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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발품 팔아 찾은 맛집

2019년 8월 29일 — 0

몸과 마음이 살찌는 가을 초입, 미식의 참된 즐거움을 선사할 신상 레스토랑 4곳.

14년이 넘는 프렌치 다이닝의 정통과 변화

라미띠에

장명식 셰프의 프렌치 레스토랑 라미띠에가 청담동의 새로운 공간으로 이전했다. 라미띠에는 첫걸음을 떼던 1999년부터, 장명식 셰프가 바통을 이어받아 운영하기 시작한 2006년, 그리고 지금까지 전통적인 프렌치를 유지해온 업계의 노포로 통한다. 청담동으로 이전하면서 6~12명의 인원을 수용할 만한 넓은 공간과 개별적인 룸을 2~3개 정도 갖추었지만 음식의 고급스러운 맛과 분위기, 그리고 라미띠에를 애정하는 단골들의 발길은 여전하다. 또한 장명식 셰프의 열정도 주방과 홀에서 변함없는 힘을 발휘하고 있다. 유명한 레스토랑의 오너셰프가 얼마나 많은 정성과 끈기를 요하는 일인지 장 셰프와 한순간만 같이 있어도 실감할 수 있다. 새로 이전한 라미띠에를 이야기하는 와중에도 주제는 메뉴에 국한되지 않는다. 문고리를 가벼운 것으로 고른 이유, 방마다 걸린 꽃 그림과 작가들, 식기, 그리고 포털 사이트에 기록된 라미띠에의 별점까지 라미띠에의 면면을 놓치지 않고 겸손한 노력을 기울일 뿐이다. 장 셰프는 모든 사람들을 100% 만족시키는 일이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라미띠에를 찾은 사람들이 식사를 최대한 만족스럽게 즐겼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이 선보일 수 있는 정직한 요리만을 고집한다. 단맛이 특징인 단새우에 토마토의 신맛을 더한 단새우 타르타르, 이 계절의 가장 흔한 식재료지만 파인다이닝으로 고급지게 변한 수박과 참외를 활용한 소르베, 비린 맛 없이 깔끔한 오리고기를 활용한 요리 등 라미띠에만의 코스 요리를 즐길 수 있는 팁으로 와인 한잔을 꼭 곁들였으면 좋겠다는 애정 어린 말을 남겼다.

· 런치(1인) 7만원, 디너(1인) 15만원
·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81-7 2층
· 월~토요일 정오~오후 3시, 오후 6시~10시 30분, 일요일 휴무
· 02-546-9621

성수동 먹자골목에 스며든 카레의 향

카린지

카레 전문점 카린지가 성수동에 문을 열었다. 일주일의 가오픈을 마치고 정식으로 문을 연 시점은 7월. 벌써부터 입구에는 재료가 소진되었다는 안내문이 자주 붙는다. 카린지의 메뉴 아보카도키마카레의 사진이 자연스레 SNS에 퍼지면서 입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카린지에 들어서면 김민성 셰프와 조인혁 대표를 비롯한 전 스태프들이 친가족처럼 끈끈한 팀워크로 분주하게 움직인다. 오로지 카레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뭉친 사람들이다. 카린지의 이름 또한 조인혁 대표와 스태프들이 공통으로 좋아하는 카레와 가수의 이름을 합쳐 만들었다. 조인혁 대표의 본업은 디자이너로 카린지의 브랜딩과 디자인 작업을 직접 했다. 또한 주방을 지휘하는 김민성 셰프는 광화문에 위치한 이찌이 스시를 18년째 운영 중이다. 일식에 통달한 그가 카레에서 꼭 살리고 싶은 것은 토마토소스 베이스의 부드러움, 돈카츠의 바삭함 그리고 카레의 주된 맛을 결정하는 커민의 적절한 배합이다. 커민 향의 강도에 따라 사람들의 반응이 극과 극으로 달라지는 것을 잘 아는 김민성 셰프는 오리지널리티를 갖추면서도 한국인들이 즐길 수 있는 배합을 끊임없이 고민한다. 현재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드라이카레의 한 종류인 아보카도키마카레.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넣은 카레 위에 동그랗게 얹어지는 아보카도가 얼마나 적당하게 익었는지가 관건이다. 아보카도는 매일 한정량으로 까다롭게 준비하지만 잘 익힌 열 개를 엄선해도 꼭 두 개 정도는 너무 물러져서 접시에 올리지 못한다고. 20인분을 판매한 날은 과정과 결과 모두 성공적인 셈이다. 브레이크 타임을 마무리할 즈음 스태프들은 돈카츠를 튀길 준비로 다시 분주해졌다. 카린지 입구에는 고슴도치 한 마리가 그려져 있다. 조인혁 대표와 스태프들이 돈카츠의 바삭함에서 떠올린 캐릭터다.

· 로스카츠 1만2000원, 아보카도키마카레 1만3000원, 스페셜토마토카츠카레 1만5000원
· 서울시 성동구 왕십리로4길 10-3
· 월~토요일 오전 11시 30분~재료 소진 시 마감, 오후 5시 30분~재료 소진 시 마감
· Karinji.present@gmail.com

채소 친화적이고 균형 잡힌 한 끼

베이스 이즈 나이스

뉴욕 맨해튼의 대표적인 캐주얼 한식당 허 네임 이즈 한(Her Name is Han)을 기획했던 F&B 기획자 장진아가 한국으로 돌아와 마포역 근처에 레스토랑 베이스 이즈 나이스(Base is Nice)를 열었다. 채소를 중심으로 한 메뉴가 주를 이룬다. 채식 전문점인지 궁금하다면 장 대표가 직접 정리한 한 줄의 콘셉트가 답변을 대신한다. “채소 친화적이며 균형적이고 간결한, 식사.” 매일 애호박절임, 래디시구이와 같은 채소 위주의 반찬, 유자 소금이 올려진 채소 밥, 국 등이 트레이 한가득 준비된다. 음료는 유기농 케일과 애플망고, 알배기 배추와 천도복숭아를 넣어 달달한 맛이 나는 채소 음료를 선보인다. 모든 식사는 다른 스태프의 도움 없이 오로지 그녀의 정성과 솜씨로 만들어진다. 채식주의자도 아닌 그녀가 채소 중심의 키친을 꾸리게 된 것은 고향 제주도의 영향이 크다. 홀딱 반하지 않고서야 채소 한 가지로 이렇듯 정성과 열정으로 세심한 배려를 갖춘 장소를 기획할 수는 없을 듯싶다. 장 대표의 인생 채소는 돌미나리다. 제주도 본가 마당에서 어머니가 키우신 작고 향긋하고 부드러운 돌미나리가 귀국 후 새로운 삶의 방향을 제시했다고. 늘 알던 채소에서 예상 밖의 매력을 발견하면서 장 대표는 자신에게 필요한 공간이 오피스가 아닌 키친임을 확신했다. 10년 전 한국의 한 카페가 해외에 진출하면서 뉴욕으로 파견을 나갔던 장 대표는 당시 음료를 소비하는 문화의 수준이 올라갔음을 실감했다. 이제 장 대표가 베이스 이즈 나이스를 통해 집중하고 싶은 것은 채소와 올바른 식문화다.

· 무화과를 올린 연근 양념구이 밥 1만5000원, 바삭 청무와 옥수수 밥 1만4000원, 유기농케일애플망고주스 7500원
· 서울시 마포구 도화2길 20
· 토·일요일 오전 11시 30분~오후 4시, 화·수요일 오전 10시 30분~오후 2시 30분, 목요일 오전 10시 30분~오후 9시, 월요일 휴무
· 010-9617-6724

조은빛 셰프의 솔직하고 담백한 도전, 서울퀴진

와일드플라워

조은빛 셰프의 캐주얼 다이닝 와일드플라워가 내방역 근처에 문을 열었다. 서래마을의 플라워차일드를 오픈한 지 꼭 4년 만이다. 문턱이 없고 자유로우며 동네 풍경에 자연스레 녹아드는 레스토랑을 머릿속에 그리며 준비했다고. 유년 시절부터 경험한 미국 캘리포니아의 이민 생활 정서가 플라워차일드의 뉴 아메리칸 퀴진에 담겼다면 와일드플라워에는 귀국 후 그녀가 새롭게 한국 생활을 겪으며 많이 고민하고 생각하던 것들이 반영됐다. 정확히는 2019년 다국적 문화가 어우러진 서울의 현재 모습인 셈이다. 서울퀴진이라는 단어가 와일드플라워 곳곳에 등장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플라워차일드보다 캐주얼하다. 어느 연령대의 고객들이 찾아와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의 인테리어와 메뉴를 준비했다. 시그너처 메뉴는 트러플메밀면. 무더운 여름, 차가운 면류를 선호하는 한국인들의 취향을 위한 메뉴다. 소화에 좋은 메밀면, 잣을 갈아 만든 퓌레 그리고 초당순두부를 갈아서 깔끔하고 담백한 국수를 완성했다. 셰프인 그녀가 두부의 까실까실함을 좋아하지 않아 부드러운 초당순두부를 넣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한국적인 이 국수에 트러플 오일을 살포시 띄운 것은 그녀가 우연히 발견한 조합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결과다. 메밀면과 들기름을 먹던 중에 트러플의 맛과 향이 떠오른 것. 메뉴 숨비소리의 유래 또한 그녀의 일상이 녹아 있기는 마찬가지다. 성게를 계속 먹고 싶은데 성게의 짧은 철이 아쉬웠다는 그녀는 메뉴 개발로 고민을 해결했다. 성게 알 장을 담그고 생와사비, 감태로 만든 해산물과 육수를 넣어 새로운 요리로 탄생시킨 것. 싱싱한 제주의 성게 알 맛을 기억하던 그녀는 식재료 또한 제주에서 공수해온다. 이렇게 서울의 생활을 새롭게 경험하고 때로는 부딪히며 성실하게 영감을 채워가는 그녀의 모습은 와일드플라워의 서울퀴진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셰프가 기록한 자서전 같기도 하다. 자유롭고 순수한 히피에게서 이름을 따온 플라워차일드에서 또 한 번 자유롭기를 희망하는 조은빛 셰프의 서울퀴진을 기대해도 좋다.

· 트러플메밀면 2만8000원, 김치이베리코라구파스타 2만1000원, 가리비보리리조또 2만3000원
· 서울시 서초구 방배로26길 19
· 매일 오전 11시 30분~오후 3시, 오후 6시~10시
· 02-533-2574

edit 김민형(프리랜서) — photograph 최준호, 박인호, 강태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