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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짓는 사찰음식

2018년 9월 3일 — 0

오로지 마음으로 만드는 수행의 음식. 정관스님과 함께 사찰음식을 맛보고 나누는 특별한 소셜 다이닝 행사가 사찰음식 교육관 향적세계에서 열렸다.

edit 이승민 — photograph 차가연 — cooperate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마음이 깃든 수행의 음식

음식은 단순히 먹는 문제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간소한 음식 하나일지라도 그 안에는 인간이 자연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이 깃들어 있다. 건강한 먹거리의 기원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요즘 사찰음식에 담긴 정신적 가치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지난 8월 5일, <올리브 매거진 코리아>와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함께 사찰음식에 새겨진 정신과 가치를 배워볼 수 있는 특별한 소셜 다이닝 행사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전남 장성 백양사 천진암의 주지 스님이자 사찰음식의 대가인 정관스님을 호스트로 <비정상회담>에 출연한 마크 테토와 파키스탄 대표 자히드 후세인을 비롯해 미국, 이탈리아, 터키, 캄보디아, 베트남, 태국 등 국내 거주 중인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게스트 8명이 자리에 함께했다. 정관스님이 수십 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쌓아온 사찰음식을 직접 만들고 먹어보며 사찰음식에 담긴 불교의 정신과 가치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귀한 자리가 마련되었다. 행사가 시작되고 8명의 외국인 게스트 앞에 정관스님이 등장하자 기대 어린 눈빛과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특히 마크 테토의 눈이 반짝였다. 알고 보니 스님의 오랜 팬이었다는 것.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시리즈인 <셰프의 테이블 시즌 3 – 정관스님 편>을 감명 깊게 보고 오래전부터 스님을 직접 꼭 뵙고 싶었습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베를린 영화제에도 초청되고, 2015년 <뉴욕 타임스>에도 소개되었을 정도로 큰 이슈가 되었거든요.” 수줍은 고백과 환영 인사가 이어지고 곧이어 사찰음식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향적세계 요리 실습실로 이동했다. 본격적으로 사찰음식을 만들기에 앞서 정관스님이 사찰음식에 대한 기본적인 정의를 설명해주었다. “사찰음식이란 말 그대로 절에서 스님들이 수행하는 데 필요한 섭생을 위해 먹던 음식입니다.” 사찰음식은 육류를 사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향이 강한 오신채(파, 마늘, 달래, 부추, 흥거) 역시 피한다. 약 1700여 년 동안 절에서 오랜 세월을 거치며 발전해온 사찰음식은 식물성 식품의 다양한 배합법, 조리 및 가공 방법을 개발하여 독특한 맛을 창조했고 영양 면에서도 전혀 부족하지 않다. 콩을 통한 양질의 단백질, 각종 식물성 기름을 통한 불포화 지방산, 다양한 채소류의 풍부한 비타민과 무기질, 섬유소, 약용 성분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는 풍요로운 식단이다. “사찰음식은 음식이 어디에서 왔는지부터 출발합니다. 재료를 직접 재배하는 일에서부터 재료를 다듬고 음식을 만드는 일까지 모두 수행의 중요한 과정이죠.” 서로 다른 재료가 제 역할을 다해 조화로운 음식이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모든 존재의 소중함과 인연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외국인 게스트들이 정관스님과 함께 직접 만든 사찰음식을 먹기 전에 마음을 경건히 하고 있는 모습. 스님들이 식사하는 발우공양에 따라 먹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표고버섯조청조림을 만드는 정관스님을 유심히 지켜보며 집중하는 외국인 게스트들. 정관스님은 들기름을 넣은 팬에 버섯을 넣고 졸이고 있다.
표고버섯조청조림을 만드는 정관스님을 유심히 지켜보며 집중하는 외국인 게스트들. 정관스님은 들기름을 넣은 팬에 버섯을 넣고 졸이고 있다.

온 마음으로 만드는 사찰음식

이날 행사에서 정관스님이 준비한 사찰음식은 아욱국과 표고버섯조청조림, 감자비트전, 노각연근오미자청생채, 홍시배추김치, 상추대궁김치, 가죽나물장아찌, 그리고 후식으로 감자뭉생이까지 그 종류가 다채로웠다. “사실 사찰음식에는 레시피라는 것이 따로 없어요. 여러분과 공유하기 위해서 일부러 만든 것이지요. 철마다 난 식재료가 자라는 방법이 다르고, 재료의 특색과 크기에 따라 만드는 방법이 다 다르거든요.” 정관스님은 먼저 표고버섯조청조림을 만들기 위해 표고버섯의 밑동을 칼로 떼어내고 살짝 씻어냈다. “표고버섯은 ‘스님들의 고기’라고 표현해요. 단백질과 무기질이 풍부하죠.” 이어서 스님은 출가하여 수행자로서의 삶을 살 수 있게 된 결정적인 계기를 바로 표고버섯이 만들어주었다고 밝혔다. “아버지께서 언제까지 절에서 나물만 먹고 평생 살까 걱정하며 집에 돌아가자고 하셨어요.” 이에 정관스님은 아버지를 모시고 솥과 표고버섯을 들고 계곡으로 갔다. 고소한 들기름에 표고버섯을 들들 볶아 한 그릇 드렸더니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있었구나. 집에 가지 않아도 되겠다’라며 오히려 자신을 격려했더라는 것이다. 스님이 더 각별하게 생각하는 음식이어서일까. 씻어낸 표고버섯 밑동을 찜기에 정성스레 넣었다. “음식은 하나도 버리는 부분이 없어요. 이처럼 사찰음식은 버리는 부분 없이 모두를 먹는 전체식을 지향합니다.” 절에서는 쌀을 정미할 때 너무 깎아내지 않아 영양소의 손실을 막고 과일도 가능하면 껍찔째 먹기를 권한다. 쌀 씻은 물은 찌개에 사용하고 나물 데친 물도 버리지 않고 국을 끓여 먹거나 물김치를 만들어 먹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버리는 것 없이 철저하게 아끼고 재활용하는 것이 사찰음식의 기본이다. 정관스님은 이어서 팬에 넣은 집간장, 들기름이 바글바글 끓어오르자 버섯을 넣고 졸였다. 반쯤 졸여지자 조청, 오미자청을 넣고 버섯에 윤기가 돌 때까지 살짝 더 졸였다. 마지막으로 그릇에 참기름을 두르고 버섯을 굴려 담아냈다. 간단해 보이지만 적절한 타이밍을 알아야 하는 조리법이다. 다음으로 정관스님이 선택한 식재료는 하지감자다. “하지감자는 봄에 감자 눈을 따서 심은 것이 자란 거예요. 지금이 제철이지요.” 감자비트전과 후식으로 먹을 감자뭉생이를 만들기 위해 첫 번째로 할 일은 감자의 껍질을 벗기고 강판에 가는 것. 갈아놓은 감자는 망으로 웃물을 걸러내고 여기에 들기름, 감자 가루, 천일염을 넣고 되직하게 반죽한다. 달궈진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한 수저씩 납작하게 노릇노릇 구우면 완성된다. 감자뭉생이는 남은 감자 반죽에 유월강낭콩을 섞어 송편 크기만큼 빚는다. 찜솥에 젖은 베보자기를 깔고 그 위에 서로 붙지 않게 올려 20분간 찌면 된다. 마지막으로 시연을 보여준 음식은 노각을 이용한 생채였다. 노각의 껍질을 벗겨 얇게 썰고 연근도 노각처럼 얇게 썰어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찬물에 헹군다. 비트는 2cm 길이로 가늘게 채 썰고, 채 썬 노각과 연근을 따로따로 식초, 설탕, 소금, 매실청을 넣고 10분 정도 재운다. 노각과 연근이 재워지면 살짝 건져 오미자청, 감식초, 비트를 넣고 살살 무치면 새콤달콤한 노각연근오미자청생채가 완성된다. 스님이 직접 만드는 것을 유심히 지켜본 외국인 게스트들은 저마다 자리로 돌아가 2인 1조로 짝을 지어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마음이 부드러운 사람이 전도 부드럽게 부치지요. 사람 마음이 음식에 나타나거든요.” 어느 때보다 심혈을 기울여 정성스레 요리를 만든 게스트들은 어느새 접시 위에 음식을 가지런하게 올려 플레이팅까지 마쳤다. 그릇에 음식을 담는 것에도 온 마음과 정성을 쏟고 있었다. 오로지 음식은 마음으로 만들어 먹는 것이라는 정관스님의 말씀을 모두가 잊지 않은 듯이.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

모두 함께 정성스레 만든 사찰음식을 나누어 먹기 위해 다이닝 공간으로 자리를 옮겼다. 각자 먹을 수 있는 만큼 음식을 덜어 그릇에 담았다. 다 같이 나누어 먹는 공동체 의식이 담긴 발우공양은 음식의 소중함을 알고 음식을 남기지 않고 먹는 수행자의 식사법이자 사찰의 음식 문화이다. 경건한 마음으로 음식을 한 입씩 맛본 게스트들은 이내 그릇을 깨끗이 다 비워냈다. “우리는 먹는 것을 닮게 됩니다. 무엇을 먹고, 그것을 어떻게 먹을 것인가에 따라 삶의 방식과 태도가 결정되고 존재의 실상이 드러나지요.” 이처럼 스님들을 통해 사찰에 전승되어온 사찰음식은 자비와 평화, 깨달음의 추구라는 불교적 정신과 가치를 가장 잘 담고 있다. “마음이 고요해지는 것 같아요.” 베트남에서 온 응원티탄하가 사찰음식을 만들어 먹어본 소감을 말하자 정관스님이 답했다. “우리는 지금 단순히 먹는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에요. 마음을 음식에 표현하고 있고, 궁극적으로는 자신을 알아가는 중인 것이죠.” 사찰음식은 깨달음의 음식이자 수행의 음식이다. 그리고 곧 선정(마음을 고요하게 해서 자신을 알아가는 것)의 음식이다. 서울대학교 국악과에서 해금을 전공한 터키에서 온 탐 제브뎃은 음악에 빗대어 소감을 이야기했다. “음악에서 받는 느낌과 분위기로부터 악기를 다루게 되는데 오늘 음악을 만들듯이 똑같은 방법으로 음식을 만들었어요. 저는 하나의 음악을 만든 거예요.” 정관스님 역시 웃으며 답했다. “오롯한 정신과 열정으로 만든다는 점에서 음악과 음식이 통한 거네요.” 행사가 진행되는 내내 진지한 표정으로 임했던 마크 테토도 자신의 감상을 나누었다. “저는 오늘 이 만남이 언제부터 시작했을지 생각해보았습니다. 행사가 시작된 오후 2시? 아니면 정관스님이 일찍이 오늘을 위해 음식을 준비한 때? 아니면 감자 씨앗을 땅에 심었던 올 초 겨울? 그렇게 생각이 퍼지면서 정관스님께서 ‘우리는 그전부터 같이 있었고, 이 만남 이후로도 같이 있을 것’이라는 말씀이 감동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마음에 큰 위로가 외었어요.” 8명의 외국인 게스트들이 차례로 돌아가며 감상을 이야기하자 정관스님 역시 마지막 끝맺음을 맺었다. “눈물이 다 날 정도로 감격스럽습니다. 여러분이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는 것만으로 이 시간 큰 배움을 얻어갔다고 생각합니다.” 수행자로서의 정관스님이 보여준 사찰음식에는 인간과 자연의 공존, 자연과 음식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만드는 철학적인 질문이 담겨 있었다. 하루하루 주어진 것들에 따라 충실히 살고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음식을 만들고 먹으면 자신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사찰음식에 담긴 깊은 의미가 아닐까.

이날 8명의 외국인 게스트들은 정관스님과 함께 사찰음식을 경험한 소감에 대해 차례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날 8명의 외국인 게스트들은 정관스님과 함께 사찰음식을 경험한 소감에 대해 차례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크 테토와 자히드 후세인이 직접 만든 감자비트전과 표고버섯조청조림.
마크 테토와 자히드 후세인이 직접 만든 감자비트전과 표고버섯조청조림.

향적세계
한국불교문화사업단에서 운영하는 사찰음식 전문 교육관으로 사찰음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고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초급, 중급, 고급으로 나눈 다양한 교육 과정을 마련했다.
· 서울시 종로구 우정국로56 템플스테이 통합정보센터 2층
· 02-2655-2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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