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문턱에서 만난 네 곳의 신상 레스토랑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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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칸디나비아 퀴진의 진수
만가타
청정 지역 북유럽은 밤하늘만 보더라도 서울과 대조되는 곳이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위에 밝게 빛나는 수많은 별들과 유난히 크고 아름다운 달빛은 사진으로 담지 못해 한없이 바라보게 하는 한 폭의 그림과도 같다. 그래서 북유럽에 대한 갈망이 끊이질 않는 것 같다. ‘호수에 부딪힌 달빛’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스웨덴어 만가타라는 단어에서도 스칸디나비아의 풍경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만가타의 셰프는 유학 중 허드슨강에 비친 달빛을 보고 만가타라는 이름을 떠올렸다고 한다. 그리고 뉴욕에 위치한 스칸디나비아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북유럽 요리에 푹 빠졌다. 북유럽 요리는 밀가루와 버터를 사용하지 않고 요리를 하는데, 특히 사람의 손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낸 맛이 특징인 스칸디나비아 퀴진은 한국의 전통 음식과도 맥이 통한다. 그래서 처음 음식을 접하는 대다수의 사람들도 별다른 거부감 없이 익숙해하며 즐긴다. 만가타의 인테리어는 디자인 스튜디오 노말NOMAL이 맡아, 한옥이 주는 전통과 현대적인 재료들이 조화를 이루도록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그리고 이 디자인은 셰프의 철학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차갑고 뜨거운 두 재료가 만나 하나의 메뉴가 완성되듯 말이다. 메뉴에 쓰이는 원재료 하나도 꼼꼼히 체크하는 그는 오리스테이크에 쓰이는 작은 오리지만 가슴살 부분이 많은 오리를 찾기 위해 농장까지 발품을 팔아가며 재료를 야무지게 고른다. 계절마다 조금씩 메뉴가 바뀌는 만가타의 사계를 미식 여행 하듯 가도 좋을 듯싶다.
· mangata 5코스·biff 5코스 5만5000원씩, 미트볼 1만6000원
·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2길 40-5
· 수~일요일 오전 11시 30분~오후 10시, 월·화요일 휴무
· 02-722-8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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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에서 즐기는 요즘 감성 브런치
독립밀방
소위 ‘요즘 감성’을 정확히 짚은 올데이 브런치 레스토랑. 오래된 나무 기둥과 서까래가 매력적인 한옥, 흰색 타일과 노출 콘크리트로 꾸민 인테리어, 키 큰 억새를 정갈하게 심어놓은 마당까지. 큰 기대 없이 갔다가 감성적인 분위기에 취향 저격을 당했다. 이곳은 신라호텔에서 10년간 요리했던 이상훈 셰프가 익선디미방, 익선잡방에 이어 세 번째로 오픈한 레스토랑이다. 독립밀방을 이끄는 윤찬희 헤드셰프도 신라호텔 출신. 독립밀방의 ‘밀’은 영어로 식사를 뜻하는 밀Meal, 비밀스러운 공간을 뜻하는 밀密을 가리킨다. 밀가루의 밀이 연상되는 탓에 빵집이 아니냐는 오해도 종종 산다는데, 몇 종류의 빵을 굽긴 하지만 빵집은 아니다. 대표 메뉴는 ‘훈제 햄 라따뚜이와 수란’, ‘엔쵸비 베이컨 스파게티니’ 그리고 ‘딸기 아보카도 샐러드’다. 맛은 기본. 색깔과 모양이 고와서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싶은 충동을 일으킨다. 와인 리스트는 대부분 병당 3만~4만원대 와인으로 구성됐다. 감성 충전이 필요할 때 찾아가 부담 없이 와인과 음식을 즐기기 좋은 공간이다.
· 훈제 햄 라따뚜이와 수란 1만6000원, 딸기 아보카도 샐러드 1만5000원, 엔쵸비 베이컨 스파게티니 1만8000원
· 서울시 종로구 통일로12길 10-18
· 정오~오후 10시(브레이크 타임 평일 오후 4~6시, 주말·공휴일은 브레이크 타임 없음), 월요일 휴무
· 02-722-3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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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 스타일의 스키야끼 레스토랑
혼 스키야끼
뜨거운 철판 위에 소기름을 야무지게 두르고 소고기와 채소를 넣은 다음 간장을 부어 맛을 낸 일본의 대표 냄비 요리. 바로 스키야끼다. 우리에게 일본 냄비 요리는 나베가 더 가깝게 와닿지만 스키야끼 또한 마니아층이 있을 정도로 그 인기가 높다. 하지만 스키야끼를 일본 전통식으로 잘 표현한 레스토랑이 드물어 늘 아쉬웠던 이들에게 희소식이 있다. 바로 스테이크 전문점 구스테이크에서 동경 스타일의 스키야끼 전문점 혼 스키야끼를 오픈한 것. 아직 가오픈 상태이지만 매일 예약이 꽉 찰 정도로 인기가 무척이나 뜨겁다. 동경의 유명 스키야끼 레스토랑에서 수없이 먹어보며 레시피 작업을 한 혼 스키야끼는 설탕을 뿌리지 않는 전통 관동풍을 그대로 구현해냈다. 스테이크를 전문으로 하던 곳 아니랄까봐 고기 또한 한우 투 플러스의 채끝등심만을 사용하고 있다. 꽃처럼 핀 마블링을 보면 다소 느끼할 것 같지만 큰 오산이다. 지방은 녹아 고소함과 부드러움만으로 맛에 터치하고 채끝 본연의 담백함은 그대로 남아 끊임없이 먹을 수 있는 중독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다시마, 미림, 왜간장을 넣어 끓인 간장은 스키야끼의 맛을 정점으로 이끌어준다. 혼자 와서도 충분히 맛있는 스키야끼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란 의미로 이름을 혼으로 지은 이곳은 테이블보다는 바 쪽이 메인이 되는 공간으로 오롯이 스키야끼에만 집중하며 음미할 수 있다. 담백한 다시마 육수에 갖은 채소와 고기를 살짝 익혀 먹는 샤브샤브 또한 별미이니 함께 맛보길 추천한다.
· 스키야끼(1인분) 8만8000원, 샤브샤브(1인분) 7만7000원
·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로 108
· 매일 오후 5~10시, 일요일 휴무
· 02-518-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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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을 이어갈 퓨전 중식 레스토랑
중앙감속기
성수동 뒷골목에 자리 잡은 중앙감속기는 간판만 보고 있자면 레스토랑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바로 옆에는 터줏대감처럼 그 자리를 지켜온 카센터가 있고, 또 그 옆에는 오래된 공장이 우두커니 서 있다. 중앙감속기라는 이름도 레스토랑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중앙감속기는 건물주의 아버지가 60년을 이어온 감속기 공장으로 가업을 계속 이어가지 못하는 건물주의 마음을 담아 최현석 셰프가 간판도 그대로 남겨둔 채 이탤리언 차이니스를 기반으로 오픈한 새로운 공간이다. 레스토랑 이름만큼이나 이탤리언 차이니스라는 다소 생소한 요리로 우리 곁에 한 발짝 다가온 그는 전보다 훨씬 편안해 보였다. 중국 청두나 이탈리아 등 해외로 요리 공부를 하는 모임을 갖고 있는 최현석 셰프는 다츠의 현상욱 셰프와 컬래버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탤리언과 차이니스의 조화가 예상보다 재미있는 데 흥미를 느끼면서 단번에 마음을 빼앗겼다. 처음에는 기름에 튀긴 부라타 치즈 위에 매콤한 어향가지를 올린 메뉴 하나에서 시작한 그는 빠른 시간 안에 두 가지 요리의 밸런스를 잡아가며 메뉴를 늘렸다. 중식 꿔바로우에 이탤리언 소스인 발사믹 비니거를 입히고 발사믹과 궁합이 좋은 딸기를 더해 새콤달콤한 맛을 더한 요리는 인기 메뉴 중 하나다. 익숙하지만 새로운, 그리고 우리의 혀가 좋아하는 맛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그가 앞으로 내놓을 메뉴들도 기대되는 곳이다.
· 발사믹 꿔바로우 1만8000원, 차돌 마라크림 짬뽕 1만9000원, 마파 양갈비 3만7000원
· 서울시 성동구 성수일로6길 7-1
· 매일 정오~오후 9시(브레이크 타임 오후 3시~5시 30분), 월요일 휴무
· 02-466-9628
edit 고서령, 김원정 — photograph 류현준, 박인호, 강태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