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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앱과 음식의 미래 @정재훈

2018년 6월 29일 — 0

전화 주문의 시대는 갔다. 단 몇 번의 터치면 집 앞까지 요리를 전해주는 배달 앱의 인기가 전 세계적으로 뜨겁다. 배달 요리 주문 플랫폼의 발전은 우리의 식사 패턴은 물론 더 나아가 인류의 미래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text 정재훈 — edit 양혜연 — photograph 이향아

마크 저커버그는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직접 운영하지 않는다. 12명의 직원이 팀으로 관리한다. 블룸버그 통신이 2017년 1월 보도한 내용이다. 하지만 나는 니클라스 외스트버그가 실제로 배달 앱을 쓰는지가 더 궁금하다. 그는 세계 1위 음식 주문 업체 독일 딜리버리 히어로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이다(딜리버리 히어로는 국내 업계 2위 요기요와 3위 배달통의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궁금증을 갖게 된 계기는 니클라스의 방한 인터뷰 기사를 읽고 나서부터였다. 그는 10년 전엔 인터넷으로 피자를 주문하는 데 책상 앞에 앉아서 7~8분을 보내야 했지만, 지금은 앱으로 어디서나 음식을 주문할 수 있고 1~2분이면 주문이 끝난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다. 음식 주문에는 여전히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배달 음식 선택의 폭이 너무도 넓어졌기 때문이다.

짜장면과 짬뽕을 사이에 두고 고민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팟타이와 분짜, 하노이식 쌀국수와 태국식 쌀국수, 봉골레와 아라비아타 파스타 사진을 둘러보기만 해도 5~10분이 훌쩍 지나간다. 배달 앱은 선택지가 다양할수록 결정이 더 어려워진다는 ‘선택의 역설(Paradox of Choice)’ 이론에 딱 들어맞는다. 니클라스가 앱으로 1~2분이면 주문이 끝난다는 말을 한 진의는 뭐였을까. 음식 배달 서비스를 실제 이용해본 경험이 부족하여 실언한 걸까 아니면 자사 배달 앱 주문의 편리성을 강조하고 싶었던 걸까.

배달이 가져오는 음식의 변화

선택이 고민된다고 먹기를 포기하는 사람은 없다. 진짜 걱정은 행복한 고민 끝에 마음을 정하고 주문을 전송한 순간부터다. 음식은 시간에 따라 변한다. 바삭해야 마땅한 돈가스 겉면은 내부에서 흘러나온 수증기를 머금어 눅눅해지고, 짜장면 면발은 서로 달라붙고 불어터진다. 수분을 잃어버린 피자 크러스트는 종이처럼 질겨지고 치즈는 탄성을 잃고 반투명으로 굳는다. 길에서 식어버린 음식을 먹고 싶은 사람은 없다. 삼겹살과 스테이크를 배달해 먹고 싶진 않다며 고개를 내저었던 이유다.

그런데 막상 시켜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먹을 만하다. 기본 구성에 뜨거운 김치찌개를 넣어 고기의 온도를 유지하고, 보온 포장하여 배달한다. 높은 지방의 융점으로 인해 돼지고기보다 더 쉽게 굳는 소고기 스테이크의 경우, 처음부터 수비드로 조리하여 육즙 손실을 막고, 냉장팩에 넣어 배달한 후 집에서 전자레인지로 재가열하여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곳도 있다. 네이선 미어볼드의 모더니스트 퀴진을 현실에 적용하는 데 앞장선 사람들은 파인다이닝보다 배달업계에 더 많은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 어떤 첨가제를 넣어도 면이 붇는 것을 온전히 막을 수는 없고, 보온 포장한 피자라도 시간이 경과하면 식기 마련이다. 앱으로 주문을 마치고 나면 주문조회 창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상태를 확인하게 되는 이유다. 위치 확인 기능으로 내가 주문한 피자가 도착하기 전에 동선상 가게와 가까운 집에 먼저 피자를 배달하고 오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고, 왜 식어서 오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 건 고마운 일이지만, 현재의 기술 수준은 거기까지다. 배달이 지연될 경우에도 음식의 맛과 품질을 유지하는 기술은 아직 부족하다.

배달 앱과 건강

전에는 배달되지 않는 맛집의 음식을 배달해 먹는 서비스도 크게 늘었다. 배민라이더, 푸드플라이, 우버이츠의 경쟁이 치열하다. 플레이팅과 셰플리처럼 애초에 배달을 목적으로 셰프가 개발한 메뉴를 직배송하는 서비스도 뜨고 있다. 매운 갈비와 글레이즈 사과, 수란을 얹은 닭다리살 김퓨레밥을 새벽에 배송받아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어보면 맛이 제법 괜찮다. 생각보다 맛있다. 식당에 직접 가서 먹는 것보다야 덜하지만, 식당에 안 가고도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서는 만족스럽다. 무엇보다 양이 많다. 음식 양은 맛, 배달 시간과 함께 배달 음식 평가의 3대 기준이다. 리뷰가 많은 곳은 공통적으로 양이 많거나 양이 많아 보이도록 메뉴를 구성한 곳들이다. 요즘 인기라는 삼겹살 1인분을 시키면 고기, 김치찌개, 명이나물, 김치, 쌈, 음료 또는 물, 소스와 공기밥을 가져다준다. 고기 양이 많아 보이도록 소시지와 파채를 함께 내놓기도 한다. 밥 한 공기를 추가하면 둘이 나눠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하다. 배달 음식을 이용할 때는 누구나 양에 민감해진다. 배달 앱 이용이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한 2014년에 전화 주문보다 배달 앱 주문 시 음식 양이 더 적다며 논란이 일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1인분의 양이 많아도 나눠 먹거나 남겨두었다가 나중에 먹는다면 문제가 될 일은 없을 거다. 불행히도 그렇지 않다. 많이 주면 많이 먹는다. 큰 그릇에 시리얼을 담아주면 작은 그릇일 때보다 16%를 더 먹는다. 남기지도 않는다. 성인의 92%는 자기 접시에 담은 음식을 전부 다 먹는다. 배달 음식이라고 특별히 건강에 나쁜 성분이 더 들어 있진 않지만, 양은 과한 경우가 많다.

음식 배달 트렌드와 함께 식사 패턴도 변하고 있다. 지난해 말, 우버이츠가 1019명의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를 보면 브런치의 인기는 줄고 야식이 늘고 있다. 야식 빈도가 브런치의 두 배에 이른다. 밤에 먹는 것 자체는 해롭지 않다. 자기 전에 150kcal 이하의 소량의 간식은 근육 단백질 합성과 심장 건강에 이로울 수 있다. 그러나 야밤에 과식하는 것은 좋지 않다. 하루 동일 칼로리를 섭취하는 사람이라도 늦은 시간에 먹는 경우에 지방이 축적될 가능성이 더 높고, 당뇨병 위험 또한 증가한다. 게다가 밤이 되면 자제력 소진으로 고열량 음식을 과식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더 쉽다.

배달 앱과 음식의 미래

지난 3월 이탈리아 여행 마지막 밤, 나도 그런 유혹에 빠졌다. 가벼운 저녁 식사를 마친 뒤였지만, 갑자기 밀라노의 햄버거를 맛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호텔에서 2km 떨어진 식당에 걸어갈 만한 힘은 없었지만 스마트폰 앱을 열고 손가락 몇 번 움직여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주문하기엔 여력이 충분했다. 처음에 40분이 예상됐던 배달 시간은 20분으로 줄어들었다가 다시 30분으로 변했고, 마침내 39분 46초 만에 햄버거와 감자튀김이 도착했다. 하지만 불평할 수 없었다. 주문 상태 표시 화면에 자전거가 움직이는 걸 보고 난 뒤였기 때문이다. 다른 두 곳을 배달하고 마침내 호텔 입구에 도착한 청년의 미소에 그냥 웃으며 화답했다. 배달비가 2.50유로(3300원)인 걸 감안하면 시간당 최저 시급 이상을 벌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다.

여행에서 돌아와 작가 샘 리치스가 토론토에서 자전거로 6개월 동안 음식을 배달한 경험에 대해 쓴 글을 찾아 읽었다. 음식 배달을 그만둘 수 있어서 다행이었고, 그 일을 그리워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그가 배달 중에 만난 다른 자전거 배달부는 음식 배달 회사 세 군데를 위해 뛰어다니면서 그렇게 해야 조금이라도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만든 지 40분이 지난 감자튀김이 눅눅해지는 걸 막을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배달원의 처우가 최저 시급을 벗어나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기도 하다. 서울, 밀라노, 토론토에서 모두 같은 음식 배달 앱을 쓸 수 있지만, 배달원의 삶 또한 세 도시에서 동일하게 힘들어 보인다. 사람이 기계로 대체되기 전에, 먼저 사람이 기계처럼 일만 하게 되는 건 아닐까.

“10년 뒤엔 인공지능이 주문받고 로봇이 배달해주는 세상이 될 겁니다.” 니클라스 외스트버그의 예상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영국 저스트잇은 2016년 12월부터 로봇을 통한 음식 배달을 시작했고, 2017년 8월 미국 도미노피자와 포드가 손잡고 무인자동차를 이용한 피자 배달을 시험 운영했다.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의 줌 피자는 토핑을 올리는 걸 제외하면 로봇이 만들고 주문지까지 거리가 멀 경우에는 56개의 오븐이 내장된 배달 트럭에서 완성하여 내놓는다. 배달원의 삶이 나아지기 전에 배달원과 요리사가 로봇으로 대체될 날이 먼저 올까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그런 미래가 와도 괜찮을까. 배불리 먹고 나서도 뒷맛이 쓰다.

정재훈은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한 후 캐나다 토론토에서 다년간 약사로 일했다. 음식만큼이나 사람들과 요리와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걸 좋아한다. 잡지, TV, 라디오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음식과 약에 대한 과학적 정보를 전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정재훈의 식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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