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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ing

김민교의 태국밥, 사와디밥

2019년 7월 16일 — 0

태국 음식 전문점에 갔다. 그곳에서 김민교를 만났다. 마주친 두 눈이 서로 휘둥그레졌다.

김민교 하면 역시 <SNL 코리아>를 빼놓을 수 없다. 종영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많은 에피소드나 영상이 회자되는 프로그램이다. 물론 <쇼미더머니>나 <프로듀스101> 같은 프로그램과 달리 5%의 시청률은 끝내 넘지 못했지만 그에 견줄 만한 꽤 많은 스타를 배출했다. 고경표, 유병재, 정상훈, 김준현, 권혁수, 그리고 김민교. 특히 눈을 크게 뜨고 눈알을 굴리는 김민교의 표정 클로즈업은 <SNL 코리아>의 단골 장면이었다. 개인적으로는 <SNL 코리아>의 ‘SNL 게임즈’라는 쇼트 필름 형식의 가학적인 코너를 좋아했다. 배경음악인 Dengue Fever의 ‘Integration’에 맞춰 버블헤드같이 어정쩡하게 좌우로 움직이는 인물들과 어처구니없는 지질한 스토리가 마음에 들었다. 이 코너의 주인공이 김민교였다. 사람들은 김민교가 <SNL 코리아>에 오랫동안 출연한 까닭에 대부분 그의 직업이 개그맨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본래 직업은 배우이자 연출가다. 장진 감독은 <SNL 코리아>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으면서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어갈 크루를 연극판에서 데려왔다. 라이브 방송이라는 특성상 무대 위에서 관객과 마주하며 연기하는 정극 배우들이 가장 적합할 것이라는 지론 때문이었다. 그의 이런 예상은 적중했다. 초창기 멤버이자 연극 무대에서 실력을 쌓은 이한위나 장영남, 정성호, 김원해, 김민교, 김슬기 등은 생방송임에도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포복절도의 연기를 맛깔스럽게 보여줬다.

김민교는 <SNL 코리아> 시즌2부터 출연했다. 당시 그의 나이가 서른아홉 살이었다. 이미 연극판에서는 20년 경력의 인지도 높은 배우였고, 극본까지 쓰는 연출가였다. 2011년 초연 이후 대학로 대표 공연으로 자리 잡은 <발칙한 로맨스>가 바로 김민교가 극본과 연출을 맡은 작품이다. “장진 감독님이 ‘정극 배우들이 만드는 희극쇼를 하겠다’고 해서 <SNL 코리아>를 시작했죠. 처음에는 개그맨과 배우의 차이나 경계선이 없었기 때문에 약간 섭섭한 부분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찬스가 오면 연기하는 모습을 실컷 보여주고 싶은 때였어요.” 하지만 <SNL 코리아>는 김민교의 대중적인 이미지를 정극 배우가 아니라 개그맨으로 바꿔놓았다. 연기를 싸게 팔지 않겠다는 호기롭던 시절도 있었고 정극 배우로 성공하겠다는 욕심이 가득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결국 희극이든 비극이든 연기라는 점은 동일했다. “두 연기 다 결국 감정의 움직임이에요. 어떤 감정을 극대화하거나 절제해서 관객에게 들키지 않고 가져가는 거죠.” 그리고 영화나 드라마, 게임 캐릭터부터 게이, 정치인까지 수많은 역할을 소화했다. 과장된 것 같지만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인물로 표현하면서 호응을 얻었다. 대신 개그맨으로서였다. <SNL 코리아>로 얻은 것이 80~90%라면 잃은 나머지는 정극 배우의 이미지였다. 자괴감까지는 아니지만 스트레스가 심할 때도 있었다. “이미 20년 차 배우였고 영화도 스무 편이 넘게 찍었을 때였죠. 개그맨 이미지 때문에 그런 작품이 모두 사라진 것 같았어요. 사람들에게는 그냥 연예인, TV에 나오는 사람이니까요. 이제는 별로 신경 안 써요. 중요한 문제는 아니니까요.”

김민교는 주방에서부터 매장, 스태프까지 손수 챙긴다.
김민교는 주방에서부터 매장, 스태프까지 손수 챙긴다.

김민교에게 <SNL 코리아>가 연기 인생에서 큰 변화를 가져다준 프로그램이라면 삶에서 활력소가 되어준 나라는 태국이다. 그에게 태국이라는 나라는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다. 자유로움. “어떤 장소나 분위기가 사람에게 주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여기 가면 기분이 좋다거나 우울하다는 식으로요. 저에게 태국은 자유로움이에요. 실제로 타일랜드의 타이는 ‘자유’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고요.” 연극배우로 생활이 어렵던 시절, 우연히 친구와 함께 가게 된 여행에서 그는 태국이라는 나라와 사람들에 매료됐다. 물가가 저렴하기도 했고, 고달픈 일상을 버틸 수 있는 활력소가 되기도 했다. 신혼여행부터 아버지와의 마지막 가족여행, 지인과의 우정여행, 후배들과의 연말여행도 태국으로 떠났다. 태국을 방문한 횟수만 40여 회다. 김민교는 최근 다시 태국을 방문했다. EBS의 언어로드다큐 <동남아 살아보기> 촬영을 위해서였다. <동남아 살아보기>는 언어를 배우며 현지에서 생활하는 프로그램으로 그 덕에 그는 이제 태국어를 단어 조합이 아니라 숙어를 사용한 문장까지 구사할 수 있게 됐다. 태국으로 더 깊숙이 들어갈 준비가 끝난 것이다. 이런 인연은 지난해 출연한 <백종원의 골목식당>으로 큰 변화를 맞았다. 태국 현지에서 요리를 배우고, 백종원 앞에서 시연하고, 이를 푸드 트럭에서 직접 만들어 사람들의 호응을 얻어낸 것이다.

사와디밥에 가면 종종 서빙을 하거나 손님을 맞이하는 김민교를 만날 수 있다.
사와디밥에 가면 종종 서빙을 하거나 손님을 맞이하는 김민교를 만날 수 있다.

‘김민교’, ‘사와디밥’. 4월 말 이 두 키워드가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김민교가 tvN의 코미디 프로그램 <코미디빅리그> 스페셜 게스트로 출연하면서다. 그는 ‘2019 쿵푸허슬’ 코너에 출연해 검색어 1위에 오르면 자신의 가게에서 선착순 100명에게 식사를 무료로 대접하겠다고 공약했다. 실제로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고, 3일간 선착순 100인분을 무료 대접했다. 김민교가 운영하는 가게는 태국 음식 전문점인 ‘김민교의 사와디밥’이다. SBS 예능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쓴 이름을 그대로 가져왔다. 충정로역 6번 출구와 5번 출구 사이 골목으로 들어가면 보인다. 그의 식당에 가면 김민교의 트레이드마크 표정처럼 잠시 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태국음식점의 아웃백 스테이크 같은 넓은 레스토랑이 아니라 건물 1층에 명랑핫도그를 팔아야 할 것 같은 작은 크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주방이 절반을 차지하고 나머지 절반은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다. 그리고 그 계단 벽면에 김민교의 모습이 크게 그려져 있고, 그 아래에 코팅한 용지가 붙어 있다. “돈 벌어서 에스컬레이터 놔드리고 싶어요.” 지하로 내려가면 의외로 넓은 공간이 나오는 게 아닐까? 아니다. 10개 정도의 4인용 테이블이 놓여 있다. 충정로라는 위치도 애매했다. 충정로는 서울역과 서소문역사공원, 덕수궁, 유관순기념관, 손기정체육공원, 백범광장공원, 북아현동 가구거리 등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대표하는 장소들이 인근에 있지만 찾아올 일이 좀처럼 없는 곳이다. “사실 강남이나 건대, 대학로같이 장사가 잘되는 위치가 있죠. 그런 위치에 사와디밥을 냈으면 당연히 지금보다 훨씬 잘됐겠죠. 저는 일단 테스트랄까, 경험이랄까, 그런 마음에서 시작했죠. 권리금이나 임대료가 어마어마한 곳에서 영업하면 매출은 좋아도 허덕거리면서 했을 거예요. 앞으로도 번화가로 나갈 생각은 없어요. 그보다 태국 음식 맛집이 되고 싶어요.” 그가 무엇보다 현재의 자리를 잡은 건 임대료가 저렴해 그만큼 좋은 재료로 가성비 높은 음식을 고객에게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한국에서도 태국 음식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너무 고가라 그 돈 아꼈다가 현지에 가서 먹자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 부분도 영향을 끼쳤어요.”

충정로역 인근에 위치한 김민교의 사와디밥 전경.
충정로역 인근에 위치한 김민교의 사와디밥 전경.
소박하지만 태국 느낌이 묻어나는 매장 전경. 홀은 지하 1층에 위치해 있다.
소박하지만 태국 느낌이 묻어나는 매장 전경. 홀은 지하 1층에 위치해 있다.

사실 김민교는 <백종원의 골목식당> 촬영 시작 때까지만 해도 본인이 태국 음식 전문점을 낼 의도가 전혀 없었다. 생각을 바꾼 건 주변의 반응 때문이었다. 백종원은 방송에서의 호평뿐만 아니라 사석에서 창업을 권유했다. 스태프들은 촬영장에서 남은 음식까지 남김없이 모두 먹거나 싸갔다. 그래서 결심했다. 부담 없는 한 끼 가격으로 맛있는 태국 음식을 팔아야겠다. “가끔은 섭섭할 때가 있어요. 싼 재료를 사용해서 가격이 저렴한 거라고 손님들이 생각할 때요.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아요.” 한 번은 김민교 본인이 서빙을 하는데 다른 태국음식점 사장이 물어봤다. ‘어떻게 이 가격으로 파세요?’, ‘몸으로 때우고 있어요.’ 사와디밥의 메인 메뉴는 ‘팟카파오무쌉’이다. “바질돼지고기덮밥이라는 뜻이죠. 이 음식에 바질을 안 넣거나 돼지고기가 조금밖에 없으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인지 재방문율이 높은 편이에요.” 바질 향과 돼지고기의 단짠, 반숙으로 익힌 달걀 프라이가 조화를 이룬다. 테이블에 비치된 피시 소스까지 한 스푼 뿌리면 태국의 맛은 더 강해진다. 한 그릇 다 비우면 웬만한 성인 남성도 든든한 한 끼의 양이다. 소고기쌀국수도 쏨땀도 마찬가지다. 현지에서 기른 입맛과 한국인의 입맛이 혀 위에서 너울댄다. 지난해 10월부터 올 초까지 스태프와 10여 곳의 백화점 팝업 스토어를 돌면서 다져진 맛이다. “태국 음식을 먹다 보면 좋아하는 류가 변해요. 팟타야나 푸팟뽕커리를 좋아하다가 똠얌쿵으로 넘어가고 고수가 친해지면 더 맛있는 음식이 막 열리죠. 쏨땀파이나 야문센 외에도 쁘라카까퐁능만나우까지요.” 쁘라카까퐁능만나우는 농어 한 마리를 시큼한 레몬글라스와 함께 끓이는 태국식 찌개다. 아직은 3가지 메뉴를 판매하지만 그의 설명을 듣고 있으니 조만간 새로운 메뉴가 더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민교는 요즘 또 다른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편의점 도시락과 가정간편식인 냉동밥이다. 특히 냉동밥은 소스 배합부터 공장 계약, 유통망 확보 등 모두 직접 챙기고 있다. “인생의 큰 시도죠.” 우연한 여행으로 시작된 인연이 어느새 또 하나의 본업이 된 것이다. 당연히 그 바탕에는 진심 어린 애정이 있다.

촬영을 위해 소고기쌀국수를 먹던 김민교가 이렇게 말했다. “정말 맛있어요. 드셔보세요.”
촬영을 위해 소고기쌀국수를 먹던 김민교가 이렇게 말했다. “정말 맛있어요. 드셔보세요.”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팟카파오무쌉, 소고기쌀국수, 쏨땀.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팟카파오무쌉, 소고기쌀국수, 쏨땀.

김민교의 사와디밥
충정로역 인근에 위치한 김민교의 사와디밥은 김민교가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하며 문을 열었던 사와디밥의 완성판이다. 합리적인 가격의 든든한 한 끼를 추구하는 태국 음식 전문점이다.
· 팟카파오무쌉·소고기쌀국수·쏨땀 7000원씩
· 서울시 중구 중림로2길 수이비인후과 건물 1층
· 매일 오전 11시~오후 9시(라스트 오더 오후 8시), 일요일·공휴일 휴무
· 02-364-1005

edit 장은지 — photograph 최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