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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여행자의 프로방스

2019년 10월 15일 — 0

남국의 정서는 온화하다. 춥거나 덥거나 한쪽으로 매섭게 치우치지 않는 날씨, 두 눈을 파랗게 물들이는 바다, 시간과 일상이 스며든 골목골목. 누구나 사랑해 마지않는 나라 프랑스의 남국 프로방스를 다녀왔다.

산기슭을 따라 주거 공간이 아기자기하게 펼쳐져 있는 작은 마을 브랑트 풍경.
산기슭을 따라 주거 공간이 아기자기하게 펼쳐져 있는 작은 마을 브랑트 풍경.

자연이 빚어낸 녹색 서사가 펼쳐지는 중간중간 아름답게 조성되어 있는 마을, 햇살을 머금어 때때로 눈부시게 반짝이는 푸른빛 바다. 하늘에서도 시선이 오래 머무는 그림 같은 풍경을 지닌 프로방스로 여행을 떠났다. 발음조차 리드미컬한 프랑스의 남부 지역 프로방스는 마르세유, 아비뇽 등 이미 잘 알려진 큰 도시들도 많지만 역사와 시간, 짙은 삶의 흔적 같은 것들이 켜켜이 맺혀 있는 작은 도시 또한 두루 발달해 있다. 이번 프로방스 여행의 시작은 아담한 예술의 도시 아를(Arles)이었다. 아를 하면 으레 떠오르는 단어는 빈센트 반 고흐. 고흐가 살아 생전 이곳의 구석구석과 면면을 마치 자신의 영감의 캔버스 삼아 화폭에 열정적으로 담았던 도시다. 더불어 과거 로마 지배기의 유적도 산재해 있어 골목골목 발길 닿는 대로 거닐며 감상하기 더없이 좋다. 아침 일찍 호텔을 나서 눈앞의 작은 골목으로 들어섰다. 가장 높은 건물이라곤 3층 정도일 듯 야트막한 건물들이 구불구불 늘어선 골목엔 가정집들이 아침의 온기를 품은 채 정겹게 자리하고 있었다. 길을 계속 걷다 보면 마주하는 것들은 노천 테라스의 카페 혹은 잡다한 것들을 판매하는 귀여운 상점. 물론 그 중간에는 로마 콜로세움을 축소해 옮겨놓은 듯한 외관의 원형 경기장(The Amphitheater)과 원형 극장(The Roman Theater) 등 로마 시대의 흔적도 만나볼 수 있었다. 원형 경기장의 꼭대기에 올라 아를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보았다. 멀리에는 론강이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천천히 흐르고 그 근처로 빛바랜 지붕이 연이어 펼쳐지며 얼기설기 작은 마을을 이루고 있었다. 빛바랜 지붕들 사이로 문득 초현대적 디자인의 높다란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수채화 사이에서 만난 유일한 한 점의 초현실주의 작품 같은 모습. 2014년부터 시작해 내년 2020년에 완공 예정인 루마 아를 단지(Luma Arles Complex)의 건물이었다. 거장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설계해 많은 이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는 곳이다. 아를의 예술은 지금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었다. 빈센트 반 고흐 재단(Fondation Vincent Van Gogh Arles)을 비롯해 크고 작은 갤러리가 골목골목에 위치해 있고, 거리의 벽면에는 현대 작가들의 작품이 자유분방하게 그려져 있거나 포스터로 제작돼 붙여 있곤 했다. 현재 아를의 한 골목 끝에는 국내 거장 작가인 이우환의 재단 건물이 안도 타다오 건축하에 공사 중이었다. 과거의 예술혼 위에 겹겹이 덧칠해지는 현대 미술. 아를은 내일이 더 기대되는 감도 높은 도시였다. 고흐의 도시 아를의 정취에 흠뻑 젖어 있다 보니 어느덧 다음 행선지인 세잔의 도시 엑상프로방스(Aix-en Provence)로 발길이 향하고 있었다.

작은 숍, 카페에서도 느껴지는 아를의 예술적인 정취.
작은 숍, 카페에서도 느껴지는 아를의 예술적인 정취.
로마의 콜로세움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아를 원형 경기장.
로마의 콜로세움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아를 원형 경기장.

활기를 머금은 예술 도시 엑상프로방스

아를과 비교해 대도시 격으로 규모가 큰 도시 엑상프로방스에서는 뜻밖에도 분주한 아침을 맞이했다. 번화가인 미라보 거리(Le Cours Mirabeau)에서 마켓이 열려 이른 아침의 새처럼 도시 곳곳이 이미 활기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잡지 화보에 등장할 법한 각종 빈티지 소품과 프로방스 토산품, 싱싱한 채소와 이름 모를 현지 과일들, 치즈, 살라미 등 풍성한 아이템들이 구비돼 있어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신이 났다. 미라보 거리에는 과거 세잔이 단골이었다는 노천 카페 레 되 가르송(Les Deux Garçon)과 아기자기한 소품 숍, 디저트 숍 등이 줄지어 있고 장을 보기 위해 소박한 바구니 하나를 들고 나선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한데 섞여 북적북적한 모습이었다. 유럽 여행 때 놓치면 아쉬운 플랫 복숭아 한 움큼, 생치즈 하나, 프로방스산 로제 와인 한 병, 분명 여행에 짐이 되겠다 싶었음에도 안 사면 후회할 아이템들을 못 이기는 척 하나둘씩 구입하며 양손이 무거워질 즈음 동화 같은 숍 하나를 발견했다. 프로방스에서 탄생한 과자 ‘칼리송(Calisson)’을 판매하는, 그것도 우리식으로 표현하자면 원조 격인 숍 ‘칼리송 뒤 로이 르네(Calisson du Roy Rene)’였다. 달콤한 포옹이라는 뜻의 칼리송은 아몬드를 납작하게 누른 듯한 모양의 과자. 1400년대 군주의 결혼식을 위해 만들어진 이 과자는 아몬드 가루를 주재료로 프로방스산 각종 식재료를 더해 만들었다. 가장 기본적인 맛의 칼리송을 한 입 베어 무니 쫀득한 식감과 달달한 맛이 혀끝에서 맴돈다. 진한 커피와 먹으면 어울릴 듯한 맛이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맛은 아니었지만 숍에서 나올 때 손에 몇 점 들려 있는 것을 보니 맛도 맛이지만 디자인과 고전적인 패키지에도 끌렸던 것 같다. 엑상프로방스의 도심에서 살짝 외곽으로 발길을 돌려 최근에 오픈한 샤토 라 코스트(Châuteau La Coste)로 향했다. 와이너리와 미술관, 호텔 등이 한데 모여 있는 이 거대한 공간은 렌조 피아노, 프랭크 게리, 안도 타다오, 루이스 부르주아, 알렉산더 칼더 등 거장들의 손길이 닿아 완성된 곳이라 향하는 순간부터 설레기 시작했다. 추수를 앞둔 포도나무가 줄지어 드넓게 펼쳐져 있는 와이너리의 시작점에 안도 타다오가 건축한 아트센터가 위치하고, 와이너리 중간에는 프랭크 게리의 화려한 건축물인 야외 콘서트홀이 서 있는 이곳을 가이드와 둘러보는 동안 내내 감탄이 흘러나왔다. 걷다가 우연히 마주치는 장 누벨이 건축한 현대적인 모양의 와인 숙성고, 100년은 족히 산 듯한 거대한 나무의 가지에 매달려 있는 프랑스 작가 장미셸 오토니엘의 작품 등 대지 곳곳에 숨겨져 있는 듯 아닌 듯 연이어 등장하는 현대 작품의 향연에 압도당할 정도였다. 벅찬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와이너리에서 와인 테이스팅 기회를 가져보았다. 100% 유기농 와인만을 생산하는 이곳에서 프로방스 지역을 대표하는 로제 와인 한 모금으로 목을 축여보았다. 상큼한 과일과 꽃 향이 코끝에 맺힐 때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왔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문턱에 불어오는, 아직은 온기가 서려 있는 따뜻한 바람. 건축가와 예술가가 빚어낸 대지에서 얻은 감동으로 한껏 부풀어 올랐던 가슴이 이내 귓가에 속삭이는 나지막한 목소리처럼 차분해지기 시작했다.

엑상프로방스를 대표하는 과자 칼리송을 판매하는 숍.
엑상프로방스를 대표하는 과자 칼리송을 판매하는 숍.
엑상프로방스의 시장 구경. 때마침 시즌을 맞이한 미라벨이 판매되고 있었다. 미라벨은 자두과의 달콤한 과일.
엑상프로방스의 시장 구경. 때마침 시즌을 맞이한 미라벨이 판매되고 있었다. 미라벨은 자두과의 달콤한 과일.
샤토 라 코스트 안에 있는 호텔 빌라 라 코스트의 테라스에서 바라본 풍경. 높다란 나무를 병풍 삼은 호젓한 수영장과 평화로운 와이너리 풍경이 아름답다.
샤토 라 코스트 안에 있는 호텔 빌라 라 코스트의 테라스에서 바라본 풍경. 높다란 나무를 병풍 삼은 호젓한 수영장과 평화로운 와이너리 풍경이 아름답다.

흙 냄새를 맡고 식물의 모양을 익히고

여행자의 아침은 고단하다고 했던가.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차를 타고 툴루랑 협곡(Toulourenc Valley) 내에 있는 작은 마을 브랑트(Brantes)로 향했다. 마을 입구에 다다르기 전 멀리서 마을을 한눈에 담아보았다. 산중턱에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에 입꼬리가 올라갔다. 우리가 꿈꾸던 자연과 상생하는 마을이다! 브랑트에 아침 일찍부터 찾아든 이유는 이곳에서 오딜, 브리짓과 함께 식물과 식용 꽃을 채집하는 법을 배우고, 채식주의&유기농 쿠킹 클래스에 참여해보기 위함이다.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에 호리호리한 몸매를 한 두 명의 중년 여인이 말간 눈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오딜이 직접 만든 유기농 레모네이드로 잠시 목을 축이고 있으니 브리짓이 일행들 손에 각기 다른 모양의 바구니를 쥐어주었다. 이렇게 브리짓을 따라 마을 곳곳을 돌며 식물과 식용 꽃을 채집하기 시작했다. 때 묻지 않은 자연을 지닌 브랑트는 곳곳이 식재료 투성이였다. 걷다가 만나는 바위틈, 비탈진 계단, 내리막길의 담벼락 등에 각종 허브와 채소 혹은 식용 꽃이 자라고 있었다. 브리짓은 걷다 만난 작은 벌판에서 풀잎을 헤치더니 처음 보는 식물을 한 움큼 따서 보여줬다. 야생 시금치. 우리가 시중에서 만나는 시금치와는 전혀 다른 모양을 하고 있었다. 또 갑자기 바닥에 주저앉더니 땅에서 자란 엄지 손톱만 한 크기의 잎사귀를 몇 점 따서 보여주었다. ‘말바’라는 생소한 채소로 클래스의 볶음 요리에 사용될 거라 말해주었다. 냄새를 맡아보니 허브 향이 약하게 나는 것 같았다. 브리짓의 가르침하에 선명한 주황색 꽃잎이 발랄했던 칼렌듈라 꽃을 채집해보았다. 화장품의 원료로 쓰이기도 하는 칼렌듈라 꽃이 식용 가능하다는 사실을 이번에서야 알았다. 이뿐인가. 세이지, 타임, 로즈메리 등 각종 허브는 물론 탐스럽게 익은 무화과와 블루베리, 라즈베리, 블랙베리 등 각종 맛있는 식재료가 야생으로 자라나고 있었다. 브랑트는 세상과는 별개로 자존하고 있는 청청한 소우주가 아닐까. 채집을 마치고 오딜의 주방에 모여 쿠킹 클래스를 시작했다. 깨끗이 씻어 다듬어진 식재료가 고운 빛깔을 뽐내며 아일랜드 위에 탐스럽게 놓여 있었다. 이날 오딜은 우리에게 프로방스산 칸탈로프 멜론을 이용한 애피타이저와 감자샐러드, 토마토 브루스케타, 말바 폴렌타 케이크, 식용 꽃으로 장식한 카나페 등 맛과 영양을 갖춘 건강식을 전수해주었다. 말바를 프라이팬에 볶고, 토마토와 치즈를 깍둑썰기하고, 칸탈로프 멜론을 수박화채처럼 동그랗게 파내는 등 오딜의 주방은 배우는 이들의 손으로 바쁘게 돌아갔다. 썰고, 다지고, 볶고, 오븐에 굽고를 한 1시간 반 정도 했을까, 다 함께 완성한 점심 메뉴들이 야외 테이블에 차려졌다.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프로방스 식탁. 프로방스산 와인과 함께 식사를 음미하니 자연과 평화롭게 합치되는 느낌이 들었다. 바람의 흐름을 느끼고, 흙냄새를 맡고, 식물의 모양을 읽으며 자연과 상생하는 삶. 이곳에서 최소 한 달을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테라스에 컬러풀한 천막을 드리우고 있는 곳이 식물 채집을 하고 채식 쿠킹 클래스를 들을 수 있는 공간.
테라스에 컬러풀한 천막을 드리우고 있는 곳이 식물 채집을 하고 채식 쿠킹 클래스를 들을 수 있는 공간.
브랑트에서 오딜에게 다양한 채식 메뉴를 배웠다.
브랑트에서 오딜에게 다양한 채식 메뉴를 배웠다.

와인은 곧 자연이 선사한 축제

프로방스를 대표하는 도시 중 하나인 아비뇽(Avignon)에서의 여정은 호텔 드 유럽(Hotel D’Europe)에서 아침을 맞이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1580년에 지은 후작의 저택을 1750년에 호텔로 개조해 운영해온 이곳은 무려 나폴레옹이 이름 지은 것으로 유명하다. 묵어간 이들만도 피카소, 달리 등 시대를 풍미하던 유명인들이 허다하다. 최근에는 호텔의 펜트하우스에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투숙했었다고 한다. 유럽 여행의 백미 중 하나는 이 같이 역사적인 호텔에 투숙하는 것일 거다. 오랜 시간 변치 않는 아름다움을 지닌 건물의 매력에 흠뻑 취하는 것은 물론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역사의 한 순간에 자신도 동참했다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교황청을 중심으로 과거의 모습을 간직한 시가지가 펼쳐진 아비뇽은 오래된 로컬 상점들과 세련된 현대의 물건들로 가득한 공간이 교차하며 펼쳐졌다. 현대 작가들의 공예 작품들을 주로 판매하는 갤러리 숍과 세계적인 디자인 제품들을 모아 판매하는 멀티숍, 벵시몽, 레페토 등 프랑스 패션 브랜드들이 모인 거리 등 사실 쇼핑만으로도 하루 이틀을 고스란히 소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것들을 뒤로한 채 아비뇽으로 찾아든 주된 이유는 론 지역의 포도 수확의 개시를 알려주는 축제인 벙 데 벙덩주(Ban des Vendanges) 퍼레이드를 관람하기 위함이다. 오후 7시, 아비뇽 교황청에서 마치 사제의 복장을 한 듯한 퍼레이드 일행이 줄지어 나오기 시작했다. 이들은 론 지방을 대표하는 와이너리의 사람들. 그들의 라벨로 만든 깃발을 들고 있었다. 퍼레이드를 구경하기 위해 몰려든 지역민과 관광객들이 환호하고 사진 찍으며 퍼레이드 일행을 따랐다. 교황청에서 시작한 퍼레이드는 언덕 꼭대기인 자르댕 데 돔(Jardin des Doms)에서 마무리됐다. 론 지역의 포도 수확을 시작함을 알리는 아나운스먼트에 이어 한쪽에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포도즙을 내는 퍼포먼스를 펼치기 시작했다. 사람 키만큼 높고 거대한 나무통에 갓 수확한 포도를 한가득 담고 뚜껑을 덮은 후 착즙하기 시작하는 건장한 세 명의 남성들. 맨 위쪽에서부터 뚜껑을 누르길 5분 정도 했을까, 통 아래의 틈으로 갓 짜낸 포도즙이 흐르기 시작했다. 자, 이제 진정한 포도주의 계절이 왔다! 많은 이들이 박수 치며 환호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사람들은 축제를 본격적으로 즐기기 시작했다. 자르댕 데 돔에 펼쳐진 와이너리와 먹거리 부스를 돌아다니며 와인을 테이스팅하고 식사를 캐주얼하게 즐겼다. 어둠이 내리고 조명에 불이 들어오니 분위기가 더욱 무르익기 시작했다. 레드 와인 한 모금에 샤르퀴트리 한 조각, 로제 와인 한 모금에 갈레트 한 입을 먹으며 풍경을 감상하는 여유를 누려보았다. 와인은 곧 자연이 선사한 축제였다.

벙 데 벙덩주에 참석해 축제를 즐기는 수많은 사람들.
벙 데 벙덩주에 참석해 축제를 즐기는 수많은 사람들.
샤토 라 코스트의 포도밭 풍경. 곧 수확을 앞두고 있는 포도가 한창 무르익었다.
샤토 라 코스트의 포도밭 풍경. 곧 수확을 앞두고 있는 포도가 한창 무르익었다.
아비뇽 교황청에서 진행되는 빛과 사운드 쇼 ‘바이브레이션’.
아비뇽 교황청에서 진행되는 빛과 사운드 쇼 ‘바이브레이션’.

여정의 파란색 마무리

프로방스 여정의 종착점은 만인이 사랑하는 도시 마르세유(Marseille)였다. 녹색으로 가득했던 지금까지의 프로방스와는 또 다른 파란색으로 가득한 프로방스를 만날 수 있는 곳. 마르세유에 도착하니 청명한 파란색으로 뒤덮인 지중해의 그림 같은 풍경이 맞이해주었다. 구 항구 부근에 숙소를 잡고 유유히 산책을 즐겨보았다. 마치 요트 주차장처럼 항구를 따라 정박해 있는 각양각색의 요트들이 무척 호사스러워 보였다. 프랑스 최대의 항구도시이자 세계적인 휴양지인 마르세유에는 즐길 거리가 너무 많다. 구 항구에서 출항하는 배를 타고 근처 이프섬(If l.)이나 프리울섬(Frioul l.)으로 향해 비경을 감상하고 해수욕을 즐기거나 세련되고 맛있는 레스토랑을 찾아가 지역의 자부심이 담긴 요리인 부야베스를 맛볼 수도 있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각종 해상 스포츠를 즐길 수도 있지만 마르세유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슈퍼스타 축구선수 지네진 지단의 고향이 아니던가. 명문 축구 클럽인 올랭피크 드 마르세유의 홈구장을 방문해 축구 경기를 관람할 수도 있다. 고심 끝에 구 항구에서 보트를 빌려 프리울섬으로 향했다. 말랑말랑한 빛깔의 이국미가 가득한 해변에서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섬의 호젓한 해변가에 보트를 세우고 프라이빗하게 수영을 즐겼다. 일행들의 웃음 소리에 갈매기가 궁금한 듯 찾아들었다. 해변에서 보트를 타고 나와 레스토랑이 늘어선 프리울섬의 부둣가에 배를 세웠다. 노천 레스토랑이 즐비했는데 뜻밖에도 피자를 파는 이탤리언 레스토랑이 많아 놀랐다. 가만 생각해보니 마르세유 도시 곳곳에도 피자집이 꽤 많이 눈에 띄었다. 마르세유에는 이탈리아 커뮤니티가 잘 발달해 있다고 한다. 과거 뉴욕으로 향하는 배를 타기 위해 마르세유로 찾아든 이탈리아인들이 지금껏 그들의 삶을 영위해오고 있다. 마르세유에서의 둘째 날은 골목골목 도시 곳곳을 둘러보는 데 시간을 투자했다. 장 뒤뷔페의 전시가 한창 진행 중이었던 마르세유를 대표하는 예술 공간인 뮤셈(Mucem)은 규모와 건축 면에서 모두 놀라웠다. 어망을 상징하는 디자인으로 지어 올린 외관이 바다와 한 몸이 되는 듯했다. 버스를 타고 마르세유의 정신적인 지주인 노트르담 드 라 가르드(Notre Dame de la Garde) 성당으로 향해보았다. 주거지역을 지나 구불구불 언덕을 오르고 올라 끝에 다다르니 성당이 마르세유를 보호하듯 온 도시를 시야로 아우르며 서 있었다. 고전적인 외관의 건물 속은 여느 성당과 비슷했지만 천장에 매달려 있는 배 모형들이 남달라 눈에 들어왔다. 바다의 도시 마르세유의 어선들을 보호해달라는 의미였다. 자연과 상생하는 삶. 프로방스의 어느 지역보다 현대의 옷을 제대로 갖춰 입은 거대한 도시 마르세유에서도 자연에 순응하고 화합하는 삶이 이어지고 있었다.
아를, 엑상프로방스, 브랑트, 아비뇽, 마르세유 등 프로방스의 각 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각 도시의 개성을 뒤로한 채 어느덧 아름답고 평화로운 프로방스의 자연에 몸을 한껏 몸을 누이게 된다. 건강한 대지와 부드럽게 굽이치는 강, 때때로 불어오는 바람, 수많은 이름의 나무와 식물들 그리고 활기찬 바다. 프로방스에서는 자연의 다양함이 마음이 바쁜 여행자의 발길을 한층 느리게 만든다. 도시의 아름다움은 물론 자연마저 누리고 음미할 수 있는 여행. 프로방스에서는 시간이 조금 느리게 흘러도 좋다.

알록달록한 라 파사렐 레스토랑 풍경.
알록달록한 라 파사렐 레스토랑 풍경.
식감이 살아 있는 황새치 스테이크.
식감이 살아 있는 황새치 스테이크.
프랑스가 낳은 거장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물 유니테 다비타시옹. 공동주택으로 현대 아파트의 원형이라 칭해진다.
프랑스가 낳은 거장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물 유니테 다비타시옹. 공동주택으로 현대 아파트의 원형이라 칭해진다.
마르세유 거리를 걷다 보면 자주 만나는 그래피티.
마르세유 거리를 걷다 보면 자주 만나는 그래피티.
두 눈을 얼얼하게 만들 정도로 선명한 파란색의 바다가 아름다운 마르세유 풍경
두 눈을 얼얼하게 만들 정도로 선명한 파란색의 바다가 아름다운 마르세유 풍경

edit 송정림 — cooperate 프랑스 관광청(kr.france.fr), 에어프랑스(airfrance.co.kr),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 관광청(provence-tourism.com/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