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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는 항해 중

2020년 6월 4일 — 0

난리다. 참여하는 방송마다 조회 수 100만을 우습게 넘긴다. 김민아는 유튜브에서 가장 핫한 스타이자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고정으로 출연하는 ‘Loud G’ <왜냐맨>과 ‘스튜디오 룰루랄라’ <주가 빛나는 밤에>, ‘대한민국 정부’ <왓더빽> 이외에도 재활 정보와 운동 방법 등을 소개하는 ‘피지컬 갤러리’, ‘딩고 스토리’, ‘BMW 도이치 모터스’, ‘KT’ 등 유튜브에서 김민아가 안 나오는 채널이 없을 정도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그래서인지 발열 증상 때문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는 사실이, 음성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이 기사화돼 보도될 정도로 인기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알다시피 김민아의 ‘본캐(본래 캐릭터)’는 유튜버가 아니다. 매일 아침 단정한 옷차림에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낭랑한 발음으로 출근을 앞둔 직장인들에게 날씨를 전한다. 그런데 유튜브에서는 전혀 다르다. 기상캐스터라는 직업이 ‘부캐(부가 캐릭터)’라고 느껴질 만큼 유튜브에 최적화된 모습이다. 후줄근한 모습으로 대뜸 “존나게 춥습니다”라고 인사를 하거나 각종 섹드립을 던지는 건 물론 망가질 수 있는 분장도 서슴지 않는다. ‘돌아이’ 기질을 가감 없이 발산하는 그 모습을 사람들이 어떻게 볼지는 모르지만 그 모습이 지금의 김민아를 고개 들게 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한식 주점답게 진로 소주병을 꽃병으로 활용한 한남북엇국의 재치가 돋보인다.
김민아는 북엇국을 좋아한다. 촬영을 위해 마시는 흉내를 내달라고 했더니 벌컥 들이마실 정도로.
메뉴와 가격이 또박또박 적힌 흰 종이는 메뉴판이자 한남북엇국을 상징하는 인테리어 요소이기도 하다.

본격적인 항해를 시작하다

김민아가 대중에게 모습을 드러낸 건 2016년 1월이다. JTBC의 아침 뉴스에서 날씨 소식을 전하는 기상캐스터로 카메라 앞에 섰다. 기상캐스터로서의 방송 일이 첫 번째 사회생활은 아니었다. 사회로의 첫발을 내디딘 건 좋은 직업으로 손꼽히는 항공사 승무원이었다. 승무원이 되기 전에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교사를 꿈꾸던 평범한 교대 학생이었다. 교대는 고등학교 자퇴 후 검정고시로 들어갔다. 그런 탓에 김민아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오늘의 인기가 낯설기만 하다. 방송 일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스스로 유명인이 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저는 승무원이란 직업을 한 번 겪었다가 그만뒀기 때문에 제 선택에서 실패를 경험한 셈이잖아요. 그래서 직업에 대한 환상이 없었어요. 그저 빨리 직장을 구해서 돈을 벌어야겠다고만 생각했죠.”

원래는 아나운서가 되고 싶었다. 방송사에서 보도를 담당할 수 있는 자리라면 모든 문을 두드렸다. 문턱은 높았지만 JTBC의 기상캐스터 자리를 꿰찼다. 그런데 하필이면 프리랜서라는 비정규직. 불안함이 컸지만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아나운서 장성규라는 소중한 인연을 만날 수 있었다. “처음 6~7개월은 날씨 소식만 전했어요. 그러다 성규 선배의 추천으로 리포터 일을 시작했고 차근차근 활동 범위를 넓힐 수 있었죠.” 비정규직이라는 생존의 걸림돌이 장성규를 만나고부터 조금씩 깎여나갔다. 김민아에겐 일 욕심이 더욱 불타올랐다. 심지어 방송 일을 하면서 학원에서 강사로도 일했다. 작은 행사도 거절하는 법이 없었다. “많은 분이 제가 이제야 바쁘다고 생각하시는데, 그동안 안 보이는 곳에서 꾸준히 바빴어요.(웃음)”

지난해 봄부터는 LCK(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경기 이후 선수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e-스포츠 인터뷰어로도 활동을 시작했다. 무엇보다 유튜브 방송인 <왜냐맨> 시즌 3에 출연하며 본격적인 예능감을 뽐냈다. 날씨를 소개하던 김민아에게선 전혀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이미지 변화는 성공적이었다. 김민아라는 이름 옆에 따라붙는 별명이 이를 증명했다. ‘코리안 코커’, ‘롤나봉쓰’, ‘네네누나’, ‘검스누나’, ‘롤누나’ 등 댓글마다 별명이 무궁무진 줄을 이었다. 별명이 많아졌다는 건 주가 또한 높아졌다는걸 의미한다.

김민아의 주가는 롤(Lol, 리그 오브 레전드) 팬들의 힘을 입고 본격적인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회당 최저 조회 수 300만, 최대 조회 수 1000만에 달하는 자타 공인 인기 유튜브 채널, 장성규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워크맨> 합류를 확정 지었다. “출연을 제안받았을 때 부담이 되긴 했어요. 그렇다고 피하는 성격은 아니거든요. 프리랜서의 숙명상 불러주는 곳이 있는데 거절할 수도 없고요.(웃음)”

먹는 시간만이 유일한 행복

처음 출연한 <워크맨> ‘찜질방 알바’ 편은 현재 조회 수 940만을 돌파했다. 뜬금없이 뛰어다니고 난데없이 노래를 부르며 팬에게 뽀뽀를 해준다고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김민아의 매력은 빛을 발했다. ‘성규 형 없네, 괜찮을까?’라며 내심 걱정을 비쳤던 <워크맨> 팬들의 반응은 이내 ‘성규 형, 괜찮을까?’로 바뀌었다. 저력이 입증되면서 김민아는 말 그대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인터뷰를 위해 김민아를 만난 것도 겨우 짬을 낸 금요일 오후였다. 촬영을 위해 좋아하는 식당을 물었더니 김민아는 단번에 한남북엇국을 얘기했다. “한남동에서 찐하게 한잔 즐길 수 있는 곳이 한남북엇국 외에는 잘 없더라고요. 제가 한식을 진짜 좋아하거든요. 친구들과 동네에서 한잔할 때면 한남북엇국에 와요. 북엇국하고 육전, 닭볶음탕을 시키죠.”

한남북엇국은 한남오거리에 위치한 한식 주점이다. 한남동에서 술 한잔 걸치고 싶은 이들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터줏대감 같은 장소. 북엇국이 메인 메뉴지만 각종 전과 다양한 술안주는 어떤 걸 선택해도 실패하지 않을 만큼 맛있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2000년대 중반 같은 자리에서 5개 남짓한 테이블로 시작해 이제는 3개 층, 건물 하나를 통째로 쓰고 있다. 지점도 3개나 된다. 지금과 같이 바쁜 일상은 본인이 자처한 일이지만 일에만 매달렸던 지난 1년의 시간에는 그래서 아쉬움이 더 크다. 한식을 좋아하는 김민아에게 한남북엇국은 가까이 있으면서도 닿을 수 없는 노스탤지어 같은 장소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김민아는 촬영 전부터 육전을 냉큼 입에 넣었다. “육전 정말 맛있다.(웃음) 술안주로 먹어야 진짜 맛있는데. 술을 못 마신 지도 한참 됐거든요. 집에서 종종 시켜 먹긴 하는데 친구들과 함께 먹을 때의 맛이 안 나더라고요.”

원래 김민아에게 음식은 죽지 않게 해주는 존재에 불과했다. 배가 고프면 먹어야 하는, 안 먹으면 배가 고픈. 하지만 삶이 팍팍해지며 먹는다는 것의 의미가 달라졌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음식을 먹는 시간이 몸의 에너지까지 채우는 시간이더라고요. 온전히 내 몸의 감각에 집중할 수 있으니까요. 음식을 먹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물론 바쁜 탓에 요리할 시간도 기운도 없어 김민아는 늘 음식을 시켜 먹지만, 어떤 걸 먹을지 고민하고 주문 버튼을 누른 뒤 음식이 도착할 시간을 기다리는 일이 더없이 행복하다. 요즘은 촬영 중 시간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먹을 곳을 찾는다. “30분이라도 시간이 비면 분식집에 가거나 편의점에 가요. 좀 더 여유가 있으면 혼자서라도 레스토랑에 가고요.”

한남북엇국은 코키지 프리. 마시고 싶은 술은 얼마든 들고 와서 마셔도 좋다.
한남북엇국은 총 3개 층. 주말에는 3층까지 손님이 가득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대기는 필수 아닌 필수.

그저 흐르는 대로

인기가 높아지면 부정적인 시각도 따르기 마련이다. 기상캐스터로서 매일 아침 정확한 날씨 정보를 보도하는 김민아가 유튜브에서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사실이 누군가의 마음에는 들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콘셉트가 아니냐는 둥, 착한 척을 한다는 둥. 요즘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어떤 게 진짜 모습이에요?’라는 질문이다. “사실 말도 안 되는 질문이죠. 누구든 사람한테는 여러 모습이 있잖아요. 가족, 친구, 연인, 할머니, 직장 상사, 동네 아저씨한테 모두 같은 사람일 수 없어요. 저 역시 상황에 맞춰 바뀌는 거고요.(웃음)” 누군가 자신을 정의해버리는 일 때문에 김민아는 최근 행복지수가 많이 떨어졌다. 평소 가장 자신 있는 게 뭐냐는 질문을 받으면 ‘행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대답해왔다. 요즘은 아니다.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면서 살았는데 이제 과거가 돼버렸다. “마지막으로 행복했던 건 <왜냐맨> 시작하고 3개월 정도 지났을 때일 거예요. 사람들이 막 좋아해주기 시작할 땐 정말 행복했는데 요즘은 신경 쓸 일이 많네요.”

발랄하고 활기차기만 할 것 같은 김민아도 사람들의 부정적인 반응에는 동요할 수밖에 없다. 단단해지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악플을 보며 마음에 상처를 받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누나 예뻐요’라는 댓글을 보거나 ‘미쳤다’는 반응을 볼 때, 무엇보다 차곡차곡 쌓이는 통장의 잔고를 확인할 때만큼은 행복감을 느낀다. 김민아는 최근 가수 김희철과 함께 ‘KBS Joy’ 채널에서 방영되는 <이십세기 힛-트쏭>의 진행을 맡았다. 인기의 바로미터인 MBC <라디오 스타>에도 출연했다. 공중파 입성의 본격적인 신호탄을 날렸다. 슬슬 욕심을 내는 걸까? “기회가 찾아오면 거절하진 않겠지만, 공중파에 대한 욕심은 딱히 없어요. 대중적인 부분이 많이 부족해서 아직은 부담이 덜한 유튜브가 좋아요.”

성공에는 관심이 없다. 김민아는 그저 일을 오래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먹고살 만큼만 벌 수 있으면 바랄 게 없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지금은 오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도 생겼다. “더 높이 올라가면 좋겠죠. 하지만 지금의 모습만 꾸준히 보여줘도 끊이지 않고 방송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재미없는 얘긴데, 행복하게 살고 싶거든요. 목표를 세워봤자 실망만 커져요.” 얼마 전 기사가 났다. ‘김민아, SM C&C와 전속계약 체결.’ 이제 차도 생기고 매니저도 생겼다. 더는 만족감을 느끼기 위해 소화할 수 없을 만큼 빼곡히 일정을 채우지 않아도, 더는 피곤해서 모텔을 대실해 쪽잠을 자지 않아도 된다. 김민아는 행복하기 위해 주체적으로 살되, 순리대로 흘러가고자 한다. 욕심이라면 한 달 정도 늘어지게 쉬어보고 싶을 뿐이다.

한남북엇국
술꾼들을 위한 한남동의 한식 주점. ‘북엇국’이란 이름만 보고 착각하면 오산이다. 아침에는 전날 마신 술로 쓰린 속을 해장하기 위해 찾는 곳이기도 하지만, 저녁에는 북엇국으로 해장한 속을 다시 술로 채우기 위해 방문하는 곳이다.
– 북엇국 7000원, 소고기육전 2만5000원, 묵은지돼지찜 3만5000원
– 서울시 용산구 독서당로 65-7
– 월~토요일 오전 6시~오전 2시(브레이크 타임 오후 3시~4시 30분), 일요일 오전 8시~오후 9시
– 02-2297-1988

edit 곽봉석 — photograph 양성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