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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가져온 고기 @정재훈

2019년 7월 12일 — 0

실험실에서 배양된 고기나 대체육이 빅맥 패티로 쓰일 날이 머지않았다. 하지만 아직은 ‘대체’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 대체육의 겉과 속을 파헤쳤다.

text 정재훈 — edit 안상호 — photograph 최준호

<올리브 매거진 코리아>에서 CES 이야기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현실이다. 지난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Consumer Electric Show)’에서 가장 커다란 주목을 받은 것은 하늘을 나는 택시나 화면을 말았다 펼 수 있는 롤러블 TV가 아니라 임파서블 푸드가 식물성 대체육으로 만든 ‘임파서블 버거 2.0’이었다. 소고기 햄버거와 구분할 수 없는 맛, 식품 공학의 승리라는 호평이 이어졌고 심지어 고베 꽃등심에 가까운 맛이라고 평가한 기자도 있었다.

정말 그 정도인지 궁금했다. 지난 4월 스타 셰프 데이비드 장의 이탤리언 레스토랑인 뉴욕 맨해튼의 모모푸쿠 니시에서 임파서블 버거 2.0을 맛봤다. 임파서블 버거 2.0은 CES에서 발표되었지만 임파서블 푸드는 2016년 임파서블 버거 1.0을 모모푸쿠 니시에서 처음 소개했다. 비교를 위해 숙성육으로 만든 치즈버거도 주문했다. 임파서블 버거 2.0은 확실히 소고기 맛이 났다. 하지만 잘 두드린 고베 꽃등심 패티로 구운 햄버거보다는 냉동 패티를 그릴에 구워 넣은 미국에 흔한 동네 햄버거 맛이었다. 씹을 때마다 “나 햄버거야!”라며 자신 있게 육즙을 팡팡 터뜨리는 진짜 햄버거와 달리 “나도 버거에 끼워줘…” 하며 소심하게 속삭이는 듯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맛본 대체육과는 차원이 달랐다. 라면 건더기 스프나 냉동 만두 속의 콩고기보다는 소고기에 훨씬 가까운 맛이었다.

그나마 햄버거 패티로 대체육을 사용할 때는 어느 정도 구분이 가능했다면 중국식 요리에 넣었을 때는 불가능한 수준이다. 어향가지, 탄탄면과 같은 요리에 돼지고기 대신 임파서블 푸드의 미트를 고를 수 있는 홍콩의 사천식 중식당 키Qi를 찾아갔다. 주문해서 먹어보니 진짜 고기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입에서는 고기 맛이 났다. 같은 회사에서 만든 동일한 대체육일 텐데 햄버거에 넣었을 때와는 달리 소고기보다 돼지고기처럼 느껴졌다. 반대로 소호의 채식 전문 식당 부처스 도터(The Bucher’s Daughter)에서 토르티야 대신 양상추에 싸서 먹는 타코 베르데를 입에 넣었을 때는 고기 맛이 흐릿했다. 아마도 맥락에 따라 맛을 다르게 인지하기 때문인 듯하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임파서블 푸드의 미트가 고기 맛이라는 점만은 분명했다. 그렇다고 모든 대체육이 고기 맛인 건 아니다. 지난 주말에 맛본 롯데리아 미라클 버거는 한 입만 물어도 고기가 아닌 무언가라는 걸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씹을 때마다 20여 년 전 학교 빵집에서 팔던 고기 맛이 전혀 안 나는 그 햄버거 맛이 났다. 임파서블 버거의 경쟁자로 불리는 비욘드 버거는 그보다는 나았다. 패티에 조금 더 탄력이 있어서 씹을 때 식감이 그럴듯했다. 하지만 맛은 역시 고기 맛이 아닌 다른 세계 어딘가에 있었다. 콩 대신 완두콩 단백질을 사용해서 만들었다는데 희한하게도 콩고기와 맛이 비슷했고 비트로 낸 색깔도 지나치게 붉은색이어서 육즙과는 거리가 멀었다.

식물성 대체육과 건강

실리콘 밸리의 경쟁자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는지 지난 6월 비욘드 미트는 소고기 맛에 더 가까운 새로운 버전의 ‘비욘드 버거’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완두콩에 녹두와 현미 단백질을 더해 필수 아미노산 비율을 완전 단백질에 맞추면서 동시에 풍미와 식감을 소고기에 더 근접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아직 국내에는 이전 버전만 수입, 판매되고 있어서 시식을 위해서는 조금 더 기다려봐야 하지만 미국에서 맛본 사람들의 평가로 보면 전보다 향상된 것만큼은 사실인 듯하다. 영양 면에서는 지방 함량도 2g 줄어서 패티 한 장에 18g이 되었고 총열량도 250kcal가 되었다. 국내에 현재 판매 중인 1.0 버전의 경우 패티 한 장의 열량은 270kcal이다(일부 웹사이트와 기사에 227g 비욘드 버거 패티 하나의 칼로리는 270kcal에 불과하다고 쓰여 있으나 잘못된 이야기다. 227g은 패티 두 장의 중량이며 따라서 총열량은 540kcal이다). 아직 국내에 출시되어 있지는 않으나 동일한 무게의 임파서블 버거 패티 한 장은 240kcal이다. 소고기 패티와 열량 면에서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식물성 대체육 패티가 소고기로 만든 햄버거 패티와 열량면에서 별 차이가 없다는 사실은 제조사가 누구를 대상으로 대체육을 만들고 있는 것인지 명확하게 보여준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대체육이 아니라 육류 섭취를 줄이고는 싶은데 입맛을 바꿀 자신은 없는 사람들에게 쉬운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영양상의 이점보다는 맛에 초점을 둔 혁신이다. 비욘드 버거의 경우, 전보다 지방 함량은 줄었지만 포화지방의 함량을 늘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고기를 입에 넣고 씹을 때 육즙이 촉촉하다고 느끼는 것은 상당 부분 포화지방 덕분이다. 초콜릿처럼 녹아내리는 포화지방이 침의 분비를 자극하는 것이다. 비욘드 버거가 새로운 버전을 만들면서 마블링 소고기를 본떠 눈에 확 띌 정도로 지방 조각을 패티에 섞어낸 이유다. 임파서블 버거의 총 지방 함량은 비욘드 버거보다 4g 적지만 포화지방 함량은 8g으로 더 많은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다만 포화지방을 넣기만 한다고 육즙이 촉촉한 느낌을 줄 수 있는 건 아니다. 롯데리아 미라클 버거는 포화지방 함량이 11.2g으로 불고기버거(6.5g)의 두 배에 가까울 정도로 높지만 육즙이 촉촉하기는커녕 그냥 눅눅하기만 하다.

나트륨 함량에 있어서도 식물성 대체육이 기존 육류에 비해 나은 점이 없다. 원재료가 식물성이기는 해도 맛과 보존성을 위해 나트륨이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콜레스테롤이 들어 있지 않다는 점이 장점이 될 수는 있지만 음식으로 섭취하는 콜레스테롤이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에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다는 걸 감안하면 두드러진 이점으로 보기 어렵고 식이섬유, 비타민의 함량이 비교적 높지만 그냥 영양 강화를 위해 첨가된 거라는 걸 감안하면 별다른 장점은 아니다. 고기 패티에 비타민을 보강하면 얼마든지 따라잡을 수 있는 차이다. 게다가 임파서블 미트의 경우 고기 맛을 내기 위해 콩과 식물에서 유래한 레그헤모글로빈을 첨가하는데 이로 인해 풍미 면에서는 더 나을 수 있지만 장기간 섭취 시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일단 현재까지의 자료를 놓고 봐서는 안전하며 알레르기 문제도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미국 FDA에서도 안전한 것으로 판정하고 있다.

대체육과 식탁의 미래

영양상 특별한 이점이 없지만 식물성 대체육이 각광받는 것은 결국 환경 문제와 관련된다. 1kg의 단백질을 소고기로 생산하려면 콩이나 완두콩보다 수십 배 더 많은 땅과 물이 필요하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지난 2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환경에 영향을 가장 적게 주는 방법으로 소고기를 생산해도 완두콩으로 같은 양의 단백질을 생산할 때보다 온실가스 방출량이 6배, 토지 사용량이 36배나 크다. 돼지와 닭은 소보다 자원 소모가 적지만 식물성 단백질을 생산하는 경우와 비교하면 여전히 효율이 떨어진다. 가축에게 곡물을 먹여 살을 찌우는 방식으로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보다는 우리가 그 곡물을 직접 먹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미국처럼 육류를 지나치게 선호하는 나라에서는 사람들 대부분이 필요보다 갑절 이상으로 단백질을 과잉 섭취하고 있다. 미국인에 비해 한국인의 1인당 육류 소비량은 절반 수준이고 소고기 소비량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구인이 다 같이 고민할 문제이지만 먼저 미국인이 육류 소비를 줄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다.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면 어떻게 될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다. 세계적으로 2007년까지 식물성 대체 식품 제조사에 투자된 금액만 20조원이 넘는다. 지난 5월 상장한 비욘드 미트의 시가 총액은 사흘 만에 5조원을 넘겼다. 네슬레, 다농, 유니레버와 같은 다국적 식품 회사와 타이슨 같은 기존 육류 회사도 대체 육류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지금까지는 대체 육류가 비교적 고가에 인기 트렌드의 하나로 뜨고 있지만 미래에 대체 육류가 주류로 자리 잡으면 그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알 수 없다. 컨설팅사 AT커니가 내놓은 예측대로 2040년에 전체 육류의 60%를 대체육이 차지하게 된다면 그때는 상황이 역전될 수도 있다. 지금은 대체육이 희소한 만큼 높은 가격에도 인기를 끌고 있지만 진짜 고기의 값은 올라가고 그걸 먹을 수 있는 사람의 수는 줄어들어 ‘우리에게 대체 육류가 아닌 진짜 고기를 달라’며 군중이 시위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식물성 대체육과 배양육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도 아직 정확히 파악하기는 이르다. 차분히 지켜봐야겠다.

정재훈은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한 후 캐나다 토론토에서 다년간 약사로 일했다. 음식만큼이나 사람들과 요리와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걸 좋아한다. 잡지, TV, 라디오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음식과 약에 대한 과학적 정보를 전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정재훈의 식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