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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음식을 찾아서 @서산 태안 꽃게

2018년 5월 3일 — 0

충청남도 서산·태안의 명물인 꽃게는 일 년 중 지금 가장 비싸게 팔린다. 갓 잡아 올린 꽃게가 맛깔나는 밥도둑 간장게장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포착했다.

안흥외항(신진도항)의 풍경.
안흥외항(신진도항)의 풍경.

서산·태안의 명품 꽃게

태안의 안흥외항(신진도항)은 서해 중부의 중심 어항으로 꽃게의 주산지 중 하나다. 서산과 태안 일대에서 잡히는 꽃게는 껍데기가 두껍고 청록색의 윤기가 흐르며 반점이 있다. 육질이 단단하고 담백해 맛도 인정받고 있다. 서산·태안 꽃게가 품질이 좋은 데는 어획 방법이 일조한다. 꽃게잡이는 주로 유자망을 이용하는 것과 통발을 이용하는 법으로 나뉜다. 태안에서 활발한 유자망 어획은 해류의 흐름에 따라 그물을 흘려 보내 헤엄치던 꽃게가 자연스레 그물코에 걸리게 하는 방법이다. 유자망을 사용하는 배는 대부분 출조해 하루 만에 돌아온다. 반면 통발 어획은 대체로 큰 배로 나가 길게는 수개월에 달할 정도로 오랜 시간 조업한다. 그렇게 되면 그동안 어창에 갇힌 꽃게가 먹이를 구하지 못해 제 살을 파먹는 경우가 생긴다. 자유롭게 헤엄치다 유자망으로 잡힌 지 얼마 되지 않은 꽃게가 육질이 촘촘하고 선도가 우수한 것은 당연하다. 신진도항에 들어오는 꽃게잡이 배들은 3월 말과 4월 초까지 태안보다 아래인 전라북도 해안에서 조업하며 하루 2~3톤의 꽃게를 출하한다. 수온을 따라 조업 포인트가 점차적으로 올라오는데 태안 앞바다에 본격적인 어장이 형성되는 것은 4월 중순이후 부터다. 하루에 꽃게가 5톤가량 들어오는 이즈음이면 항구는 어느 때보다 활기를 띤다.

가을 꽃게가 유명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는 금어기가 풀리는 8월 20일 이후부터 꽃게 조업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때는 수꽃게가 살이 꽉 들어차 찜으로 인기가 있다. 12월 월동에 들어가는 암꽃게는 수온이 따뜻해지기 시작하는 봄이 되면 알이 꽉 찬 상태로 나온다. 이곳 사람들의 말을 빌리자면 ‘진달래꽃 필 무렵’이다. 이때 잡히는 암꽃게는 연중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5월 말을 넘기면 암꽃게의 품질이 비교적 낮아지기 때문에, 수산물을 취급하는 관계자나 냉동 업계 큰손들은 이때를 놓칠세라 몰려들어 위판장 경매에 참여한다. 간장게장 전문점에서는 게장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최고의 암꽃게가 나오는 4~5월에 경매나 냉동 업장을 통해 1년 치를 구입한다. 잘나가는 식당에서 구입하는 양은 몇 억을 호가할 정도다.

경매가 시작되기 전, 꽃게 선별 작업이 한창이다.
경매가 시작되기 전, 꽃게 선별 작업이 한창이다.
수조 속에 있는 서산·태안 명품 식재료 꽃게.
수조 속에 있는 서산·태안 명품 식재료 꽃게.

꽃게의 유통 과정

경매가 시작되기 전, 배에서 끌어올린 게는 암수가 구분된 상태에서 선별 작업을 거친다. 위판장 내 선별기 컨테이너 벨트에 올려진 꽃게는 무게를 감지하는 센서를 거쳐 무게별 박스로 낙하한다. 박스에 분류된 꽃게는 같은 체급끼리 수조 탱크에 담긴다. 4~5월에 잡히는 꽃게 중에서도 특대 사이즈로 분류되는 꽃게들은 한 마리에 340g 이상에 달한다. 성인 손바닥 두 개 크기에 육박할 정도다. 고급 간장게장집에서는 그보다 한 단계 작은 체급인 250~330g의 암꽃게를 주로 사용한다. 간장 맛이 고르게 배고 간장 통에 유통되기 가장 적합한 사이즈기 때문이다. 살이 꽉 찬 340g 이상은 주로 찜으로 즐기기 좋다. 하루 네 번, 오전 9시, 11시, 오후 3시, 5시 수조 탱크에 담긴 꽃게를 낙찰받기 위해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경매가 진행된다. 열띤 신경전과 고성이 오갈 거란 기대와는 달리, 경매사가 입으로 내는 사이렌 소리와 그들만이 아는 수신호로 경매가 속전속결 진행됐다.

신진도항 수협 위판장에서 진행된 꽃게 경매 모습.
신진도항 수협 위판장에서 진행된 꽃게 경매 모습.

경매에 참가한 관계자 중엔 태광냉동주식회사의 최성규 대표도 있었다. 태광냉동주식회사는 우수한 품질의 꽃게와 대하를 급속 냉동해 전국 각지의 백화점과 마트, 고급 레스토랑에 납품하고 있다. 경매에서 낙찰받은 꽃게는 신진도항에서 멀지 않은 태광냉동으로 옮겨진다. 꽃게는 여럿이 쌓여 있으면 서로 공격하면서 다리가 떨어지는 등 훼손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도착한 꽃게는 서로 해칠 수 없도록 사이사이 얼음을 채워 영하 25도의 냉동고에서 12시간 동안 보관된다. 이 작업은 꽃게를 선도 높게 죽이는 빙장氷藏 과정이다. 빙장된 꽃게는 다시 소분 작업을 거쳐 영하 43도의 냉동고에서 최소 12시간 급속 냉동된다. 꽃게를 급속 냉동하는 이유는 저장과 유통에 용이하도록 하는 것도 있지만 이렇게 하면 해동했을 때 육질이 아삭아삭하고 차지게 되기 때문이다. 급속 냉동된 꽃게 박스는 출하 직전 뚜껑을 열고 박스째 찬물 샤워를 한 뒤 다시 뚜껑을 덮어 테이핑된다. 번거롭긴 하지만 이는 최상 품질의 해산물에 주로 적용되는 작업으로 수막을 형성하는 작업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유통 내내 꽃게가 변색하지 않고 유통 중 발생할 수 있는 손상으로부터도 안전하다.

급속 냉동된 꽃게 출하 전 수막을 형성하는 작업.
급속 냉동된 꽃게 출하 전 수막을 형성하는 작업.

태안 꽃게 제대로 즐기기

꽃밭 근처에 벌집이 있듯, 간장게장 전문점 화해당 본점은 태안 신진도항 꽃게밭에서 내륙 쪽으로 차로 10분 거리에 있다. 이곳에선 매년 약 4월 10일부터 20일 사이 잡힌 최상의 꽃게 1년 치를 급속 냉동된 상태로 들여온다. 들여온 꽃게는 영하 25도에 달하는 화해당 자체 냉동고에 보관된다. 그때그때 필요한 양만큼만 꺼내 살짝 해동시킨 뒤 화해당의 씨간장을 부어 영하 3도의 숙성실로 옮긴다. 이틀 숙성되면 꺼내 다시 새로운 간장을 부어 숙성시킨다. 총 3일 이상 숙성된 꽃게 살에는 비법간장의 감칠맛이 적당히 배게 된다. 그 이상 발효되면 본연의 맛을 잃을 수 있어 간장과 꽃게를 분리해두었다 손님상에 나가기 전 간장을 적신다. 화해당에서는 간장 소스가 달거나 짜지 않도록 철저히 염도를 맞추어 제조하고 있다. 단맛과 짠맛 어느 하나 돌출되지 않은 간장 소스는 꽃게 살 본연의 단맛을 느끼는 것을 방해하지 않고 약간의 풍미를 더할 뿐이다. 화해당의 김경해 대표는 “화해당은 애초에 돈을 벌 목적으로 시작한 곳이 아니다”라며, “돈을 벌 목적으로 개업한 간장게장집들에 의해 원래 간장게장이란 음식이 갖고 있는 맛과 가치가 훼손되는 것이 안타까워 제대로 선보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화해당은 서울 여의도에도 분점을 내고 있다. 이곳에선 태안에서 직송되는 간장게장을 맛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럭포찜도 맛볼 수 있다. 적당히 건조되어 쫀득한 식감과 우럭포 자체의 짭조름한 맛이 일품이다. 간장게장에 밥을 냉큼 비우고는 미리 물을 부어둔 돌솥밥 누룽지 숭늉을 뜬다. 거기에 우럭포찜 한 점을 올려 먹으면 그야말로 입 안의 호사가 따로 없다.

화해당 본점 숙성고에서 숙성 중인 꽃게.
화해당 본점 숙성고에서 숙성 중인 꽃게.
신진도항에서 4월에 잡힌 꽃게로 만든 알이 꽉 찬 화해당 간장게장.
신진도항에서 4월에 잡힌 꽃게로 만든 알이 꽉 찬 화해당 간장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