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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증도 천일염

2018년 6월 28일 — 0

설탕은 몰라도 소금 없이는 살 수 없다. 맛을 더하는 조미료를 넘어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는 소금. 태평염전에서 ‘짠맛’의 가치를 배우고 왔다.

생태의 보고, 신안 증도 태평염전

전남 신안군 증도면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단일 염전인 태평염전이 있다. 140만 평 규모로 여의도 면적의 2배에 달한다. 수직으로 교차하는 수로들에 의해 구획된 드넓은 저수지와 차곡히 쌓여 있는 소금 산. 태평염전에 도착하기 전까지만 해도 ‘염전은 황량한 사막과도 같지 않을까’란 막연한 상상을 품고 있었다. 서울에서 약 5시간을 내달려 도착한 태평염전은 그런 예상을 산산이 깨부수었다. 광활한 염전 주위로 게, 갯지렁이, 짱뚱어 등의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는 증도 갯벌과 함초, 해홍나물, 칠면초 등 색색의 염생식물 군락이 펼쳐진 염생식물원에 이르기까지 단순히 소금을 채취하는 기능적 역할을 수행하는 곳 이상으로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가 조성되어 있었다. 이는 국제적인 지표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2007년 유네스코에서는 신안군의 해양 환경을 신안 다도해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하였고, 증도가 아시아 최초로 이탈리아 국제연맹으로부터 슬로시티로 승인된 데 이어 2011년에는 람사르 습지로 공식 지정되어 ‘세계 5대 습지’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생태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것이다. 현재 태평염전이 이루어낸 성과는 천혜의 자연환경이 크게 기여했다고 할 수 있지만 결코 그 자체만으로 손쉽게 획득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손일선 회장의 국내 천일염과 태평염전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기에 이룩할 수 있는 쾌거였다. 태평염전의 시작을 거슬러 올라가자면 1953년에 이른다. 본래 6·25전쟁 이후 소금 생산을 늘리기 위해 정부에서 조성했던 염전으로 근대문화유산으로서의 보존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 제360호로 지정되었을 만큼 그 역사가 깊다. 이후에 민간 사업자로 영업권이 넘어가 잠시 운영이 중단되었다가 1985년 태평염업사가 인수하여 태평염전으로 상호를 변경한 것이 지금에 이른다. 현재 손일선 회장의 아버지, 손말철 전 회장이 폐염전을 인수했을 당시만 해도 천일염은 ‘광물’에 불과했다. (천일염이 식품으로 인정받은 것은 2008년 3월 염관리법이 개정된 이후다.)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은 손일선 회장은 2005년 천일염을 식품으로 전환하기 위해 손을 걷고 나섰다. 식약처 박사들과 목포대 천일염생명과학연구소 교수진과 함께 소금 산업의 벤치마킹을 위해 직접 프랑스 게랑드 염전을 방문했다. 그곳에서 그가 가장 충격을 받았던 것은 갯벌 위에서 생산한 토판염의 상태였다. 게랑드 염전 관계자는 뻘흙이 그대로 묻어나는 토판염을 손으로 담아 “세계 최고의 소금입니다” 하고 자랑스레 보여주었다. 그를 비롯한 식약처 박사들은 깨끗하게 정제되지 않은 토판염을 보고 내심 당황했다. “식품 위생과 안전 기준을 이곳에 맞춰야겠다는 생각으로 왔는데 소금이 흙투성이였으니깐요. ‘이렇게 뻘흙을 제거하지 않은 소금을 프랑스 시민들이 먹나요?’ 하고 물었죠.” 프랑스 조합장들이 어이없다는 듯 한참을 쳐다보다 입을 열었다고 한다. “수천 년을 먹어왔습니다.” 손 회장은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 잠시 멍해졌다. 그가 ‘생태’의 중요성에 대해 눈을 뜬 순간이다. 프랑스에서 돌아온 그는 염전이 생태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라는 사명감으로 태평염전을 새롭게 가꾸었다. 염전 주변을 에워싸는 염생식물을 인위적으로 죽이지 않고 오히려 자연스레 자라도록 염생식물원을 조성하는 한편 소금 창고로 쓰던 옛 건물을 소금박물관으로 개조했는데, 이는 국내 최초의 소금박물관이자 2007년 등록문화재 제361호로 지정된 근대문화유산이 되었다. 소금은 이곳에서 단순한 조미료가 아니었다. 하나의 문화이자 풍요로운 생태계 그 자체였다.

천일염이 만들어지는 25일

우리나라의 천일염은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소금량의 0.1%에 해당하는 희귀한 소금이다. 전 세계 소금 생산량이 2억6600만 톤인 데 비해 천일염의 생산량은 44만 톤에 불과하다. 이 중 국내에서 생산되는 갯벌천일염이 28만 톤으로 0.1%에 해당되며 세계 갯벌천일염 생산량의 63%를 책임지고 있다. 석유만큼이나 귀한 천혜의 자연 보고를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천일염은 자연의 햇빛과 바람, 갯벌과 바닷물의 상황에 대부분 의지한다. 따라서 자연환경에 따라 품질 차이가 크게 날 수밖에 없다. 천일염이 생산되는 염전은 크게 저수지, 증발지, 결정지로 구성된다. 저수지는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해 해수를 저장하는 공간으로, 이 해수가 수로를 통해 증발지로 이동하여 햇빛과 바람을 맞는다. 염도가 높아진 해수는 결정지에서 소금꽃으로 피는데 이처럼 바닷물이 천일염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약 20~25일 정도 소요된다. 염전에서 염인들을 볼 수 있는 시간은 대개 오후 4~6시 사이다. 증발지에서 결정지로 소금물이 보급되는 시간이 오전 9시경. 대략 7시간이 경과해야 소금을 채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해가 저물기 전에 도착한 덕분에 채취한 소금을 대파(끌개)로 한곳으로 모아 채염하는 염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채염된 소금은 수분을 어느 정도 뺀 다음 레일카에 담아 소금 창고로 이동시켜 일정 기간 보관한다. 이 모든 수고로운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우리 식탁 위에 놓일 준비를 마치게 된다.

슬로푸드의 근간, 소금

분자요리의 아버지로 불리는 페란 아드리아는 소금을 두고 ‘요리를 변화시키는 단 하나의 물질’이라 일컬었다. 소금은 맛의 핵심이다. 이 명제에 반박할 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도 바로 이 소금을 바탕으로 전통 발효 음식을 만들고 지켜왔다. 알코올 발효 음식으로는 전통주 종류, 설탕 발효 음식으로는 매실 종류를 들 수 있지만, 간장, 된장, 고추장, 김치, 젓갈, 장아찌 등 한국 발효 음식의 뿌리가 되는 것이 모두 천일염 발효 음식이다. “우리나라 슬로푸드 근간에 천일염이 있는 것이죠.” 특히 손 회장은 콩에 천일염을 넣어 발효시켜 된장, 간장, 고추장을 만든 조상들의 슬기로움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 “현대 의학에서는 나트륨과 칼륨의 이온 밸런스가 맞을 때 인체가 가장 최적합이 된다고 하거든요.” 세계 5대 건강식으로 꼽히는 콩은 칼륨이 1660에 나트륨은 0으로 완전 칼륨 식품이다. 오히려 콩만 먹으면 과칼륨혈증에 걸려 신장이 망가질 위험이 있다는 얘기. 나트륨과 칼륨의 개념은 몰랐겠지만 조상들은 콩에 소금을 넣어 발효시켰고, 콩 찌꺼기에 바닷물이나 간수를 부어 두부를 만듦으로써 나트륨과 칼륨의 균형을 맞췄던 것이다. 염전의 생태를 조성한 손 회장은 이제 염전에 비치는 풍부한 일조량을 이용해 일부 태양광 산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빛과 소금. 그야말로 ‘생명’을 만드는 셈이 된다. “제 이름(손일선)의 ‘일’자가 날 일日입니다. 소금과 태양광. 이래저래 태양과 관련 있는 삶을 살고 있네요.” 때마침 해가 저물면서 염전 전체가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슬로시티 창시자인 사투르니니가 증도에 방문하여 이 광경을 보고 ‘신이 키스한 곳’이라며 극찬했다고 한다. 하늘과 바다 그리고 염전을 물들이는 붉은 낙조를 마주하니 과연 그러했다. ‘신이 키스를 하고 눈물을 흘렸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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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 이승민 — photograph 이병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