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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ing

지방 음식의 재발견 전주 비빔밥

2015년 5월 14일 — 0

우리의 음식문화 DNA를 보존, 발전시키기 위해 <올리브 매거진 코리아>에서는 ‘올리브 100인 미식 클럽’을 만들었다. 한국 미식문화의 자산인 지방의 특색 있는 음식과 음식점들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지방 음식을 재조명하는 기사를 연재한다. 그 첫 시작을 위해 한복진 교수와 함께 전주로 향했다.

글: 김옥철 / 사진: 현관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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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밥은 완성된 재료들의 배합과 소스에 따라, 서로의 컨버전스를 통해 다채로운 맛이 창조되는 음식이다. 만일 12가지 재료가 준비되어 있다면 이론적으로 4095가지의 비빔밥을 만들 수 있다.

창의적이고 인터랙티브한 예술품, 비빔밥
비빔밥은 탄수화물,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 식물성 지방 등 5대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으면서 칼로리는 낮아 한 끼 식사에 최적인 음식으로 세계적인 건강 트렌드에 걸맞게 채소도 듬뿍 들어있는 웰빙 음식이다. 더구나 한국인의 품성과 한국의 지역성까지 생생하게 담겨 있는 음식문화이고, 다양한 재료를 섞고 비비는 것은 한국 미학의 원형이면서 21세기에 필요한 융합과 통섭을 통합하는 창조적 문화 자산이다.

비빔밥의 유래는 다양하다. 조선시대 때 임금의 몽진(蒙塵)길에 음식이 부족해 몇 가지 나물을 비벼서 수라상에 올렸다, 농번기에 들에서 일하는 농부들이 간편하게 먹었던 들밥이다, 제사를 지낸 후 음식들을 한 데 섞어서 먹었다는 등 여러 갈래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유래가 다양하다는 것은 그만큼 광범위하게 먹은 음식이라는 반증일 수 있다. 어떻든 오늘날 우리가 먹고 있는 비빔밥은 한국 사회가 경험한 전쟁과 가난했던 시절 값싸게 재빨리 준비하고 빨리 먹을 수 있으면서 영양학적으 로도 나무랄 데 없는, 요즘 표현으로 가성비가 뛰어난 국민 식단이었음에 틀림없다. 요즘도 바쁜 직장인이나 서민 계층이 분식집이나 식당에서 점심 한 끼로 손쉽게 먹는 음식이지만, 비빔밥은 전 세계 어떤 음식에서도 유사성을 찾기 어려울 만큼 독창적이다. 비빔밥에 들어가는 각종 나물과 고명들은 각각 나름대로 조리된 완성품들이 다시 섞여 새로운 조화와 맛을 창출하는데 이런 음식은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예를 들어 일본의 솥밥이나 스페인의 파에야도 여러 재료를 한꺼번에 넣어 조리하기 때문에 일견 비슷해 보이지만 완성된 음식에서 맛의 새로운 조합과 변형은 불가능하다. 조리가 끝나면 오직 한 가지 맛으로만 존재한다. 이에 반해 우리의 비빔밥은 조리가 끝난 재료들을 새롭게 조합하는 형식이라 완성된 재료들의 배합과 소스에 따라, 서로의 컨버전스를 통해 다채로운 맛이 새롭게 창조되는 음식이다. 만일 12가지 재료가 준비되어 있다면 이론적으로 4095가지의 비빔밥을 만들 수 있다. 비빔밥은 지구상의 음식 중 가장 다채로운 맛을 개인들이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창의적이고 인터랙티브한 음식이다.

세계적으로 젊은이들에게 케이팝을 통한 한국 문화의 전파가 이루어 지고 있지만, 한류의 궁극적인 완성은 음식이며 케이푸드(K Food)가 세계인들에게 사랑받을 때 우리의 실생활이 담긴 진정한 문화 완성품이 될 것이다. 세심하게 변화시킬 여지가 무궁무진한 비빔밥, 조화를 이루되 개성이 살아 있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세계 음식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 한복진(전주대학교 교수)

최고의 전주비빔밥을 맛볼 수 있는 곳
전주는 예부터 우리나라 미식의 수도였다. 지리적으로 들과 산, 강과 바다 모두 가까워 각종 식재료와 물산이 풍부한 호남의 중심지이며, 경제적으로 부유한 양반이 많이 살았던 터라 맛을 즐기는 고급 음식의 수요 계층이 두꺼웠다. 이를 기반으로 전주에는 다양한 음식이 발전했고, 미각 수준 또한 높아 전주비빔밥은 우리나라의 근대 외식문화가 시작된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평양냉면, 개성탕반과 함께 대표적인 지역 명물로 자리 잡았다.

다른 지역의 값싼 비빔밥과 달리 전주비빔밥은 인근의 질 좋은 식자재들-콩나물, 황포묵, 쇠고기육회와 각종 사철 나물 등-과 사골 육수로 밥을 지어 최고의 맛을 내 고급 음식으로 인정받으며 전국을 제패한 비빔밥의 황제가 되었다. ‘가족회관’, ’고궁’, ‘성미당’, ‘한국관’ 등 전주비빔밥으로 유명한 집들이 생기면서 타 지역에서 특별한 음식을 맛보기위해 찾아와 먹는 전주만의 특별한 향토 음식이 되었고, 전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표적인 이미지가 바로 전주비빔밥이다.

전주비빔밥은 항공사의 기내식으로 보급되어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데, 미국의 톱스타 기네스 펠트로는 TV 프로그램에서 비빔밥을 ‘최고의 다이어트식’이라며 찬사를 보냈으며, 마이클 잭슨 또한 한국을 방문했을 때 “비빔밥이 가장 맛있다”고 얘기한 바 있다. 이처럼 전주비빔밥은 맛과 영양뿐 아니라 아름답고 건강한 음식, ‘예술품과 같은 꽃밥’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세계인들이 즐기는 음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전주음식 명인 1호 김년임 명인과 가족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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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년임 명인이 1979년 창업한 ‘가족회관’은 음식점 이름부터 남다르다. 영어식 표현에 익숙한 요즘 세대의 관점에서 보면 다소 촌스러울 수 있겠으나 음식점 운영에 대한 창업자의 생각을 담고 있다. 우리 문화는 함께 밥을 먹는 가족을 식구(食口)라고 표현하는데, 음식점 이름을 가족 회관으로 정한 것은 찾아오는 고객들을 한솥밥을 먹는 식구, 가족으로 여기겠다는 철학에서 출발한다.

1세대 음식 평론가로 30년 이상 하루에 다섯 끼를 먹으며 우리나라 방방곡곡을 다니면서 식당과 음식을 평가해온 전문가는 “주인이 자리를 비운 식당 열에 아홉은 엉터리”라고 말한다. 올해 77세인 김년임 비빔밥 명인은 음식점을 연 이래 37년 동안 주방을 비운 적이 없고, 매일 아침 5시 30분에 가장 먼저 주방에 들어가 물을 끓이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 일찍 들어오는 최고의 식자재를 일일이 점검하는 일부터 비빔밥 준비, 반찬 조리, 그 외 요리를 전담하는 세 곳의 주방을 살피면서 한 바가지의 욕과 함께 세심한 손길로 모든 음식 준비를 총지휘 감독한다. 사장겸 총 주방장인 그의 거칠고 굵은 손마디는 유명 발레리나의 발을 연상케 한다. 사골 육수로 밥을 짓고 철마다 30가지가 넘는 재료와 계절 채소, 황포묵과 육회가 올라가는 이곳의 비빔밥은 명인의 거칠지만 따뜻한 손길로 완성된다.

그는 “어쩌다 찾아오는 한 사람의 손님을 위해 몇 년을 준비한다”고 했다. 명인은 제철 음식뿐 아니라 30가지가 넘는 각종 젓갈과 저장식품들을 항상 준비한다. 몇 년씩 묵은 고들빼기와 저장식품이 항상 큰 냉장고에 가득해야 하고, 매년 새롭게 마련해야 직성이 풀린다. “전주에는 비빔밥으로 유명한 식당이 여러 곳 있다. 하지만 창업자가 아직도 주방을 지키는 곳은 여기뿐이다. 명인은 평생 동안 원근에서 어쩌다 찾아오는 한 사람의 손님에게 최고의 비빔밥을 대접하기 위해 매일을 완벽하게 준비한다. 김년임 명인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와 20년 지기인 한복진 교수의 말이다.

올리브 100인 미식 클럽 / 한복진 교수는…
중요무형문화재 제38호 「조선왕조궁중음식」 기능 보유자였던 고 황혜성 교수의 딸이다. 어머니의 뒤를 이은 세 자매 중 첫째는 한복려 궁중음식연구원장, 둘째는 한복선 미식 작가이자 요리연구가, 셋째가 한복진 교수다.
궁중음식 문헌과 옛 음식 책 연구에 매진해 20여 권의 저서와 논문을 발표했다. 일본조리사학교에서 조리과 교수로 시작, 1988년 국내 최초로 전통조리과 교수로 부임한 이후 2000년부터 전주대학교 한식조리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전주에 살면서 지역의 음식문화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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