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열기

main

DiningExplore

일본 돗토리현 1박 2일 미식 여행

2019년 2월 1일 — 0

아직 때 묻지 않은 산과 바다로부터 얻는 풍부한 로컬 식재료를 자랑하는 미식의 도시 돗토리현에서 보낸 1박 2일.

First Day

lunch 브라세리 아고라

요나고 국제공항은 두 번째 방문이었다. 작년 여름 홀로 떠난 여행에 이어 올겨울에는 출장으로 왔으니 우연하게도 이곳의 여름과 겨울을 모두 느껴본 셈. 시마네현과 함께 산인(山陰) 지역에 속하는 돗토리현은 산과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예로부터 농업과 어업이 발달했다. 게 어획량은 일본 국내 1위인 45%를 차지한다. 한국으로 치면 강원도와 비슷한 감성을 지닌 도시랄까. 생수 브랜드를 소유한 산토리가 일본 전역에서 물이 가장 깨끗하고 맛있는 지역을 돗토리현으로 선정했을 만큼 이곳의 자연은 잘 보존되어 있다. 하절기에는 다이센산의 푸르른 목장 마을에서 뛰노는 젖소에서 갓 짠 우유와 아이스크림을 먹고, 동절기에는 온천 지대에서 게를 먹는 것이 이곳의 대표적인 관광 코스다. 매년 일본 내에서 실시하는 인구 조사에서 인구 최저 지역 1, 2위를 다투는 돗토리현에서 올해 처음으로 <미쉐린 가이드>가 발간됐다. 한없이 조용하고 고즈넉했던 그 도시가 알고 보니 미식의 도시일 줄이야. 처음으로 향한 곳은 <미쉐린 가이드>에서 더 플레이트를 받은 브라세리 아고라Brasserie Agora. 요나고 역에서 멀지 않은 좁은 골목길에서 6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산인 지역에서 나는 식재료를 이용한 프렌치 가정식을 맛볼 수 있다. 메뉴는 식재료의 수급에 따라 매일매일 조금씩 바뀌고 점심에는 코스만을 선보인다. 테이블에는 단골로 보이는 가족 일행과 중년 여성 두 명이 앉아 점심을 먹고 있었다. 전채, 메인, 디저트로 구성된 3코스를 주문했다. 첫 번째 등장한 메뉴는 돗토리현의 사카이미나토 지역에서 잡은 고등어를 프랑스산 식초에 절여 만든 시메사바 샐러드. 고등어에 불 향을 입혀 비린 맛을 완벽하게 잡은 듯했다. 이어 오늘의 메인인 돗토리산 돼지 어깨살 스테이크가 나왔다. 매시트포테이토 위에 고기와 렌틸콩, 그 단순한 플레이팅이 담백하게 느껴졌다. 오븐에 브레이징한 고깃덩이는 칼을 대자마자 부드럽게 풀어져버렸다. 접시의 소스 한 방울까지 빵으로 닦아 먹었다. 디저트로 나온 크렘 브륄레까지, 일본에서의 첫 끼니는 흠잡을 데 없이 완벽했다.

브라세리 아고라에서 맛본 돗토리산 돼지 어깨살 스테이크. 입 안에서 부드럽게 녹았다.
브라세리 아고라에서 맛본 돗토리산 돼지 어깨살 스테이크. 입 안에서 부드럽게 녹았다.
요나고 역 바로 앞에 위치한 숙소에서 내려다본 요나고 시내 전경.
요나고 역 바로 앞에 위치한 숙소에서 내려다본 요나고 시내 전경.
dinner 미사사칸

일본은 각 지방마다 자랑하는 대표 향토주들이 있다. 특히 물맛이 좋기로 소문난 돗토리현의 사케는 다른 지방에 비해 쌀이 숙성되며 내는 노란빛이 강하게 돌고 전반적으로 농후한 맛이 나는 것이 특징. 부드러운 산미 덕에 게 요리와도 잘 어울리는 사케 브랜드 치요무스비(千代むすび)의 주조 공장을 찾았다. 돗토리현에서 나고 자란 고우리키 품종의 쌀을 이용해 전통적인 방식으로 6대째 가업을 이어 사케를 만든다. 세일즈 매니저인 사노 타다시의 안내를 받아 공장 투어를 했다. 보통 1~2월에만 술을 빚는 터라 지금은 공장이 가장 바쁘게 돌아가는 시기다. 그 때문인지 공장 곳곳에서 구수하고 시큼한 발효 냄새를 맡았다. 사전에 견학 신청을 하면 쌀을 세척하고 정미한 뒤 밥을 지어 누룩을 넣고 발효시켜 탁주를 거르는 공장 내 견학과 설명을 들을 수 있다. 견학이 끝나고 치요무스비의 대표 사케를 시음했다. 청량하고 깔끔한 목 넘김이 여전했다. 작년 여행 기념으로 사온 치요무스비 사케를 맛있게 즐겼던 기억이 있던 터라 감회가 남달랐다.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있었다. 취기가 오를 때쯤 오늘의 저녁을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의 저녁은 미사사 온천 마을의 료칸에서 즐기는 게 가이세키 요리. 돗토리현에는 약 10여 곳의 유명 온천 마을이 존재하는데 교토, 오사카와 2시간 30분 정도 떨어져 있어 일본 현지 관광객들도 즐겨 찾는 명소다. 특히 연말연시에는 사카이미나토에서 잡은 제철 게 요리와 온천을 즐기러 온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고. 1시간 30여 분을 달려 미사사칸에 도착했다. 숙소 주변은 흔한 편의점 하나 없이 칠흑처럼 어두웠다. 짐을 풀고 예약해놓은 자리로 안내를 받았다. 상 위에 접시와 물수건, 커틀러리가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가니미소를 넣어 만든 부드러운 두부를 시작으로 메뉴가 하나씩 등장했다. 게살을 넣어 만든 자왕무시, 게살을 넣어 끓인 미소된장국, 게다리튀김, 게찜, 게솥밥까지 게살을 바르느라 두 손은 이미 게 본연의 향기로 정복당한 뒤였다. 돗토리현의 향토주도 한 병 곁들였다. 취기로 발그레해진 얼굴과 두둑해진 배를 두드리며 온천으로 향했다. 노천탕은 차가운 밤공기와 뜨거운 온천수가 만든 새하얀 증기로 가득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인지, 술기운 때문인지 마치 꿈속을 거니는 듯했다.

세일즈 매니저인 사노 타다시가 치요무스비 주조에 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세일즈 매니저인 사노 타다시가 치요무스비 주조에 관한 설명을 하고 있다.
돗토리현의 대표 향토주 치요무스비의 주조 공장. 고우리키 품종의 쌀을 이용해 전통적인 방식으로 일본 술을 생산한다.
돗토리현의 대표 향토주 치요무스비의 주조 공장. 고우리키 품종의 쌀을 이용해 전통적인 방식으로 일본 술을 생산한다.
일본 전통 료칸인 미사사칸에서 맛본 게 가이세키 요리.
일본 전통 료칸인 미사사칸에서 맛본 게 가이세키 요리.
미사사칸의 로비 전경. 밤새 눈이 내려 고즈넉함이 더해졌다.
미사사칸의 로비 전경. 밤새 눈이 내려 고즈넉함이 더해졌다.

Second Day

Breakfast 스나바 커피

전날 밤 온천욕 때문일까, 그 어느 때보다 개운한 아침이었다. 료칸에서 준비해준 간단한 조식을 먹은 뒤 돗토리 시내로 출발했다. 돗토리현은 일본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 중에서 스타벅스가 가장 마지막으로 오픈한 곳이다. 이번 여행을 안내해준 김연주 국제교류원에게 2015년 돗토리현 1호점이 오픈했을 때 10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렸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만큼 로컬 커피 전문점이 활성화되어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사구에 가기 전 돗토리현 내에서만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는 스나바(すなば) 커피에 들렀다. 커피를 마시는 낙타 로고가 눈에 띄었다. 스나바는 사구를 부르는 단어다. 따뜻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다시 사구로 향했다. 약 10만 년의 세월 동안 바위가 풍화되고 바다의 모래가 퇴적되며 만들어진 돗토리 사구는 해안가를 따라 16km로 뻗어 있는 일본 최대 규모의 사구다. 언덕 하나를 올랐을 뿐인데 끝없이 펼쳐진 모래 때문에 잠시 중동의 사막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세찬 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사색하듯 걸었다. 여름에는 이 사구에서 다양한 식물이 자라고 샌드보드나 패러글라이딩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기러 오는 명소라고 했다. 친구에게 사막에 다녀왔다고 자랑할 사진을 한 장 찍은 뒤 사구를 빠져나왔다.

조식으로 제공된 일본 가정식. 모락모락 김이 나는 갓 지은 밥의 맛이 일품이었다.
조식으로 제공된 일본 가정식. 모락모락 김이 나는 갓 지은 밥의 맛이 일품이었다.
스나바 커피에서 맛본 커피와 제철 과일 팬케이크.
스나바 커피에서 맛본 커피와 제철 과일 팬케이크.
돗토리 사구는 해안을 따라 16km 길이로 펼쳐진 일본 최대 규모의 사구다.
돗토리 사구는 해안을 따라 16km 길이로 펼쳐진 일본 최대 규모의 사구다.
Lunch 알 마레

해안 도로를 따라 얼마나 달렸을까. 한적한 바닷가에 멋스러운 붉은 지붕 건물 한 채가 자리하고 있었다. <미쉐린 가이드>에서 더 플레이트로 선정된 이탤리언 레스토랑 알 마레였다. 입구에서부터 통유리창 너머로 바다와 수평선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높은 층고와 우드 톤의 인테리어, 클래식한 음악이 어우러져 리조트에서 느껴질 법한 여유로움이 물씬 풍겼다. 알 마레는 흔히 볼 수 있는 이탤리언 메뉴와 달리 돗토리현에서 잡은 로컬 해산물과 레스토랑 내 텃밭에서 기른 채소를 사용해 지역 특색을 느낄 수 있는 메뉴를 선보인다. 그뿐 아니라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로컬 공예 작가가 만든 도자 식기에 음식을 담아 낸다. 오늘의 런치 코스를 주문했다. 방어회 위에 무와 토마토를 갈아 올린 전채를 시작으로 코스가 하나씩 상 위에 올랐다. 얇게 썬 갑오징어와 흰 콜리플라워, 도루묵과 우엉을 넣은 생면 파스타, 깔끔한 맛의 농어 스테이크까지 지중해에 인접한 남부 이탈리아식에 일본의 식재료를 접목해 풀어낸 메뉴들에 가까웠다. 신선한 제철 식재료를 사용해 재료 본연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멋진 바다 전망과 함께 즐기는 식사 시간은 이번 여행의 어느 순간보다 빠르게 흘렀다. 후식으로 나온 토란 아이스크림까지 먹고 나니 이곳에 더 이상 여한이 없었다.

알 마레에서는 돗토리현에서 잡은 해산물과 레스토랑 텃밭에서 기른 채소를 사용한다.
알 마레에서는 돗토리현에서 잡은 해산물과 레스토랑 텃밭에서 기른 채소를 사용한다.
한적한 바닷가에 위치한 이탤리언 레스토랑 알 마레의 전경.
한적한 바닷가에 위치한 이탤리언 레스토랑 알 마레의 전경.
Dinner 슈사이 키쿄야

돗토리 시내에서 공항이 있는 요나고까지의 거리는 차로 대략 2시간이 넘는 거리. 이동하는 차 안에서 멋진 일몰을 감상하고, 미쉐린 1스타를 받은 요나고의 이자카야인 슈사이 키쿄야에 도착했다. 돗토리현의 해산물과 제철 채소를 사용해 만든 오마카세와 이에 어울리는 일본 지역 술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룸과 카운터석 중 선택이 가능하다는 말에 고민 없이 카운터석에 앉았다. 칼을 다루는 셰프의 손끝에서 정적임과 동적임 그 사이 어딘가에 자리할 법한 절도 있는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돗토리현 서부 지역 향토주와 함께 일본에서 연초에 먹는 오세치 요리를 전채로 방어와 무로 끓인 국물 요리, 문어·단새우·한치 등으로 구성된 회, 구운 고등어 초밥, 농어구이, 새우찜, 절임, 재첩 된장국과 밥, 디저트까지 9코스를 천천히 즐겼다. 어느새 행복해져 있었다. 아주 많이. 그리고 여행이 끝나가고 있었다. 진한 아쉬움에 돗토리현의 대미를 무엇으로 장식할지 고민하다 편의점에 들러 다이센산 목장의 우유로 만든 아이스크림을 샀다. 한 스푼을 떠 입 안에 넣고 눈을 감았다. 지난여름에 보았던 푸르른 초원과 젖소, 이번 겨울에 만난 빨간 게와 사구의 낙타가 함께 손을 흔들고 있었다.

연초, 일본에서 먹는 오세치 요리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전채 메뉴.
연초, 일본에서 먹는 오세치 요리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전채 메뉴.
돗토리현 <미쉐린 가이드>에서 1스타를 받은 이자카야인 슈사이 키쿄야의 전경.
돗토리현 <미쉐린 가이드>에서 1스타를 받은 이자카야인 슈사이 키쿄야의 전경.

first day

브라세리 아고라 Brasserie Agora
돗토리현 요나고시 차마치 14 노가와 빌딩 1층
(鳥取県米子市茶町 14野川ビル1階)
오전 11시 30분~오후 2시, 오후 6시~9시 30분, 월요일 휴무
+81-859-32-2267

치요무스비(千代むすび) 주조
오카소라 본점
돗토리현 사카이미나토시 다이쇼마치 131(鳥取県境港市大正町131)
오전 9시~오후 5시, 주조 견학 오전 10시~오후 4시(사전 예약 필수, 일본어)
+81-859-42-3191

미사사칸(三朝館)
돗토리현 도하쿠군 미사사정 야마다 174(鳥取県東伯郡三朝町山田174)
+81-858-43-0311

Second Day

스나바 커피
돗토리현 돗토리시 에이라쿠온센초 152 (鳥取県鳥取市永楽温泉町 152)
오전 8시~오후 6시
+81-857-27-4649

알 마레 AL MARE
돗토리현 이와미군 이와미정 쿠가미 34(鳥取県岩美郡岩美町陸上 34)
런치 오전 11시 30분~오후 2시,
카페 오후 2~5시, 수요일 휴무
+81-857-73-5055

슈사이 키쿄야
돗토리현 요나고시 가쿠반초 2-63-2(鳥取県米子市角盤町2-63-2)
오후 6시~10시 30분, 일요일 휴무
+81-859-37-2366

edit 김민지 — photograph 박인호 — cooperate 돗토리현 관광교류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