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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 보성 미식 여행

2018년 9월 6일 — 0

푸르른 녹차밭을 눈에 가득 담고 남도의 진미를 쉴 새 없이 맛보았다. 그리고 보성에남아 있는 민족의 혼까지 가슴에 담고 돌아왔다.

First Day

LUNCH 보성의 명물 녹차떡갈비

아침저녁 가릴 것 없이 식을 줄 모르던 대기의 열기가 어느 날 갑자기 거짓말처럼 한풀 꺾였다. 해가 잠시 몸을 숨길 때는 제법 선선하기까지 했다. 갑자기 찾아온 뜨거운 여름은 다시 예고도 없이 떠나가고 있었다. 그토록 지긋지긋했는데, 사람의 마음이 참 간사하게도 떠날 때가 되자 여름이 사뭇 그리웠다. 여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차가운 물컵 표면에 송골송골 맺힌 물방울, 매일 아침 눈을 뜰 때쯤이면 귓가에 맴돌던 매미의 울음소리, 그리고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무섭게 내리쬐던 땡볕 아래서도 마음만큼은 시원하게 식혀준 푸르른 하늘과 무성한 녹음. 곧 나무들이 제 몸을 감싸던 잎들을 훌훌 털어내고 앙상하게 말라버리면 여름의 싱그러운 녹음이 간절할 것 같았다. 여름의 마지막을 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이 어딜까 고민하던 중에 불현듯 보성이 떠올랐다. 싱그러운 녹차밭이 있는 보성은 내게 어떠한 상징물도 아닌 ‘초록색’으로 각인된 곳이다. 여름의 끝자락에 보성으로 향했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4시간 반, 이른 아침에 출발했는데도 점심 무렵에야 보성에 당도했다. 약간의 허기를 느꼈지만 식사하기 전 득량역 추억의 거리를 들렀다. 득량역은 무궁화호가 오고 가는 작은 간이역이다. 한국철도와 보성군이 손잡고 2014년 간이역 활성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그 주변을 1970년대 테마 거리로 조성했다. 은빛전파사, 백조의상실, 역전이발관, 꾸러기문구사 등 낡은 간판이 걸린 복고풍 가게들이 득량역을 중심으로 길게 늘어서 있다. 1970년대를 재현한 건물 내부에는 오래된 TV와 라디오, 낡은 만화책 등으로 꽤 디테일하게 재현돼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일부 상점은 실제로 운영된다는 점. 쌍화차를 즐길 수 있는 행운다방이나, 머리를 자를 수 있는 역전이발관 등은 1970년대를 거쳐온 주민들에게 과거로 시간여행을 한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비록 거쳐온 시대는 아니지만 영상이나 사진으로만 봐온 1970년대 한국의 모습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듯 다음 행선지로 향하기 전 배부터 채우기로 했다. 보성에서의 첫 식사는 보성의 특산품인 녹차를 먹여 키운 녹돈으로 만든 녹차돼지떡갈비로 결정했다. 꽤 많은 녹차떡갈비 가게 중에서 심혈을 기울여 고른 곳은 특미관이었다. 온갖 진미가 모인다는 남도 지방을 대상으로 열린 남도 단품 요리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녹차돼지떡갈비라는 타이틀에 마음을 빼앗겼다. 자리를 잡자마자 고민의 여지 없이 녹차돼지떡갈비를 주문했다. 푸짐한 밑반찬들이 나오고 조금 기다리니 뜨거운 돌로 채워진 냄비 위에 먹음직스러운 녹차돼지떡갈비가 얹혀 나왔다. 그동안 봐온 떡갈비가 진한 적갈색이었던 것과 달리 초록빛이 살짝 감돌았다. 한 입 크게 베어 무니 일반 떡갈비에 비해 달지 않고 담백했다. 특미관의 녹차돼지떡갈비는 보성의 특산품 녹돈을 사용한 것은 물론 반죽을 할 때 녹차 가루와 보성의 또 다른 특산품인 감자까지 넣는다고 한다. 감자는 갈아 넣지 않고 슬라이스된 상태로 넣어 식감에 재미를 주었다. 여기에 감자라고 말하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아삭한 식감의 감자채 샐러드를 곁들여 먹었다. 흡사 무처럼 아삭한 식감과 유자 드레싱의 상큼함이 녹차돼지떡갈비와 좋은 궁합을 이루었다. 특미관에 가기 위해 보성 시내로 나온 김에 근처의 방진관도 들러보았다. 방진관은 이순신 장군과 그의 부인이었던 방 씨 부인, 그녀의 장인이자 보성 군수였던 방진의 뜻을 기리고자 군수 사택을 기념관으로 조성해 문을 연 곳이다. 규모는 작았지만 <난중일기> 중 보성에서 보낸 10일간의 기록으로 만든 병풍, 판옥선 그림 등 이순신 장군 관련 기록 및 방 씨 부인과의 사랑 이야기를 엿볼 수 있는 곳이었다. 역사책에서는 배우지 못했던 이순신 장군에 대한 이야기를 알 수 있어 흥미로웠다. 배 속도 든든하겠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산책을 하고 싶어 득량만 바다낚시공원으로 향했다. 선소항에서 바다까지 170m가량 이어진 다리가 놓인 이곳에선 푸른 바다 위를 걸어볼 수 있다. 이름에 걸맞게 해상 낚시교도 조성돼 있어 낚시를 즐기기 위해 찾는 이들도 많다. 낚시와는 인연이 없는 터라 해상 산책로만 가볍게 한 바퀴 돌았다. 보성을 여행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목적지를 한 곳만 꼽는다면 녹차 밭이라는 데 다들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번 여행의 목적이기도 했던 다원을 찾을 시간이었다. 녹차의 수도라는 명성에 걸맞게 보성에는 다원이 많았는데 그중 가장 규모가 크다는 대한다원을 찾았다. 1939년 개원한 대한다원은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되었다가 1957년 복구되었다. 해발 350m 오선봉 주변의 민둥산을 일궈 만든 50여만 평의 차밭에서는 580여만 그루의 차나무가 자라고 있다. 입구와 차밭 주변으로는 삼나무, 편백나무, 주목나무, 향나무, 동백나무 등 300만 그루의 관상수와 방풍림이 조성돼 있다. 입구를 따라 펼쳐지는 편백나무와 삼나무로 이루어진 가로수 길을 지나면 차밭이 나타난다. 빼곡하게 심어진 차밭을 가로지르는 계단을 따라 올랐다. 어디를 바라봐도 시야에 걸리는 싱그러운 차나무는 마음에 평화를 안겨주었다. 이마를 타고 흐르는 땀방울을 닦아가며 한참 오르다 보니 어느새 정상이 나타났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푸르른 차밭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한참 바라보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말라갈 무렵 내려와 매점에서 파는 녹차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 진한 녹차의 맛과 향이 느껴지는 시원한 아이스크림 한 입은 한여름밤의 맥주 한 모금처럼 몸을 이완시키며 후련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아름다운 보성의 녹차밭을 오감으로 오롯하게 느끼고 나니 차의 세계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다. 대한다원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한 한국차박물관에 들르기로 했다. 모던한 외관이 눈길을 사로잡는 차 박물관은 총 3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1층은 차를 이해할 수 있는 차 문화실, 2층은 시대별 차 도구를 전시한 차 역사실, 3층은 직접 차를 체험해볼 수 있는 차 생활실로 구성됐다. 박물관은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 한 바퀴만 돌아도 차에 대한 제법 많은 정보를 머릿속에 넣을 수 있었다.

보성의 특산물 녹돈을 녹차 가루, 감자 슬라이스와 함께 반죽해 만든 녹차돼지떡갈비. 달지 않고 담백한 맛이다.
녹차밭을 둘러본 후 먹기 좋은 녹차아이스크림.
녹차밭을 둘러본 후 먹기 좋은 녹차아이스크림.
대한다원에서 녹차밭으로 향하는 길엔 삼나무와 편백나무가 빼곡히 심어져 있다.
대한다원에서 녹차밭으로 향하는 길엔 삼나무와 편백나무가 빼곡히 심어져 있다.

Dinner 촌닭을 잡아 만든 칼칼한 닭볶음탕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다. 그러나 먹을 것에 관해서만큼은 백견이 불여일식(百見不如一喰)이지 않을까. 차밭을 둘러보고 아무리 많은 정보를 머릿속에 채운다 한들 보성의 녹차를 직접 맛보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어 봇재로 발걸음을 옮겼다. 봇재는 보성의 역사와 문화, 예술 그리고 차 산업과 차 문화를 보여주는 전시 공간이 한데 모인 복합문화공간이다. 2층에는 보성 차를 비롯해 보성의 농특산물을 판매하는 그린마켓과 보성군에서 직접 운영하는 티 카페 그린다향이 위치했다. 그린마켓을 둘러보고 그린다향에 자리를 잡았다. 녹차의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일반 녹차 메뉴를 시켜야겠지만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당겨 그린티라떼를 시켰다. 그린티라떼 역시 보성산 녹차 파우더를 사용한 음료다. 따스한 그린티라떼는 녹차 파우더의 쌉싸름한 맛과 우유의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여행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것은 무엇보다 식도락이다. 보성 여행 계획을 짜면서 공들인 것 역시 맛집 찾기였다. 보통 지방의 맛집을 찾다 보면 대부분 지역 특산 요리 맛집 추천이 주를 이룬다. 지방 맛집을 꽤 자주 찾아본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지역 특산 요리 전문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곳은 실패할 확률이 현저히 낮다. 이번에 보성의 맛집을 찾을 때에도 특산 요리 맛집이 아닌데도 많은 사람들이 추천한 곳이 있었으니 바로 청광도예원이다. 이곳의 시그너처 메뉴는 닭볶음탕으로 식당 앞에서 기른 촌닭을 직접 잡아 요리한다. 기대감을 안고 찾은 청광도예원 앞에는 텃밭이 펼쳐져 있었다. 대부분의 채소류는 텃밭에서 기른 것을 사용하고 텃밭에서 자라지 않는 것들은 보성의 다른 농가에서 받아 사용한다는 말을 들으니 요리 맛이 더욱 궁금해졌다. 서둘러 닭볶음탕을 주문했다. 내부에 진열된 감각적인 도자기를 구경하다 보니 이게 정말 한 마리일까 싶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의 닭볶음탕이 식탁 위에 놓였다. 촌닭이라 질기지 않을까 했던 걱정이 무색하게 살은 야들야들했고 칼칼한 양념은 중독적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점은 인공조미료의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인공조미료가 들어간 요리는 첫입엔 맛있을 수 있어도 금방 물리게 마련이다. 칼칼하면서 인공조미료의 자극적인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닭볶음탕의 맛에 반해 한참 먹다 보니 살이 야무지게 발린 닭뼈가 접시 앞에 수북이 쌓여갔고 어느새 해는 뉘엿뉘엿 넘어갔다. 첫날의 마지막 행선지인 율포해수욕장으로 향할 시간이었다. 율포해수욕장은 깨끗한 바닷물과 하얀 모래, 곰솔숲이 어우러진 곳으로 하루의 끝을 장식할 야경을 보기 좋은 장소다. 율포해수욕장에 도착하니 이미 하늘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잠시 후 하늘의 붉은 기는 오묘한 색으로 시시각각 변하다 이내 짙은 푸른빛으로 변했다.

촌닭을 직접 잡아 만든 청광도예원의 닭볶음탕. 칼칼한 맛이 중독성 있다.
촌닭을 직접 잡아 만든 청광도예원의 닭볶음탕. 칼칼한 맛이 중독성 있다.
깨끗한 바닷물과 하얀 모래, 곰솔숲, 붉은 노을이 어우러지며 빚어낸 율포해수욕장의 야경.
깨끗한 바닷물과 하얀 모래, 곰솔숲, 붉은 노을이 어우러지며 빚어낸 율포해수욕장의 야경.

Second Day

Breakfast 인생 첫 양탕

대부분 보성에서 꼭 먹어야 할 것으로 녹돈과 꼬막을 꼽는다. 그러나 보성에 가서 한번쯤 맛보면 좋을 토속 음식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양탕이다. 전라도 지방의 토속 음식인 양탕은 쉽게 말하면 흑염소탕이다. 평소 색다른 식재료에 거부감이 없던 터라 고민 없이 아침 식사로 양탕을 먹기로 결심했다. 인생 첫 양탕을 경험할 곳으로 미력양탕을 선택했다. 보성군 미력면에 위치한 이곳은 3대가 이어 가게를 운영하는 유서 있는 곳이다. 양탕을 주문하고 조금 기다리니 뚝배기에 담겨 보글보글 끓고 있는 양탕이 나왔다. 한눈에 봐도 고기가 듬뿍 들어가 있었다. 탕 위에 올려진 양념장을 풀고 국물을 떠서 맛보니 진한 고기의 맛과 양념장의 매콤한 맛이 났다. 누군가 흑염소로 만든 것이라고 말하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깔끔해 금세 한 그릇을 비웠다. 보성과 깊은 관련이 있는 명인을 꼽으라면 이순신 장군, 서재필 선생, 조정래 작가가 있다. 독립운동가 서재필 선생의 고향인 보성에는 서재필 선생의 얼을 기리는 송재 서재필선생 기념공원이 있다. 일명 보성의 메타세쿼이아 숲길로도 불리는 18번 국도를 타고 송재 서재필선생 기념공원으로 향했다. 18번 국도에 진입하자 양옆으로 푸른 나무가 우거져 있었다. 꽤 길게 조성되어 있는 메타세쿼이아 숲길을 가로지르며 싱그러운 초록빛을 눈에 담았다. 기념공원은 서재필 선생의 발자취를 알 수 있는 서재필 기념관, 선생의 영정을 모신 송재사 그리고 독립문과 조각공원으로 구성돼 있었다.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독립문으로 서대문구에 있는 독립문과 똑같은 크기로 복원한 것이라 한다. 웅장한 독립문을 지나 서재필 기념관에서 선생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이 땅에 지금의 모습으로 살 수 있게 해준 선조들의 희생에 감사함을 느꼈다. 보성 주민들이 송재 서재필선생 기념공원을 추천할 때 함께 언급한 곳이 있었으니 바로 주암호를 지나는 드라이브 코스다. 주암호는 보성에서 흘러내린 보성강과 화순군의 동북천·용덕천이 합류되어 호반 경관을 연출한다. 다음 행선지까지 조금 돌아가더라도 주암호를 볼 수 있는 길을 택했다. 과연 어떤 모습일까 상상하면서 주변을 살피며 달리다 보니 바다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넓은 호수가 나타났다. 생각보다 규모가 크고 호수 주변이 적토로 둘러싸여 있어 이국적이었다. 한국에서도 이런 장관의 호수를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내심 감탄했다.

푸짐한 건더기의 양과 진하면서도 깔끔한 국물 맛이 매력적인 미력양탕의 양탕.
푸짐한 건더기의 양과 진하면서도 깔끔한 국물 맛이 매력적인 미력양탕의 양탕.
크고 맑은 호수와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적토가 만나 이국적인 정경을 연출하는 주암호의 모습.
크고 맑은 호수와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적토가 만나 이국적인 정경을 연출하는 주암호의 모습.

Lunch 새콤달콤 꼬막회비빔밥

보성에서 마지막 식사를 즐기기 전 제대로 우려낸 녹차를 한잔 마셔봐야겠단 생각에 보성여관으로 향했다. 보성여관은 보성군 벌교읍을 소재로 한 소설 <태백산맥> 속 남도여관의 실제 모델이다. 1935년 건립된 일본식 2층 건물로 당시엔 진짜 여관으로 운영됐다. 교통의 중심지였던 벌교엔 일본인의 왕래가 잦았고 그 중심에 있던 보성여관은 현재의 5성급 호텔을 방불케 하는 규모 있는 숙박 시설이었다. 복원 과정을 거쳐 2012년 다시 문을 연 보성여관은 공간을 나누어 카페, 전시관, 숙박 시설로 운영되고 있다. 내부를 조금 둘러보다 고즈넉한 분위기의 카페 창가 자리에 앉아 녹차 한 잔을 마시며 망중한을 즐겼다. 따뜻한 차 한 잔이 들어가자 속이 편해지면서 약간의 출출함이 느껴졌다. 벌교에 왔으니 꼬막 요리를 먹어야겠다 생각하며 보성여관 주변을 둘러보았다. 외관에서 날것의 느낌이 나는 꼬막 전문점이 즐비한 곳에서 마치 일본 가정 식당처럼 정갈하면서도 감각적인 외관의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뭐 하는 곳이지?’란 생각을 하며 다가가니 모리씨 빵가게라고 쓰인 간판이 눈에 띄었다. 작지만 정갈하게 꾸며진 빵가게 안에 들어서니 먹음직스러운 빵들이 눈에 띄었다. 여행하는 여자 모리와 빵 굽는 남자 하울 부부가 운영하는 빵가게였다. 주인 모리 씨가 살갑게 인사하며 이런저런 빵들의 시식을 권했다. 대표 메뉴라는 아몬드크림빵을 한 입 맛보았을 때 ‘이건 꼭 사야 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보로가 듬뿍 붙어 있는 슈 속에 아몬드 크림이 가득했는데 기분 좋은 단맛과 고소함이 어우러졌다. 또 다른 대표 메뉴라는 홍국쌀로 만든 빨간쌀식빵 역시 떡처럼 쫀득쫀득한 식감이 입에 착 달라붙었다. 서울로 올라가는 길에 간식으로 먹을 빵을 한 아름 사들고 빵가게를 나섰다. 본격적으로 식사를 할 차례였다. 수많은 꼬막 전문점 중에 고르고 골라 거시기꼬막식당으로 향했다. 벌교 앞바다에서 매일 채취해온 꼬막을 이용해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는 곳이다. 꼬막회무침비빔밥을 시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메뉴가 나왔다. 통통한 꼬막 살과 콩나물, 미나리 등 온갖 채소를 넣고 새콤달콤하게 무친 꼬막회무침을 보니 군침이 돌았다. 큰 대접 안에 담긴 꼬막회무침 위에 공깃밥을 덜고 참기름을 둘러 쓱쓱 비볐다. 평소 조개류를 좋아하지 않는데 쫄깃하면서 통통한 꼬막 살과 향긋한 미나리가 어우러지며 내는 맛에 마음을 빼앗겼다. 적지 않은 양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큰 대접을 싹 비웠다. 점심까지 해결하고 나니 남은 것은 보성에서의 마지막 목적지인 태백산맥문학관으로 향하는 일뿐이었다. 우리 민족 분단의 연원을 살피고 그 안에 내재된 모순에 대한 반성을 통해 우리 민족이 나아가야 할 길을 그린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집필 과정부터 작가의 면면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이다. 건물은 김원 건축가가 어둠에 묻혔던 우리의 현대사를 들춰냈다는 의미를 시각화해 지었다. 전시실은 제1전시실과 제2전시실로 이루어져 있는데 제1전시실은 작가의 집필 동기, 자료 조사 과정, 소설의 무대인 벌교 이야기, 1만6500매에 달하는 육필 원고, <태백산맥>에 대한 비평 및 영화 등 소설에 대한 모든 것을 집대성해놓았다. 제2전시실은 조정래 작가의 문학 세계부터 예술 관련 책과 필사본 전시실 등이 자리했다. 민족의 아픈 역사가 담긴 10권에 달하는 대하소설의 태동부터 뒷이야기까지 한자리에서 감상하니 소설의 감동이 배가되었다. 어느덧 보성에서 1박 2일의 여정이 마무리되었다. 여름의 마지막을 보내기 위해 찾은 보성에서 마음에 담아온 것은 아름다운 풍광만이 아니었다. 평소에 잊고 지냈던 우리의 아픈 역사를 되짚어보는 시간이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쏟았던 선조들의 피땀 어린 노력, 덕분에 우리가 누릴 수 있는 현재의 소중한 시간들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녹음이 무성한 여름은 지나가고 있다. 그러나 민족의 얼이 살아 있는 보성은 내내 푸를 것만 같다.

기분 좋은 단맛과 크림의 고소함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모리씨 빵가게의 아몬드크림빵.
기분 좋은 단맛과 크림의 고소함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모리씨 빵가게의 아몬드크림빵.
통통한 꼬막 살과 향긋한 미나리, 새콤달콤한 소스가 어우러져 입맛을 돋우는 거시기꼬막식당의 꼬막회무침비빔밥.
통통한 꼬막 살과 향긋한 미나리, 새콤달콤한 소스가 어우러져 입맛을 돋우는 거시기꼬막식당의 꼬막회무침비빔밥.
일본식 목조 건물의 구조를 고스란히 살려 복원해 카페, 전시관, 숙박 시설로 운영 중인 보성여관.
일본식 목조 건물의 구조를 고스란히 살려 복원해 카페, 전시관, 숙박 시설로 운영 중인 보성여관.

edit 양혜연 — photograph 차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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