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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을 시도하는 디자이너 양태오

2020년 6월 4일 — 0


공간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를 넘어 전반적인 우리 삶의 방식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디자인에 녹여낸 디자이너 양태오. 누구보다 자신의 취향을 잘 알고 있는 그가 전하는 디자인과 음식에 대한 이야기.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보는 세상은 일반인들과는 확실히 다른 듯 싶다. 푸른 하늘에서, 매일 밤마다 보는 달에서도 그들은 새로운 것들을 캐치한다. 혹은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일반 물건들이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 돌과 같은 자연에서도 그것들이 내는 소리를 듣는 듯하다. 신기하게도 모두 우리의 평범한 일상에서 모티브나 아이디어를 얻는다. 아주 오래전부터 그렇게 탄생된 예술 작품이나 건축물, 발명품들은 지금까지도 찬사를 받고 있다. “그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작품이 보였고, 자기는 단지 그것을 해방”시킨 것에 불과하다고 미켈란젤로가 표현한 작품이 바로 조각 미남의 단어를 탄생시킨 다비드상이다. 원래 이 대리석은 미켈란젤로가 조각하기 50년전, 다른조각가가 작품을 만들다 도중에 포기한 원석이었다. 크기가 어중간하고 작품을 표현하기에 힘든 원석이었지만 돌의 재질은 좋았다고 한다. 다른이들의 눈에는 단지 조각하다만 돌덩이였지만 미켈란젤로의 손을 거치면서 그 돌은 잘생긴 얼굴과 멋진 근육을 지닌 가장 완벽한 남자로 재탄생되었고, 돌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의 매끈한 피부 표현은 감탄을 금치 못할 정도로 경이롭다. 역시 미켈란젤로의 눈은 틀리지 않았으며 한편으론 돌이 보낸 특별한 시그널을 놓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과거 예술가들의 작품들은 당대뿐만 아니라 현재, 미래까지도 그 영향력을 미쳐 전반적인 우리삶에서 그들의 온기를 느낄수있다.

여기 자신만의 시각으로 재해석된 디자인을 꾸준히 해 온 디자이너가 있다. 바로 양태오다. 그를 거쳐간 많은 공간과 제품들은 딱 그만의 온기와 분위기를 담고있다. 정확히 양태오스럽다. 얼마 전에는 삼성 비스포크 냉장고를 디자인하면서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았다. 그가 내놓은 비스포크 냉장고는 냉장고라기보단 하나의 디자인작품같다. “사실 가전이라는게 우리의 삶에 너무 중요한 필수품인데 공간에서 제약될 때가 굉장히 많거든요. 그래서 그걸 어떻게 풀지 진지하게 고민했고, 삶의 공간에서 가전제품들을 어떻게 녹여낼 수 있을지 처음으로 시도해본 것 같아요.”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간 속에서 그에 맞는 공간과 디자인이 재해석된다고 생각한 그는 기존인식이 뒤바뀌고 깨지고 있는 지금 당연하다고 여겼던 모든 것들이 다 변화하고 새롭게 재해석될 것이라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만의 스타일을 담고 있는 냉장고가 너무 독특해서 보는 내내 궁금증이 일었다. 이런 디자인은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얻을까. 그의 대답 역시 평범한 우리의 일상에서였다. “우리의 기본적인 삶에서 영감을 많이 받아요. 예를 들어 우리집, 집안에 깔려있는 카펫, 커튼 이러한 일상적인 것들을 더이상 일상적이지 않게 바꾸는데 목표가 있어요. 그래서 새로운 시각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냉장고 패턴에도 카펫 을 3D 프린팅을 통해서 레진으로 만들어 보여준다거나 혹은 카펫을 격자무늬로 새롭게 디자인해서 하나의 냉장고에 패턴으로 보여준다거나 하는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봤습니다.” 그래도 공간을 전문적으로 디자인하는 디자이너로서 이번 가전제품의 디자인이 그에겐 다소 생소하고 힘든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원목으로 된 바 테이블과 스파인 바스툴로 꾸며놓인 와인 바는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레스토랑 입구에 장식되어 있는 음식 관련 소도구들.
크리스털 유리잔이 고급스러움을 더하고 있다.

“저는 디자인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 도구라고 생각해요. 디자인이 사람들의 삶을 바꾸고 기존의 우리가 살아왔던 인식을 바꾸는 도구요. 그래서 결과물이 공간이든 가전제품이든 화장품이나 음식이든 그 경계는 중요하지 않다 고 생각해요.” 결국 디자인은 모두 같은 평행선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리고 그 시작점은 그만의 테마에서 출발한다. 바로 과거와 미래라는 테마다. 그의 스튜디오는 이 테마 아래 모든 작업이 이루어지고 연구 토픽에 맞춰 진행된다. 그래서 비스포크 냉장고를 디자인할 때에도 과거, 현재, 미래의 냉장고는 어떤 모습일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 그의 디자인만큼이나 그가 머물면서 생활하는 공간 역시 시선을 잡아끈다. 지은 지 100년이 넘은 한옥을 오로지 그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곳이다. 한옥으로 이사한 지 8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새로운 모습을 계속 담아내려고 애쓰는 중 이다. 그의 공간에서도 다이닝 룸은 예상 밖이었다. 혼자 사는 남자의 다이닝 공간이 무척이나 넓었기 때문. “저는 지인들을 집으로 많이 초대해요. 다행히 처음 집을 설계할 때 부터 많은 분들을 초대해서 식사할 수 있도록 공간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했던 것 같아요.” 자신의 취향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전시되어 있는 유리잔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디자이너 양태오 .

디자인도 잘하는 금손을 타고났다면 요리에도 능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역시나, 그는 요리에도 출중한 손맛을 지니고 있었다. “이번 제 생일에도 저희집에서  지인들과 함께 디너를 했어요. 제가 주로 요리하는 것들은 한식이고 보통 제철 식재료를 쓴 제철요리를 만들어요. 이번 생일상에는 전복 술찜과 바싹 불고기, 충무 스타일의 꼬마김밥, 김치와 제철 회를 준비했어요.” 직접 요리한 메뉴명만 들어도 그가 얼마나 요리를 잘하는지, 또 요리에 대한 매력에 얼마만큼 빠져있는지 알 수 있었다.“ 요리에는 삶을 하나로 모아주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요리하는 과정도 너무 즐겁고, 나를 위한 시간이 되어 주는 것이 요리의 가장 큰 매력 같아요.” 그는 오랜 유학 생활과 암스테르담에서 일 하는 동안 홀로 생활하며 요리실력을 키웠다. 특히 자취생들이 자신 있게 하는 김치찌개와 불고기, 떡국은 그도 잘하는 요리다 .“찌개를 끓일 때와 고기를 구울 때 모두 불세기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고기를 구울 때도 센 불에 구워야 맛있어지듯 김치찌개를 끓일 때도 처음엔 김치를 센불에 볶다가 어느정도 볶아지면 약한 불에 오래 끓여야 맛있거든요. 뭉글뭉글하게요.” 예전 어떤 셰프가 불세기가 정성이라고 말했듯 그 역시 불의 중요성을 셰프 못지않게 알고 있다는 사실이 내심 놀라웠다. 한식을 좋아하고 또 잘하는 음식도 한식인 그가 가끔 해먹는 음식이 있다. 바로 ‘치즈 멜트 토스트’ 다. 왠지 그와 어울리지 않는 음식이지만 그는 너무 화가 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이 음식을 꼭 해먹는다. “식빵보다는 사워도우 브레드여야 하고요. 빵 위 에 버터를 듬뿍 발라 굽고 거기에 다양한 치즈를 종류 별로 넣어 쭉쭉 늘어나게 먹어야 해요.” 바로 그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이 토스트를 먹고 나면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음식을 사랑하고 또 즐기는 그가 만든 공간은 좀 더 특별하다. 그가 꾸민 카페 알토 바이 밀도도 부드러운 곡선과 따스함이 묻어나는 공간이었다. 그가 디자인한 다른 공간보다 유독 더 신경을 쓴 느낌이 들었다. “공간에 따라 다르지만 음식을 먹는 공간은 단순히 음식만 먹는 게 아니라 분위기도 음식 맛에 일조한다고생각해요. 그래서 조명에 신경을 많이 쓰죠.” 사람들이 앉아 있는 높이라든지, 커피를 마시는 테이블에서도 불편은 당연히 없어야겠지만 어떻게 하면 분위기를 더욱 더 끌어올릴지에 대해 포커스를 조명에 두었다. 그래서 그는 빛과 그림자에 포커스를 맞춰 공간을 설계한다.

양태오가 좋아하는 일치의 메뉴들. 저염 명란을 사용한 저염명란 파스타와, 무안 양파로 맛을 낸 무안양파 수프, 겨울이 제철인 포항초를 곁들인 포항초 새우 리소토, 고소한 맛이 일품인 콩고물 티라미수로 멋스럽게 차린 테이블.
전시되어 있는 유리잔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디자이너 양태오 .
은은한 빛이 새어나오는 손잡이까지도 유심히 바라보는 양태오. 주변 사물에 대한 관찰이 남다르다.
전시되어 있는 유리잔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디자이너 양태오 .
입구에 그림과 유리잔, 소도구들을 멋스럽게 진열해놓았다.
다양한 와인에 어울리는 많은 종류의 와인 잔이 준비되어 있다.
레스토랑 키친에 다양한 종류의 파스타가 칸칸마다 놓여 있다.
셰프가 포항초 새우 리소토 위에 치즈를 올리고 있는 모습.

음식과 디자인 모두 자신의 취향을 잘 아는 그가 평소 좋아하는 레스토랑은 바로 일치다. 건물 지하에 위치해 있지만 레스토랑 한쪽에 정원을 두고 큰 통창으로 정원 을 바라 볼 수 있게 만든 레스토랑 내부는 전혀 지하 같지 않았다. 어느 곳보다 자연광이 잘 들어오는 곳이었 다. 또 곳곳마다 유명 작가들의 작품으로 꾸며놓아 마치 갤러리 같았다. 공간을 디자인할 때 얼마나 많은 노고와 고뇌를 했는지 느낄 수 있는 곳으로 하나의 스토리가 있고 이곳만의 진정성이 보였다. 그래서 양태오가 일치를 더욱 애정 하는 것 같았다.“ 저는 일치를 혼자 올 때도 있고, 친구들과 올 때도 있지만 주로 일 때문에 많이 와요. 고객을 모실 때 너무 부담스럽거나 혹은 너무 가볍거나 하면 안될 때가 있거든요. 그런데 일치는 밸런스가 굉장히 잘 맞아요.” 일치는 너무 과하지도 않고 캐주얼하지만 그렇다고 진중함이 없진 않은 곳으로 기본적으로 음식 맛이 훌륭한 곳이다. 또 메뉴가 자주 바뀌는데 그 이유는 제철 식재료를 이용한 계절 메뉴들을 계속 시도하기 때문이다. 겨울바람을 맞고 자란 포항초로 리소토를 만들거나 서산에서 생산된 감태로 탈리올리니를 제안한다. 그래서 자주 방문해도 지루하거나 싫증나지 않는 곳이다. 기존에 있던 제품을 새롭게 디자인하거나, 그가 디자인한 공간은 계속 머물고 싶은 이유와 같은 맥락이다. 일상적인 삶에서 계속 새로운 일상을 찾아내는 그의 안목이 마냥 부럽다. 혹은 하루하루 똑같은 시간 속에 평범한 일상도구나 자연이 보내는 시그널의 신호를 놓치지 않는 그의 귀가 탐나기도 한다. 빠르게 변하는 시간 속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을 대중들 앞에 선보이는 그가 디자인하는 내일이 기대된다.

HIS CHOICE

일치
계절에 가장 맛있는 재료를 찾아, 식재료의 가장 좋은 산지를 방문해, 그에 잘 맞는 요리를 만들어내는 곳. 공간과 음식 맛의 조화를 잘 이루고 있는 레스토랑.

∙무안양파 수프 2만원, 저염명란 파스타 2만4000원, 포항초 새우 리소토 2만7000원, 콩고물 티라미수 1만원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149길 8
∙월~금요일 오전 11시 30분~오후 10시 30분 (브레이크 타임 오후 3~6시), 토·일요일 정오~오후 10시(브레이크 타임 오후 3~5시)
∙02-540-5901

edit 김원정
photograph 양성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