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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발품 팔아 찾은 맛집

2018년 11월 30일 — 0

당신에게 칭찬과 위로를 보내주는 향기로운 포옹이자 한 해를 마무리하는 근사한 온점. 겨울날을 장식해줄 12월의 레스토랑과 요리들.

정형화되지 않은 맛

청담 6-3

어슴푸레 해가 떨어지자 골목 창가에서 빛이 새어나온다. 거리를 밝힐 수 없을 만큼 어둑한 빛에서 어쩐지 몽롱한 분위기가 전해진다. 간판도 없이 우뚝 서 있는 커다란 문을 밀고 들어서면 아찔한 높이의 천장 아래 군더더기 없이 탁자와 의자로만 이루어진 내부가 드러난다. 비밀스럽기까지 한 이곳은 청담 6-3번지, 그러니까 아직 이름도 없고 레스토랑인지 바인지 아무도 선뜻 말하지 못하는 의문의 장소다. 아직 가오픈 상태지만 벌써 입소문을 타 사람으로 붐빈다. 이곳을 이끄는 박진용 셰프는 이곳이 비스트로일 수도, 레스토랑일 수도, 와인 바일 수도 있다고 답했다. 박진용 셰프는 본디 자유로워 정체하지 않는 사람이다. 운동을 하다 요리를 전공했고, 정원사였던 네오비스트로 셰프 이나키 에즈피타르트Inaki Aizpi-tarte의 창의적인 요리를 동경했으며, 결국 파리까지 날아가 이나키 셰프와 일했던, 요리에 대한 열렬한 애정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잘 차린 격식 있는 요리보다 직관적으로 맛있고, 규칙 없이 쉽게 먹을 수 있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긴 요리를 좋아한다. 꿈의 직장에서 일하던 그를 서울로 데리고 온 이곳의 대표도 같은 생각이었기에 두 사람의 만남은 시너지로 이어져 생소할 만큼 낯선 비주얼과 맛으로 마성의 기쁨을 만들어내고 있다. 예를 들면 인삼 오일과 통으로 구운 연근을 더한 닭 요리는 가장 쿨한 무드의 삼계탕이고, 무늬오징어와 송화버섯에 푸아그라를 더한 요리는 무늬오징어에 숯 향기를 입혀 색다른 플레이버를 선사한다. 요리는 코스 대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단품이 주를 이루고 그것마저 비정기적으로 추가되거나 없어질 가능성이 있다. 11월 말부터는 3코스의 간편한 점심까지 선보일 예정이다.

· 라디치오 샐러드 1만9000원, 무늬오징어, 송화버섯을 곁들인 푸아그라 4만2000원, 연근·인삼을 곁들인 닭 요리 3만6000원
· 서울시 강남구 삼성로149길 8
· 오후 6시 30분~새벽 1시
· 010-5382-0603

타이의 동시대적인 감성

쑤쑤타이

타이 음식점이라고 하면 박작거리는 노상의 포장마차 혹은 부처나 코끼리 같은 동상으로 채워져 묵직한 불교 분위기를 낸 곳이 많았다. 태국을 가보지 않은 사람으로서는 그것을 대안 없이 ‘로컬’ 분위기라 믿어왔었다. 하지만 ‘쑤쑤타이’는 달랐다. 다양한 결을 가진 원목의 변주, 구조적인 형태의 조명이 도심 속 단장된 카페를 떠올리게 했다. 실제로 이곳은 타이의 수도 방콕의 현대적인 음식점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되었다. 타이의 도시 사람들이 요즈음 이용하는 음식점, 다른 의미로의 로컬 분위기를 동시대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 준비 과정에서 오래된 건물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새로운 색을 입히는 ‘공간의 재생’을 택했더니 한국과 타이의 이중성까지 갖추게 되었다. 한때 주택이었던 건물의 천장에는 여전히 대들보가 지붕을 받치고, 1975년 새겨진 한자 거북 귀(龜)와 용 용(龍)이 이곳의 안녕을 기원하고 있다. 이처럼 전통과 현대의 요소를 배합한 쑤쑤타이는 요리 또한 레시피의 조화가 돋보인다. 식음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기업에서 10여 년을 근무한 황병수 대표가 경력과 감각을 기반으로 타이의 여러 쿠킹 스쿨을 수료한 후 레시피를 엄선하여 재구성했다. 특히 타이 요리 특유의 깊고 진한 풍미의 국물 대신 맑고 담백한 국물을 주로 사용하는데 향신료에 약한 타이 요리 입문자도 쉽게 도전해볼 수 있다는 것이 대표의 설명이다. 재미있는 것은 탕수육을 먹을 때도 다양하게 접근하는 한국인 성향을 고려하여 뿌팟퐁 커리의 바삭한 튀김과 커리 소스를 따로 담아낸다는 것이다. 부먹, 찍먹을 선택할 수 있게 한 맞춤 배려다. 한편 쑤쑤타이는 타이어로 ‘힘내!’라는 의미의 ‘쑤쑤나카’와 황병수 대표의 ‘수’에서 글자를 따와 만들었다.

· 팟타이 9000원, 텃만꿍(새우튀김) 1만원, 뿌팟퐁 커리 1만8000원
· 서울시 성동구 상원1길 12 1층
· 오전 11시 30분~오후 9시 30분
· 02-467-8887

품격 있는 한식 파인다이닝

묘미

한때 슈트를 입고 포마드로 머리를 넘긴 채 바 바로 건너편에서 특별한 미식 경험을 선사하던 앤드다이닝의 장진모 셰프가 약 2년여 만에 ‘묘미’에서 한식 다이닝을 선보인다. 당시 그는 아방가르드 기반 혹은 노르딕 기반의 요리로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면에서 사랑을 받았다.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여전히 마주 앉아 섬세한 플레이팅을 엿볼 수 있는 바 형식의 내부, 그리고 음식을 심도 있게 설명하는 그의 예우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바는 길어졌고 갤러리 형식의 고매함을 갖추었으며 그는 그동안 거의 매일 시장을 다니며 한국 식재료의 특징과 사용법, 천차만별로 나타나는 맛과 질의 차이를 배웠다. 그리고 시간과 정성을 들여 만든 타인의 음식을 기꺼이 사용하고 존중할 줄 아는 미덕까지 갖추었다. 대표적으로 묘미에서 맛볼 수 있는 김치와 매실 장아찌는 평창의 박광희 선생의 것, 들기름과 참기름은 보성의 이금숙 선생의 것이다. 또한 굴과 캐비아, 한우와 대게까지 식재료 대부분을 국내의 것으로 사용하고 또렷하게 출처를 밝히는 것도 그가 식재료와 사회에 갖추는 격식 중 하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맛있는 쌀밥을 선보이고 싶다는 그는 두 가지 쌀을 섞어 고민을 담아 밥을 짓고, 메뉴 하나하나에 지역의 색과 전통적인 식재료 배합을 염두에 둔다. 가령 게살을 솔잎식초에 버무려 올린 잣국수의 경우에는 궁이 있던 서울 경기의 우아한 전통 음식 사조를 기반으로 가늘고 불지 않는 면을 사용했으며 예로부터 잣과 즐겨 쓰이는 게살에 영암 이영숙 선생의 솔잎식초, 서천의 생들기름으로 생기를 더했다. 잣의 무거운 맛이 솔잎식초와 생들기름으로 가볍게 마무리되는 맛은 섬세한 정성이 그대로 느껴지는 대목이다. 지금까지 주류는 와인만 선보였으나 앞으로는 전통주도 추가할 예정이다.

· 한식 9 코스 14만원
· 서울시 강남구 학동로53길 20 1층
· 오후 6시~새벽 2시, 일·월요일 휴무
· 02-515-8088

그림과 문학, 술과 음식이 있는 곳

온다빌레

프렌치 스타일 파인다이닝으로 유명한 박준우 셰프가 새로운 주방에서 한결 캐주얼한 요리를 선보인다. 장소는 ‘온다빌레’. 음식과 술과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이자 나직이 작당모의 하기에 좋은 장소. 정확하게는 시인 오은과 복합예술공간 카페파스텔이 함께 운영하며 도서 기획전이나 강연 같은 만남이 분란하게 이루어지는 또 다른 복합문화공간이다. 이름인 온다빌레Ondabile는 이탈리아어로 ‘파도’를 뜻하는 Onda, ‘가능한’을 뜻하는 –abile의 합성어로 찾는 이의 내면을 파도처럼 일렁이게 해주고 싶다는 바람이 담겼다. 상업적인 면모보다 철학적인 본성이 물씬 풍기는 공간에서 그는 오직 이곳을 위하여 편안한 시선의 요리를 선보인다. 박준우 셰프는 온다빌레의 요리에 대해 프렌치 스타일을 기반으로 한 유러피언 요리라고 설명했는데 ‘기반’이라는 말은 곧 다양한 나라의 재료와 기법을 편견 없이 조화시키고 있다는 뜻. 시메사바 스타일의 고등어를 사용하거나 스페인산 안초비에 일본 전통요리인 우메보시를 곁들이는 등 동서양이 조우하는 맛의 밸런스와 레이어드를 새롭게 찾아가고 있다. 더하여 음식과 곁들이면 좋을 와인을 직접 선별했고, 셰프의 시그너처인 디저트는 여전히 아름다워 그야말로 모든 것에서 그의 터치를 느낄 수 있다. 박준우 셰프는 이곳에 먹고 마시는 것을 즐기는 사람, 술과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모여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벼운 고민, 본질적인 잡담 모두에 어울리는 그의 요리가 있으니 그런 풍경도 이내 펼쳐지지 않을까.

· 고등어·샬롯·고수로 만든 차가운 전채 요리 1만8000원, 가지·토마토·파르미자노로 만든 따듯한 전채 1만5000원, 퓨레·오렌지를 곁들인 오리다리 2만4000원
· 서울시 용산구 독서당로 85 B2
· 정오~새벽 1시, 월요일 휴무
· 070-7719-1301

edit 김현선(프리랜서) — photograph 류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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