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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숙의 사적 취향

2018년 3월 14일 — 0

패션 디자이너에서 카페 대표, 공간 디자이너를 거쳐 ‘삶과 함께하는 예술’을 모토로 쓰임새 있는 예술 작품을 소개해온 갤러리스트 조은숙 대표. 최근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요리책 <즐거운 부엌 나누는 밥상 맛있는 인생>을 낸 그녀를 만났다.

그녀의 미감을 담은 책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인물이 있다. 세련된 미감과 통찰력으로 순수 예술은 물론 생활 도예와 아트 퍼니처 등을 소개해온 ‘조은숙 아트앤라이프스타일 갤러리’의 조은숙 대표다. 조은숙 대표가 최근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요리책 <즐거운 부엌 나누는 밥상 맛있는 인생>을 펴냈다. 하얀 종이 위에 운율을 맞춘 제목을 정갈하게 새긴 다분히 그녀다운 책이다. 전문가들도 배우고 싶어 하는 안목과 취향을 가진 그녀이기에 직접 만나고 싶어 청담동으로 향했다. 조 대표가 2013년 처음으로 작가 10명의 도시락을 소개한 기획전시 ‘도시락 전’은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특히 오프닝 리셉션에서 조 대표가 직접 준비한 ‘1인 1도시락 파티’는 업계와 작가를 비롯한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될 정도로 신선했다. 금속, 도자기, 나무, 옻칠목합 등 갖가지 소재로 만든 도시락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반찬을 담고, 둘러앉아 먹을 수 있게 재미를 더했다. 밥상에서부터 예술과 생활이 시작된다고 강조해온 그녀의 철학을 고스란히 반영한 것이다. 그 후 2년마다 열리는 ‘도시락 전’은 조 대표 갤러리의 간판 전시로 사랑받고 있으며, 도시락 파티를 즐기려는 손님들로 오프닝 파티는 늘 북적인다. 조 대표의 솜씨는 선물 포장에서도 빛을 발한다. 작은 물건 하나라도 그에 걸맞은 포장을 하는 것은 나누는 기쁨을 알기에 가능한 일이다. 하얀 보자기로 예쁘게 싼 선물에 한국적인 무늬의 자수나 골무 또는 식물 등으로 장식하면 누구라도 반하지 않을 사람이 없다. 조은숙 대표는 새로운 전시를 오픈할 때마다 파티를 연다. 또 평소 작가들이나 후배, 지인들을 집으로 초대해 밥상에서 친밀감을 나누곤 한다. 그런 경험에서 나온 자신의 노하우를 나누고 싶었기에 책을 냈다. 시중에 전문적으로 만들어진 요리책은 많기에 조 대표만의 미감을 전하기 위해 어깨에 힘을 빼고 화려함은 잠시 내려뒀다. 5~10분 정도만 투자하면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쉬운 파티 요리로 구성했으니 바쁘고 치열하게 사는 젊은 사람들이 하나라도 따라 해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안목에 개성을 더하는 법
조 대표에게 그녀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물었더니 갤러리 지하 2층으로 이끌었다. 그릇이 빽빽하게 쌓인 비밀 창고의 빗장을 풀고 조 대표가 천천히 한 바퀴를 돌더니 좋아하는 작품들을 꺼내 들었다. 좋은 작품을 고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원래의 목적대로만 사용하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유연하게 사물을 바라볼 것을 제안했다. 고슴도치 같은 가시 장식이 화려한 권은영 작가의 와인잔에는 꼭 와인만 담을 게 아니라 아이스크림이나 푸딩 같은 디저트를 담는 데 써도 된다는 것이다. 화려한 원형 그릇은 오브제로도 사용할 수 있는데 석화나 블루베리 같은 과일을 담기도 한다. 담는 대로 그릇이 된다는 것이 조 대표의 발상이다. 즉흥적인 것을 좋아하는 그녀는 그만큼 독창적이기도 하다. 한편 라면일지라도 요리가 되게 하는 그릇도 있다. 이능호 작가의 흑유 그릇이 그렇다. 자연스럽게 삶과 작품이 어우러질 때 비로소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은 예술에 가까워진다. 그녀의 심미안이 골라낸 취향과 맞는 작품들이 갤러리에 소개되지만 더 사적인 취향이 궁금했다. 과거 10년 동안 ‘카페 플라스틱’을 운영했을 만큼 조 대표의 커피 사랑은 유명하다. 30년 동안 한결같이 블렌딩한 원두로 커피를 내려 마신다. 다만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은 그때그때의 기분에 따라 다르게 즐긴다. 드립커피를 내릴 때는 류연희 작가의 우드 손잡이가 예쁜 드립팟과 손잡이에 가죽끈을 꼬아 멋을 더한 구리 소재의 드리퍼를 사용한다. 조 대표는 왠지 모를 편안함을 주는 은 소재도 좋아한다. 은으로 만든 빈티지 스푼이나 수저를 소장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은을 두고 다루기 어렵다고 말하지만 밀폐용기에 보관하고, 자주 쓰면 쉬이 누렇거나 검게 변하지 않는다. 집에 모셔만 두는 게 아니라 곁에 두고 사용하는 편이라 은 소재도 걱정할 것이 없다. 또 오래된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는다. 미국에서 사온 볼링공처럼 생긴 빈티지 우드 볼은 세울 수 있게 기둥과 받침대를 만들었다. 사용감이 있는 나무가 주는 따뜻한 느낌과 부드러운 곡선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곤 한다.

인생이 맛있어지는 밥상 나눔
평소 차를 즐겨 마시는 조 대표가 취재진을 불러 다과를 내줬다. 선명한 노란색으로 옻칠된 매트 위에 그릇으로 사용한 개반이 제 자리처럼 어울린다. 개반은 다관의 뚜껑을 올려놓는 도구다. 대나무에 옻칠한 성광명 작가의 도시락에 병과점 합의 주악과 개성약과를 담으니 전통에 모던함을 더한 다과 상차림이 완성됐다. 주석받침의 다완은 조 대표가 지인에게 얻은 중국 앤티크로 잔 안쪽에 차색이 돌고 은은한 광이 난다. 사용하면서 다포로 다완을 닦으면 반질반질해지면서 사용하는 사람이 비로소 다완을 완성하게 된다. 조 대표에게 ‘늦게 배운 도둑질’인 요리는 여전히 즐거운 놀이다. 제대로 맛이 든 꽃게, 향긋한 봄나물을 사러 전통시장에 들르는가 하면 즉흥적으로 지인을 초대해 냉장고에서 찾아낸 재료들로 음식을 차려낸다. 심플한 요리가 그릇이 지닌 힘과 그녀의 담음새 좋은 솜씨를 만나 파티 요리로 변신한다. 조 대표 역시 어떤 날은 만사가 귀찮게 느껴지고 어떤 날은 손님을 초대하고도 후회할 때가 있다. 하지만 집에 사람을 초대하지 않는 요즘 사람들에게 이런 방식으로 인해 삶이 얼마나 풍요로워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다. 파티라고 거창할 것은 없다. 혼자 사는 집이라도 둘이나 셋이 모이면 그게 파티요, 처음엔 서툴러도 하다 보면 다 잘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 그녀의 말이다. 그러니 ‘언젠가 나중’이 아니라 ‘지금 바로’ 시작했으면 한다. 귀찮음을 넘어서는 게 나눔이며 시간을 나누는 것만큼 값진 것은 없으니까.

edit 박선희 — photograph 이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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