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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천의 톡톡

2019년 11월 15일 — 0

이제까지 그만의 방식으로 국내 미식 신의 성장에 일조해온 ‘톡톡’이 청담동으로 자리를 옮겨 선보인다. 김대천 셰프는 톡톡의 새로운 시작과 나란히 ‘셰프 김대천’의 또 다른 도약을 살며시 예고했다.

톡톡의 김대천 오너셰프.
톡톡의 김대천 오너셰프.

김대천 셰프의 톡톡은 2017년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50 어워드에서 ‘올해 주목할 레스토랑(One to Watch Award)’을 수상하고 다음 해인 2018년과 2019년에도 꾸준히 50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톡톡이 오픈한 지 햇수로 7년. 무엇이든 빠르게 교체되고 대체되는 요즘 같아선 적지 않은 시간이지만 한 분야에서 자신만의 입지를 굳히기엔 그리 넉넉한 시간도 아니다. 사실 타인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설득시키는 건 얼마나 시간을 들이는가의 문제가 아니다. 넘쳐나는 자원과 과잉 정보 속에 잠시 눈을 돌린 사이 비슷한 대안들이 무한 증식하는 세계. 요즘 세상에 영원히 나만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나라고 못할 일도 없다. 그런데 미식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 ‘김대천’ 하면, 인장처럼 ‘톡톡’이 따라 나온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이건 그가 무언가 제대로 해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터. 최근 톡톡은 신사동에서 청담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동안 톡톡이 어렵사리 형성해온 분위기와 태도에 자칫 흠집이 갈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김대천 셰프는 톡톡을 찾아주는 손님들을 그가 원하는 만큼 환대하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 짙은 터쿠아즈 블루와 아이보리 컬러를 입힌 모던한 인테리어에 보다 여유 있는 테이블 간격, 좀 더 격식을 차린 테이블 세팅의 새로운 톡톡에서 김대천 셰프는 손님을 맞는다.

레스토랑 내부에서 볼 수 있는 톡톡의 로고.
레스토랑 내부에서 볼 수 있는 톡톡의 로고.
톡톡이 <미쉐린 가이드>에 등재됐음을 나타내는 표식.
톡톡이 <미쉐린 가이드>에 등재됐음을 나타내는 표식.
서비스 전 김대천 셰프와 톡톡 요리사들이 한데 모여 오늘의 메뉴와 중요한 사항들을 공유하고 있다.
서비스 전 김대천 셰프와 톡톡 요리사들이 한데 모여 오늘의 메뉴와 중요한 사항들을 공유하고 있다.

매스티지 다이닝 톡톡

2013년 신사동에 처음 오픈한 톡톡은 캐주얼 다이닝을 지향했다. “7~8년 전에는 지금만큼 다이닝 신이 활성화돼 있지도 않았고, 어떻게 하면 많은 분들이 오셔서 편안하게 즐기다 가실지에 초점을 맞췄어요.” 사람들의 눈에 비친 방식은 캐주얼 다이닝이었지만 그 스스로가 식재료의 냄새나 상태에 워낙 민감한 터라 스시집에서 날것으로 서비스하는 생선 못지않게 상태가 좋은 것만 썼다. 좋은 식재료에 대한 정보가 쌓여갈수록 식재료에 관한 기준도 높아져갔다. 셰프는 당시 국내에 흔치 않은 특수 채소의 종자를 도입해 계약된 농장에서 재배하기에 이르렀고 계절마다 산지 최고의 식재료를 찾기 위해 발품을 아끼지 않았다. 음식은 파인다이닝 수준으로 제공하면서도 레스토랑의 문턱을 높이지 않으려는 그의 소신은 오늘날 ‘매스티지 다이닝’이란 새로운 콘셉트를 만들어냈다. 매스티지 다이닝은 대중을 뜻하는 ‘매스(Mass)’와 ‘프레스티지(Prestige)’의 합성어다. “톡톡 초반에는 레스토랑 이름이 톡톡(문 두드릴 때 나는 의성어 ‘똑똑’의 프랑스어 표기)이니까, 남들이 안 하는 혁신적인 것으로 승부를 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달라지더라고요. 톡톡은 가장 좋은 요리를 내되 쾌적하고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레스토랑을 이전하며 식기, 서비스 등 모든 측면에서 격조를 높였지만 음식 가격을 높이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톡톡이 지향하는 항로는 시그너처 요리 중 하나인 ‘트러플 덤플링’에도 잘 나타나 있다. 소위 군만두의 외양을 한 트러플 덤플링은 세계 3대 진미에 속하는 트러플, 푸아그라와 사과, 양파 잼으로 속을 채웠다. 보여주는 데 힘을 뺀 것은 사람이든 음식이든 단단한 자아가 있지 않고서는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톡톡의 요리사가 랍스터를 손질하고 있다.
톡톡의 요리사가 랍스터를 손질하고 있다.
톡톡은 국내에서 다양한 품종의 토마토와 특수 채소들을 계약 농장을 통해 재배하고 있다.
톡톡은 국내에서 다양한 품종의 토마토와 특수 채소들을 계약 농장을 통해 재배하고 있다.

셰프의 시그너처 테이블

톡톡에서는 프렌치를 기반으로 일식과 중식 등 세계 각국의 조리법이 접목된 요리를 선보인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역시 식재료다. 디시마다 최적의 식재료를 올리기 위해 다년간 전국 최고의 생산자와 도매상과 관계망을 넓혀간 결과, 톡톡의 요리에 사용되는 국내 식재료의 비율은 전체 식재료 중 90%를 차지한다. 오픈 초기, 서양 요리 특성상 식재료의 약 70%를 수입에 의존하던 것에 비하면 큰 성과다. 여지껏 한국의 식재료로 대체하지 못한 것은 트러플이나 이탈리아의 파스타 정도. “간혹 해외에서 서양 요리를 전공한 친구들이 국내에 쓸 재료가 너무 없다고 하는 경우가 있어요. 저는 거기에 동의하지 않아요. 쓸 게 너무 많은걸요?(웃음) 실제 우리나라의 식재료와 레스토랑 비즈니스는 지금 엄청난 속도로 미식 선진국들을 따라잡고 있어요.” 시즌에 따라 전갱이나 고등어, 달고기 등은 제주에서 들여오고 문어는 사천에서, 은어는 봉화에서 받는다. 계약된 농장에서 친환경적으로 재배되는 특수 채소는 일주일에 1~2회에 걸쳐 레스토랑으로 직송된다. 톡톡을 잘 표현한 메뉴가 트러플 덤플링이라면, 셰프 김대천의 스타일을 가장 잘 나타내는 메뉴는 20가지 이상의 제철 채소로 구성한 샐러드다. 천천히 시어링해 단맛을 올리거나, 소금에 살짝 무치거나, 정밀하게 시간을 맞춰 데치는 등 채소들은 각각이 지닌 고유성과 다른 재료와의 어울림을 고려해 따로 조리된 다음 한 접시에 조합된다. 다른 메뉴에도 셰프의 섬세함이 녹여져 있다. 시즌 파스타 콜드 랍스터는 랍스터를 통째로 졸이고 졸여 엑기스만 남긴 다음 크림이랑 다시 한 번 졸여 소스를 만든다. 생선 요리에 들어가는 도미는 직접 만든 술지게미에 3일 동안 묻어놓고 절인다. 그렇게 하면 도미 속 불필요한 수분이 빠지고 아미노산이 응축되며 단맛이 높아진다. 쥐드보(Jus de Veau) 소스를 곁들인 소고기 요리는 그의 스승인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람베리의 셰프에게서 전수받은 것이다. 그의 스승은 자신의 스승에게 가르침을 받은 레시피를 김대천 셰프에게 전수하며 이 요리만큼은 과정을 바꾸지 말고 똑같이 해달라 요청했다. “요리 과정이 워낙 복잡하고 지난한데 지금껏 그대로 따르고 있어요. 그게 클래식이거든요. 분자요리 같은 혁신적인 스타일도 전부 클래식에서 시작된 것이죠. 클래식 기반 없인 결국 새로운 것도 없어요.”

샐러드를 마무리하고 있는 김대천 셰프의 손.
샐러드를 마무리하고 있는 김대천 셰프의 손.
한상호 셰프가 연어의 비늘을 벗기며 손질하고 있다. 한 셰프는 일식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특히 생선을 잘 다룬다.
한상호 셰프가 연어의 비늘을 벗기며 손질하고 있다. 한 셰프는 일식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특히 생선을 잘 다룬다.
팬을 이용해 고기를 시어링하고 있다.
팬을 이용해 고기를 시어링하고 있다.
생선을 손질하고 있는 톡톡의 한상호 헤드셰프.
생선을 손질하고 있는 톡톡의 한상호 헤드셰프.

일곱 개의 문, 셰프의 새로운 시작

서비스 오픈 전, 김대천 셰프보다 언제나 한발 앞서 몸을 움직이는 셰프가 있었다. 바로 톡톡의 한상호 헤드셰프다. 톡톡에 합류한 지 5년 된 그는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톡톡의 미식 세계를 완성해가는 데 일조했다. “상호는 제가 정말 존경하는 후배예요. 지난 5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8시 반 가장 먼저 출근해서 오픈 준비를 했어요. 성실하고 자기 일에 충직하죠. 물론 셰프로서 자질도 뛰어나고요.” 김대천 셰프가 현재 새로운 레스토랑 오픈을 준비할 수 있는 것도 톡톡에서 한상호 셰프의 역할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김대천 셰프는 조만간 같은 건물 4층에 새로운 레스토랑 ‘세븐스도어’를 오픈한다. “세븐스도어는 말하자면 저의 자아실현 격의 레스토랑이에요.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 중 <타나토노트>라는 책에서 네이밍에 대한 영감을 얻었어요. 죽음을 탐사하는 내용의 소설인데 죽음에 가기까지 7개의 단계가 나와요. 저는 그게 맛의 단계로 보이더라고요.” 그가 말하는 7개의 단계 중 5개는 단맛, 신맛, 짠맛 등의 기존의 5미이고, 6미는 발효와 숙성, 7미는 사람의 손이다. 셰프가 생각하는 6미인 ‘발효와 숙성’은 세븐스도어의 베이스가 된다. 7미를 ‘사람의 손’이라 표현한 것은 결국 음식은 사람의 손끝에서 완성될 수밖에 없단 생각에서다. 예약한 뒤 1년을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는 레스토랑을 한국에 만드는 것, 그것이 김대천 셰프가 앞으로 삼은 목표다. 클래식의 가치를 존중하고 과감한 시도를 꾀하며 미식 신의 문을 ‘톡톡’ 두드린 김대천 셰프. 한 해 한 해 하나의 문을 열고 다음 단계로 가길 거듭한 7년이란 시간 끝에 그가 눈앞에 두고 있는 건, 또 다른 ‘일곱 개의 문’이었다.

레스토랑 톡톡의 런치 코스 중 가장 첫 번째로 서브되는 웰컴 디시.
레스토랑 톡톡의 런치 코스 중 가장 첫 번째로 서브되는 웰컴 디시.
약 20가지의 채소로 구성된 샐러드에 마지막 터치를 더하고 있는 김대천 셰프.
약 20가지의 채소로 구성된 샐러드에 마지막 터치를 더하고 있는 김대천 셰프.

TOC TOC
1. 코스를 마무리해주는 오늘의 디저트 체리 밀푀유.
2. 셰프의 시그너처 요리 중 하나인 계절 샐러드.
3. 쥐드보 소스를 곁들인 브레이징 비프.
4. 카펠리니에 랍스터를 통째로 졸여 만든 크림소스를 접목한 시즌 파스타 콜드 랍스터.
5. 버터포칭해 뵈르블랑 소스를 곁들인 대구. 뇨키를 곁들였다.

톡톡 INFO
· 트러플파스타 3만3000원, 평일 런치 코스 메뉴 4만5000원, 주말 런치 코스 메뉴 6만원, 디너 코스 11만원
· 서울시 강남구 학동로97길 41
· 정오~오후 3시, 오후 6~10시, 월요일 휴무
· 02-542-3030

edit 장은지 — photograph 박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