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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ingPeople

남주의 달콤한 잡화점

2019년 5월 7일 — 0

서래마을 르지우에 여신처럼 나타난 에이핑크의 리드보컬 남주. 그녀에게는 숨은 직함이 있으니 바로 ‘슈가 공장’ 공장장이다.

사랑둥이. 아이돌 걸그룹 에이핑크의 리드보컬 김남주의 별칭이다. ‘둥이’라는 접미사 자체가 깜찍한데 거기다 직접 ‘사랑’이라는 말까지 붙어 있다니. 도대체 얼마나 사랑스럽다는 말일까. 아재스러움 극복을 위해 김남주의 인스타그램을 뒤져봤다. 그런데 음, 사랑스럽기는 하다. 인스타그램 계정마저도 사랑둥이를 알파벳으로 옮긴 ‘@sarangdungy’다. 게시물을 보니 꽤 잘 어울린다. 김남주에게는 몇 가지 수식어가 더 붙는다. ‘먹방요정’, ‘먹데렐라’, ‘먹방돌’이다. 에이핑크 자체가 순수함과 더불어 먹방에 일가견 있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 김남주는 그 안에서도 보미와 함께 쌍벽을 이룬다. 둘은 먹방의 원조 격인 k star의 <식신로드 2>에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 과거의 먹방 영상을 찾아봤다. 뭔가 어리숙한데 맛있는 음식을 설명할 때면 매력이 넘친다. 먹는 것도 참 예쁘게 먹는다. 흥분한 채로 시카고피자를 입 안에 한가득 베어 물거나 햄버거의 번에 대해 주관을 가지고 의견을 피력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한 가지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먹는 걸 진짜 좋아하는구나.

요즘 김남주는 먹는 것을 넘어 요리 자체에 빠졌다. 푸디라면 응당 그렇겠지만 미식을 즐기다 보면 손수 만드는 요리에 관심을 가지는 법이다. 김남주는 최근 데뷔 후 첫 단독 생일 팬미팅을 열었다. 그런데 팬미팅 장소가 눈길을 끈다. 오트밀 쿠킹 스튜디오다. 예상한 이들도 있겠지만 쿠킹 클래스가 포함된 팬미팅이었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음식을 좋아했다. 모두 어머니의 손맛 덕분이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자란 덕에 그만큼 음식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매일 TV의 먹방 프로그램이나 유튜브의 먹방 콘텐츠를 보고 잠이 든다. 5년 전 종영한 요리 프로그램 <집밥의 여왕>을 아직도 다시보기로 볼 정도다. 촬영차 내려간 제주도에 너무 먹고 싶은 음식이 있을 때는 멤버들을 먼저 보내고 홀로 남아 맛집 탐방을 하기도 한다. 몇 시간씩 줄을 서서 먹는 걸 마다하지도 않는다. “제주도에 푸드 트럭이 유행일 때는 문을 여는 날에 맞춰서 내려갔어요. 흑돼지튀김도 좋아하는데 어떡하죠. 아, 정말 생각만 해도 또 먹고 싶어요.” 범상치 않은 미식가다.

김남주가 요리를 시작한 건 2년 정도 됐다. 미식을 즐기는 만큼 깊이 빠져들게 됐다. 그녀가 요리를 배우는 방법은 쿡북이다. 요리 서적의 레시피를 보면서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과정을 이해하고 나서 자신의 감으로 요리를 한다. 평소 주변에서 손재주 없다는 말을 자주 들었는데 요리는 예외다. “어머니의 손맛을 닮은 것 같아요.” 지인들을 불러 요리를 자주 대접하는데 메뉴는 연어구이 파스타나 라타투이, 묵은지 닭볶음탕. 갈빗살을 넣은 미니 버거 등 다채롭다. 매번 똑같은 형태로 요리하는 걸 싫어해서 같은 재료라도 종목을 바꾸거나 다른 스타일의 요리를 시도한다. 요리에 관해서는 겁이 없다. 새로운 요리를 상상할 때마다 의욕과 열정이 넘치기 때문이다. 성균관대학교 연기예술학과에 입학한 그녀가 활동 중에도 꼬박꼬박 수업을 듣고 학과 선후배와 함께 열정적으로 연기 스터디를 하는 것만 봐도 얼마나 에너지 넘치는 스타일인지 알 수 있다.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싶어요. 그래서 학교를 열심히 다녔죠. 활동 스케줄이 아침에 끝나도 학교를 갔어요.” 방송 활동은 늘 해왔던 일이지만 그녀에게 대학 생활이란 그 자체가 새로움이었기 때문이다. 정말 힘들 때는 공진단을 챙겨 먹으면서 다닐 정도였다. 이런 열정은 요리로도 이어졌다. “이번에 이 요리를 하면 다음에는 또 다른 요리를 해요. 물론 자주 만들어서 먹는 메뉴도 있어요. 야키 파스타가 제 최애 메뉴예요. 이탤리언 요리를 가장 좋아하고, 한식과 퓨전 요리도 좋아하죠.” 야키 파스타는 매콤한 맛을 살린 메뉴인데 일주일에 한 번씩은 만들어 먹을 정도다. 매운맛을 좋아해 아라비아타 소스와 타바스코 소스도 좋아한다. 톡톡 튀는 그녀의 나이에 잘 어울린다.

행동반경에 제약이 있는 직업인 만큼 요리를 하지 않을 때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자주 이용한다. 그럴 때도 꼭 일반 배달업소가 아니라 유명 레스토랑이나 뜨는 맛집을 고른다. 직접 찾아가는 곳은 주로 단골집이다. “저는 한곳을 찍으면 평생 가요. 초등학교 때부터 가는 가게도 있어요. 아끼던 단골집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식신로드 2>에서 소개하기도 했죠.” 그녀는 맛이 변할까 봐 분점도 내지 않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명동곰돌이라는 국숫집으로 교대역 4번 출구 인근에 있다. 명동에서 시작한 국수전골 맛집인 ‘신정’이라는 식당에 뿌리를 둔 곳이다. “친구들끼리 여기서 칼국수를 먹으면 감기가 나아서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예요. 별미는 옛날통닭인데 튀김 간이 아주 심심한 치킨을 겨자를 푼 간장 소스에 찍어 먹으면, 정말, 와! 감탄사가 나오죠. 함께 나오는 양파무침이랑 치킨과 먹으면 진짜 별미예요.” 그리고 자주 가는 곳이 르지우스코파더셰프, 마렘마 같은 곳이다. 모두 이탤리언 기반의 레스토랑이다. 그중 가장 애정이 넘치는 곳은 르지우다. “지인을 통해 알게 됐어요. 나중에도 몇 번 왔는데 그러다 비프 로제 파스타를 먹고 완전 빠지게 됐죠. 낯을 가리는 편이라 자주 와도 셰프님과 대화를 해본 적이 없어요. 이후에 제가 직접 요리를 시작하면서 엄청 친해졌어요.” 르지우는 서래마을에 있다. 서초동 서래마을은 이태원과 압구정, 청담동과 함께 다국적 미식이 흥하던 곳이다. 이태원이 캐주얼 레스토랑이 주류고, 압구정과 청담동이 파인다이닝에 가깝다면 서래마을은 합리적인 비스트로 레스토랑이 주를 이뤘다. 이곳을 찾던 이들은 모두 유행을 따라 소위 무슨 무슨 길들로 대부분 빠져나갔지만 그럼에도 이곳이 명맥을 유지하는 것은 르지우를 찾는 그녀 같은 오랜 단골손님 덕분이다. 정호균 셰프와 요리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또 요리에 대해 알아갈수록 먹고 싶고 만들고 싶은 요리들이 생겨났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은 욕구도 생겨났다. 슈가플리즈가 나오게 된 배경이다. “제가 가만히 있는 편이 아니에요. 끊임없이 색다른 걸 도전하고 싶어 하죠. 더군다나 디자인과 음식은 원래 관심이 많고 도전해보고 싶던 분야니까요. 그래서 라이프스타일 쇼핑몰을 시작하게 됐어요.”

르지우의 주방을 배경으로 남주와 정호균 셰프의 기념 사진.
르지우의 주방을 배경으로 남주와 정호균 셰프의 기념 사진.
르방드지우는 퓨전 콘셉트의 아시안 푸드와 다양한 와인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르방드지우는 퓨전 콘셉트의 아시안 푸드와 다양한 와인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요리에 관해 대화를 나누는 남주와 정호균 셰프.
요리에 관해 대화를 나누는 남주와 정호균 셰프.

슈가플리즈는 김남주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모은 쇼핑몰이다. 각 분야의 전문가와 협업을 통해 의류와 주얼리 그리고 음식을 판다. 주얼리는 이탈리아 현지 공예 디자이너와 협업하고, 음식은 정호균 셰프와 손을 잡았다. 그런데 음식이 점입가경이다. 아주 본격적인 밀키트다. 거기다 오프라인 매장도 조만간 문을 열 예정이다. 출발점은 사소했다. “파티라고 붙이지는 않지만 집에서 친구들과 자주 놀아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수다 떠는 거죠. 그때마다 여러 사람이 나눠 먹을 수 있는 푸드 키트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제품 이름도 독특한데 ‘참기름수란불닭초밥’, ‘허니초코단맵피자’, ‘청양고추제육쌈피자’ 등이다. 한두 가지가 아니라 서너 가지 음식을 하나로 합쳤다. 국적도 여러 곳을 넘나든다. 아무리 퓨전 요리라지만 이런 물음이 생긴다. 그게 맛이 있어? 그런데 의외로 진짜 맛있다. 궁합이 아주 찰떡이다. 청양고추제육쌈피자는 제육볶음이 토핑으로 올라간 피자를 쌈 채소에 싸서 청양고추페스토와 마요네즈에 찍어 먹는 요리다. 제육과 청양고추페스토의 매운맛을 쌈 채소와 도우가 중화시켜준다. 정호균 셰프가 슈가플리즈의 그녀와의 협업에 대해 설명했다. “남주 씨는 떠오른 아이디어가 있으면 바로바로 제게 말해요. 셰프님, 저는 제육볶음과 매콤한 피자가 좋아요, 청양고추도 너무 좋은데 3개를 섞을 수는 없나요, 대신 자극적이지 않게요.” 정호균 셰프의 말을 듣던 그녀가 말을 이었다. “엄청 맛있게 만들어주세요. 한번은 김치전에 페페로니를 얹으면 어떨까요, 라고 물었더니 셰프님이 만들어서 시식을 했는데 특이하면서 독특했죠.” 허니초코단맵피자나 참기름수란불닭초밥도 이런 과정을 통해 개발됐다. 집에서 혼자 요리하기 힘든 몇 가지 음식의 조합을 고민하고 여기에 합을 맞춰주는 소스를 더하는 방식이다. 그녀의 역할은 일종의 디렉터다. 주얼리와 의류가 아트 디렉터라면 음식에서는 푸드 디렉터의 형태다. 두 사람이 출시한 음식의 비결은 하나라고 했다. 식재료의 신선도. “어떤 음식이든 재료가 좋고 신선하면 맛이 없을 수 없어요. 하지만 요리를 자주 하지 않는 사람이 신선한 재료로 음식을 하려면 식재료비가 많이 들잖아요. 그런 수고와 비용을 아낄 수 있는 게 푸드 키트였어요.” 그녀는 메뉴 개발뿐만 아니라 새벽까지 함께 키트를 포장하고 홈페이지 콘텐츠를 체크하면서 협업하고 있다. “그저 그런 음식이라면 하지 않겠죠.” 정말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대박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정도로, 물개박수를 칠 수 있을 정도여야 한다고 했다. ‘슈가 공장’ 공장장다운 당참이다.

슈가플리즈의 푸드팩토리에서 개발한 음식을 놓고 기대에 들뜬 남주.
삼겹살꽈리고추칠리또띠아, 청양고추제육쌈피자

르지우
서래마을을 대표하는 곳이자 <오 나의 귀신님>이나 <질투의 화신>, <제3의 매력> 등 여러 드라마에 푸드 디렉터로 활동한 정호균 셰프의 레스토랑이다. 이탤리언을 기반으로 퓨전 형태의 독특한 메뉴가 인기를 끈다. 3층에는 퓨전 아시안 푸드와 와인 바 개념의 르방드지우가 있다.
· 문어구이 2만2000원, 차돌박이파스타 2만5000원, 오리다리콩피 3만8000원
· 서울시 서초구 사평대로26길 40
· 매일 오전 11시~오후 10시 30분(Break Time 오후 3시 30분~5시 30분), 일요일 오전 11시~오후 10시(Break Time 오후 3시 30분~5시)
· 02-3476-7036

edit 안상호 — photograph 양성모 — cooperate 르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