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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발품 팔아 찾은 맛집

2019년 1월 29일 — 0

매서운 추위도 차마 만류하지 못한 미식을 좇는 발걸음. <올리브 매거진 코리아>가 선정한 2월의 주목할 만한 레스토랑들.

파인다이닝 신에 등장한 신흥 중식 강자

쥬에

“전통은 있으나, 원조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전통의 맛은 지키되 그 맛을 현대에 맞는 방법으로 구현하고자 합니다.” 조선호텔에서 수년간 함께 합을 맞춰온 강건우 셰프와 황티엔푸 셰프가 한남동에 광둥식 중식당 쥬에를 오픈했다. 쥬에는 고대 중국에서 귀족이나 공신에게 주던 작위를 뜻하는 한자 爵(작)을 중국어로 발음한 것인데, 이로부터 격조 있는 중식을 선보이고자 하는 포부를 표현했다. 쥬에의 시그너처 메뉴는 바비큐와 딤섬. 바비큐는 강건우 셰프가 일본 미쉐린 스타 중식당 후레이카에서 연수를 받던 시절 직접 배운 노하우를 바탕으로, 5가지 향신료를 넣은 양념에 재운 고기를 하루 이상 말린 후 300℃ 이상의 온도에서 구워낸 것이다. 이때 속살은 촉촉하고 껍질은 바삭하게 만들기 위해 껍질에 미세한 구멍을 내어 기름이 잘 빠질 수 있게 했다. 딤섬은 약 30년간 딤섬만 전문적으로 만들어온 황티엔푸 셰프가 선보인다. 황티엔푸 셰프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에서 딤섬에 대한 기본기를 익히고 2005년부터는 한국에서 근무하며 한국 식재료와 한국인의 입맛에 부합하는 딤섬 조리법을 연구했다. 이외에도 얇게 썰어 건조시킨 한우 육포를 바삭하게 튀긴 후, 설탕 공예를 활용한 플레이트 위에 올린 풍건우육은 오감을 만족시키는 화려한 요리다. 비취가리비찜 역시 가리비를 촉촉하게 쪄낸 후 시금치를 활용해 만든 영롱한 빛깔의 비취 소스, 건관자와 같이 곁들여 먹는 요리로 추천할 만하다. 요리와 함께 쥬에의 전속 차예사가 직접 고른 5가지의 재료로 만든 블렌딩 차를 마실 수 있다. 공후백자남이라는 차로 향긋한 단맛이 특징이다.

· 바삭한 돼지바비큐 3만9000원, 전복소매 1만8000원, 풍건우육 2만3000원, 비취가리비찜 3만8000원, 쥬에 시그너처 티 공후백자남 2만4000원
·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3-1
· 매일 오전 11시 30분~오후 3시, 오후 6~10시
· 02-798-9700

이노베이티브 아시안 퀴진

본태

도산공원에 위치한 모던 한식 파인다이닝 옳음의 주방을 지휘하고 있는 서호영 셰프가 멀지 않은 곳에 또 다른 터를 마련했다. 프랑스어 본태BONTÉ는 착함, 어짊, 본디의 모습이라는 뜻이다. 처음과 끝이 같은 본디의 모습으로 식재료의 맛을 살린 요리를 선보이겠다는 그의 철학이 여지없이 녹아 있다. 어떤 가림막도 없는 완전한 오픈 키친 또한 그가 중요시하는 손님과의 소통과 신뢰를 주기 위함이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소파와 조명, 대리석과 나무 소재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인테리어는 바쁜 일상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되기에 충분히 안락하다. 프렌치를 재해석한 옳음과 달리 본태에서는 홍콩, 일본 등 아시아에서 경험한 다양한 요리에 한식의 터치를 더해 익숙한 듯 새로운 맛을 선보인다. 예를 들면 규가츠산도의 주재료인 한우에 막걸리 반죽을 입혀 튀기거나 멘보샤의 새우에 저염 명란과 제주산 감태를 더하는 식이다. 개개인 앞에 접시가 놓이는 통상적인 코스와는 다르게 일행과 함께 셰어할 수 있도록 플레이팅된 모습에서 알게 모르게 우리네 정이 느껴진다. 런치에는 단품, 디너에는 코스로 운영하며 오후 9시부터는 바 타임으로 단품 요리를 함께 맛볼 수 있다. 이노베이티브한 아시안 요리의 풍미를 돋워주는 내추럴 와인 페어링은 본태에서 놓치기 아쉬운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 규가츠산도 4만2000원, 대게비빔면 3만9000원, 본태멘보샤 2만8000원
·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45길 14
· 정오~오후 3시, 오후 6시~자정, 신정·구정·추석 휴무
· 02-545-2018

한국 식재료의 신비로운 재해석

에빗

미쉐린 3스타에 빛나는 미국의 프렌치 론드리와 2스타를 받은 영국의 레드버리 등에서 경험을 쌓은 호주 출신의 조셉 리저우드 셰프가 얼마 전 역삼동에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에빗을 열었다. 에빗은 하나의 장르로 규정되기 어려운 공간이다. 이곳의 음식들은 명료한 말들로 가름하기보다 얼마간 해득되지 않는 무늬로 남겨두고 싶게 만든다. ‘퓨전’이나 ‘무국적’이란 나태한 테두리에 속하지 않는 에빗의 음식은 한국의 식재료를 주제로 조셉 셰프를 비롯한 팀의 기술이 더해져 완성된다. 조셉 오너셰프는 한식 파인다이닝을 흉내 내지 않고 철저히 외국인의 시선에서 한국의 식재료를 해석하고 있다. 감질나는 요깃거리에 지나지 않았던 다슬기를 주재료로 사용한 디시나 메밀을 면이 아닌 죽으로 만드는 접근법은 참신하지만 심각하지 않다. ‘특정 식재료는 어떻게 조리하는 것이 맞다’는 고전적인 통념에서 자유로운 그에게 한국 식재료로 요리한다는 것은 애써 실험적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에빗의 플레이팅과 요리에서 느껴지는 신비로움은 이러한 순수함에서 나온다. 야생 식재료를 사용하는 것에 매력을 느끼는 조셉 셰프는 손질된 꿩고기가 아닌 사냥된 꿩을 그대로 들여와 직접 털을 뽑아 손질하기도 하고, 캐나다 출신 한국 술 소믈리에 더스틴과 함께 산에서 채집한 야생 팽이버섯으로 만든 아이스크림을 선보이기도 한다. 두 달의 가오픈 기간 동안 매주 새롭게 편성되는 에빗의 코스 메뉴에는 더스틴의 한국 술 페어링도 즐길 수 있다.

· 디너 테이스팅 코스 13만원, 한국 술 페어링 6만원
· 서울시 강남구 도곡로23길 33
· 금~일요일 오후 6~11시(정식 오픈 이후에는 변동 예정)
· 070-4231-1022


청담동의 정성스러운 오마카세집

무니

없을 무(無), 두 이(二). 유일무이한 오마카세집을 표방한 무니는 가이세키 전문점인 삼성동 오젠과 신사동 하카타 셉템버를 거친 도쿄 핫토리 출신 김동욱 셰프가 청담동에 새롭게 오픈한 곳이다. 자갈이 오돌토돌 깔린 작은 마당을 지나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서면 9인석의 아늑한 바가 펼쳐진다. 김동욱 셰프는 고향인 부산에서 열일곱 살에 요리를 시작했다. 형의 친구가 운영하는 이자카야에서 요리를 배우다 스물다섯 살 때, 요리 공부를 하러 일본으로 떠났다. 오후 5시에 수업을 마치면, 긴자 요릿집으로 출근해 다음 날 아침 5시까지 꼬박 11시간을 일하다 다시 등교하는 치열한 생활을 2년 넘게 했다. 그러다 가이세키 전문점 기쿠노이에 취업해 시야를 더욱 확장했다. 그때의 경험과 공부를 자양분 삼아 차린 것이 무니다. 김동욱 셰프를 비롯해 세계 3대 조리학교 오사카 츠지를 졸업한 오승훈, 김윤경 셰프가 함께 이끌어가고 있다. 김동욱 셰프가 꼽은 메인 요리는 품이 많이 드는 섬세한 오완 요리. 오완이란 가이세키 요리로 치면 두 번째 요리로 전채라고 할 수 있지만 만들기가 까다롭고 많은 철학을 담은 요리라 메인으로 꼽았다. 그릇과 재료도 남다르다. 오완 요리에 사용되는 그릇은 나무를 깎아 옻칠한 뒤 금박을 수제로 입히고 건조하는 과정을 반복한 귀한 그릇이다. 구름, 매화, 학, 달 등 어떤 금박 무늬가 새겨졌느냐에 따라 계절감을 달리 느낄 수 있다. 또한, 제철 재료(슌), 철이 지난 재료(나고리), 철이 다가오는 재료(하시리) 3가지를 사용해 만드는데 무니에서는 겨울을 맞아 가리비, 유자, 유채꽃을 이용한 오완을 선보인다. 오완은 육수가 중요해 육수를 낼 때도 일반 정수나 수돗물을 사용하지 않고 연수기를 별도로 설치해 연수를 사용한다.

· 오마카세 11만9000원, 사케 코스 4만9000원
·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72길 16
· 매일 오후 6시~새벽 2시
· 02-511-1303

edit 김민지, 장은지, 오수현 — photograph 류현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