권작가는 자연스러운 색감을 내는 작업에 몰두 하고 있다. “한 가지로 딱 떨어지는 색보다 물감이 흐르듯 어우러지는 색을 좋아해요.” 결정유약을 사용해 색을 입히면 가마 안에서 자연스럽게 꽃이 피듯 결정이 생기는데, 수많은 테스트를 통해 어떤 부분에 결정이 피어날지를 예측하고 작업으로 옮기는 데 재미를 느끼는 중이다. 앞으로도 일상생활 속에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스며드는 도예 작업을 계속 해나가고 싶다는 권은영 작가. 더 많은 공간에서 더 자주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dit 고서령 – photograph 류현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