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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영의 짠 소리

2018년 8월 6일 — 0

TV 브라운관과 뮤지컬 무대 사이를 종횡무진하는 배우 김호영. 먹는 음식에도, 대하는 사람에게도 적절한 간이 필요하다는 그에게서 예리한 인생의 통찰을 엿보았다.

지난해 MBC <라디오스타>에서 구성진 입담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세간의 이목을 끈 김호영은 MBC <복면가왕>, KBS2 <1%의 우정> 등 예능 프로그램의 고정 자리를 연달아 꿰찼다. 순식간에 만능 예능 대세로 떠올랐지만 그의 본진은 다름 아닌 무대다. 최근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에서 산초 역으로 서울 공연을 성황리에 마치고 다시 9월 초까지 전국 8개 도시 투어를 앞두고 있는 시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틈새를 비집고 그의 아지트로 소개받은 유러피언 레스토랑 아벡누에서 첫인사를 나누었다. “이곳은 아벡누AVECNOUS라는 이름부터 마음에 들었어요.” 프랑스어로 ‘우리 함께’라는 뜻을 가진 아벡누는 누구나 편하게 와서 즐길 수 있는 유러피언 가정식 레스토랑이다. “누군가 저에게 ‘우리 호영이’라고 부른다면 그는 저와 아주 친밀한 사이일 거예요. ‘우리’라는 이름을 내건 레스토랑이라면 ‘우리 가족’, ‘우리 친구’에게 좋은 음식을 대접하고자 하는 오너의 마음이 담겨 있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보통은 단골이 되면서 주인장을 알게 되기 마련인데 이 경우에는 반대였다. 그는 먼저 사석에서 우연히 아벡누 고가연 대표와 안면을 텄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벡누에서 식사할 기회를 가졌다. 재료 하나하나에서 건강한 맛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음식을 맛본 이후로는 단숨에 단골이 되었다. “음식을 대접하고 나누면서 ‘우리’가 될 수 있는 단계를 건너잖아요. 바로 고 대표와 저의 인연이 그랬던 거죠.” 이곳에서 그가 즐겨 먹는 메뉴는 라따뚜이. 주키니, 가지, 당근을 큼지막하게 썰어 토마토와 함께 조린 스튜는 맛은 물론이고 영양까지 챙길 수 있는 특별한 건강식이다. 이외에도 크림소스에 조린 시금치와 수란을 빵 위에 얹은 이탈리아 요리 플로랑틴 알라, 오징어튀김에 매시트 포테이토를 곁들인 스페인 요리 깔라마리 빠따따 등 다른 레스토랑에서 접하기 힘든 생소한 메뉴들이 그의 호기심을 늘 자극시킨다. “도전의식이 강해서 남들이 주로 시키지 않는 메뉴를 주문하는 편이거든요.” 이곳에 올 때면 20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친구들과 떠났던 유럽 배낭여행의 추억도 떠오른다. 으레 대학생들의 배낭여행이란 바게트 하나로 검소하게 하루를 버티게 마련이지만 그는 그렇지 않았다. ‘이곳에 언제 다시 오겠나’ 싶은 마음으로 누릴 건 모두 다 누리고 돌아왔다.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강렬한 음식이 있다. 밀라노에서 맛본 리소토다. 금가루로 쌀을 빚은 듯 샛노란 빛을 띤 리소토는 충격적으로 황홀한 미각적 경험이었다. 아직도 그 정체를 모르겠다는 그의 말을 가만히 듣던 고 대표가 말했다. “사프란 리소토예요.” 십수 년간 해묵은 의문이 시원하게 풀리는 순간이었다.

아무리 바쁜 그도 시간을 들여 몸을 보양하는 작은 습관이 있다. 먼저 아침에 일어나면 공복에 홍삼 한 잔을 마시고 꿀벌에서 채취한 생꽃가루인 화수분을 밤꿀에 개어 한 숟갈 떠먹는다. 피로 해소와 목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또 잠들기 전에는 면역력 향상에 효과가 있는 프로폴리스액을 섭취한다. 한때는 3개월 동안 혹독한 체질식을 유지한 적도 있었다. 체질상 잘 맞지 않는 육류와 밀가루는 되도록 섭취하지 않고, 대신 곡물과 채소, 해산물 위주의 식단을 꾸렸다. 부족한 단백질은 전복으로 보충했다. 체중 관리에는 성공했지만 이내 일반식으로 돌아갔다. “무리한 스케줄을 소화하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이제 그는 별다른 건강식을 챙기는 것보다도 ‘그날 그때 당기는’ 것을 먹는다. “무언가 먹고 싶다고 떠오르는 음식은 몸에서 필요로 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제 삶의 재미와 낙이에요.” 가리는 것 없이 모든 음식을 잘 먹는다는 그는 어떤 음식을 가장 좋아할까. “요즘엔 평양냉면의 슴슴한 맛에 꽂혔어요.” 평양냉면 맛집을 고르는 기준을 물었다. “곁들여 먹는 것에 따라 달라져요. 예를 들어 을밀대를 가면 빈대떡을 먹어야해요. 평양면옥에서는 수육, 우래옥에서는 소고기를 꼭 시키죠.” 간이 세고 자극적인 음식만을 주로 찾던 그가 순한 맛도 느낄 수 있게 된 것은 어른이 되어서일까. 그는 사람에 대해서도 애정의 농도를 조절할 줄 알았다. “요리를 할 때도 싱겁게 간을 한다고 소금을 전혀 안 넣는 게 아니잖아요. 그저 적절히 넣을 뿐이죠.” 소금을 어느 정도 넣느냐에 따라 음식의 맛이 결정되는 것처럼 사람에게도 소금을 알맞게 써야 한다는 것. “저는 여태까지 상대방을 더 생각하는 마음에 소금을 너무 많이 넣었던 거예요. 먹는 사람의 입장까지 고려하지 못했죠.” 사람마다 입맛은 제각각이거늘 진정으로 그 사람을 위한다면 그가 원하는 정도의 소금(애정)을 주어야 한다. 자신의 레시피가 어느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가 사람을 대할 때 적절한 ‘간’을 쓸 줄 알아야겠다는 ‘사람’ 공부를 진득하게 배웠던 계기가 있다. 2015년 ‘호이컴퍼니’라는 회사를 운영했을 때다. 배우로서 관객을 대하는 일은 능숙했지만 본격적인 사업을 이끄는 경영자로서 고객과 직원을 대하는 일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결국 사업은 얼마 못 가 접었지만 ‘호이(김호영의 별칭)스러운’ 공간에 대한 욕심은 여전하다. 아니, 더욱 강렬해졌다. “당시엔 제가 만들어내는 콘텐츠를 통해 저 역시 유명해지고 싶은 욕구가 있었어요. 하지만 그 콘텐츠의 중심인 저 스스로가 아직 대중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실행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죠.” 자신을 먼저 수면 위로 띄워놓는 일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그가 현재 예능계를 종횡무진으로 활약하는 이유 중의 하나다. 그렇다면 온 세상 사람들이 ‘김호영’을 아는 지금이야말로 그가 다시 도전할 시기가 아닐까. “저는 이제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열차를 타고 있어요.” 이제 더 박차를 가해 달려야겠다는 결의가 서는 동시에 안전 운행을 해야겠다는 경각심도 든다. 그가 탄 열차의 최종 목적지를 물었다. “‘호이’라는 섬으로 가는 거죠. 호이랜드.” 김호영은 ‘호이’라는 브랜드가 시대의 아이콘이 되기를 바란다. ‘말하면 꿈으로 이루어지더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볼 수 있는 것은 도전과 성취의 힘이다. 꿈과 환상의 나라 ‘호이랜드’로 향하는 티켓을 끊을 날이 머지않았다. 그곳에는 아마 그가 연기부터 패션, 뷰티, 토크, 트로트 음악까지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호이 방송국’이 자리할 것이다. 만약 ‘호이 레스토랑’이 있다면 어떤 음식을 팔까. “메밀이요. 포만감도 주면서 소화가 잘되니깐요.” 넘치도록 가득 찬 에너지와 편안함을 동시에 안겨주는 김호영. 그는 스스로가 메밀 같은 존재라는 것을 알까 모르겠다.

주키니, 가지, 당근을 큼지막하게 썰어 토마토와 함께 조린 프랑스식 스튜 라따뚜이는  배우 김호영이 가장 즐겨 먹는 메뉴.
주키니, 가지, 당근을 큼지막하게 썰어 토마토와 함께 조린 프랑스식 스튜 라따뚜이는 배우 김호영이 가장 즐겨 먹는 메뉴.

아벡누
프랑스어로 ‘우리 함께’라는 뜻을 가진 유러피언 가정식을 선보이는 캐주얼 비스트로다. 프랑스를 비롯해 이탈리아, 독일, 스웨덴, 스페인 등 유럽의 집밥을 편안한 분위기에서 즐길 수 있다.
· 라따뚜이·꼬꼬뱅 1만8000원씩, 리조또 알라 만조 2만2000원
· 서울시 용산구 독서당로29길 5-6 리플레이스 F동 201호
· 오전 11시~오후 11시, 월요일 휴무
· 02-749-3355

edit 이승민 — photograph 박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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