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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상 아나운서의 고독한 미식

2018년 11월 2일 — 0

외로우나 뚝심 있게 홀로 미식을 즐기는 SBS 김윤상 아나운서의 혼밥 예찬을 들어보았다.

최근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고독한 미식가’로 등장해 자신만의 존재감을 유유히 드러내는 인물이 있다. 제작진도 모르게 촬영장마다 나타나는 의문의 남성은 홀로 자리를 잡고 메뉴를 주문한다. 맛을 조용히 음미해본 그가 식당 사장님에게 이것저것 궁금한 것을 묻는다. 유머러스한 ‘드립’부터 맛의 포인트를 꿰뚫는 예리한 질문까지 던지는 그의 정체가 궁금했다. 모델이나 배우로 착각할 만큼 훤칠한 키와 시원한 이목구비를 가진 오늘의 주인공은 SBS 꽃미남 간판 아나운서로 착실하게 입지를 다지고 있는 김윤상 아나운서다. 그가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처음부터 출연하기로 계획됐던 것은 아니다. 여느 때처럼 회사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하던 중 평소 친분 있던 담당 PD를 우연히 마주쳤다. PD는 뜬금없이 그에게 “너 라면 좋아하지 않아?”라고 물었다. “이번에 준비 중인 <골목식당> 프로그램에 라멘집이 나오는데 한번 먹고 갈래?”라는 제안도 덧붙였다. 라멘을 먹으러 일본 원정을 떠날 만큼 열혈 라멘 마니아인 그가 거절할 리 만무했다. PD가 한마디 덧붙였다. “근데 유명 연예인들이 많이 나와서 아마 편집당할 거야.” 아무렴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처음에는 마이크도 차지 않고 정말 순수하게 식당에 들러 먹고만 나왔다. 백종원 대표가 그 모습을 흥미로워하며 “고독한 미식가네?”라고 던진 한마디가 발단이 되었다. 그의 꾸미지 않은 모습이 제작진과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고, 첫 출연인 이대 편부터 필동, 공덕, 해방촌, 뚝섬, 인천, 대전까지 한두 번 출연이 이어지더니 지금은 없어서는 안 될 독보적인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골목 식당은 어디였을까. “해방촌의 원테이블 식당인 비플로어키친은 제 또래 친구 같은 사장님들이 운영해서 더 인상적이었어요.” 장난기 넘치는 친구들이 백종원 대표로부터 따끔한 훈계를 받고 난 뒤로 태도가 달라졌다. 주방에서 요리할 때만큼은 진중한 자세로 임했다. 음식을 진지하게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골목식당>이 단순히 음식의 맛을 바꾸는 게 아니라 음식을 대하는 사장님들의 마음을 바꿔주는구나’라는 사실을 느꼈어요. 맛은 크게 변하지 않았어요. 그것도 놀라웠죠.(웃음)” 방송을 통해 가본 식당 중 가장 맛집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이대 가야가야 라멘집이다. 집에서도 가까워 평소 자주 들른다. 그가 ‘고독한 미식가’로서의 두각을 드러낸 곳도 바로 이곳이다. 백종원 대표의 조언으로 기존에 돼지 뼈를 진하게 육수를 우려낸 돈코츠라멘에 어패류의 감칠맛을 더한 해물 육수의 돈코츠교카이라멘이 주력 메뉴. 그는 주문한 라멘이 나오자 냄새부터 맡아보고 유심히 살펴보더니 검은 재료의 정체를 물었다. “목이버섯인가요?” 국물을 한 술 떠서 맛을 보고 곧이어 젓가락으로 면을 집어 후루룩 입에 넣었다. “사장님, 면발 탄력성이 엄청난데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쫀쫀한 맛이에요.” 면에 대해 감상을 한 수 읊자 라멘집 사장이 절로 비법에 대해 말문을 연다. “면을 세 번 압축해서 만들거든요.” “차슈는 토치로 안 구웠는데도 불 맛이 나네요?” 그가 한 번 더 묻자 사장님이 답한다. “고기가 국물에 부드럽게 스며들도록 일부러 토치를 사용하지 않고, 멸치 기름에 살짝 태워요.” 라멘 한 그릇을 다 비워내고 공깃밥을 추가해 알차게 말아 먹고 깔끔하게 자리를 떴다. 과연 백종원 대표가 진정 ‘고독한 미식가’라 인정할 만했다. 그는 콘셉트가 아니라 실제로도 지독한 ‘혼라멘 마니아’다. 최근에는 돈코츠라멘의 본토인 일본 후쿠오카에 건너가 한국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이치란 라멘의 본점을 찾아갔다. 한국에도 훌륭한 라멘집이 많지만 굳이 일본 본토까지 떠나는 수고를 들이는 이유가 있다. 여행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와 설렘이 음식에까지 녹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혼밥 여정은 한국에서도 여전하다. 제집처럼 들락날락했던 곳은 KBS 본관 앞에 있는 틈새라면이다. 아침, 점심, 저녁 식사로 혹은 술 마실 때 안줏거리로, 술을 마신 다음 날 해장 음식으로도 언제나 라면을 찾는다. “오히려 우리 회사(SBS) 근처 식당 이모님들은 저를 잘 모르시는데, 그곳(KBS) 이모님들은 제가 가면 반겨주실 정도예요.(웃음)”

그의 남다른 혼밥 이력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아마 10여 년 전 대학에 입학하면서 시작된 자취 생활 때부터일 거예요.” 자취 경력 10년 차이지만 할 수 있는 요리라곤 김치볶음밥, 김치찌개, 김치라면 딱 3종류다. 그것도 초반에야 조금 열심히 만들어 먹었지, 혼자 장을 보는 것부터 요리하고 치우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까지 고려하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혼자 외식하는 것을 택하게 되었다. 아나운서로 입사해 방송 일을 시작하면서부터는 보다 본격적인 혼밥 생활이 지속되었다. 신입 사원 때는 새벽 5시 뉴스를 위해 적어도 새벽 3시에 기상해야 했다. 저녁 약속을 잡더라도 오후 8시에는 집으로 가야 했고, 따로 점심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불규칙한 방송 생활을 하다 보니 혼자 밥 먹는 일이 점점 더 편해졌다. 무엇보다 그가 혼밥을 하는 이유는 음식에 대한 욕심 때문이다. 남의 음식을 탐내지는 않으니 ‘식탐’이라 부를 수는 없다. 다만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을 제때 먹어야 직성이 풀린다고 할까. 예를 들어 오늘 점심에 라면을 먹고 싶은데 다른 친구들이 된장찌개를 먹자고 하면, 일단 다 같이 된장찌개를 먹으러 간 이후에 혼자 라면집을 가기도 한다. 혼밥에도 레벨이 있다면 그는 고수의 경지에 이르렀다. 종종 퇴근길에 혼자 참치집에 들러 다찌에 앉아 혼술을 기울이다 사장님과 한잔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술 마신 다음 날엔 얼굴이 엄청 붓는 바람에 최근에는 혼술을 자제하고 있다. “중요한 촬영 있을 땐 그 전날 좀 더 신경을 쓰거든요. 어제도 오늘 촬영을 위해 술 안 마셨어요.(웃음)”

김윤상 아나운서에게 라면만큼이나 특별한 애정을 가진 소울 푸드는 김치볶음밥이다. 학창 시절 어머니가 팬에 꾹꾹 눌러 볶아주신 김치볶음밥은 바닥에 눌어붙은 바삭바삭한 누룽지가 별미다. 마침 오늘 촬영 장소인 청담동 러스티에서 주문한 음식도 바로 김치볶음밥이었다. 이베리코 스테이크와 함께 러스티의 시그너처 메뉴인 김치볶음밥은 새우와 로제 소스를 곁들여 느끼하지 않으면서 매콤하다. 그가 김치볶음밥 한 술을 큼직하게 떠먹고 미소를 지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제 삶의 이유예요.” 그는 일명 고독한 미식가이지만 한편으론 함께하는 식사를 꿈꾼다. “혼밥을 추구하기도 하지만 히키코모리가 되고 싶지는 않거든요.”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는 기쁨은 분명 혼밥보다 충만하리라. 그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일상이란 평범한 지대를 홀로 단단히 쌓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방송 목표에 대해 물었다. “예능, 교양, 심지어 뉴스에서라도 어떤 프로그램이든 간에 즐거움을 주는 아나운서가 되고 싶어요.” 생각해보니 그는 그동안 혼밥의 즐거움을 우리에게 보여주지 않았나.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흘금흘금 눈치 보는 혼밥이 아닌 맛을 오롯이 느끼고 사유하는 시간으로서의 미식 행위의 면모를 말이다.

러스티 by 채낙영
소년서커스 채낙영 셰프가 운영하는 청담동 라운지 다이닝으로 이베리코 스테이크, 파스타, 샐러드, 참치 타르타르 등의 메뉴를 위스키, 칵테일, 와인 등 다양한 술과 함께 선보인다.
· 이베리코 스테이크 6만8000원, 로제김치볶음밥 1만9000원
· 서울시 강남구 선릉로158길 14-1
· 오후 5시 30분~새벽 2시, 월요일 휴무
· 02-548-8825

edit 이승민 — photograph 박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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