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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발품 팔아 찾은 맛집

2018년 6월 29일 — 0

이달에도 어김없이 새롭게 주목할 만한 레스토랑을 찾았다. 한식부터 이탤리언 그리고 프렌치까지, 맛있는 음식을 좇는 탐식자의 본능에는 성역이 없다.

권우중 셰프의 한식 파인다이닝

권숙수

미쉐린 2스타를 보유한 ‘권숙수’가 신사동 영업을 마치고 청담동에서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청담동의 권숙수는 반상 문화를 파인다이닝 코스로 선보이는 기존의 DNA를 이어가되, 디테일에 마음껏 욕심내고자 한 권우중 셰프의 의지가 반영된 곳이다. 기존 권숙수의 연장선에 있으면서도 안팎으로 확장된 디테일이 특징이다. 우선 가장 큰 변화는 면적이 넓어지면서 이전 공간이 답답하다고 느꼈던 손님들에게 보다 쾌적한 식사 환경을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공간 한 면이 자갈과 대나무가 있는 파티오를 접하고 있어 시야가 트이고 평온한 느낌을 준다. 또한 주방 내에서는 물론 음식을 서브하는 동선이 개선되면서 서비스에도 신중을 기할 수 있게 됐다. 권숙수의 시그너처라고 할 수 있는 소반은 공방에서 6개월에 걸려 주문 제작했다. 가벼운 월넛 소재에 상다리의 절묘한 균형미가 돋보인다. 음식 하나하나 담음새를 위한 합(그릇)에 신경을 기울인 건 당연지사다. 이는 작은 차이지만 권숙수에서의 미식 경험을 한층 섬세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욕심낸 디테일이다. 권우중 셰프는 계절에 맞게 개발한 신메뉴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잣과 겨자와 꿀을 섞어 만든 거품을 깔고 새우 살과 초당 옥수수를 넣고 찐 호박꽃만두와 꿩으로 낸 육수로 만든 백김치에 꿩고기를 찢어 함께 담아낸 꿩김치다. 권우중 셰프는 “꿩김치는 평양냉면처럼 슴슴한 맛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잘 맞는 별미”라고 덧붙였다.

· 점심상 6만6000원, 점심 테이스팅 코스 10만원
·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로80길 37 4F
· 정오~오후 3시, 오후 6~10시 30분, 일요일 휴무
· 02-542-6268

정통 라구 소스를 맛볼 수 있는 오스테리아

오스테리아 세콘디

라구 리가토니, 포르치니 딸리아뗄레, 그랜드 스테이크

이번 달만 취재 때문에 잠실을 두 번 이상 찾았다. 미식과 관련해서는 좀처럼 소식을 전하는 법이 거의 없던 동네가 최근 들어 두각을 나타내긴 하는 모양이다. 일명 ‘송리단길’이라 불리는 구역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얼마 전 눈여겨볼 만한 오스테리아가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갔다. 예전의 성수동을 보듯 개성 없는 거리를 지나 저 홀로 멋을 내는 세콘디 입구를 발견했다. 은근한 조도의 조명이 밝히고 있는 공간 한 켠에는 붉게 페인팅된 벽면이 자리했고 앤티크한 가구들로 채워진 공간에는 나지막한 색소폰 선율이 흘렀다. 이탈리아에서 ICIF 요리학교를 전공한 셰프가 운영하는 이곳은 셰프가 음식에만 온전히 집중한 공간이다. 메뉴판을 열자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탓에 레스토랑 입장에선 대체로 꺼리는 라구 메뉴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정통 이탤리언 요리를 선보이는 이곳의 시그너처 메뉴는 각종 채소와 고기를 볶아 치킨 육수를 넣고 장시간 끓여낸 볼로냐식 파스타 ‘라구 딸리아뗄레’와 프라임급 등심을 센 불에 시어링하여 마늘과 로즈메리로 향을 입혀낸 스테이크다. 기교를 부리기보다 한결같이 좋은 맛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모든 음식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곳 오너셰프의 손을 통한다. 잘 알려지지 않은 훌륭한 와인이 포함된 와인 리스트도 인상적이다. 맛도 맛이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말도 안 되게 합리적인 가격이다.

· 라구 리가토니 1만8000원, 포르치니 딸리아뗄레 1만7000원, 그랜드 스테이크(500g) 4만2000원
· 서울시 송파구 백제고분로42길 4-9
· 정오~자정
· 010-9744-3419

한여름에 즐기는 무릉도원

이원일 식탁

무릉도원, 늑간살화로구이, 김치저냐

갖가지 어육과 채소를 넣어 화통이 달린 냄비에 끓여 먹는 궁중음식 신선로는 예로부터 가장 호화로운 탕이자 먹으면서 즐거움을 주는 탕이라 불렸다. 우리네 조상들이 느꼈을 그 즐거움을 이제 한남동에서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계절에 맞춰 제철 음식을 담아낸 신선로를 맛볼 수 있는 이원일 식탁이 오픈했기 때문. 레스토랑에 들어서면 전통 한옥을 연상케 하는 나무 대들보와 먹으로 그린 수묵화, 어떤 가림도 없는 ㄷ자 형식의 바 테이블이 눈에 띈다. 손님과의 소통, 쓸데없는 기교를 부리지 않고 오롯이 한식에 집중하겠다는 셰프의 고민이 담긴 배치다. 한식당 운영은 물론 궁중음식연구원, 사찰음식연구소 등에서 오랜 시간 한식을 공부한 덕에 그가 만드는 한식에는 여지없이 깊이가 묻어난다. 시즌별로 차돌박이버섯, 불향돈삼겹채소 등에 양지 사골 육수를 부어 끓여 먹던 제1막 신선놀음을 지나 더운 계절에 맞게 준비한 제2막 무릉도원은 냉복달임 신선로다.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4명의 셰프가 직접 수비드해 익힌 닭가슴살과 아롱사태 수육, 한우 양무침 등에 우사태와 닭으로 낸 냉육수를 부어낸다. 늑간살화로구이와 김치저냐는 주문 즉시 바 테이블 위에서 조리를 시작한다. 한국의 웬만한 전통주 양조장은 다 가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이원일 셰프답게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지역 특산주와 전통주 리스트를 갖췄다. 이곳에서 사용하는 방짜 유기처럼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 좋은 음식을 대접하고 싶다는 셰프의 바람이 이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듯 보인다.

· 무릉도원 5만2000원, 늑간살화로구이 3만2000원, 김치저냐 9000원
·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54길 58-5
· 오후 2~10시, 주말 오후 1~9시, 월요일 휴무
· 010-7411-8211

지속 가능한 프렌치 퀴진

제로컴플렉스

남산 끝자락에 조용히 숨어 있던 한 제약 회사 건물이 리모델링을 통해 피크닉Piknic이라는 이름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그리고 서래마을에 있던 제로컴플렉스가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 피크닉은 나무 사이로 난 좁은 길을 따라 들어가야 비로소 만나게 된다. 꼭꼭 숨어 있어 이름처럼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온 듯하다. 이충후 셰프는 그래서 이곳을 찾아오는 과정부터 다이닝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새로운 공간에선 그의 오랜 철학인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심이 더욱 여지없이 드러난다. 건물 앞에 자리한 작은 온실에는 한련화, 레몬밤, 딜, 고수, 파슬리 등 요리에 사용하는 허브들이 자란다. 좋은 요리는 땅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믿는 이충후 셰프의 일과는 매일 허브에 물을 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계절에 나는 식재료로 최소한의 간을 통해 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으로 살리는 큰 틀은 바뀌지 않았지만 육류가 메인이어야 한다는 형식에는 얽매이지 않는다. 채소와 해산물 위주로 구성된 런치 5코스, 디너 8코스에는 프랑스에서 건너온 클레멍 토마생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내추럴 와인 페어링도 준비돼 있다. 화학적인 처리를 하지 않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드는 내추럴 와인의 철학과 정신은 이충후 셰프의 음식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미쉐린 스타를 받은 이후로 좀 더 과감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하는 그의 요리를 만나러 소풍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 런치 코스 6만5000원, 디너 코스 12만원
· 서울시 중구 퇴계로6가길 30, 피크닉 3층
· 정오~오후 3시, 오후 6~11시, 일·월요일 휴무
· 02-532-0876

edit 김민지, 장은지 — photograph 이향아, 차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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