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열기

main

DiningExplore

[2019년 4월] 발품 팔아 찾은 맛집

2019년 3월 29일 — 0

이달에도 어김없이 <올리브 매거진 코리아>에서 주목할 만한 레스토랑을 선정했다. 자성을 지닌 듯 입맛을 마구 당기는 4월의 미식 좌표.

우리만의 아지트 같은 비밀스러운 와인 바

화담

쫄깃한 중국식 분모자 당면과 크림치즈 감자를 곁들인 띵호와 떡볶이. 을지로 골뱅이 파스타. 옛날 샌드위치 맛을 그대로 재현한 엄마손 샌드위치.
쫄깃한 중국식 분모자 당면과 크림치즈 감자를 곁들인 띵호와 떡볶이. 을지로 골뱅이 파스타. 옛날 샌드위치 맛을 그대로 재현한 엄마손 샌드위치.

옛 사무실로 쓰던 듯한 낡은 건물 외관만 보면 이곳에 와인 바가 있을 거라곤 상상하기 어렵다. 화담은 신사동의 와인 바 뱅가를 운영해온 노하우를 살려 외식 브랜드 마크세븐에서 을지로에 새로 오픈한 와인 바다. 퇴색된 건물에 들어서서 계단을 두 층 올라간 뒤 스크래치 난 문을 열고 또 벽돌로 둔갑한 문을 두드려야 비로소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그래서 더 매력적인 공간이다. 정답게 주고받는 말이라는 화담이란 이름처럼 주위 직장인이나 대학생들이 가볍게 들러 가성비 좋은 와인, 개성 있는 안주와 함께 즐거운 담소를 나누었으면 하는 것이 마크세븐 직원들의 바람이다. ‘Wine a little, laugh a lot’이라는 부제처럼 말이다. 치즈와 하몽이 아니더라도 선택지가 많다. 떡 대신 분모자 당면을 넣고 크림치즈 감자를 올려 먹는 띵호와 떡볶이나 알리오 올리오의 가래떡 버전인 가래떡 올리오는 이름마저 경쾌한 위트 있는 메뉴다. 을지로에 위치한 와인 바답게 골뱅이로 만든 파스타는 흔히 골뱅이와 함께 먹는 소면이 아닌 파스타 면을 사용해 재미를 더한다. 레트로 감성을 담은 엄마손 샌드위치는 단순하고 소박한 재료로 만들었는데 희한하게 맛있어서 계속 손이 간다. 곁들여 나오는 감자튀김은 꼭 특제 코코넛 소스에 찍어 먹는 것을 추천한다. 와인도 유쾌한 카테고리로 나누어 와인 종류를 잘 모르더라도 고르기가 쉽다. 어려운 와인 이름 대신 ‘상남자가 마시기 좋은 와인 리스트’로 제안하는 식이다.

· 띵호와 떡볶이 1만5500원, 을지로 골뱅이 파스타 1만6000원, 엄마손 샌드위치 1만3000원
· 서울시 중구 을지로9길 14
· 월~토요일 오후 5시~새벽 1시, 일요일 휴무
· 02-6925-5525


가이세키 요리를 즐길 수 있는 파인다이닝

코사카

오사카, 교토가 속하는 간사이(관서) 지방은 예로부터 여럿이 모여 함께 먹는 문화가 발달했다. 작은 그릇에 다양한 음식이 조금씩 순차적으로 담겨 나오는 연회용 코스 가이세키 요리가 생겨난 고장이기도 하다. 코사카는 재일동포 출신 대표가 어릴 적 자랐던 오사카의 맛을 재현한다는 의미로 작은 오사카라는 뜻을 담았다. 다만, 젓가락을 집는 방법부터 요리를 먹는 순서까지 엄격한 격식을 차리는 가이세키 요리의 생소함을 개량하고자 서양식 파인다이닝의 구조를 차용했다. 테이블 위에는 젓가락뿐 아니라 포크, 나이프가 함께 놓이고 일식 베이스에 가미된 다양한 양식 터치가 낯설지 않은 이유다. 코사카의 주방은 <미쉐린 가이드 교토>에서 3스타를 획득한 키쿠노이 출신 송우종 셰프가 지휘를 맡았다. 일본에서의 경험과 한국 식재료에 대한 이해가 합해져 최적의 맛을 이끌어낸다. 매일 직접 뽑는 다시는 두껍지만 깔끔한 맛의 기장 다시마를 사용하고, 생선을 숙성시킬 때는 얇아서 잔 맛이 잘 우러나오는 완도 다시마를 사용한다. 또한 그가 가장 중요시하는 요소는 계절감. 제철 식재료와 각종 기물을 이용해 달마다 있는 일본의 명절을 접시 위에 그려낸다. 코사카의 메인은 다름 아닌 솥밥. 대게솥밥부터 푸아그라와 트러플을 넣은 장어솥밥, 화이트 아스파라거스에 트러플과 수란, 판체타를 올린 솥밥까지 제철에 맞게 솥밥의 재료는 매달 새롭게 바뀐다. 요리에 곁들이는 주류 리스트도 훌륭하다. 와인 페어링뿐 아니라 원하는 사케 종류를 골라 맛볼 수 있는 테이스팅 세트도 있어 부담 없이 즐기기 좋다.

· 런치 A코스 4만5000원, B코스 7만5000원, 디너 고토부키 코스 9만8000원, 코사카 테이스팅 코스 14만8000원
·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164길 17
· 정오~오후 3시, 오후 6~11시, 일요일 휴무
· 02-517-9993


소수만을 위한 프리미엄 한우 다이닝

소수

정성 소愫, 수놓을 수繡. 정성을 수놓다라는 뜻의 4층 규모 한우 다이닝이 한남동에 오픈했다. 가오픈을 시작한 지 한 달이 채 안 된 이곳은 1층은 부처 숍으로 고기만 따로 구매할 수 있고 2층에선 단품 한우구이, 3층에선 한우 오마카세, 4층에선 하루 단 한 팀만 경험할 수 있는 프리미엄급 한우 오마카세를 즐길 수 있다. 소수에서는 최상급의 투 플러스 한우만을 취급한다. 특히 등심에서 소량만 얻을 수 있는 새우살과 꽃등심이 함께 붙어 있는 설화새우등심은 소수의 대표 메뉴다. 뽀얀 마블링이 아름답기까지 한 새우등심에선 우유 맛이 진하게 날 정도로 육향이 풍부하며 육질 또한 일품이다. 안심과 안심추리, 설화생갈비도 추천 부위다. 그랜드 하얏트 도쿄에서 10년 이상 경력을 쌓은 부처 전문 레이 팍 셰프를 영입해 한우 손질부터 에이징, 굽기까지 그의 손길을 거치지 않고서는 고기가 손님상에 오를 수 없다. 한우를 주문하면 직원들이 레이 팍 셰프에게 전수받은 비법으로 비장탄에 구워준다. 그리고 4분 정도 레스팅 과정을 거쳐 육즙을 가둔다. 이렇게 특별하게 들여와 특별하게 구워진 고기는 입 안에 황홀경을 선사한다. 한우 해장 라면, 한우 육회, 한우 된장죽, 한우 등심 깍두기 볶음밥 등은 메인 한우구이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식사 메뉴다. 주류 리스트도 풍부해 한우구이와 함께하면 금상첨화다.

· 설화새우등심 160g 7만7000원,설화안심과 안심추리 150g 5만원, 한우 해장 라면 1만원, 한우 육회 3만5000원
· 서울시 용산구 한남대로20길 31
· 매일 오후 5~11시
· 02-790-7577


세련된 홍콩식 포차

한남소관

고층 건물과 화려하게 빛나는 네온사인으로 가득한 홍콩의 밤거리는 언제나 들뜬 감상을 준다. 삼삼오오 모여 맛있는 음식에 술 한잔을 곁들이며 못다 한 이야기로 홍콩의 밤을 채우고 싶게만 한다. 여기 한남동에 홍콩의 밤거리를 그대로 재현한 홍콩식 포차가 새롭게 오픈했다. 한남소관漢南小館은 아시아 퀴진을 지향하는 다츠의 세컨드 브랜드로, 홍콩 음식을 즐기고 좋아하는 셰프들과 함께 술과 음식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것. 한남소관은 입구부터 홍콩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곳이다. 매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내려가는 계단의 간판들은 불야성 같은 홍콩의 밤을 그대로 옮겨온 듯하다. 레스토랑 안쪽에는 홍콩에서만 볼 수 있는 쿨한 무드의 포스터와 스티커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홍콩식 포차인 만큼 홍콩 현지에서 볼 법한 메뉴들로 가득하다. 조리법은 간단하지만 맛은 결코 밋밋하지 않다. 예를 들어 맛조개찜은 신선한 맛조개와 베르미첼리(녹두당면)를 간장 소스에 쪄낸 심플한 요리지만 맛조개의 신선도, 간장 소스의 비율, 찌는 시간까지 삼박자가 모두 완벽해야 맛조개의 담백하고 시원한 맛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향신채와 중국 간장으로 만든 드레싱에 살짝 버무린 고수무침은 모든 메뉴와 곁들여 먹을 때 그 진가가 발휘된다. 중식이 어느 때보다 트렌디하게 소비되고 있는 요즘, 홍콩 음식과 주류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나아갈 한남소관의 미래 모습이 기대된다.

· 고수무침 6000원, 충칭식 닭 날개 튀김 2만1000원, 맛조개찜 2만2000원
· 서울시 용산구 대사관로31길 20 B1층
· 월~수요일 오후 6시~새벽 1시, 목~토요일 오후 6시~새벽 2시, 일요일 휴무
· 02-792-5796

edit 김민지, 오수현, 김원정(프리랜서) — photograph 류현준, 박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