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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미식 여행

2019년 11월 6일 — 0

포르투갈인들이 ‘아름다운 섬’이라는 뜻의 포르모사로 부른 타이완의 빛깔은 다채롭다. 다양한 나라의 식문화가 전통과 현재를 넘어 공존한다. 타이완의 세 도시에서 타이완 요리만의 발색을 만났다.

<미쉐린 가이드 타이베이>의 맛집들

타이완 미식전의 가이드를 맡은 그랜드투어의 증경만 씨가 타이베이로 이동하며 설명했다. “타이완은 네덜란드에 이어 일본의 식민지였어요. 이후 중국 내전에서 패퇴한 군대를 이끌고 온 장제스가 타이완을 오랫동안 통치했죠.” 굴곡진 역사를 가진 타이완은 그로 인해 기존의 원주민과 스페인, 네덜란드, 일본, 중국 등의 문화가 뒤섞여 있다. 거리의 풍경도 그렇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중국보다 홍콩과 일본의 풍경 사이 어느 지점에 더 가깝다. 식문화도 마찬가지. 지난 7월 타이베이 시 베이터우 구에 위치한 세계무역센터에서 열린 ‘타이완 미식전’에서 만난 타이완 음식은 다양한 국적의 미식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다. 중식과 일식, 유러피언뿐만 아니라 독특한 원주민 요리와 할랄 음식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공차나 홍루이젠, 마치마치, 타이거슈가 같은 타이완 외식 브랜드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이유도 충분히 이해가 갔다. 타이완 미식전 개막식에 참석한 천젠런 타이완 부총통은 이렇게 말했다. “타이완은 해외 요리를 현지화해 특색 있는 요리로 만들고 있습니다. 타이완의 이런 미식 문화는 타이완을 세계에 알리는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입니다.” 특히 수도인 타이베이는 타이완 미식이 화려하게 수놓인 식도락 여행지다. 2018년부터는 <미쉐린 가이드 타이베이>도 출간될 정도로 수준과 깊이를 가지고 있다. 3스타 1곳과 2스타 5곳, 1스타 18곳 등 총 24곳의 타이완 스타 레스토랑을 보유하고 있다. 스타 레스토랑의 퀴진 타입 면면도 프렌치와 아시안, 타이와니즈, 광둥 요리, 일식, 쓰촨 요리, 스시, 바비큐, 해산물 등으로 균형 잡혀 있다. 그중 1스타 레스토랑인 타이완 전통 음식 전문점 골든 포르모사는 1960년대에 문을 열어 3대째 성업 중인 곳이다. 타이완의 신선한 식재료가 고유의 전통 음식과 중식에 녹아들어 있다. 1944년에 지어진 곡식 창고를 개조한 일호양창一號糧倉은 빕 구르망에 선정된 팜투테이블 레스토랑이다. 타이완의 질 좋은 식재료로 아시안과 아메리칸 스타일이 혼합된 요리를 선보인다. 소고기 갈비찜이나 일본식 커리가 시그너처 메뉴다. 역시 빕 구르망에 오른 사천오초수四川吳抄手는 작은 국숫집으로 시작한 60년 전통의 쓰촨 요리 레스토랑이다. 고추기름을 사용한 고기만두와 찜류, 볶음 요리 등을 판매한다. 타이베이라면 야시장도 빼놓을 수 없다. 심지어 <미쉐린 가이드>에도 레스토랑, 호텔과 함께 10곳의 야시장을 소개하고 있다. 라오허 야시장은 정부의 주도하에 1987년 만들어진 야시장으로 600m가량의 작은 규모지만 다양한 길거리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라오허 야시장 초입에 있는 사찰도 관광객이 어김없이 들르는 명소다.

타이완의 미식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연례행사인 ‘타이완 미식전’ 부스 전경.
타이완의 미식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연례행사인 ‘타이완 미식전’ 부스 전경.

라오허 야시장 초입에 위치한 사찰.
라오허 야시장 초입에 위치한 사찰.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인 골든 포르모사 내부. 골든 포르모사는 3대째 타이완 전통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인 골든 포르모사 내부. 골든 포르모사는 3대째 타이완 전통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타이완 소도시 식도락 기행

타이베이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남서쪽으로 달리면 신주新竹 시가 나온다. 타이완의 IT 기업이 들어선 일종의 실리콘밸리로 현대적인 도시이지만 타이완의 가장 오래된 기차역이나 200년이 넘은 성황묘 같은 고적도 많은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룬 도시다. 신주 시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베이푸(北埔)가 있다. 이곳은 구릉이 펼쳐진 소도시로 300년 전 중국에서 건너온 하카(客家)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하카촌이 자리해 있다. 우리로 치면 시골 읍내 정도의 작은 마을을 형성하고 있는데 사당을 중심으로 객가음식점과 찻집이 모여 있다. 구릉이 있는 자연환경 덕분에 우롱차가 특산품으로 벌레가 찻잎을 뜯어 먹어 향과 풍미가 더 깊은 동방미인차가 가장 유명하다. 레이차 체험도 빼놓을 수 없다. 레이차는 녹차와 견과류를 절구에 넣고 식용 나무로 만든 절굿공이로 1시간 이상 곱게 갈아 물과 함께 섞은 뒤 마시는 차다. 견과류의 고소한 향과 단맛이 어우러져 오랜 시간 빻은 품이 헛되지 않은 맛이다.

베이푸의 하카촌에서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가게가 찻집이다.
베이푸의 하카촌에서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가게가 찻집이다.
레이차는 각종 견과류를 절구에 넣고 1시간 이상 곱게 갈아 사용한다.
레이차는 각종 견과류를 절구에 넣고 1시간 이상 곱게 갈아 사용한다.

하카촌의 한가운데 위치한 사당. 화려한 장식이 눈길을 끈다.
하카촌의 한가운데 위치한 사당. 화려한 장식이 눈길을 끈다.
타이완은 우롱차 생산지로 유명하다. 그중 수정차당의 우롱차 틴케이스.
타이완은 우롱차 생산지로 유명하다. 그중 수정차당의 우롱차 틴케이스.
베이푸에 가면 꼭 마셔야 할 차가 ‘동방미인’이다
베이푸에 가면 꼭 마셔야 할 차가 ‘동방미인’이다
완성된 레이차의 모습. 고소한 단맛이 오랜 시간 빻는 노동을 상쇄해준다.
완성된 레이차의 모습. 고소한 단맛이 오랜 시간 빻는 노동을 상쇄해준다.

현대식 힙 플레이스가 모여 있는 미식 도시도 있다. 바로 타이중(台中) 시로 타이완 중부에 위치한 거점 도시이자 타이베이, 가오슝과 함께 타이완 3대 도시 중 하나다. 우리에게 타이완식 샌드위치로 익숙한 홍루이젠이 시작된 곳이다. 홍루이젠 본점은 펑위안 구의 타이중 기차역 인근에 있다. 오래된 모퉁이의 건물 1층에 자리 잡은 홍루이젠은 우리나라와 달리 샌드위치 외에도 다양한 빵과 디저트를 판매하는 제과점이다. 홍루이젠이 있는 도로를 따라 오래된 전자상가 골목이 늘어서 있다. 4~5층 정도의 건물이 줄지은 이곳에는 인스타그램의 단골로 등장하는 뉴트로 스타일의 가게들도 종종 눈에 띈다. 미야하라안과도 그중 하나다. 1927년 일본의 안과 의사 미야하라 다케오가 지은 붉은 벽돌 건물로 1945년 일본 패망 후 타이중보건국이 들어섰다가 파인애플 케이크로 유명한 일출케이크가 인수한 곳이다. 노후화로 붕괴 위험에 직면해 있던 벽돌 건물은 벽과 아치로 된 파사주를 보강한 뒤 내부를 엄청나게 화려한 뉴트로 스타일로 디자인했다. 다양한 디저트와 아이스크림, 버블티가 인기 메뉴다. 이 길에는 유명 노포도 심심찮게 마주칠 수 있다. 대만진사차화과台灣陳沙茶火鍋는 현지인이 자주 찾는 훠궈 맛집이다. 시원하고 담백한 맑은 육수에 갖가지 식재료가 익혀지면서 감칠맛이 가미되고 시원한 맥주 한 모금까지 더해지면 인상적인 한 끼가 완성된다.
타이중에서 30분 거리에 위치한 장화彰化 시는 선형차고지와 팔괘산의 장화대불이 유명한 관광 명소다. 선형차고지는 타이완의 유일한 선형차고지로 전 세계에서도 장화를 포함해 3곳밖에 남아 있지 않다. 1922년 지어졌으며 열차의 주차와 유지 보수를 위한 구식 회전 플랫폼을 관람할 수 있다.

팔괘산에 있는 장화대불. 장화 시가 내려다보이는 산 중턱에 위치해 있어 야경을 보러 오는 관광객들이 많다.
팔괘산에 있는 장화대불. 장화 시가 내려다보이는 산 중턱에 위치해 있어 야경을 보러 오는 관광객들이 많다.
타이완 원주민 전통 음식으로 차린 한상.
타이완 원주민 전통 음식으로 차린 한상.
타이중 펑위안 구에 있는 훠궈 음식점 대만진사차화과台灣陳沙茶火鍋.
타이중 펑위안 구에 있는 훠궈 음식점 대만진사차화과 台灣陳沙茶火鍋.
전 세계에 3곳밖에 남지 않은 선형차고지 중 하나.
전 세계에 3곳밖에 남지 않은 선형차고지 중 하나.
미야하라안과에서 만날 수 있는 예쁜 디저트.
미야하라안과에서 만날 수 있는 예쁜 디저트.

edit 안상호 — photograph 이정석 — cooperate 타이완관광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