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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치유하는 농법, 저탄소 농산물 인증

2019년 9월 20일 — 0

직접 장 본 채소로 요리한 뿌듯함도 잠시, 한 켠에 쌓인 비닐봉지와 포장재 쓰레기에 양심의 가책을 느낀 적이 있는가?축산물뿐 아니라 농산물 생산, 유통 과정에도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농산물을 생산하는 데 발생하는 탄소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양심적인 농가를 찾았다.

현재 전 세계의 다이닝 신에는 채식, 비건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육류를 먹지 않거나, 육류 소비를 줄이려는 이러한 움직임은 가축을 사육하며 단행되는 비윤리적인 행위에 대한 반발심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축이 내는 메탄가스를 줄이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가축이 내뿜는 메탄가스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렇듯 환경에 대한 책임감을 가졌으며 건강 관리에 철저한 현대인의 ‘채소 지향적 식단’에 발맞춰 오늘날 다수의 푸드 업계와 셰프들은 ‘어떻게 하면 채소를 고기에 버금갈 만큼 맛있게 먹을지’에 대해 고민한다. 그런데 여기 우리가 차마 마주하기 어려운 진실이 있다. 채소를 재배하고 유통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량 또한 어마어마하다는 것이다. 육류 중심 식단에서 벗어나 채소가 미래 식량의 대안이 되고 있는 지금, 이제 무조건 채소 식단을 늘릴 것이 아니라 어떤 채소를 선택할지를 고민할 단계다. 가장 쉬운 방법 하나는 저탄소 농산물 인증을 확인하는 것. 저탄소 농산물 인증을 실천하는 농장을 찾아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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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모 대표

저탄소 농산물 인증 제도에 대해 설명해달라.
쉽게 말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농법을 지키는 농가 또는 농장에 부여하는 인증 제도다. 농장에서 많이 사용되는 비닐 등 화학 섬유 사용을 최소화하고, 탄소를 발생시키는 농업 기기 사용도 자제한다. 불가피하게 농업 기기를 사용해야 할 경우 기기를 작동시키는 원료인 휘발유는 면세유로 대체하고, 화학 비료나 퇴비 등도 적정 수치 이상을 넘지 않는다. 저탄소 인증 제도를 받기 위해서는 연간 전기 사용 내역서, 거래하는 농약이나 비료 구매 내역서, 면세유 사용 내역서를 제출해 일반 농법과 비교해 탄소량을 얼마나 많이 줄였는지 심사받는다.

이곳 복숭아 농장에서는 어떤 저탄소 농업 기술을 사용하고 있나?
기본적으로 ‘무경운’과 ‘풋거름재배’를 실천하고 있다. 무경운은 말 그대로 밭을 경작하지 않음으로써 농업 기기와 휘발유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다. 또 풋거름재배는 밭을 갈지 않아 복숭아 나무 주변 잡초 및 식물들을 그대로 자라도록 두는 것이다. 저탄소라는 게 궁극적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함량을 줄이는 것이지 않은가? 여기엔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하는 것과 대기 중 이산화탄소 함량을 줄이는 것 두 가지가 있다. 잡초를 방치하게 되면 그 잡초의 엽록소가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정화하는 작용을 한다.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서도 잡초의 역할이 중요하다. 해충이 잡초로 분산돼 복숭아 나무로만 몰리지 않게 되고, 나무를 뒤덮지 않도록 약간씩 쳐낸 잡초 윗동은 땅에 떨어져 자연 퇴비가 된다.

저탄소 농업 기술을 실천하며 어려운 점은 없나?
주변 잡초를 제거하지 않으니 지속적으로 풀을 베며 관리를 해주어야 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넓은 복숭아밭에 자란 잡초를 1년에 못해도 7번 정도는 베주어야 한다. 주변 풀의 키가 복숭아 나무에 버금가면 나무가 살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여름 장마철에 풀이 아주 잘 자란다. 제일 더울 때다. 올해는 특히 비가 많이 왔다.(웃음)

어려움 속에서도 저탄소 인증 제도를 실천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직 많은 소비자들이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 북극에 있는 빙하는 원래 바다에 잠긴 얼음 부피가 있기 때문에 녹아도 해수면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문제는 그린란드나 캐나다 북부, 땅 위의 얼음이다. 그린란드의 얼음이 모두 녹으면 전 세계 해수면이 7m가 올라간다고 한다. 둑이 넘치고 사람들은 산으로 삶의 터전을 옮겨야 할지도 모른다. 생태계도 뒤틀린다. 저탄소 인증에 대한 인식이 확장돼 전 세계 인류와 후대를 위해 많은 농가와 소비자들이 책임감 있는 생산과 소비를 하루빨리 실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꿈촌생태농장

박용만 대표

저탄소 인증은 어떻게 처음 시행하게 됐나? 
도시의 삶에 지쳐 2010년 귀농을 하며 친환경 농업을 해야겠다 생각했다. 그로부터 마을 주민들을 설득해 다양한 친환경 농법을 실천해왔고 저탄소 인증 제도가 도입되며 자연스레 시행하게 됐다. 현재 국내에 적용되는 농산물 안전과 관련된 인증은 GAP, 무농약, 유기농 총 3가지이다. 그런데 저탄소 인증은 GAP, 무농약, 유기농 인증 3개 중 1개를 이미 보유하고 있어야만 인증 심사를 받을 수 있다. 말하자면 현재 농식품 국가 인증 중 가장 어려우면서도 고차원의 인증인 셈이다.

이곳 마늘 농장에서는 어떤 농업 기술로 저탄소를 실천하고 있나? 
화학 비료나 농약 대신 친환경 농약을 자가 제조해 사용하고 있다. 보편적으로 ‘농약’ 하면 화학 약품만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 집 앞의 산과 들에서 해충이 싫어하는 향을 가진 허브나 식물을 베어 물에 담가 우려낸 것이 내가 말하는 친환경 농약이다. 그것을 밭에 뿌려 작물을 보호함으로써 화학 농약 사용을 억제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화학 농약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연료와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스, 유통 과정에서 이동 수단이 뿜는 가스를 감소시키게 된다. 이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얼마나 줄였는가를 수치화해 저탄소 인증 심사에서 인정받았다.

저탄소 인증을 시행하는 데 어려움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건강한 자연을 좇아 귀농한 나 같은 사람은 친환경적인 농업을 지향하는 것이 자연스러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농업을 해온 사람들은 이것이 생업이다. 농업으로 번 돈으로 자녀들 대학도 보내고 결혼도 시켜야 한다. 그러다 보니 화학 비료와 농약을 치고 과실을 예쁘게 만들어 생산량을 높이는 것이 중요할 테다. 친환경 농업을 하려는 사람은 이익 추구를 넘어 사회적, 환경적 문제를 심각하게 인지하고 후대에 깨끗한 지구를 물려주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웬만한 책임감 없이는 지속하기 어려운 일이다.

저탄소 인증 제도를 통해 앞으로 기대하는 변화가 있다면? 
귀농한 지 10년이 다 돼가는데 아직도 내가 이 마을의 막내다.(웃음) 앞으로도 10년은 더 할 수 있지만 언제까지 하리란 보장이 없다. 그러나 저탄소, 친환경 농업을 지속하지 않으면 미래에는 농업 자체가 이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저탄소 인증 제도를 통해 우리가 당면한 환경 문제를 직시하고 친환경 농업을 책임감 있게 이어갈 젊은이들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저탄소 인증 농산물은?
생산 전 과정에서 필요한 에너지 및 농자재 투입량을 줄여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한 농산물이다. 국가 인증인 친환경 및 GAP 인증을 취득한 안전한 농산물을 대상으로 한다.

edit 장은지 — photograph 최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