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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어서 짜증 나는 테이의 테이스티버거

2018년 9월 5일 — 0

대식가라고 뭐든 열심히 잘 먹을 것이라는 생각은 오해다. 정말 맛있는 음식이라야 많이 먹을 수 있다는 진정한 대식가 테이가 홍대에 수제버거집을 냈다. 그의 버거라면 누구든 ‘대식’ 가능이다.

좋아하는 것에 살짝 미움이 섞이는 순간이 있다. 관계가 빈틈없을 정도로 긴밀해질 때. 바로 그때 애증이 생긴다. 멀리서는 뭐든지 아름다워 보이는 법이니깐. 만약 누군가 바닷속에 뛰어들기를 결심한다면 이는 바다를 기꺼이 미워하기를 선택하는 것과도 같다. 바다에 빠지려면 필연적으로 젖어야 하므로. 미식가이자 대식가로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가수 테이가 그토록 사랑해 마지않던 수제버거를 업으로 삼았다. 그는 온몸이 땀으로(그리고 수제버거로) 흠뻑 젖기를 자처했다. ‘애정’이 조금씩 ‘애증’으로 변하리라는 것은 예견된 일이다. “이젠 얘(수제버거) 때문에 좀 피곤해지려고 해요. 물론 기본 바탕은 ‘애愛’지만요.” 하루에 눈 붙이는 시간은 고작 한두 시간. 그럼에도 그는 매일 아침 주방으로 향한다. 상수역 근처의 한 좁은 골목. 식당은 바 좌석을 제외하고 단 여섯 개의 테이블. 그가 친동생과 함께 셀프 인테리어로 투박하게 꾸민 아담한 내부. 문을 연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지만 ‘테이가 수제버거집을 냈다’는 입소문은 빠르게 퍼졌다. 오픈 시간인 11시 30분보다 한참 전부터 대기하는 손님들이 하나둘 늘어나더니 영업을 시작하자마자 매장은 순식간에 발 디딜 틈이 없다. 주방은 쉴 새 없이 분주하고 재료 소진으로 장사는 연일 조기 마감이다. 그렇다고 하루 일과가 끝난 것은 아니다. 테이를 비롯한 직원들은 다음 날 재료 준비를 시작한다. 영락없는 ‘셰프’로서의 하루다. “제가 이름만 걸고 운영하는 줄 아시는 분들이 많아요.” 테이는 테이스티버거의 엄연한 메인 셰프로, 단 하루도 그가 없이는 주방이 돌아가지 않는다. “직원들이 저의 레시피에 따라 메뉴를 제대로 만들 수 있을 때까지는 이곳을 지켜야 해요.” 테이의 수제버거가 과연 어떤 맛이길래 하루 종일 문전성시를 이루는 걸까. 백종원 대표는 그가 만든 에그마니버거를 먹고 이렇게 평했다. “맛있어서 짜증 날라 그래!” 이 주옥같은 한마디는 테이스티버거 매장 한 켠에 네온사인 불빛으로도 빛나고 있다. 사건은 SBS 예능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 뚝섬 편에 출연하면서 시작되었다. ‘베테랑 버거’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팝업 식당이 말 그대로 ‘대박’이 났던 것이다. 백종원 대표로부터 맛과 비주얼, 모든 면에서 극찬을 받았던 그는 방송에 출연한 연예인 도전자 중 실제로 식당을 연 최초의 케이스가 되었다. “백 대표님이 ‘이 정도면 (식당) 해유~ 이렇게 잘하는데~’라며 응원을 많이 해주셨어요. 요식업계의 대부님께서 인정해주시니 ‘정말 해볼까?’ 싶었던 거죠.” 결단을 내리고는 곧바로 ‘저질렀다’. 식당에서 주방 경험이 많은 친동생이 그의 뜻에 동참했다. 어릴 적 고향에서 함께 동고동락하며 밴드 연습도 하고 그림도 그렸던 옛 친구들까지 합류했다. 무서울 게 없었다. “우리가 10대, 20대 때 무언가에 열정을 갖고 밤을 지새웠던 것처럼 30대가 된 지금도 이렇게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에요. 물론 그게 버거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지만요.” 그가 스스로 버거집을 하리라고는 꿈에도 몰랐겠지만 분명 그 단초는 존재했다. 수제버거를 좋아해도 너무 좋아했던 것이다. 그의 버거 사랑에 대한 이력은 꽤 깊다. 가수로 발탁되어 서울로 상경한 스무 살 때만 해도 그는 외식 경험이 별로 많지 않았다. 그가 나고 자란 울산에 외식업이 크게 발달한 시기도 아닌 데다 한식 조리 자격증을 보유했을 정도로 요리 솜씨가 남다른 어머니 덕분에 집밥 외에 군것질을 할 이유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3집 활동이 끝나고 잠시 쉴 무렵이었던가. 당시 국내에선 수제버거라는 개념조차 생소하던 때 ‘크라제 버거’라는 수제버거집을 우연히 방문하게 되었다. 처음엔 예상보다 비싼 가격에 놀랐다. ‘무슨 햄버거 하나가 만원이 넘지? 얼마나 맛있는지 어디 한번 보자’라는 생각으로 먹어본 수제버거의 맛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햄버거가 이렇게 건강하면서 맛있을 수 있는지 몰랐던 거죠.” 스테이크처럼 포크와 나이프로 썰어 먹는 방식도 새로웠다. 마치 파인다이닝의 섬세한 요리처럼 느껴졌다. “주문과 동시에 신선한 재료를 가지고 바로바로 요리를 해주니까 음식이 지닌 따스한 온기도 너무 좋았어요.” 2년간 일주일에 네 번은 갔을 정도로 사랑에 빠졌다. 해외에 가면 유명한 수제버거집은 꼭 찾아가 맛보았다. 그렇게 많이 먹고 다녀본 경험이 모두 큰 자산이 되었다. 예를 들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방문한 수제버거집에서는 메뉴 네이밍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패티를 산처럼 쌓은 모양이라 ‘마운틴 버거’, 큰 고래 사이즈의 생선 패티라서 ‘모비딕 버거’인 식이었어요. 먹기도 전에 메뉴판만 읽어도 즐거웠죠.” 테이스티버거의 시그너처 메뉴라 할 수 있는 ‘크라켄버거’ 이름도 이곳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이다. 미국 LA의 테이크아웃 전문점인 에그 슬러시에서는 스크램블드에그로 만든 햄버거가 인상에 콕 박혔다. 이를 응용해 ‘에그마니버거’가 탄생했다. 아무리 많이 먹어보았다 한들 분명 음식을 좋아하는 것과 잘 만드는 것은 별개의 일 아니었을까. “신기하게도 ‘이게 그 맛이었지?’ 하고 기억을 더듬어 만들면 두세 번 만에 목표한 맛을 낼 수 있더라고요.” 어떤 재료끼리 조합하면 어떤 다른 새로운 맛이 나올지를 이미 몸으로 체득하고 있었던 것. 요리를 일찍이 즐겼던 것은 아니다. “혼자 사는 남자들 대부분이 그렇듯 요리라고 부르기 힘든 음식을 해먹었죠.” 파도 가위로 툭툭 잘라 넣어 대충 맛은 나게 만든 찌개랄지 말이다. 제대로 된 칼질은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하면서 흥미를 붙였다. 요리의 참맛은 할 때보다 남이 음식을 먹을 때 찾아왔다. “‘맛있었어요!’라고 환하게 웃으며 건네는 손님의 말 한마디에 짜릿한 희열이 느껴지더라고요. 마치 제가 작곡한 곡이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며 불리는 기분이랄까요.” 그에게 빈 그릇은 곧 박수갈채였던 것이다. 최근엔 테이스티버거 외에는 다른 음식을 먹은 기억이 거의 없다. “제가 맛있어야 성공한다고 생각했어요.” 그가 좋아했던 버거에 준하는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 밤새 햄버거 연구에 몰두했다. 패티를 만들어 먹다 체중이 무려 14kg나 불었다. 발 사이즈도 5mm가 늘어 결국 인생 최대 몸무게를 찍었다. “명색이 발라드 가수니 체중은 조금 줄여야 할 것 같아요. 가냘플 것까지는 없지만 잘 먹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으면 좋겠거든요.”

테이가 가장 자신 있게 내놓은 비장의 버거는 순수 개발 메뉴인 크라켄버거다. 오징어의 뼈와 내장을 일일이 제거해서 손질하는 일부터 기름에 부친 오징어전만 수천 개. 그렇게 탄생한 크라켄버거의 바삭한 오징어 패티와 매콤새콤한 특제 소스, 반숙 달걀 프라이는 가히 천재적인 조합이랄까. 현직 이탤리언 레스토랑 셰프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올 하반기까지는 테이스티버거에 매진할 생각이다. “내년에는 동생에게 자리를 조금씩 내줄 생각이에요. 저는 다시 무대로 돌아가야죠.” 간혹 매장에 찾아오는 팬들이 “이제 음악은 안 하세요?” 하며 걱정 섞인 질문을 던질 때가 있다. “저의 늘 첫 번째는 음악이에요. 그다음은 뮤지컬과 라디오 DJ죠. 버거는 새롭게 시작한 또 하나의 분야인 거고요. 물론 이것도 목숨 걸고 열심히 하고 있지만요.” 그가 느꼈던 수제버거만이 줄 수 있는 건강한 포만감을 사람들이 테이스티버거를 맛보고 경험하기 바란다. 가격의 문턱을 조금 낮추면서도 재료의 퀄리티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다. 그가 고집하는 수제버거의 자존심이다. “수제버거를 만드는 일은 일종의 작곡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제가 매일매일 살아 숨 쉬는 곳이 바로 여기니깐요.” 그는 오늘도 주방에서 ‘테이스티버거’란 자작곡을 연주 중이다. 아마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곡이리라.

테이스티버거
가수 테이가 운영하는 테이스티버거는 매일 아침 굽는 수제빵과 신선하고 품질 좋은 재료로 만든 건강한 수제버거를 선보인다.
· 테이스티버거 7800원, 에그마니버거 8500원, 크라켄버거 1만900원
· 서울시 마포구 독막로 67-11 1층
· 오전 11시 30분~오후 10시(화~일요일), 오후 5~10시(월요일), 브레이크 타임 오후 3시~4시 30분
· 02-336-3034

edit 이승민 — photograph 이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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