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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리틀 포레스트

2020년 6월 4일 — 0

자연과 가까울수록 병은 멀어지고, 자연과 멀수록 병은 가까워진다. 철학자 괴테가 한 말이다. 식물페인터 김지아 작가의 작품은 가까이 두고 싶게 한다.

작은 작업실, 책상 위에 패브릭 한 조각과 채집한 식물들이 놓여 있다. 리넨소재패브릭에는식물의무늬가아직색이채마르지않은채드러 나 있다. 식물페인터 김지아는 채집한 식물을 물감으로 채색해 패브릭 위에찍어그리는일을하는작가다.그녀는미혼일때화려한도시생 활을 꿈꿨지만, 결혼 후 아이를 키우면서부터 자연에 마음이 갔다고 한 다. 작가는 자연에서 최소한의 것만 얻어 작품으로 만든다. 의상 전공자 답게 면과 리넨 등 다양한 종류의 패브릭과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컬러 를 활용한다. 작가의 작품을 보는 것만으로 눈이 편안해지고 마음은 고 요해진다. 식물에는 문외한이지만 왠지 익숙한 친근함이 느껴졌다. “식물원이나여행등여러방법이있지만,제작업의원천은바로뒷산 입니다. 매일 산책을 하다 보면 하루하루 변하는 자연의 모습을 느낄 수있어요.어제는보지못했던꽃이피어있거나,나뭇잎들의색이변 하는 모습을 보면 많은 영감을 받을 수 있죠.”

식물페인터 김지아 작가.

작가는 특히 강아지풀, 냉이풀, 꽃다지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 지만, 그만큼 지나치기도 쉬운 식물에 관심을 기울인다. 사실 ‘잡초’는 이름이 아닌 사람이 만든 개념이고 모든 풀은 이름을 가지고 있다. “내 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 수의 시 ‘꽃’의 한 구절처럼 무심코 지나친 풀들이 저마다 제 이름으로 불리길 바라는 것이 작가의 마음이다. 그래서일까. 작가는 식물이 가 진 고유의 무늬와 선, 잎맥을 형태 그대로 찍어 그린다. 작가 자신이 본 그대로 사람들에게 전달한다.

채집한 식물에 채색을 하여 패브릭에 찍어 그린다.
보자기로 활용한 작가의 작품.

채집한 식물을 가지고 작업을 하면 당연히 계절의 영향을 받을 터. 작 가는 계절에 따라 식물이 가진 고유의 색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사계 절을 표현한다. 그런데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여백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여백이 주는 의미는 비워내는 것이에요. 욕심 없는 자 연처럼 사람들에게 휴식을 선물하고 싶었어요.” 작가가 주는 찰나의 휴 식은 나만의 숲 같았다. 사계절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듯했다. 살랑살 랑 바람 소리도 함께 들렸다. 도시에선 잊고 지내던 것들이다. 일상에 서 잊고 있던 자연의 아름다움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이 감사했다. 바다를 보며 자라고, 겨울에 꽃을 피우는 낭만적인 동백나무를 닮고 싶다는 작가는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샐러드와 같은 채식을 좋 아하지만 강제적인 실천보다는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자연의 아름다 움을 알려주고 올바른 삶의 가치관을 심어주면서 함께 조금씩 조금씩 실천해나가고 있다고 한다.

“저도 어른이 되어서야 자연을 경이롭게 여기게 되면서 식물들이 제 마 음을 채웠죠.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 중 하나로 자연 을 가깝게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자연은 그 자체 로 예술이니까요.” 그러한 작가의 모습조차도 자연스러웠다. 그리고 자 연스러운 것이 가장 아름답다. 문득 나에게 궁금해졌다. 나는 자연스 러운 사람인가.

edit 김기석 

photograph 양성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