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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적 패턴의 오묘함

2019년 8월 9일 — 0

안대훈은 일상의 물건을 만든다. 그리고 전통적 형태에서 테이블웨어의 현대적 구조를 찾아낸다.

안대훈의 작업실은 연남동에 있다. 본인의 이니셜을 딴 ‘adhn 스튜디오’다. 레스토랑과 카페로 북적한 길이 아니라 다양한 공방이 모여 있는 한적한 골목에 있다. 금속을 자르거나 깎고 구멍을 뚫는 기계가 가득하다. 금속 공예를 위한 작업 도구들이다. 일반적으로 금속 공예엔 동이나 황동, 은을 많이 쓰지만 부식이나 색 변화가 있어 테이블웨어를 만드는 그는 주로 스테인리스 스틸을 사용한다. “황동이나 동, 은은 제작 과정이 번거롭고 관리도 쉽지 않아요. 반면 스테인리스 스틸은 안정적인 소재죠. 가공성이 좋지 않고 단단하며 심지어 탄성도 있어서 레이저로 커팅한 후 나머지는 손수 작업해요. 큰 기계의 힘을 빌리면 망가질 확률이 높거든요.” 금속은 여느 재료와 달리 0.01mm의 오차에도 민감하다. 수축이 없는 성질 때문이다. 이런 금속은 다른 재료에 비해 더 강인한 스틸만의 감성을 발산한다. 안대훈은 그 감성을 구조적인 패턴으로 극대화하는 이다.
패턴의 힘은 반복에 있다. 단순한 형태일지라도 여럿이 모이면 그 패턴만의 아우라가 생긴다. 안대훈 작가는 그 패턴의 힘을 안다. 그의 테이블웨어 시리즈는 스테인리스 스틸을 소재로 직선과 곡선의 반복된 배치를 통해 오브제로 승화된다. 같은 두 개의 선이 만나거나 세 개의 선이 만나서 형태가 생기고 구조가 이뤄지며 이것이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탄성을 형성한다. 대오리로 만든 살에 기름 먹인 종이를 발라 만드는 지우산의 구조에서 영감을 받았다. 지우산의 살이 가진 단순하지만 복잡한 구조가 만들어내는 정갈함, 세련됨, 구조미에 매료된 것이다. “반복적인 구조가 하나의 형태를 이루는 거죠. 저는 우산이 힘을 지탱하는 그 형태를 테이블웨어의 형태와 기능으로 가져왔어요.” 안대훈 작가의 테이블웨어 시리즈는 여러 개의 금속 살이 모여 특정한 형태를 이루면서 볼이 되기도 하고 캔들 홀더 혹은 커피 드리퍼가 되기도 한다. 형태가 기능을 따르는 작업이다. 커피의 경우 원두의 굵기와 물의 온도에 따라서도 향과 풍미가 크게 바뀌지만 드리퍼가 어떤 형태냐에 따라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특히 리브Rib라고 부르는 물과 공기가 빠져나가는 홈이 어떤 방식으로 되어 있느냐에 따라 추출 속도가 달라진다. 안대훈 작가의 드리퍼는 금속 살로 된 형태 덕분에 추출 시 커피가 공기와 더 많이 접촉해 내리는 속도가 빨라, 바디감이 있는 커피보다 깔끔한 맛의 커피를 추출할 수 있다. 그래서 요즘 같은 여름에 어울리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선호하는 이들이 많이 찾는다. 주변 사물의 쓰임과 본인이 생각하는 매력적인 용도를 고민한 결과다. 식공간과 작업실에서 생활하며 본인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고, 그래서 일정한 조형성과 정체성을 갖게 된 작품의 출발점이다.

edit 안상호 — photograph 양성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