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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3일 해남&청산도 미식 여행

2019년 6월 5일 — 0

초여름이 시작되는 무렵, 청산도로 향했다. 그 길목에는 땅끝마을 해남과 공기 좋고 물 좋은 청정 완도가 자리하고 있었다.

First Day

lunch 여행의 시작은 낙지와 함께

봄의 끝자락과 초여름의 문턱에 자리한 4월, 서울은 푸른 계절의 감각보다 하늘을 뒤덮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렸다. 회색빛 일상과 하늘을 벗어던지고 푸르른 녹음이 넘실대는 초여름의 풍경이 간절했다. 그렇게 남쪽으로 향하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여행의 종착지는 땅끝 해남이 아니다. 해남군을 지나 완도대교를 타고 당도하는 완도읍, 그리고 여기서 배를 타고 들어가는 청산도까지. 해남군, 완도읍, 청산면 그렇게 행정 단위가 작아질수록, 그리고 서울에서 점점 더 멀어질수록 바라던 풍경과 자연이 보이고 시간은 느리게 흐르며 마음의 여유도 함께 찾아온다. 아직 해남에 도착하기 전인 정오, 해남으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한 영암에 들렀다. 영산강 하굿둑이 건설되기 전, 영암군 학산면 독천리 인근 갯벌에는 세발 낙지가 많이 잡혔다. 독천시장 주변으로 자연스레 낙지 요리를 하는 식당이 하나둘 생겨났고 독천낙지골이라는 명소 거리가 형성됐다. 갯벌이 사라진 지금까지도 독천낙지골은 명맥을 유지한다.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대를 이어 영업하는 독천식당을 찾았다. 독천식당은 갈비와 낙지를 함께 넣어 끓인 갈낙탕과 낙지연포탕을 처음으로 선보인 곳이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연포탕 한 그릇이 상에 올랐다. 부드럽지만 탱글탱글한 낙지를 먹기 좋게 잘랐다. 쫄깃한 낙지도 좋았지만 단전에서 탄성이 올라오는 시원한 국물 맛이 더더욱 일품이었다. 언젠가 쓰러진 소에게 낙지를 먹였더니 벌떡 일어났다는 일화가 떠올랐다. 타우린이 풍부해 갯벌 속 인삼으로 불린다나. 덕분에 이번 여행을 시작할 힘을 얻었다. 이곳이 해남임을 알리는 표지판을 지나 구불구불한 언덕길을 얼마나 올랐을까. 미황사에 다다랐다. 달마산 중턱에 자리한 미황사는 우리나라 내륙에 있는 사찰 중 가장 남쪽에 위치해 있다. 아름다울 미, 황소 황자를 쓰는 미황사는 소가 울며 앉은 곳에 절을 지었는데 그 울음소리가 너무 아름다워 미황이라 지었다고 전해진다. 화려한 단청색을 자랑하는 일반 사찰의 대웅전과 달리 소박한 나무의 색깔을 그대로 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호젓하다는 말이 이토록 어울리는 대웅전이 또 있을까. 기와지붕 너머로 병풍처럼 서 있는 위풍당당한 기암절벽이 호젓한 대웅전과 대비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미황사 주지인 금강스님이 차를 내주었다. 따뜻한 차 한 모금까지 마시고 나니 몸도 마음도 한결 편안해졌다. 미황사는 템플스테이와 트레킹으로 유명한 사찰이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드는 사람들 때문에 사시사철 객을 치른다. 달마산에 자리한 달마고도는 코스별로 1시간~2시간 30분까지 네 종류의 코스가 있는데 금강스님의 안내를 받아 짧은 트레킹을 가기로 했다. 중간중간 갓 자란 나물을 캐기도 하며 편백 숲과 대나무 숲길을 지나니 너덜 지대라 불리는 구간이 등장했다. 쏟아져 내린 바위들이 쌓여 끝이 보이지 않는 암석 지대를 이루는 곳이다. 양 주변으로는 나무숲이 자리하지만 그 구간만큼은 오로지 암석이 채우고 있어 비현실적인 광경을 마주할 수 있다. 그곳에서 저 멀리 해남과 완도를 잇는 완도대교의 모습이 보였다.

독천식당의 연포탕. 시원한 국물과 쫄깃한 낙지 맛이 일품이었다.
독천식당의 연포탕. 시원한 국물과 쫄깃한 낙지 맛이 일품이었다.
청산도와 완도를 잇는 배의 모습. 수십 대의 차를 실을 수 있는 대형 선박이다.
청산도와 완도를 잇는 배의 모습. 수십 대의 차를 실을 수 있는 대형 선박이다.
너덜 지대는 수천 년에 걸쳐 기암괴석들이 떨어지며 만들어낸 자연이다.
너덜 지대는 수천 년에 걸쳐 기암괴석들이 떨어지며 만들어낸 자연이다.
미황사 대웅전의 전경. 뒤로는 달마산의 기암괴석이 펼쳐져 있다.
미황사 대웅전의 전경. 뒤로는 달마산의 기암괴석이 펼쳐져 있다.
dinner 통닭의 변신은 무죄

해남에는 지역 주민이 즐겨 찾는 몇몇 토종닭 요릿집이 있다. 서울의 통닭이 닭 한 마리를 통째로 튀겨낸 음식을 일컫는 말이라면, 해남의 통닭은 닭 한 마리를 부위별로 각각 다르게 조리해 먹는 코스 요리를 뜻한다. 노포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원조장수통닭을 찾았다. 메뉴는 토종닭과 오리. 토종닭을 주문하고 잠시 기다리니, 닭 날개를 잘게 으깬 회와 닭똥집과 닭 가슴살을 얇게 저민 접시가 등장했다. 평소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는데도 닭회는 처음이었다. 오돌오돌한 닭똥집회와 담백한 맛의 가슴살이 특히 좋았다. 이어 새빨간 양념을 뒤집어쓴 주물럭이 불판 위에 올랐다. 닭에서 나온 기름에 살코기와 껍데기가 지글지글 끓는 모습이 없던 식욕까지 끌어올릴 것만 같았다. 한바탕 휩쓸고 간 상에 세 번째 메인인 백숙이 올랐다. 그렇게 코스 요리가 끝나는가 싶었는데 녹두닭죽이 있을 줄이야. 닭 한 마리로 이렇듯 다양한 메뉴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다니, 여느 파인다이닝 코스가 부럽지 않았다. 완도에 자리한 숙소로 향하는 길, 해남의 특산물인 고구마로 만든 빵을 선보이는 베이커리 피낭시에에 들렀다. 고구마처럼 생긴 쫀득한 빵 속에 달달한 고구마 무스가 참 알차게도 들어 있었다.

해남에서 통닭 코스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원조장수통닭.
해남에서 통닭 코스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원조장수통닭.

Second Day

Breakfast 완도의 진짜 아침

한반도의 남단, 청정 해역의 푸른 바다 위에는 55개의 유인도와 146개의 크고 작은 섬들이 모여 있다. 우리나라에서 10번째로 큰 섬이자 수려한 천혜의 자연을 가진 완도는 양식을 하기에 좋은 조류와 지리적 위치 때문에 예로부터 해조류의 고장으로 불렸다. 김, 다시마, 미역, 톳 등 다양한 해조류가 풍부해서 이를 먹이로 삼는 전복 양식으로도 유명하다. 완도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숙소에서 기분 좋게 아침을 맞았다. 먹을 것을 찾아 배회하는 하이에나처럼 완도의 진짜 맛을 찾아 배회하던 중 이곳 주민에게 추천받은 황금식당이 떠올랐다. 아침에 가장 부담 없는 해초된장국을 주문하니 소박한 백반 한 상이 차려졌다. 각종 해조류가 풍부한 완도답게 된장국에도 해초를 넣는다. 할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따뜻한 아침을 먹고 서둘러 완도연안여객선터미널로 향했다. 사시사철 푸르다는 청산도를 가기 위해. 완도에는 청산도로 가는 여객선이 하루에 7회씩만 운항하기 때문에 시간을 놓치면 영락없이 터미널 신세를 져야 한다.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배에 올라 50분을 함께 보냈다. 청산도는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로 지정된 곳이다. 느림은 행복이라는 모토를 내걸고 4월마다 청산도에서 슬로 걷기 축제가 열린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느리게 흐르는 자연의 시간에 몸을 맞춰 걷는다. 이곳이 가장 아름다운 때에 잘 찾아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멀리 보이는 초록빛 가득한 마을 언덕에는 막 피어난 유채꽃과 청보리가 바람에 쓸려 흔들리고, 눈이 시릴 만큼 새파란 바다 위에는 전복을 양식하는 가두리가 줄지어 넘실거렸다. 그토록 바라던 광경이었다.

각종 해조류가 풍부한 완도에서는 된장국에도 해초를 넣어 끓인다. 시원한 맛이 좋았던 해초된장국.
각종 해조류가 풍부한 완도에서는 된장국에도 해초를 넣어 끓인다. 시원한 맛이 좋았던 해초된장국.
눈이 시릴 만큼 파란 에메랄드 빛깔의 청산 앞바다. 서울에서 그렸던 그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눈이 시릴 만큼 파란 에메랄드 빛깔의 청산 앞바다. 서울에서 그렸던 그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Lunch 청산도를 안주 삼아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 청산도 당리 부녀회에서 직접 만든 전과 막걸리를 맛볼 수 있다는 서편제 주막을 찾았다. 청산도 슬로 걷기 축제 기간에 맞춰 내놓은 특별한 메뉴들이 눈에 들어왔다. 파래에 홍합, 거북손, 오징어, 방풍 잎 가루를 더하고 전복을 올린 꽃파래해물전과 전복물회를 주문했다. 축제 기간에 어울리는 화려한 꽃 장식도 좋지만 청산도의 푸른 바다를 안주 삼으면 무엇이든 맛이 없을 수 없으리라. 점심 식사를 마치고 <서편제>의 주인공 유봉과 송화, 동호 세 사람이 ‘진도아리랑’을 부르며 돌담길을 내려왔던 그곳을 찬찬히 걸었다. 청산도의 전복 양식을 주름잡고 있는 청산바다의 전복 양식장을 찾았다. 육지에서 작은 배를 타고 얼마나 달렸을까, ‘걸어서 세계 속으로’였던 프로그램이 한순간에 ‘체험 삶의 현장’으로 변했다. 가두리에서 양식 중인 전복에게 다시마와 미역 등 먹이를 주는 모습부터 출하하기 위해 셸터로부터 전복을 분리하는 작업까지 고된 작업이 지속됐다. 컨베이어 벨트 위에 줄지어 선 전복들이 제 크기에 맞으면 자동으로 떨어지는 시스템이 있어 이전에 비해 분류 작업이 훨씬 수월하다는 설명을 들었다. 물 위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어민들의 이런 노고 덕분에 우리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맛있는 전복을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서편제 주막에서 맛보았던 전복물회. 식용 꽃으로 장식했다.
서편제 주막에서 맛보았던 전복물회. 식용 꽃으로 장식했다.
청산도 양식장의 전복은 김이나 미역, 다시마를 먹고 자란다.
청산도 양식장의 전복은 김이나 미역, 다시마를 먹고 자란다.
양식 셸터에서 전복을 떼내고 있는 어민의 모습.
양식 셸터에서 전복을 떼내고 있는 어민의 모습.
싱싱함이 넘치는 전복.
싱싱함이 넘치는 전복.
Dinner 전복으로 만든 모든 요리

전복 양식장의 살아 숨 쉬는 광경을 보고 난 터라 이번 여행의 마지막 저녁 메뉴는 자연스레 전복이 되었다. 청산도와 완도에서 공수한 전복으로 만든 다양한 메뉴를 맛볼 수 있는 청솔가든으로 향했다. 전복회부터 전복구이, 전복해물찜, 전복물회, 전복죽까지 한 상 가득 차려졌다. 오돌오돌한 식감의 생전복부터 부드러운 찜, 녹진한 내장 맛의 죽까지 다양한 식감과 맛을 주는 전복을 원 없이 즐겼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인적 드문 골목을 밝게 비추는 분홍 네온사인이 한눈에 들어왔다. 독립서점과 바를 함께 운영하는 완도살롱이었다. 완도에는 대학교가 없는 까닭에 젊은 층의 대다수가 주변 도시인 광주, 나주 등으로 이주한다. 노인층의 비율이 높아 젊은이들이 향유할 만한 문화 공간이 극히 적다. 이곳의 이종인 대표는 1970년대부터 서점과 문구점으로 운영됐던 공간을 인수해 손을 본 뒤 청년들을 위한 문화 모임과 심야 책방 등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었다. 이곳 주민들은 물론, 완도를 찾은 여행객들에게도 오아시스 같은 공간이 되기에 충분해 보였다. 고운 모래와 눈부시게 맑은 바다로 아름다운 완도 명사십리 해변을 담았다는 칵테일 ‘명사십리’를 주문했다. 홀짝홀짝 마시다 보니 어느새 완도에서의 마지막 밤이 저물어가고 있었다.

완도살롱에서 맛본 칵테일. 가격, 분위기까지 모두 만족스러웠다.
완도살롱에서 맛본 칵테일. 가격, 분위기까지 모두 만족스러웠다.
전복회부터 찜, 구이 등 다양한 전복 요리를 맛볼 수 있었던 마지막 날 저녁.
전복회부터 찜, 구이 등 다양한 전복 요리를 맛볼 수 있었던 마지막 날 저녁.

Third day

Breakfast 전복을 품은 장보고빵

완도에 오기 전부터 가장 궁금했던 음식이 바로 전복빵이다. 여행의 마지막 날 아침. 전복빵을 맛볼 수 있는 카페 달스윗으로 향했다. 전복빵의 비주얼을 처음 맞닥뜨린 사람들은 누구나 물음표가 된다. 전복 하나가 통째로 빵 위에 떡하니 놓여 있기 때문이다. 우리밀과 버터로 만든 반죽 위에 생전복을 통째로 올리고 오븐에서 굽는다. 장보고빵으로도 불리는 전복빵은 음미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파운드케이크의 질감과 비슷한 달달한 빵 위에 짭조름한 전복이 올라가 단짠의 공식에 잘 맞아떨어지는 듯했다. 쉴 새 없이 움직이고 먹다 보니 2박 3일이 순식간에 흘러 있었다. 그토록 간절했던 새파란 하늘과 바다를 온전히 느끼고 즐겼던 탓일까, 돌아오는 기차에 몸을 실은 뒤에도 두 눈에 담았던 선명한 색감들이 오랜 시간 아른거렸다.

오븐에서 갓 구워져 나온 전복빵. 파운드케이크 질감의 빵 위에 전복 한 마리가 통째로 올라갔다.
오븐에서 갓 구워져 나온 전복빵. 파운드케이크 질감의 빵 위에 전복 한 마리가 통째로 올라갔다.
숙소에서 내려다보이는 완도 바다 전경.
숙소에서 내려다보이는 완도 바다 전경.

first day

독천식당
· 낙지연포탕 1만9000원, 낙지구이 3만원
· 전남 영암군 학산면 독천로 162-1
· 061-472-4222

미황사
· 전남 해남군 송지면 미황사길 164
· 061-533-3521

원조장수통닭
· 토종닭 6만원
· 전남 해남군 해남읍 고산로 295
· 061-535-1003

피낭시에
· 고구마빵 2000원
· 전남 해남군 해남읍 읍내길 8
· 061-537-6262

Second Day

황금식당
· 해초된장국 7000원, 성게미역국 1만5000원
· 전남 완도군 완도읍 장보고대로 195
· 061-554-6886

서편제 주막
· 꽃파래해물전 1만원, 전복물김꽃물회 2만원
· 전남 완도군 청산면 당락리 1311

청솔가든
· 전복 코스 5만원
· 전남 완도군 완도읍 중앙길 78
· 061-555-1644

완도살롱
· 주도·명사십리 8000원씩
· 전남 완도군 완도읍 장보고대로 248번길 48
· 010-3311-3218

third Day

달스윗
· 장보고빵 5500원, 해초라떼 4000원
· 전남 완도군 완도읍 군내길 3
· 061-552-0300

edit 김민지 — photograph 최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