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열기

main

DiningExplore

[2019년 1월] 발품 팔아 찾은 맛집

2019년 1월 3일 — 0

국내 프렌치 셰프들의 새로운 변화부터 한겨울 몸을 덥혀줄 스튜와 국밥 전문점까지 1월의 풍성한 레스토랑 소식.

제주도의 맛

르스테이크

2002년 서래마을에 프렌치 가정식 전문점 라싸브어를 열고 지금까지 운영하는 진경수 셰프의 새로운 레스토랑 르스테이크le STEAK가 같은 건물에 새로이 등장했다. 이름만 들으면 스테이크 전문점일 듯하지만 이곳의 주제는 고기가 아니라 ‘제주도’. 제주도는 그가 태어난 고향이다. 그렇기에 애정이 더욱 남다르다. 제주도의 다양한 청정 식재료와 숨겨진 식재료를 찾아내 새로운 요리를 개발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땅에서 나는 좋은 식재료를 이용해 본연의 맛을 살리는 자연주의 음식을 추구해온 그가 제주도의 식재료에 손길을 뻗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같은 한국이지만 제주도의 식재료나 음식은 최근에야 그 이름이 알려지는 것들이 많다. 제주가 가진 이야기를 조금 더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어머니와 할머니의 레시피에 프렌치, 일식, 중식 등의 다양한 테크닉을 접목해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낸다. 때에 따라 좋은 식재료가 다른 만큼 메뉴도 자주 바뀐다. 짧게는 주 단위로, 길게는 계절 단위로 바뀌는 메뉴는 모두 그 순간의 가장 좋은 재료의 최고의 맛을 선보이겠다는 뜻이다. 1만~2만원대의 메뉴를 주축으로 하고 코스 메뉴도 함께 준비되어 다양한 제주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이 계절의 메뉴는 단맛이 오른 늙은 호박 수프. 물을 최소한으로 넣고 끓이는 할머니의 레시피를 이용해 늙은 호박의 진한 맛을 한껏 끌어올렸고 가리비구이를 넣어 식사를 든든하게 시작할 수 있도록 한다. 기름이 고소하게 오른 방어로 만든 세비체도 입맛을 돋운다. 여기에 토마토, 블랙 올리브 처트니로 감칠맛을, 샤인머스캣으로 단맛을 더해 균형 잡힌 맛을 선보인다.

• 1만~3만원대(런치·디너 모두 예약제)
• 서울시 서초구 서래로 24 다솜빌딩 4층
• 월~토요일 정오~오후 3시, 오후 5시 30분~10시, 일요일 휴무
• 02-595-6713

따끈한 스튜 한 그릇

첸토페르첸토

“정성과 시간을 들여 만든 음식에 매력을 느낍니다.” 김낙영 셰프가 라자냐 전문점인 카밀로 라자네리아에 이어 선보이는 첸토페르첸토Cento Per Cento가 합정동의 조용한 골목길에 자리를 잡았다. 대표 메뉴는 스튜. 깔끔한 오픈 키친 한가운데 놓인 커다란 솥에서 뭉근히 끓고 있는 스튜 덕분에 가게 안에는 기분 좋은 향기와 촉촉함이 가득하다. 젊은 시절 그가 독일에서 공부를 하던 때 그를 위로해준 스튜에 대한 기억을 살렸다. 스튜 종류는 단 두 가지, 소고기가 들어가는 스튜 만조와 닭고기가 들어가는 스튜 뽈로다. 스튜를 시키면 가벼운 오일 드레싱의 샐러드와 매장에서 직접 구운 사워도우, 포카치아가 함께 차려진다. 스튜 만조는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레시피를 따랐지만, 스튜 뽈로는 주방을 함께 맡은 차현재 셰프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스튜 뽈로는 담백한 닭고기에 병아리콩, 브로콜리, 건포도, 살짝 볶아낸 펜넬 시드, 우거지, 그리고 우엉을 더해 다채로운 향이 인상적인 스튜로 한 끼 식사로서의 스튜를 만들기 위해 녹진함보다는 모든 재료가 부드럽게 어우러지도록 만들었다. 첸토페르첸토의 또 하나의 특별한 메뉴는 생면 파스타. 일반적인 생면 파스타는 부드러운 식감을 강조하지만, 이곳의 생면 파스타는 쫄깃한 식감이 인상적이다. 토마토 소스나 라구 소스와 완벽하게 감겨들어오는 파스타는 외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력적이다. 스튜와 생면 파스타라는 본 적 없는 조합의 메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이탈리아어로 ‘100%’라는 이름의 뜻 그대로 100%의 마음을 담아 만든 음식을 만들겠다는 김낙영 셰프의 다짐이 담겨 있다는 점. 생맥주 한 잔과 함께 즐기는 따끈한 스튜가 주는 겨울밤의 정취가 여기에 있다.

• 스튜 만조 1만6000원, 스튜 뽈로·알라소렌티나
• 1만4000원씩(디너 기준)
•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12길 41-13
• 화~금요일 정오~오후 3시,오후 6시~9시 30분, 토·일요일 정오~오후 3시, 오후 5시 30분~9시 30분, 월요일 휴무
• 02-334-8622

프렌치 파인다이닝의 정수

보트르메종

프렌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보트르메종Votre Masion이 청담동으로 위치를 옮겼다. 파인다이닝으로서 손님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음식과 서비스뿐만 아니라 그에 맞는 공간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높은 층고와 양쪽의 유리창 덕분에 더욱더 시원스러운 공간이 되었지만 차분한 파스텔톤의 분위기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공간만큼이나 눈부신 그릇은 매년 프랑스에서 직접 사오는 것들로 꾸려져 있다. 새로운 공간을 충분히 즐겼다면 이제는 보석처럼 반짝이는 보트르메종의 음식을 맛볼 차례다. 20년 가까이 오로지 프렌치 퀴진에만 집중해온 1세대 프렌치 셰프 박민재는 여전히 보트르메종의 손님들이 집에서처럼 편안하게 식사를 하며 행복감을 느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주방을 지킨다. 식사의 시작부터 끝까지 박민재 셰프의 손끝에서 완성되는 음식들은 모두 보석처럼 아름답지만, 그중 특히 돋보이는 메뉴는 아뮤즈부쉬. 전체 코스를 집약해서 맛볼 수 있도록 푸아그라 테린과 라즈베리 젤리, 새우를 채워 튀긴 방울토마토, 땅콩호박으로 만든 차가운 수프, 레몬 셔벗, 루콜라 피낭시에, 세 가지 치즈를 채운 미니 갈레뜨 등 9가지 메뉴를 촘촘히 담아냈다. 빠르게 바뀌는 유행 사이에서 박 셰프는 ‘가스트로노미Gastronomie’로서의 자긍심을 잃지 않고 프렌치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다양한 재료와 향신료, 와인이 주는 복합적인 맛 속에서 3시간을 보내고 나면 이전의 고민이 무엇이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음식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장 쉬운 방법이고 보트르메종은 그 방법을 그 누구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

• 런치 코스 6만5000원, 디너 코스 15만원
•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420, 2층
• 화~일요일 정오~오후 3시 30분, 오후 6~10시, 일요일 휴무
• 02-549-3800

어머니의 추억을 담은 콩나물밥

한남북엇국콩나물밥

술꾼들을 위한 한남동의 한식 주점 한남북엇국에서 콩나물밥 전문점을 열었다. 뜬금없어 보이지만 든든한 어머니가 해준 콩나물밥을 추억하는 배상철 대표가 심혈을 기울여 고른 메뉴다. 메뉴만큼이나 뜬금없는 것은 매장의 위치. 인쇄소가 가득한 충무로 뒷골목에 숨기듯 만들었다. 화려함보다는 편안함으로 손님에게 먼저 다가가기 위해서다. 누구나 와서 든든하게 배와 마음을 채울 수 있는 밥집이 되기 위해 가격도 대폭 낮췄다. 하지만 가격 이외에 다른 것은 낮추지 않았다. 그릇과 음악 등에도 신경 써 정갈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인상을 준다. 기다란 바 테이블에서는 음식이 완성되는 모습도 즐길 수 있다. 가격이 저렴하기에 메뉴를 고르는 데도 고심하고 식재료도 더욱더 좋은 것으로만 골라 쓴다. 한남북엇국의 DNA라고도 할 수 있는 매일 새벽부터 본점에서 직접 끓인 사골 육수를 사용해 맛의 깊이를 더했다. 콩나물밥에는 숭덩숭덩 썰어 넣은 삼겹살이 들어간다. 콩나물밥을 한 술 뜨면 밥을 짓는 동안 삼겹살에서 녹아 나온 지방이 스며든 고소함이 먼저 느껴진다. 어머니만의 비법 양념간장을 곁들여 먹어야 그 진가가 느껴진다. 곁들일 수 있는 것은 양념간장뿐만이 아니다. 취향에 따라 제육볶음, 사골 육수로 농도를 잡은 드라이 카레, 촉촉하게 익혀낸 온천 달걀을 추가로 주문할 수 있다. 콩나물밥을 통해 한남북엇국만의 정통성을 재탄생시킨 셈이다.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잔술도 판매한다. 얼음을 가득 채운 잔에 넣은 소주 한 잔과 함께라면 혼밥도 충분히 우아할 수 있다.

• 콩나물밥 4900원, 콩나물국밥·북엇국·콩나물제육덮밥 5900원씩, 미니카레 3000원
• 서울시 중구 필동로 38
• 월~토요일 오전 11시~오후 3시 30분, 오후 4시 30분~9시, 일요일 휴무
• 02-2268-1888

edit 김나영(프리랜서) — photograph 류현준

이 기사도 읽어보세요
낮 혼술의 성지 낮에 혼자 술을 마셔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낮 혼술에 최적화된 공간을 고르고 골랐다.   하루식당 하루식당은 혼자 갔을 때 더욱 진가를 발하는 곳이다. 성내동 주택가에 위치한 이 자그만 식...
미식의 의미 @소래섭 미식이 몸이 아니라 마음에 좋은 음식을 뜻한다면 나는 ‘미식가’라고 자처한다. © 심윤석 음식에 관한 책을 냈더니 만나는 사람마다 묻는다. “미식가세요?” 선택지가 둘뿐인 질문인데도 선뜻 대답하지 못한다...
미식의 의미 @정서진 고단한 삶의 한가운데 작은 기쁨이 필요한 순간 생각나는 음식이 미식이다. text 정서진 2015년, ‘먹방’에 이어 ‘쿡방’ 열풍이 불기 시작하던 무렵 나는 미식 문화와 관련된 책을 번역하느라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