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높아진 기온처럼 미식 신의 온도도 점점 올라가고 있다. 뚜렷한 개성을 보여주는 6월의 신상 레스토랑을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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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태국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레스토랑
레몬그라스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은 무엇일까? 아마 엄마가 해주는 집밥이 아닐까. 한국의 브루클린이라 불리는 성수동에 엄마가 해주는 태국 레스토랑이 있다. 이름에서도 태국 음식점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곳, 레몬그라스다. 이곳의 셰프는 무역업을 하는 남편의 영향으로 중남미 그리고 미국과 중국에서 20년간 거주하며 자연스레 동서양의 문화를 접하게 되었다. 베트남 호이안에 위치한, 트립어드바이저Trip Advisor의 ‘Excellence of Great 2018’에 선정된 레스토랑 잇타이Eat Thai에서 경력을 쌓았으며 누구보다도 엄마의 마음으로 엄마의 손맛이 녹아난 태국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레스토랑 이름인 레몬그라스에는 태국 음식의 대표적인 향신채 중 하나인 ‘레몬그라스’를 통해 많은 고객에게 태국의 향과 식감을 선물하고 기본에 충실하겠다는 다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레몬그라스에서 사용되는 식재료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태국에서 직접 공수하고 있다. 엄마의 마음이 담겨 있어서일까. 조리시간은 조금 길어도, 모든 음식에 MSG를 전혀 첨가하지 않아 본연의 맛이 살아 있다. 다진 새우를 얹어 튀겨낸 토스트에 셜롯과 오이를 넣은 야자 소스를 곁들여 먹는 슈림프 토스트가 그렇다. 아마 태국 현지에서 엄마들이 해주는 음식이 이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잠시 쉬어가는 곳, 거기에 맛있는 음식을 곁들여보는 건 어떨까.
· 자몽샐러드·슈림프 토스트 8000원씩, 에그랩팟타이 1만1000원
· 서울시 성동구 연무장길 41-26 1층
· 월~금요일 오전 11시 30분~오후 9시 30분, 토요일 정오~오후 10시, 일요일 휴무
· 010-4459-7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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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식 셰프의 색다른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카페
정식카페
기존 정식 바 자리에 정식카페가 새롭게 오픈했다. 정식당이 깔끔한 셔츠에 멋스러운 타이까지 한껏 차려입은 슈트 차림의 남자라면, 정식카페는 면바지에 폴로 티셔츠를 입은 캐주얼 차림의 남자라고 봐도 무방하다. 정식 바로 운영되던 공간을 낮에도 활용하고 싶어 하던 임정식 셰프가 낮에는 카페로, 밤에는 와인 바로 운영하는 지금의 공간을 만든 것. 다소 무거운 분위기 때문에 접근성이 떨어졌던 이전의 모습은 사라지고, 나무와 화분, 조경을 활용한 인테리어 덕분에 한층 편안한 분위기로 살아났다. 가벼워진 옷차림만큼이나 편한 이미지를 풍기는 정식카페가 모든 이들이 부담 없이 찾아올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음식에서도 한결 가벼워진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어디선가 맛본 듯한 익숙한 음식이 임정식 셰프의 손길을 거치면서 보다 더 맛있게 그리고 조금 더 특별하게 제공되고 있다. 예를 들어 치즈 스파게티의 경우 페코리노 치즈와 체더치즈를 이용해 맛을 내고, 꽈리고추를 튀긴 뒤 레몬 드레싱에 버무려 산미와 매운맛을 적절하게 주었다. 자칫 느끼할 수 있는 치즈 스파게티에 한식 재료인 꽈리고추로 맛의 포인트를 준 것. 또 정식카페 한 켠에선 베이커리도 운영 중이다. 가볍게 먹고 싶은 날엔 식사 메뉴 대신 향기로운 커피와 풍미 좋은 빵을 곁들이길 권한다.
· 타르타르·피쉬앤칩스 1만8000원씩, 치즈 스파게티 2만원
· 서울시 강남구 선릉로158길 11
· 매일 오전 11시~새벽 1시
· 02-517-4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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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전통 요리를 즐길 수 있는 파인다이닝
모스꼬라
유독 붉은빛이 잘 어울리는 나라가 있다. 바로 스페인이다. 스페인 하면 토마토 축제, 축구, 투우 등이 떠오르지만 요즘은 당연히 미식 여행을 꼽을 것이다. 정열의 나라인 만큼 음식이 다채롭고, 미식에 대한 욕구가 마르지 않는 곳이기 때문. 서울에서도 스페인 바스크 지역의 전통 요리를 기반으로 한 파인다이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문을 열었다. 바로 모스꼬라다. 한국에서의 스페인 요리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꾸기 위해 오픈했다는 최경훈 셰프는 2년 전부터 모스꼬라를 기획했다고 한다. 모스꼬라는 바스크어로 ‘만취’, ‘대취’를 의미하며, 분위기 또는 음식과 술에 취하라는 뜻으로 지었다. 또한 스페인은 유럽의 식자재 창고로 불릴 만큼 농산물, 수산물, 축산물이 풍부하게 생산되는 나라다. 그런 까닭에 스페인 사람들은 신선한 제철 재료로 필요한 만큼 조리해 먹으며, 생각보다 순하고 속이 편한 요리가 주를 이루고 있다. 모스꼬라에서도 신선한 식재료를 이용해 최소한의 조리를 한, 순하고 재료 본연의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요리를 경험할 수 있다. 스페인식 새끼 돼지 요리는 돼지고기를 기름에 콩피한 후 고온의 오븐에 구워 사과 퓌레와 감자 퓌레, 소스와 함께 낸다. 복잡한 조리 과정은 최대한 줄이고 새끼 돼지가 가지고 있는 육즙과 맛은 한층 더 끌어올렸다. 와인을 함께 곁들여 먹으면 금상첨화다.
· 7 테이스팅 코스 7만원
· 서울시 강남구 학동로59길 5 뷰티빌딩 3층
· 월~토요일 오후 6~11시, 일요일 휴무
· 070-8888-6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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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의 새로운 발견
도믹스
성수동 주택가에 자리 잡은 도믹스는 지금 핫한 성수동에서 조금 떨어진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해 있다. 도믹스를 찾아가는 길은 ‘과연 이런 곳에 레스토랑이 있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만든다.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작은 동네인 데다, 지은 지 20~30년은 족히 되어 보이는 오래된 건물이 주를 이루기 때문. 의문을 갖고 길을 걷다 보면 예전 슈퍼로 운영되던 건물이 인디핑크 컬러의 옷을 입고 모던한 차림새로 다시 태어난 곳을 볼 수 있다. 도믹스라는 이름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일단 ‘도’는 김도연 셰프 이름의 가운데 글자를 땄다. 김도연 셰프가 다양한 재료를 섞어 자신만의 음식을 완성시킨다는 뜻과, 한식을 베이스로 양식, 일식 등 어떤 재료, 어떤 조리법에도 얽매이지 않고 조합할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음식을 즐기는 공간 역시 중요하게 여긴 김도연 셰프가 엄수아 디자이너와 숱한 고민 끝에 이 공간을 꾸미게 되었다. 도믹스의 콘셉트인 ‘기본의 중요성’을 나타내기 위해 흙, 나무, 빛 등 자연을 이루는 자연적인 요소들에 착안해 공간을 연출했다. 도믹스의 메뉴들은 우리가 평소 즐겨 먹던 반찬에서부터 출발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골뱅이 소면은 먹물 튀김옷으로 골뱅이를 튀겨내고, 봄나물과 카펠리니를 들기름과 간장 양념에 무쳐 한데 담아낸다. 도믹스의 특별한 터치로 익숙하지만 새로운 요리로 다시 태어난다. 음식과 함께 페어링할 수 있는 와인 리스트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 골뱅이튀김 2만3000원, 양파파이 1만2000원, 카누 9000원
· 서울시 성동구 둘레9가길 9 1층
· 화~토요일 오후 6~11시, 월요일 휴무
· 010-6653-56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