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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여행이 가능한 뉴트로 카페 4곳

2019년 2월 11일 — 0

타임머신을 타지 않아도 과거 여행이 가능하다. 풋풋했던 그 시절의 정겨운 공간과 추억의 마실 거리, 먹거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카페 4곳이 오늘날 서울에 있는 덕분이다.

카페 희다

통유리창, 고풍스러운 테이블과 의자, 꽃무늬 커튼이 어우러져 뉴트로 느낌을 강화한다.
통유리창, 고풍스러운 테이블과 의자, 꽃무늬 커튼이 어우러져 뉴트로 느낌을 강화한다.

시골 할머니 댁에서 뜨뜻한 방바닥에 몸을 지지며 뒹굴거려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할머니 댁에서나 누리던 호사를 강남 한복판에서 누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그러나 카페 희다에서라면 가능하다. 직접 남원과 목포의 조부모 댁에서 가져온 전등과 농, 괘종시계, 그릇부터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LP 턴테이블로 카페를 꾸몄다는 나두리 대표는 수리비가 더 나오는데도 30년이 넘은 냉장고를 여전히 고집한다. 손님들이 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 편안한 감성을 느끼며 재미를 찾아보았으면 하는 마음에 꽃무늬 개다리소반을 놓아 좌식 자리도 마련했다. 나 대표는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 놀러 가면 할머니가 쓱 꺼내주던 유리병에 든 우유 맛이 그리워 우유 전문 카페 희다를 차렸다. 잔칫상이나 제사상에 올라가는 쌀가루로 만든 우리 전통 사탕, 옥춘당을 하나 사 혀가 빨개지도록 물고 엄마에게 꾸중을 듣던 시절을 회상해봐도 좋겠다. 삶은 고구마를 조물조물 뭉쳐 그 위에 고구마 가루를 입혀 구운 꼬꼬마 고구마도 희다의 우유와 함께 즐긴다면 금상첨화.

· 홍차 우유·미숫가루 우유 6000원씩, 옥춘당 800원, 꼬꼬마 고구마 2000원
· 서울시 서초구 주흥15길 16-4
· 오전 11시~오후 9시
· 02-6404-9003

커피한약방

커피한약방의 시그너처인 아이스 필터커피와 카페라떼, 무스 오미자.
커피한약방의 시그너처인 아이스 필터커피와 카페라떼, 무스 오미자.

옛날 허준 선생이 병자를 치료하던 혜민서 자리에 위치한 커피한약방. 이곳의 시그너처인 필터커피는 기계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한 잔 한 잔 정성 들여 필터로 원두를 내린다. 그래서 다른 카페보다 시간은 더 걸리지만 제대로 된 커피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인도네시아 만델링, 에티오피아 시다모구지, 케냐 더블에이, 에티오피아 코케허니 등 10가지 이상의 원두를 갖췄다. 손님에게 추구하는 산미 정도를 묻고 취향에 맞게 원두를 추천해주는 시스템. 커피한약방이라는 이름과 아주 잘 어울리는 방식이다. 한마디로 커피 처방인 셈이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품질 좋은 원두로 잘 내려진 커피 한 잔과 달콤한 디저트 한 입이 시름을 잊게 하는 보약과 다름없지 않을까. 커피한약방 바로 맞은편에 있는 디저트 카페 혜민당은 커피한약방과 공동 운영된다. 커피한약방의 커피를 혜민당에 가서 먹어도 되고, 혜민당의 디저트를 커피한약방에 들고 와 먹어도 된다. 카페에는 옛 을지로에서 실제로 사용되던 금형기가 전시되어 있고, 화려한 자개장과 잉어들이 헤엄치는 거대한 어항까지 있어 왠지 모던걸, 모던보이들이 드나들던 옛 다방을 떠올리게 한다.


· 필터커피 4200원, 카페라떼 4500원, 무스 오미자 6100원
· 서울시 중구 삼일대로12길 16-6
· 평일 오전 8시~오후 10시 30분, 주말 오전 11시~오후 10시(일요일은 오후 9시 30분까지)
· 070-4148-4242

후식당

후식당의 시그너처 디저트인 계절 파르페와 계절 몽블랑. 같이 마시기 좋은 피치 티는 타바론.
후식당의 시그너처 디저트인 계절 파르페와 계절 몽블랑. 같이 마시기 좋은 피치 티는 타바론.

일본 나카무라 아카데미에서 제과 공부를 한 이주희 대표가 차린 디저트 카페. ‘이런 조용한 주택가에 디저트 카페가 있나?’ 싶지만 골목골목 걷다 보면 소박한 모습으로 이곳이 ‘후식당’임을 알리는 푯말이 수줍게 고개를 내민다. 대문을 살짝 열고 들어서니 30년 된 무화과나무가 위풍당당하게, 한편으론 겸허한 모습으로 서 있다. 이 대표는 본래 가정집이었던 이곳을 뉴트로 감성이 담긴 디저트 카페로 탈바꿈시켰다. 1980~90년대의 향취를 불러일으키는 공간과 소품은 학창 시절 친구 집에 놀러 온 듯 편안한 기분을 선사한다. 이곳은 제철 과일을 사용해 계절마다 다른 디저트를 선보인다. 케이크, 파르페, 피낭시에, 파이, 수제 잼 등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그중 파르페는 후식당에서 꼭 먹어봐야 할 디저트. 올겨울 선보이는 파르페는 설향 딸기를 이용하여 후추 크럼블에 유자딸기 콩포트를 올리고 바닐라 아이스크림, 바삭한 머랭, 딸기 바바루아를 얹어 바닐라 무스크림으로 마무리했다. 여기에 로즈메리 패션프루츠 퓌레와 바닐라 소스를 곁들여 먹으면 된다.

· 계절 파르페·계절 몽블랑 8000원씩, 딸기 쇼트케이크 7000원
· 서울시 성동구 왕십리로2길 34
· 평일 정오~오후 8시, 주말 오후 1~8시, 월·화요일 휴무
· 010-4331-4494

호랑이

세운상가 한 켠에 자리한 작은 공간이지만 항상 손님들로 북적인다.
세운상가 한 켠에 자리한 작은 공간이지만 항상 손님들로 북적인다.

뉴트로 콘셉트로 인기를 끌고 있는 호랑이 카페. 그러나 호랑이는 단지 콘셉추얼한 카페라기보다 이세준 대표의 취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공간이다. 서울시 청년지원 사업의 혜택으로 세운상가에 카페를 차릴 기회가 생겼고 이 대표는 건설일용직을 병행하며 메뉴, 공간 등 카페 오픈을 두 달 만에 준비했어야 했다. 그래서 억지스럽게 꾸미려고 하기보다 오래된 것, 낡은 것, 옛것을 좋아하는 자신의 감성을 투영해 공간을 꾸렸다. 여전히 90년대산 차를 타고 다니며 차에서도 CD로 음악을 듣는다는 그는 카페 호랑이에 자신이 듣고 싶은 루이 암스트롱의 노래를 틀었고, 평소 중절모를 빼놓고는 외출하지 않는 습관을 반영해 벽에 빈티지 모자들을 걸어두었다. 이곳을 꾸려가는 대표와 직원들은 모두 댄서 출신. 온 힘을 다해 연구하고 노력해서 만들어낸 커피의 맛을 혹여 손님들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볼까봐 처음에는 춤, 연기, 연출, 노래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카페라는 것을 밝히기 주저했다. 그러나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 감칠맛 나는 고소한 호랑이 라떼의 맛은 유동인구가 적었던 세운상가 한 켠에 자리 잡은 작은 공간이 무색하게도 호랑이를 단숨에 성공적인 카페로 발돋움시켰다. 산딸기, 무화과, 복숭아, 딸기 등 제철에 맞는 과일로 만든 후르츠 산도 역시 호랑이 라떼와 궁합이 아주 잘 맞는 디저트로 함께 맛볼 것을 추천한다.

· 호랑이 라떼 3500원, 아메리카노 3000원, 후르츠 산도 7000원
· 서울시 중구 을지로 157
· 오전 11시~오후 9시, 일요일 휴무
· 02-2269-5880

edit 오수현 — photograph 류현준, 최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