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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홍현희가 말하는 사랑과 식욕

2019년 1월 7일 — 0

새로운 관능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는 개그맨 홍현희를 만났다. 눈짓, 몸짓, 하물며 옷깃에서도 관능미를 떨어뜨리며 그는 말한다. 식욕과 사랑의 욕구는 비례한다고. 게다가 그는 식욕이 아주 많은 사람이다.

개그맨 홍현희를 만나기 위해 그가 추천한 맛집, ‘옥소반’을 향했다. 문을 여니 먼저 도착해 있었던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싱긋 웃었다. 작은 체구에 새빨간 립스틱을 바른 그를 보자, “어머 너무 예쁘시네요!”란 탄성이 인사를 앞질러 튀어나왔다. 문득 전날 확인한 그의 SNS의 프로필 메시지가 떠올랐기 때문일까. ‘(실제로 보면) 의외로 예쁘고, 의외로 날씬하고, 의외로 인기 많고…’ 굳이 ‘의외로’란 말로 양해를 구하지 않아도 될 만큼 예쁘고 사랑스러운 모습이었다. 알다시피 그는 얼마 전 결혼을 했다. 상대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제이쓴. 결혼 소식이 전해지자 사람들은 ‘그 남자 옆’의 홍현희에게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축복의 시간은 뜻밖의 논란처럼 소비됐다. 호사가들의 저열한 댓글이 이어지기도 했다. 홍현희는 한 방송에 나와 댓글들을 스스로 언급하는 여유를 보였다. “푸하하하하, 컹(특유의 코 먹는 웃음소리)” 하고 호탕하게 웃으며 악플러들과는 달리 품위 있게, 해학으로 받아쳐냈다. 홍현희는 그런 반응이 놀랍지 않다는 듯 입을 뗐다. “제 가까운 지인들의 충격도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제가 이렇게 멀쩡하고 멋진 남자와 결혼했다는 사실보다, 지금까지 연애 경험담이 전부 사실이었단 것에 더 큰 충격을 받았죠.(웃음)” 그동안 주변에서 믿지 않아줬을 뿐, 사실 그는 꾸준히 연애를 해왔다. 홍현희는 이제야 지인은 물론, SNS상에서 하루에도 연애 고민에 관한 DM이 수백 개씩 온다고 말하며 소리 내어 웃었다.

홍현희와 제이쓴 부부는 연애 기간으로도 단연 화제를 모았다. 연애부터 결혼까지 6개월의 시간. 물리적으로는 짧게 느껴지지만 둘에게는 서로에게 확신을 가지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운명처럼 꼭 닮은 사람을 만난 것일까? 하지만 입맛에서만큼은 둘은 확연히 달랐다. “저는 할머니 품에서 자라 오이지나 젓갈같이 자극적이고 짠 맛을 즐겼던 반면 이쓴(제이쓴)이는 부드럽고 담백한 맛을 좋아했어요. 저는 무조건 한식인데 남편은 유학 생활을 해서인지 파스타나 디저트를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또 저는 식감이 탱글탱글한 멍게나 해삼 같은 해산물을 즐기는데, 이쓴이는 오로지 고기예요.” 달라도 너무 다른 음식 취향. 그러나 사랑은 불현듯 틈입하고, 가랑비에 옷 젖듯 물들어가는 거라 했던가. 남편을 따라 야식으로 고기를 즐기다 보니 어느새 고기의 맛과 식감은 물론 담백함의 묘미까지 깨치게 됐단다. 그가 추천한 맛집 옥소반도 그러한 주장에 무게를 실어준다. 옥소반은 개그 코너 ‘더 레드’를 함께한 개그맨 장유환과 그의 친구들이 운영하는 스키야키 전문점이다. 장유환 대표와 오랜만에 재회한 홍현희가 매혹적인 표정을 지으며 장난스럽게 스키야키를 주문했다. 옥소반을 함께 운영하는 김신희 대표가 직접 서브를 자처했다. 달군 팬 위에 버터를 올리자 보글보글 기포를 내며 고소한 냄새가 퍼졌다. 숙주와 청경채 등 갖은 채소가 뒤이어 팬에 올랐고 육수와 비법 소스가 함께 따라졌다. 김 대표는 자작하게 끓은 육수에 얇게 저민 고기를 데쳐 미리 풀어둔 생달걀을 묻혀 먹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노르스름한 달걀 막을 입은 고기를 입에 넣자 촉촉한 담백함이 혀를 에둘렀다. 빳빳한 호텔 침구가 아닌 양모나 극세사처럼 온화한 촉감이 퍼졌다. 여기에 아삭아삭한 숙주도 제 소임을 다한다. “저는 감정이 널뛰는 편인데 남편은 무던하니 잘 들어주고 감싸주는 편이에요.” 자극적인 맛을 추구하던 홍현희가 스키야키같이 포용의 맛에 흠뻑 빠지게 된 것은 그런 남편 덕이란 짐작이 확신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한참 스키야키 삼매경에 빠져 있던 그가 말했다. “아, 먹다 보니 맥주가 마구 당기네요. 맥주 한 모금만 해도 될까요?”

주문받는 모습도 특별한 장유환 대표와 홍현희의 모습.
주문받는 모습도 특별한 장유환 대표와 홍현희의 모습.

개그맨이 되기 전, 직장 생활을 한 이력이 있는 홍현희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일이야말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의 비법이라 말했다. “직장인들에게 가장 큰 행복이 점심 뭐 먹을까 고민하는 일이잖아요. 점심이 되면 종로나 을지로 뒷골목으로 달려가 긴 줄을 감내하고라도 꼭 만족스러운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했죠.” 아무리 바빠도 매번 뜨거운 쌀밥에 야무지게 속을 채운 오이소박이같이 맛깔스러운 반찬으로 밥상을 차려주던 할머니 영향도 있겠지만, 예전부터 밥 먹자 하면 “대충 때울게” 하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횟집에 가면 오독오독 씹히는 멍게의 꽁다리 부분을 일부러 요청할 정도로 맛에서는 식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그는 음식의 시각적, 후각적인 요소 또한 강조했다. “집에서 요리할 때도 배색에 신경 쓰는 편이에요. 국을 끓이면 불순물을 다 걷어내고 홍고추 고명도 올리고요. 음식을 입에 넣기 전 먹음직스러운 냄새를 누리는 일도 중요하게 생각하죠. 음식을 오감을 동원해 즐기는 편인 것 같아요.” 이렇듯 음식을 맛보는 일에 유독 열성적인 홍현희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은 이가 있다. 바로 선배 방송인 최화정이다. 최화정은 ‘사랑에 대한 욕구와 맛있는 음식을 좇는 식욕은 결국 삶에 대한 의욕과도 비례한다’고 늘 조언했다. 홍현희는 최화정, 이영자, 송은이 등이 출연하는 ‘먹부림’ 쇼 <밥블레스유>의 풍경이 판타지가 아니란 증언을 보태기도 했다. “최화정 선배와 라디오를 할 당시 실제로 그렇게 먹었어요. 1차로 고기를 먹고 2차로 짬뽕, 3차는 떡볶이, 4차는 대창집을 가는 식이에요.” 홍현희는 최근 합류한 예능 프로그램 <아내의 맛> 중 시댁에서 복스럽게 먹는 모습으로 주목을 사기도 했다. 그저 잘 먹는 것뿐 아니라 맛있게 먹는 재능도 있었던 것. “되짚어 생각해보면 예전 회사 선배가 우울해 입맛이 없던 때가 있었는데, 웃음이 필요하다고 호텔 조식 먹는 곳으로 저를 부르는 일이 있었어요. 제가 선배 앞에서 알타리무를 ‘아그작아그작’ 열심히 먹으니까, 갑자기 선배가 입맛이 돌아왔다며 밥을 먹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선배가 입맛이 떨어질 때면 저를 그곳으로 호출했지요.(웃음)”

최근 고기의 담백함에 빠졌다는 홍현희가 스키야키를 맛보고 있다.

스키야키를 사이에 두고 시작된 사랑과 식욕에 대한 담론은 스키야키가 비워질 즈음엔 어느덧 ‘삶을 향한 의욕의 지표’란 결론에 다다랐다. 그렇다면 그는 사랑과 맛집에도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할까? 즉흥적인 질문에 잠시 생각에 잠긴 그가 재치 있게 대답했다. “음식에 대한 열정으로 많이 먹으러 다녀봐야 정말 보물 같은 맛집을 찾을 수 있는 거잖아요. 저 또한 여러 연애를 거친 뒤에 지금의 남편을 만날 수 있었어요. 발품 끝에 마침내 사랑의 단골집을 찾았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웃음)” 현재 <아내의 맛>을 비롯해 여러 TV 프로그램에 나오고 있는 홍현희는 대학로에서 성행 중인 연극 <홈쇼핑 주식회사>에서도 활약하며 어느 때보다 단단한 입지를 굳히는 중이다. 홍현희는 맛있게 먹는 모습이나 뷰티 정보, 연애 상담 등을 공유할 수 있는 개인 방송에 대한 의지도 드러내며, 대중과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싶은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바쁜 활동들이 증언하듯, 지금 대중들이 홍현희를 열렬히 원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는 치열하고 퍽퍽한 일상을 유들유들 기름지거나 달콤한 음식들로 위로하고자 하는 심리와 닮았다. 곡기를 끊은 사람 앞에서 알타리무를 맛깔나게 씹어 먹는 보기 드문 그녀의 ‘넉살’이나 수십 번의 넘어짐 끝에 이제야 사랑의 단골집을 정벌했다는 치명적인 ‘대담함’을 우리는 좀 더 자주, 오래 들여다보고 싶다.

옥소반 마포점
합리적인 가격으로 스키야키의 대중화를 지향하는 스키야키· 샤브샤브 전문점. 짠맛이 강한 현지의 맛을 따르기보다는 한국인의 입맛을 고려해 담백한 맛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현재 마곡점, 명동점, 마포점으로 운영된다.
· 한우 스키야키 런치 1만4900원, 디너 2만1900원
· 서울시 마포구 토정로37길 21-9
· 오전 11시~오후 3시, 오후 5시 30분~11시
· 02-711-8598

edit 장은지 — photograph 양성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