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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가지 영화의 맛

2018년 4월 9일 — 0

미술을 전공한 푸드 스타일리스트 김유림이 영화의 미장센을 푸드로 재해석했다. 6가지 영화의 맛.

장 발장의 빵

손으로 잡아 뜯은 빵 조각들이 바닥 위에 나뒹굴고 있다. 초라하게 짓밟힌 장 발장의 신분을 말해주는 듯 볼품없다. 밀가루에 색소를 입혀 표현한 프랑스의 삼색기는 당시 프랑스 혁명기를 반영하는 <레미제라블>의 시대상을 상징하고 있다.

불안전한 감정

어떤 풍경을 그리고 싶었던 것인지 짐작할 수 없을 만큼 어지럽게 발라진 물감의 흔적에서 반 고흐의 불안정한 상태가 언뜻 느껴진다. <러빙 빈센트>에 나오는 주요 컬러를 크림치즈에 입힌 뒤 치즈 나이프를 이용해 유화 특유의 터치감을 최대한 살렸다.

마법의 한 모금

이 몽환적인 색의 차를 한 잔 마시고 나면 금방이라도 현실의 기억을 잊고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장면 속으로 빠져버릴 것만 같다. 흩어진 설탕 알갱이들이 맨델스의 달콤한 디저트를, 작은 태슬을 단 티스푼은 호텔의 객실 열쇠를 연상시킨다.

울라프의 회생

대지 위에는 슈거파우더로 된 눈이 소복이 쌓여 있지만 며칠 사이 날이 따뜻해서였을까. 울라프가 녹아내린 듯 당근 코의 흔적만이 희미하게 남아 있다.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하는 오늘밤 사이 울라프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사랑의 결말

<무드 인디고> 속 구름 모양의 캡슐 안에는 콜랭과 클로에가 오붓이 타고 있을 것만 같다. 캡슐 주위로 바람을 타고 흘러온 꽃들이 과연 클로에의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을까. 옅게 빛바랜 회색 배경처럼 사랑의 색을 점점 잃어가지는 않을까.

패스트 라이프

시간을 분 단위로 나누어 쓸 정도로 매사에 바쁜 줄스의 빠르고 자극적인 하루가 펼쳐져 있다. 피자 도우 위에 쿠키와 초콜릿, 젤리, 칩 등 스낵을 토핑으로 올려 <인턴> 속 회사 생활을 집약적으로 나타냈다. 찌그러진 콜라 캔은 우리네 직장인의 자화상이 아니던가.

edit 이승민 — photograph 박상국 — styling 김유림(맘스웨이팅) — assist 김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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