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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명품 푸드 @예천 약도라지

2020년 3월 6일 — 0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박덕근 새농부팜 대표가 예천 땅에 약도라지 키우는 일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예천 약도라지라는 지역 특산물은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약성이 탁월한 3년근 유기농 약도라지 담금주.
약성이 탁월한 3년근 유기농 약도라지 담금주.

예천醴泉은 경상북도 북서부에 위치한 군. 면적은 서울보다 약간 넓은 661km2이고, 인구는 2019년 9월 말 5만5481명이다. 이중환이 <택리지>에서 “예천은 태백산과 소백산 남쪽에 위치한 복된 지역”이라고 썼듯이, 북동쪽으로는 소백산맥이 감싸고, 남서쪽으로는 낙동강과 내성천이 흐르는 배산임수背山臨水의 형세를 갖춘 땅이다.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개국하고 이곳에 도읍을 세우려다 무산된 명당 터로 조선 시대 선비들의 은둔처로 번성했던 지역이다. 양반 문화 집적지의 영향으로 수많은 고택과 고가옥, 종택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 예천의 예醴는 ‘단술’이라는 뜻으로, 이 지역은 예로부터 물이 풍부하며 달다고 한다. 감주처럼 단 물은 들판을 적시면서 쌀과 잡곡, 사과, 배, 참외, 고추, 더덕, 표고버섯, 참깨, 마늘 등 다양한 지역 특산물이 사계절 내내 풍요로운 결실을 맺도록 한다.

도라지

특수 농법 재배 약도라지는 크기와 효능이 월등하다.
특수 농법 재배 약도라지는 크기와 효능이 월등하다.

초롱꽃과에 속하는 다년생 풀. 한·중·일 세 나라의 야생에 분포하며, 이를 채취해서 기르기 시작한 약초 식물. 자연 상태의 도라지꽃은 보라색이 대부분이고 흰색은 매우 드물지만, 재배 도라지의 경우는 거의가 흰색이다.
도라지는 영양소가 풍부해 어떻게 먹어도 몸에 좋다. 음식으로는 무침이나 나물을 많이 해먹고, 민간요법이나 한방에서는 차, 가루, 청 등으로 감기, 기침, 가래 등 목의 염증을 진정시키는 데 사용한다. 인삼의 주요 성분으로 면역력과 피로 회복을 돕는다는 사포닌이 자연산 도라지에 풍부하게 들어 있어 오래된 도라지의 약효는 어설픈 인삼보다 훨씬 낫다고 한다. 또한 혈당 수치를 조절하고, 혈관 내부에 쌓이는 콜레스테롤을 없애는 역할까지 하는 식재료와 약재료를 겸한 식약동원食藥同源의 대표 식물이다.

예천 약도라지

서울의 유명 대학을 졸업한 박덕근 대표는 2012년 고향인 경북 예천으로 귀농한다. 부친이 평생 과수원과 농사를 짓던 땅으로 돌아올 결심을 하면서 가장 먼저 준비한 일은 특용 작물에 대한 공부였다. 당시 경북생물자원연구소에서는 다양한 약효를 지닌 도라지를 특수 재배 농법으로 효능을 높인 약도라지에 대한 연구 성과가 있었지만, 실제 이 방법을 적용해 재배하는 농가가 없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책 제목처럼 박 대표가 예천 땅에 약도라지 키우는 일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예천 약도라지’라는 단어와 지역 특산물은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첫해 4000평(1만3223m2) 규모로 약도라지 재배를 시작하면서 힘을 기울인 것은 새로운 재배 방법의 개발이었다. 특수 비닐 포대를 만들어 포대 1개당 약도라지 모종 1주를 심는 포대 재배 방식을 적용했다.
“두껍고 옆면에 구멍이 뚫려 있는 90cm 높이의 대형 비닐 포대를 주문 제작해 포대에 완숙 퇴비와 흙을 섞어 담은 후 약도라지 모종을 1주씩 심습니다. 비닐로 만든 대형 화분에서 도라지 한 뿌리가 병충해 걱정 없이 최대의 크기로 자라도록 하는 재배법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키운 3년생 약도라지는 일반 도라지보다 월등히 크고, 무게도 10배인 1.4kg에 이르며, 사포닌 함량도 인삼보다 훨씬 많다. 포대 재배 농법을 반신반의하던 농가들도 이곳을 견학한 후 예천 지역은 물론이고 전국에서 문의를 해왔다. 새로운 것에 도전해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성취를 이뤄낸 박덕근 대표는 약도라지 재배 분야의 임업 멘토가 되어 지식을 나누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농사는 땀과 땅의 인문학이다

미래 식량 자원인 식용 곤충 사육장.
미래 식량 자원인 식용 곤충 사육장.
실내 곤충 사육장은 항온, 항습을 유지하는 스마트팜.
실내 곤충 사육장은 항온, 항습을 유지하는 스마트팜.

박덕근 대표는 예천이 고향이다. 이곳에서 초·중학교를 나왔고, 바로 옆 안동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다. 그리고 서울의 유명 대학 법학과에 입학했다. 학창 시절 내내 공부 천재로 불렸던 그는 사법고시 공부를 했는데, 몇 차례 2차 시험 관문을 넘지 못했다. 고시 공부를 그만두고 대학원에 진학해 사회학 석사를 취득한 후 대학 부설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하며 ‘이 일이 진정 내가 원하는 하고 싶은 일인가?’에 대한 의문을 떨칠 수 없었다. 그는 2012년 공부가 전부였던 그때까지의 삶을 뒤로하고 귀향을 결심한다. 새롭게 시작하는 초보 농부의 삶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아버지 소유의 땅에서 호두와 참깨 농사를 지으며 농사에 대한 이론적인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농업이 힘든 일이지만 공부하는 농부에게 ‘틈새시장의 기회’가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직접 수확한 호두의 껍질을 깐 뒤 예쁘게 포장해 바자회에 내놓는 순간 모두가 팔려버리는 경험을 하면서, 작지만 새로운 아이디어와 마케팅을 통해 호두와 참깨는 고소득 작물이 되었다. 예천만의 차별화된 특용 작물을 찾던 중, 약도라지에 대한 잠재 시장의 가능성을 확신하면서 관련 서적, 인터넷 자료들을 모아 공부에 매진한 후 재배를 시작한다. 마침내 2014년 그가 수확한 약도라지들을 한 뿌리당 20만원에 백화점, 인터넷을 통해 전량 판매하는 신화를 만들어낸다.
농사는 박 대표가 농부 되기 전의 공부하는 삶을 버리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가 잘할 수 있는 공부를 여전히 농사에도 활용하도록 가르친다. 대부분의 농사일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여러 사람이 함께할 때 가능한 것이다. 박 대표는 선후배 농업인들과 그가 가진 여러 비전들을 공유하는 모임을 만드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의 명함에 실린 다양한 직함들은 적극적인 참여와 실행을 위한 것일 뿐, 직책을 과시함이 아니다. 농사를 통해 만들어지는 식재료와 약재료들은 우리의 생명을 유지하도록 도움을 주며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만든다. 농사는 땀과 땅을 통해 우리의 삶을 돌보며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일이다. 농사는 인문학일 수밖에 없다.

박덕근 참기름과 박덕근 벌꿀

소비자 상품으로 개발한 벌꿀 스틱.
소비자 상품으로 개발한 벌꿀 스틱.

예천은 낙동강 상류의 비옥한 토양과 여름철 덥고 건조한 날씨 덕분에 예로부터 우리나라 제일의 참깨 생산지 명성을 지닌 땅이다. 이곳에서 직접 재배한 참깨로 딱 한 번 짠 참기름은 <세종실록지리지>에 진상품으로 기록된 임금님이 드시던 봉황 참기름이며, 들기름과 볶음 참깨 역시 명품이다. 벌꿀 또한 예천의 청정 자연에서 계절 따라 채취한 순수 천연 벌꿀로, 이 모든 상품에 본인의 이름을 걸고 정직함과 품질을 보증한다.

예천 곤충 농장

고단백 식용 곤충 밀웜.
고단백 식용 곤충 밀웜.
곤충 농장에서 키우는 사슴벌레, 장수풍뎅이.
곤충 농장에서 키우는 사슴벌레, 장수풍뎅이.

늘 공부하며 새로운 소득원 개발을 위해 도전하는 그가 농촌의 미래 성장 산업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는 차세대 식량 자원인 식용 곤충. 곤충 사육 전용 실내 농장을 만들어 갈색거저리(밀웜Mealworm)를 키우고 있다. 고단백질 불포화지방산이 높은 고소애(밀웜의 식용 시판명)를 분말과 액상 단백질로 만들어 건강 보조 식품, 아이스크림, 단백질 셰이크의 원료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그의 꿈은 끝없는 도전으로 농촌을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희망의 땅으로 만드는 것이다.

edit 김옥철 — photograph 김옥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