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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린 음식과 건강 @정재훈

2018년 8월 2일 — 0

여름철만 되면 얼린 음식의 영양소에 대한 뉴스가 TV와 포털 사이트를 뜨겁게 달군다. 정말 블루베리를 얼리면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지고, 두부를 얼리면 단백질 함량이 증가하는 것일까? 얼린 음식의 영양소에 대한 허와 실을 짚어보았다.

text 정재훈 — edit 양혜연 — photograph 이향아

블루베리 얼리면 더 좋을까

상식을 벗어나는 뉴스일수록 눈이 가기 마련이다. 채소나 과일을 얼리면 건강에 더 유익하다는 이야기가 그렇다. 얼려도 괜찮다는 정도가 아니라 얼리면 더 좋다니, 무더운 여름에 시원한 소식이다. 블루베리 속 항산화 성분이 얼리면 더 풍부해진다는 연구 결과는 지난 몇 년 동안 여름이면 미디어에 회자되는 단골 뉴스다.

2014년 미국 사우스다코타 주립대학교 식품학과 연구팀에 따르면 신선한 블루베리를 수확 즉시 냉동하면 보관 기간이 1, 3, 5개월로 길어질수록 블루베리 속 항산화 물질의 대표격인 안토시아닌Anthocyanin의 농도가 짙어진다는 것이다. 국내 다수의 매체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본래 블루베리 속 안토시아닌은 다른 식물 조직의 방해로 일정 부분 농도가 증가하기 어려운데, 냉동하면 방해를 받지 않고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여기서부터 뭔가 의심스럽다. 사우스다코타 주립대학교에서 내놓은 보도 자료에는 위와 같은 설명이 없다. 원문을 찾아보면, 블루베리를 얼리는 과정에서 얼음 결정이 생겨나는데, 이렇게 형성된 얼음 결정이 식물 조직의 구조를 망가뜨려 그 속에 붙잡혀 있던 안토시아닌이 더 많이 풀려난다는 취지의 설명은 있다. 하지만 냉동하면 방해를 받지 않고 지속적으로 활동한다는 이야기는 어디에 찾아봐도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문에 나오지도 않는 내용과 어휘로 포장된 설명이 매년 여름이면 대한민국 뉴스 사이트들에 반복하여 등장한다. 음식과 건강에 대한 것인 이상, 신문과 방송에 나온다고 해서 진짜 뉴스가 아니다. 가짜 뉴스를 베낀 가짜 뉴스가 수두룩하다. 냉동 블루베리에 대한 이 연구가 관련 학술지에 실린 것도 아니고, 사우스다코타 주립대학교 식품학과 연구팀의 논문이 아니라 마린 플럼이라는 학부생의 대학 졸업 논문에 실린 연구 결과라는 사실은 국내 어느 언론에서도 다루지 않았다. 학부생의 연구라고 하여 폄하할 이유는 없지만, 블루베리의 효능을 높이기 위해 오늘부터 얼려 먹어야겠다고 결심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한 셈이다.

언두부의 효능에 대한 진실

매년 여름이면 화제가 되는 얼린 두부의 효능에 대한 뉴스도 실속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냥 두부에는 단백질이 100g당 7.8g 정도 있다면, 언두부에는 50.2g 정도가 들어 있어 언두부가 단백질 함량이 여섯 배나 높다’며 두부를 얼려 먹는 것이 좋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방송에서 언급한 두부가 과연 한국의 가정에서 얼린 두부인가부터가 의문이다. 언두부 100g당 단백질이 50.2g이라는 수치는 식약처에서 제공하는 영양정보(100g당 49.4g 또는 50.5g)와는 조금 차이가 있다. 일본 매체에서 제시하는 언두부 단백질 수치와 일치한다. 일본 뉴스를 그대로 가져온 이야기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게다가 집에서 얼린 두부에 단백질이 50.2g이 들어 있는 게 아니라 얼리고 수분을 제거하는 과정으로 생산된 시판 동두부에 단백질이 그 정도로 농축되어 있다는 것이며, 고야도후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동두부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일본과는 달리 우리 주위에서는 아직 흔하게 찾아볼 수 없는 언두부에 대한 설명이기도 하다. 단백질 함량에 대한 수치가 맞긴 하지만, 그렇다고 언두부를 모두부처럼 먹기에는 열량이 과하다. 냉동하여 수분을 짜낸 시판 동두부에는 단백질뿐만 아니라 지방도 여섯 배로 농축되어 있다. 100g당 열량도 얼리지 않은 두부의 여섯 배다.

엉터리 건강 뉴스는 수명이 길다. 칼로리는 낮으면서 단백질 섭취량을 높일 수 있으니 두부를 얼려 먹으면 좋다는 뉴스가 미디어와 소셜 네트워크를 타고 계속 퍼진다. 2015년 4월 한 종편 프로그램에서 자연치료 한다는 의사가 내놓은 주장을 같은 방송사의 다른 건강 프로그램에서 다음 해 1월 전문가만 식품영양학자로 바꾸어 그대로 반복하고, 2016년 12월에는 다른 건강 잡지에서 기사로 쓰고 카드 뉴스로 만드는가 하더니, 드디어 올해 여름에는 공중파 뉴스에서도 두부·블루베리, 꽁꽁 얼려 먹어야 좋다는 동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터무니없는 건강 뉴스가 계속 보도되는 것은 상식을 벗어나더라도 화제성이 크면 더 많이 다루는 미디어의 속성 때문이다. 조금만 따져봐도 이치에 맞지 않는 뉴스를 미디어가 서로 베끼고 확대 재생산하면, 어느새 처음의 가짜 뉴스가 믿음의 근거로 변한다. 뉴스에 나왔는데 틀릴 리가 없지 않느냐는 생각이다.

식품 냉동의 과학

그렇지 않다. 뉴스에 백 번 나와도 틀린 건 틀린 거다. 하지만 얼린 음식에 대한 뉴스 속에도 부분적 진실은 들어 있다. 얼리면 음식의 상태가 변한다. 이때 식품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제일 큰 원인은 냉동 과정에서 생겨나는 불안정한 얼음 결정이다. 무수한 얼음 결정이 만들어지고 녹았다가 다시 생성되기도 하며 크기와 모양이 변한다. 날카로운 얼음 결정이 음식물 속 세포 구조물에 구멍을 숭숭 뚫으면 세포 속 수분과 영양분이 빠져나간다. 고기를 얼렸다가 해동시키면 육즙이 빠져나오고 채소를 얼렸다가 녹이면 이파리가 축 처지는 이유다. 같은 이유로 블루베리를 얼렸다가 녹이면 식물 세포벽 속에 갇혀 있던 항산화 물질이 조금 더 많이 바깥으로 빠져나오는 이점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과학자들의 연구를 종합해보면 냉장이나 실온 보관보다는 덜하지만 항산화 물질이 손실된다는 결과가 제일 많고, 원상태와 별 차이 없이 유지된다는 연구가 그 다음, 냉동 보관 중에 항산화 물질이 증가한다는 연구는 가장 적은 수를 차지한다. 냉동은 커다란 영양 손실 없이 식품을 장기간 보관하기 위한 훌륭한 방법이지만 냉동으로 식품의 영양 가치나 ‘효능’이 더 좋아지지는 않는다.
급속 냉동하면 얼음 결정의 크기가 더 작게 만들어진다. 극저온을 유지할수록 결정의 크기를 작게 유지할 수 있다. 결정의 크기가 작을수록 세포 구조물의 손상이 덜하다. 녹았다 재결정되며 얼음 결정이 커지면서 수분이 이동하면 음식의 조직감이 달라진다. 냉동 전에 바삭했던 피자 크러스트는 눅눅해지고, 촉촉했던 토핑은 수분을 빼앗기고 말라붙는다. 전체적으로 음식 속 수분이 줄어드는 만큼 무게당 영양분 함량은 증가한다. 얼린 블루베리와 두부 속 영양 성분이 늘어난다는 건 음식을 건조하면 영양분이 늘어난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물론 음식을 말리면 건강에 좋다는 주장도 대중매체에 자주 오르내리는 영양가 없는 뉴스다.)

식품을 냉동 보관하면서도 품질을 유지하려면 이러한 수분 손실을 막는 게 필수적이다. 지난 5월호 올리브 매거진에 소개되었던 서해안 꽃게의 포장 과정에서 급속 냉동한 꽃게 박스에 찬물 샤워를 하여 얼음막을 입힌 것도 같은 목적이다. 해산물 냉동에 주로 사용되는 얼음막(Glaze)은 냉동된 식품의 표면이 공기에 노출되는 것을 막아 수분 손실과 지방의 산화를 방지한다. 육류를 얼릴 때 포장재로 꽁꽁 싸매는 것도 화상을 입은 것처럼 고기 겉면의 색이 변하는 냉동변색(Freezer Burn)을 막기 위한 것이다.

한 번에 다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식품을 구입한 경우라면 얼려두고 소비하는 게 나을 때도 있겠으나, 방송에서 떠드는 효능을 기대하고 멀쩡한 음식을 얼려 먹을 이유는 없다. 그럴 바에는 처음부터 냉동되어 유통되는 식품을 사다가 먹는 게 낫다. 가정용 냉장고의 냉동실을 이용해서는 음식을 급속으로 냉동하기 어렵다. 커다란 얼음 결정이 생길 수밖에 없고 그만큼 해동했을 때 맛과 품질이 떨어진다. 냉동식품이라고 너무 오래 보관하는 것도 좋지 않다. 가정용 냉동실 온도는 보통 영하 20도 이상인 데다가 문을 열거나 자동 성에 제거 기능이 작동할 때마다 온도가 높아지므로 얼음 결정이 더 커지는 걸 막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집 냉장고에 오랫동안 보관한 아이스크림 겉면에 성에꽃이 피고 말라붙어 혀끝을 겉도는 이유다. 얼린다고 음식의 효능이 높아지진 않지만, 냉동 과일이나 채소를 먹더라도 영양 손실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얼린다고 두부가 약이 되는 건 아니지만, 동두부는 생두부와는 다른 질감과 맛으로 미식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화제성이 덜하고, 상식에 반하는 내용이 아닐지 몰라도 얼린 음식에 대한 진짜 정보는 이런 거다. 끝으로 혹여 이 글을 읽는 기자가 한 명이라도 있을까봐 한마디만 덧붙이자. 뉴스는 무엇보다도 진실해야 한다.

정재훈은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한 후 캐나다 토론토에서 다년간 약사로 일했다. 음식만큼이나 사람들과 요리와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걸 좋아한다. 잡지, TV, 라디오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음식과 약에 대한 과학적 정보를 전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정재훈의 식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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