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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변주, 크래프트 콤바인

2019년 5월 30일 — 0

크래프트 콤바인은 공예와 디자인, 요즘 감각이 결합된 제품을 디자인한다.

고요하다. ‘크래프트 콤바인’의 사무실과 디자이너 이야기다. 떠들썩함보다는 차분함과 조용한 상념이 공간을 메운다. 이들의 작업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고요한 변주에 가깝다. 크래프트 콤바인은 2014년에 설립된 디자인 스튜디오다. 제품 디자이너 이기용과 섬유 텍스타일 디자이너 김예진, 금속 디자이너 조준익, 포토그래퍼 박윤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러 장르의 디자이너가 모인 만큼 활용하는 소재도 다양하다. 각각의 재료가 가진 특성을 현대의 라이프스타일과 밀접한 하나의 이미지로 풀어낸다. 그래서 크래프트 콤바인이다. 디자이너도 재료도 디자인적 특성도 모두 다르지만 결국 하나로 결합되는 것이다. 조준익은 특징을 하나 더 설명했다. “일종의 인스턴트적인 매력도 함께 결합되죠.” 이들이 하나나 둘이 아니라 다양한 소재에 주목하게 된 것은 출발점이 공예가 아닌 디자인이었기 때문이다. 초창기 결과물인 ‘크래프트 콤바인 라이트’와 ‘크래프트 콤바인 캔들 홀더’는 이런 작업 형태의 출발점이었다. 라이트는 흔히 ‘포바이포’라고 부르는 각목 형태의 조명으로 원목 사이에 에폭시를 사용했고, 캔들 홀더는 시멘트 반죽에 유리병을 넣은 뒤 절단해 독특한 무늬를 가진 육면체 모양이다. 크래프트 콤바인이 세간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건 ‘크래프트 콤바인 플레이트’를 내놓으면서부터다. 라이트와 캔들 홀더가 2가지의 서로 다른 소재를 결합했다면 플레이트는 6가지 소재를 사용해 받침과 상판을 총 9가지 방식으로 가공 및 마감 처리했다. 그리고 상판과 받침의 모듈식 결합을 통해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도록 디자인했다. 이 모든 것이 소재의 생산 공정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된 덕분이다. 이 작업은 해외 유명 디자인 사이트들에 소개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후 크래프트 콤바인의 다양한 작업이 해외의 각종 미디어에 소개됐다. “어떤 물건에 적합한 재료가 있고, 의외로 이런 제품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재료가 있죠. 하지만 물성이 서로 다른 재료를 결합하는 일은 상당히 힘들어요. 우리 디자인에는 그런 고민의 흔적이 녹아 있죠.” 이기용의 설명이다. 크래프트 콤바인은 ‘클리어 비(clear b)’라는 유리를 단일 소재로 사용하는 디자인 브랜드로도 활동한다. 실험실의 유리 기자재에 쓰일 정도로 내열성과 내구성이 뛰어난 붕규산 유리를 이용해 수공예로 만드는 오브제 성향의 제품이다. 아담한 크기와 단순한 형태이지만 세련된 미적 감각이 돋보인다. 제품을 사용하는 시간과 장소도 고려해 제작한다. 인센스 버너는 일부러 투명한 유리로 만들어 떨어지는 재를 보면서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있게 했다. 또 화병의 경우 꽃봉오리를 모티브 삼아 꽃을 한두 송이 꽂는 데 적합하게 디자인했다. 화병 자체가 오브제가 되는 것이다. “제품이 크지 않은 점도 혼자 사는 사람, 작아지는 집, 그런 부분을 염두에 뒀어요.” 크래프트 콤바인의 제품은 챕터원이나 퀸마마마켓, 오르에르 아카이브 등 국내 유명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에서 판매하며, 클리어 비 홈페이지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의뢰를 받아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퀸마마마켓의 가드닝 화분이 그 대표적인 예다. 최근에는 해외에서도 판매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이제는 실생활에 더 많이 사용되는 디자인을 고민하고 있다. 지거(Jigger)처럼 생긴 찻잔이자 에스프레소 잔이자 샷 잔인 다용도 유리잔을 시작으로 식기류로 확장해나갈 예정이다. 먹고 마시는 일에 대한 크래프트 콤바인식의 해석이다.

클리어 비의 디자인으로 왼쪽부터 옐로 플레이트, 그린 플레이트, 블랙 인센스 버너, 버드 바이올렛 화병.
클리어 비의 디자인으로 왼쪽부터 옐로 플레이트, 그린 플레이트, 블랙 인센스 버너, 버드 바이올렛 화병.
크래프트 콤바인 창가에 놓인 오브제.
크래프트 콤바인 창가에 놓인 오브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준익의 스케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준익의 스케치.
포토그래퍼 박윤이 촬영한 옐로 플레이트 사진.
포토그래퍼 박윤이 촬영한 옐로 플레이트 사진.
크래프트 콤바인 구성원으로 왼쪽부터 박윤, 김예진, 이기용, 조준익.
크래프트 콤바인 구성원으로 왼쪽부터 박윤, 김예진, 이기용, 조준익.

edit 안상호 — photograph 최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