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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이승윤의 전지적 고기 시점

2019년 3월 4일 — 0

자연인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얼굴이 된 이승윤은 요즘 <전지적 참견 시점>으로 전환점을 맞았다. 그런 이승윤이 ‘최애’하는 건 바로 고기. 지금부터 자연인의 육식 생활을 탐구한다.

자연인이 한남동에 떴다. 자연인이라니, 라고 되묻는다면 TV를 멀리하거나 부모님이나 중장년층과의 대화가 단절된 건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 자연인은 MBN의 예능 프로그램인 <나는 자연인이다>의 MC 이승윤과 윤택 그리고 출연자들을 지칭한다. 그렇다. 11년 전 KBS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 중 하나였던 ‘헬스보이’의 그 이승윤이다. 그는 요즘 중장년층의 지드래곤으로 통한다. 최근 그의 인기를 한껏 올려준 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 제39화에는 인파에 둘러싸여 공항을 빠져나오는 지드래곤의 모습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등산복을 입은 중장년층에 둘러싸인 이승윤의 모습을 오버랩한 장면이 나왔다. 지드래곤 팬들에게는 욕을 먹을 수 있지만 이렇듯 적절한 비유라니. <나는 자연인이다>의 생명력은 되새김질에 있다. 이 프로그램을 선호하는 이들은 점심때 먹은 여물을 저녁때 되씹는 정도가 아니라 지난주든, 1년 전이든, 8년 전이든 마치 본방송인 양 시청한다. 그 정도면 아주 칡뿌리 같다. 씹어도 씹어도 줄어들질 않는다. 그래서 생긴 하나의 현상이 있다. 이 프로그램의 MC인 이승윤을 진짜 가족이나 친한 친구처럼 여기는 경향이다. 한남동 유엔가든 앞에서 이승윤을 마주쳤을 때 그랬다. 인터뷰이인 줄 알면서도 보자마자 ‘어, 아는 사람인데?’라며 자연스럽게 인사하게 됐다. 이승윤도 모르는 사람이 친숙하게 인사하는 게 어색하지 않은지 “네, 안녕하세요”라고 자연스럽게 인사를 받았다. “어르신들이 왜 인사 안 하고 그냥 가냐고 말하죠.” 한번은 할머니 한 분이 지나가는 그를 다짜고짜 때렸다. 놀라서 바라보니 할머니가 왜 인사를 안 하냐고 화를 냈다. 뵌 적이 없는데 어떻게 인사를 드리냐고 되물으니 할머니가 고개를 갸웃했다. 방금 집에서 보고 나왔는데 왜 인사를 안 하냐는 답변과 함께. 이런 일은 그에게 일상적인 풍경이다. “대부분 저를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인 줄 알아요. 그래서 그냥 지나가면 서운해하는 거죠.” 중장년층에게 그는 일종의 가족인 셈이다. 그에게는 삶의 일부분인 <나는 자연인이다>가 사람이 살지 않는 오지의 야생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보여준다면 <전지적 참견 시점>은 일종의 도시 나들이다. 그래서 그는 이 프로그램을 도시 방송이라고 일컫는다. 도시 방송. 낯선 용어지만 그에게는 잘 맞는 옷이다. 먹방에서 그에게 잘 어울리는 옷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고기 먹방이다. 한번은 그의 매니저와 둘이서 16인분의 고기를 먹어치우는 <전지적 참견 시점>의 장면이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됐다. 물론 거기에 공깃밥 4개와 냉면 2그릇까지. 그가 페이버릿 테이블 장소로 한남동의 유엔가든을 선택한 것만 봐도 그렇다. 지난해 초 문을 연 유엔가든은 스테이크 맛집으로 유명한 부첼리 하우스의 세컨드 브랜드다. 사실 이승윤이 유엔가든을 방문한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인생 고기를 맛봤다는 이들이 많다는 이야기에 전부터 방문을 마음먹고 있었지만 데뷔 후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어 기회가 좀처럼 생기지 못한 탓이었다. 고기가 인생 최고의 소울 푸드이자 자신의 지친 심신을 달래주는 힐링 푸드인 그에게 쉽게 넘길 식당이 아니었다. ‘자연인’이라는 타이틀을 갖게 된 남자가 고깃집으로 들어선 이유였다. 테이블 위에 찌개와 반찬이 자리 잡고 도마 위에 가지런히 놓인 차돌박이가 나오자 그의 눈에 기대감이 어렸다. “제게 고기는 사랑이죠. 어릴 때부터 고기를 좋아했어요. 다른 말이 필요 없어요. 무지 좋아하죠.” 그는 고기라면 모두 좋아하지만 가장 선호하는 고기는 삼겹살과 목살이다. 김치찌개에 들어간 두툼한 돼지고기까지. 이 말에 유엔가든 대표가 주방에 소리쳤다. “김치찌개에 돼지고기 많이요.”

최상의 고기를 판매하기 위해 식감에 저해되는 요소는 모두 잘라낸다.
최상의 고기를 판매하기 위해 식감에 저해되는 요소는 모두 잘라낸다.
유엔가든의 대표 메뉴는 손으로 썬 차돌박이다.
유엔가든의 대표 메뉴는 손으로 썬 차돌박이다.
한우 투 플러스 등심의 마블링이 눈길을 끈다.
한우 투 플러스 등심의 마블링이 눈길을 끈다.

오랜 시간 꾸준히 운동한 그의 다이어트 음식도 고기다. 소고기와 돼지고기는 닭 가슴살에 질린 입맛을 다시 돋워주는 식재료다. 요즘은 빽빽한 스케줄 때문에 운동 시간을 좀처럼 만들지 못해 몸에 군살이 군데군데 붙었다. 자연인 이미지 때문에 헬스장에서의 에피소드도 있다. “브랜드 운동복을 입고 있으면 자연인이 이런 옷을 입고 운동하냐고 물어요. 산이 아니라 헬스장도 오냐고 묻기도 하고요.” 자연인의 도시 출몰에 대한 낯섦 때문이다. <나는 자연인이다> 애청자들은 그가 항상 산에 있는 줄 안다. 실제 촬영을 가면 3일을 꼬박, 때로는 5일을 꼬박 산에서 지낼 때도 있는데 늘 야생과의 사투가 벌어진다. 추위와 싸우고 수백 마리의 모기 떼와 일전을 벌이며, 전기가 들어오지 않거나 휴대폰이 잘 터지지 않는 문명과의 이별도 경험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오지는 목포 앞바다에 있는 장좌도다. 무인도인 이곳은 주인이 있는데 미국의 태권도 고수인 제임스 오다. 그는 1년에 2개월에서 4개월가량 한국에 들어와 야생의 생활을 즐긴다. 식재료와 도구도 모두 섬에서 직접 채취하거나 만든다.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 차돌박이가 불판 위에 올려졌다. 지직지직. 아니, 자글자글인가. 고기 익는 소리가 계속 귀를 때렸다. 군침은 덤이다. 유엔가든의 유명세에 가장 큰 몫을 한 메뉴가 이 차돌박이다. 참치처럼 도축한 뒤 바로 냉동시키는 일반 차돌박이와 달리 유엔가든의 차돌박이는 조합을 통해 갓 도축한 소의 차돌박이를 받아 숙성시킨 뒤 자를 수 있을 정도로 살짝 얼려 일일이 손으로 썬다. 그래서 일반적인 차돌박이와 비교했을 때 3배 정도 두툼하다. 이게 기가 막힌 식감을 낸다. “어우, 맛있어요. 뭔가 달라요. 다른 곳보다 두툼하고 고소한 맛이 입 안에 계속 맴도네요. 어우, 이럴 수가.” 감탄사가 연이어 나온다. 그의 잘생긴 매니저도 그 감탄사에 화음을 넣었다. 두꺼운 차돌박이는 입 안에서 녹는 게 아니라 사과를 씹는 것처럼 아삭아삭하고, 광어회의 지느러미를 씹는 것처럼 오독오독한 식감이 난다. 여기에 특유의 육즙이 입 안에 번지면 MSG가 아니라 이런 게 감칠맛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여기에 자작자작하게 끓인 된장찌개와 흰밥 한 숟가락까지 곁들이면 고기 한 점의 마리아주가 완성된다. “제가 월요일에 늘 산에 다녀오는데 그때마다 자주 들러야겠어요. 지인들과 와서 편하게 고기 먹고 가기에 정말 좋은 곳이네요. 마음은 이미 단골이에요. 고기잖아요.” 최근 이승윤은 JTBC 예능 프로그램인 <냉장고를 부탁해>를 촬영했다. 3월에 방영 예정이다. 그의 냉장고에 지인에게 받은 멧돼지가 있어서 출연한 셰프들이 맷돼지를 주제로 요리를 만들었다. 족발과 제육볶음이 만들어졌다. “요리시간이 15분인데도 셰프라 그런지 냄새를 잡더라고요. 신기하기도 했고, 요리가 진짜 맛있기도 했어요.” 마치 정육점에서 좋은 돼지고기를 사서 곧바로 요리한 그런 맛이었다.

유엔가든 대표가 차돌박이를 보여주자 이승윤은 환호했다.
유엔가든 대표가 차돌박이를 보여주자 이승윤은 환호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먹는 즐거움이 아주 큰 자연인 이승윤에게는 한 끼 식사를 완성해주는 또 하나의 음식이 있다. 바로 티라미수다. 의외지만 충분히 공감이 간다. 그는 커피에 촉촉이 적신 쿠키와 달걀노른자·설탕·마스카르포네 치즈로 만든 부드러운 거품, 다시 커피에 적신 빵, 코코아 파우더가 뿌려진 단정하면서도 풍미 가득한 마무리의 달콤함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낀다. 입에 넣을 때의 기쁨과 혀와 입 안을 맴돌 때의 번뜩이는 쾌감은 그가 티라미수를 끊지 못하는 이유다. “먹는 건, 먹는 걸 즐기는 건 아주 중요한 일이죠. 정말 맛있는 걸 먹으면 감정까지 변하잖아요.”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운동하고, 남은 하루의 기대감을 돋우고 고된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해 식사하며, 그 음식을 다시 먹기 위해 일한다. 그는 인터뷰 다음 일정으로 홈쇼핑에 출연해 운동 기구를 팔아야 한다고 했다. 좋은 소식도 있는데 그의 단짝 매니저와 함께 파스 광고도 촬영할 예정이다. 그리고 지금의 인기가 반갑지만 영원하지 않으리라는 걸 알기 때문에 무엇이든 열심히 하고 있다. “제 목표가 가늘고 길게예요. 그리고 제 뒤에는 언제나 산이 있죠.” 오늘도 고기를 즐기는 남자의 든든한 뒷배경이다.

고기 생활을 마치고 흡족한 표정으로 문을 나서는 이승윤의 모습.
고기 생활을 마치고 흡족한 표정으로 문을 나서는 이승윤의 모습.
출입구를 지나 들어서면 좁은 마당이 나오고 주택을 개조한 유엔가든이 나온다.
출입구를 지나 들어서면 좁은 마당이 나오고 주택을 개조한 유엔가든이 나온다.

유엔가든
방치된 주택을 개조해 다동이나 을지로 같은 노포 맛집 스타일로 인테리어했다. 정육식당을 제외하면 강남과 한남동 일대에서 한우 투 플러스 등심, 투 플러스와 원 플러스의 한우 차돌박이와 제비추리를 가장 저렴하게 판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판매하는 술을 제외하고 코키지마저 없다.
· 손 차돌박이 2만2000원, 등심로스 3만5000원, 소고기 된장찌개 1만원
· 서울시 용산구 독서당로20길 7
· 매일 오후 5시 30분~자정
· 02-3785-1113

edit 안상호 — photograph 박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