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 속, 혀끝에는 봄을 안겨줄 네 곳의 신규 레스토랑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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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장어 요리의 탄생
영동민물장어
tvN 요리 프로그램 <수요미식회>에 한우 안심 맛집으로 소개된 뜨락의 김재균 대표, 그리고 2019년 미쉐린 빕 구르망에 선정된 금돼지식당 한재우 대표가 장어 식당으로 의기투합했다. 두 대표는 외식업에 종사하며 호형호제하던 사이로, 오래도록 한결같은 맛으로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식당을 꿈꿔왔다. 그런 의미에서 영동민물장어는 김 대표와 한 대표의 꿈을 실현한 공간이다. 이들의 그런 의지가 인테리어에서부터 느껴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멋을 더해주는 나무나 돌 등의 내구성 높은 자재를 사용해 1990년대 응접실 분위기를 구현했다. 주물 소재의 불판 역시 세월의 흔적이 묻을수록 힘을 가지기 때문에 두 대표는 조금 수고스럽지만 문화재 장인에게 직접 제작을 부탁했다. 두 대표는 일본 여행을 함께 다니며 한국에서 장어라는 식재료가 평가절하받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들은 머리를 맞대고 ‘한국식 장어’라는 새로운 메뉴 개척에 나섰다. 영동민물장어에서는 갯벌 장어, 민물 장어, 무태 장어를 사용한다. 장어를 오븐에 초벌하고 참나무 장작에 애벌한 다음 비로소 테이블에 올라간다. 주물 불판까지 더하면 총 세 번을 굽는 셈. 특히 무태 장어는 덮밥과 탕에 사용하는데, 여느 장어보다 기름이 적어 담백한 덮밥을 완성할 수 있었다. 또 영동민물장어의 별미는 장어의 간이다. 한 마리를 주문하면 간을 따로 조리해 제공한다. 이처럼 영동민물장어는 머리나 지느러미 등 장어의 다양한 부위를 활용한 메뉴 개발에도 힘쓰고 있으니 장어의 다채로운 변신을 기대해도 좋다.
· 장어구이(1인분) 4만2000원, 갯벌 장어(1인분) 7만2000원, 무태 장어 덮밥 가격 미정
·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148길 8
· 매일 오후 5~11시
· 02-3448-9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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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한식 비스트로
사녹
신사동 대표 레스토랑 정식당의 헤드셰프였던 김정호 셰프가 한식 비스트로 사녹을 새롭게 오픈했다. 사녹은 산, 들, 논, 밭의 네 가지 녹음을 의미한다. 빨간 벽돌 건물 계단을 올라가 2층의 문을 열면 고급스러운 화이트 톤의 몰딩 벽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바닥과 테이블은 그와 대조되는 우드 소재를 적용해 따뜻한 느낌을 더했다. 벽면, 테이블 위, 조명 아래를 장식하는 식물들은 자연을 모티브로 하는 이곳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 김정호 셰프는 “지금 우리가 먹고 사용하는 식재료를 먼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향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한다. 그런 셰프의 고민이 녹아난 사녹에서는 현재 지속 가능한 제철 식재료 사용을 고집하고 있다. 꼬시래기, 애호박, 참외, 우엉, 미나리, 당귀 등 친환경 농장에서 계약 재배되는 유기농 채소들과 무항생제 인증을 받은 육류만 사용한다. 사녹에서는 일상적으로 우리가 먹는 한식을 이곳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해 선보인다. 또한 식초, 시트러스류 등의 산미를 요리에 적극 사용한다는 점도 돋보인다. 예를 들어 스타터 메뉴 중 하나인 ‘달걀’은 식초로 조리한 꼬시래기 위에 반숙 달걀을 올리고 들기름을 둘렀다. 또 ‘족발’은 탱글탱글한 족발 테린에 새콤한 고추장아찌를 곁들여 생동감을 더했다. 이렇듯 사녹에서는 한국의 전통 조리법인 발효를 모던하게 표현한 다양한 메뉴를 만날 수 있다. 한식 비스트로 사녹의 메뉴는 코스뿐만 아니라 단품으로도 요리를 즐길 수 있으며 35가지의 와인 리스트도 갖추고 있다. 도심 속에서 즐기기 어려운 사녹(산, 들, 논, 밭)을 신사동 사녹Sanok에서 경험해보기를 권한다.
· 달걀 8000원, 이베리코 3만2000원, 오리들깨누들 1만9000원
·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170길 36 2층
· 평일 오후 5시 30분~자정, 일요일 휴무
· 010-6456-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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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정원에서 즐기는 편안한 한 끼
코르테
지난 10월, 청담동으로 자리를 옮긴 톡톡의 건물 1층에 이탤리언 캐주얼 레스토랑 코르테가 들어섰다. 더 정확히 말하면, 코르테는 캐주얼하고 간단하지만 와인과 함께 퀄리티 높은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뜻하는 오스테리아Osteria다. 3년간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50 어워드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톡톡의 오너셰프 김대천을 필두로 이탤리언 음식에 능한 함현호 셰프가 함께 코르테를 진두지휘한다. 이미 정평이 나 있는 셰프의 공간이기에 이름 석 자만 들어도 그 명성을 확인할 수 있을 터. 코르테는 톡톡보다는 조금 더 편하고 손님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메뉴들로 구성했다. 또한 기본에 충실하되 뻔하지 않은 음식들로 손님을 맞는다. ‘이탤리언 음식’ 하면 으레 파스타부터 떠올리기 마련인데 코르테는 해산물부터 한우까지 다양하고 신선한 식재료로 재미있는 요리들을 준비했다. 이를테면 코르테의 시그너처 메뉴인 트러플 치킨 샌드위치는 제철 채소와 생트러플을 직접 갈아 만든 마요네즈 소스, 호주에서 수급해온 겨울 트러플, 그리고 저온에서 조리한 닭 다리살을 넣어 완성했다. 코르테가 이 샌드위치를 자신 있게 내세운 이유는 트러플 오일을 단 한 방울도 두르지 않고 오롯이 자연에서 채취한 트러플의 진한 향을 냈기 때문이다. 돌문어튀김, 라자냐 등 이외의 메뉴들 역시 제철 재료와 자연에서 가장 신선한 상태로 가져오고 있다.
· 라자냐 3만4000원, 트러플 치킨 샌드위치 4만5000원, 돌문어튀김 3만2000원
· 서울시 강남구 학동로97길 41
· 화~일요일 정오~오후 3시, 오후 6~10시, 카페는 화~일요일 오전 11시~오후 9시
· 02-548-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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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도둑 간장게장의 새로운 보금자리
화해당
3년 연속 <미쉐린 가이드>에 선정된 간장게장 전문점 화해당이 지난 9월 보다 쾌적한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이전한 곳 역시 같은 여의도지만 좀 더 탁 트인 공간에 자리를 잡아 화해당 본점이 위치한 충남 태안에 있는 듯한 기분을 냈다. 화해당 여의도점은 어머니의 손맛을 이어받은 박빛나 대표가 화해당의 전통과 가치관을 주도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화해당의 전통은 매년 봄마다 태안 안흥항에서 잡아 올린 가장 좋은 상태의 게를 영하 20℃에서 급속 냉동시켜 사계절 알이 꽉 찬 게장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게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간장게장만을 판매하는데, 다시마와 게딱지 등을 넣고 끓인 씨간장을 사용한다. 씨간장에 태안 소금과 서산 육쪽마늘, 양파 등을 넣고 숙성시키는 것 역시 화해당의 비법이다. 이 중에서도 박 대표가 꼽은 화해당의 가장 큰 장점은 원재료의 신선함이다. 인공 조미료 하나 없이 오직 원재료의 신선함으로 맛을 냈기에 각 재료의 조화가 잘 어우러진다. 이처럼 깔끔한 감칠맛을 가진 화해당의 간장게장은 비리다는 인식을 완전히 지워준다. 어머니에서 딸로, 2대를 이어온 간장게장에 대한 자부심과 부단한 노력이 세계로 뻗어나가 한국의 맛을 알려줄 화해당의 활약이 기대된다.
· 간장게장과 찰솥밥 4만3000원
·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대로62길 15
· 월~토요일 오전 11시~오후 3시, 오후 4~9시
· 02-785-4422
edit 박진명, 진찬호 — photograph 양성모, 류현준, 강태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